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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에서 온 동남아 스님들을 인솔하여 조계사, 한국비구니회관, 불교TV, 정토회, 평화재단을 차례대로 안내한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에 참가해 격려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제 저녁, 부산 KBS홀에서 3200여 명이 참석한 대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을 출발했습니다. 새벽 3시에 서울에 도착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후 일어나 원고 교정 업무를 본 후 9시에는 INEB 동남아 스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미리 조계사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스님은 INEB 동남아 스님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환한 웃음으로 반겼습니다.
이어서 조계사 경내를 안내한 후 관음전을 참배했습니다. 관음전에서는 ‘조계사’와 ‘조계종’이라고 이름 붙여진 유래와 역사에 대해 스님의 자세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 조계사
설명을 마친 후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INEB 방문단을 위해 차담과 선물을 준비했다고 해서 교육원으로 향했습니다. 스님과 INEB 방문단이 현관 입구에 도착하자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직접 마중을 나와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 조계종 교육원이 위치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차담을 나누면서는 조계종과 선불교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분도 있었고, 선불교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진 한국, 중국, 일본에서 널리 확대되었는데, 자연 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도 선불교가 확대될 수 있는지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현응 스님은 “인도 불교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여서 12연기처럼 체계적으로 진리를 설명했다면, 동아시아 불교는 직관적이여서 사물이나 자연을 직접 보고 담마를 깨닫도록 한 것 같다”며 차이점을 설명했습니다.
▲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의 간담회
약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교육원에서는 INEB 방문단 모두에게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영문책과 부채를 선물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전통 명절인 단오인데, 단오에는 부채를 나누는 풍습이 있다고 소개하자 동남아 스님들은 무척 뜻깊어 했습니다.
▲ 단오를 맞이해 부채를 선물로 준비한 현응 스님
그리고 식당으로 내려가 푸짐한 점심식사를 대접받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현응 스님은 이렇게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법륜 스님은 한국 불교의 자랑입니다. 법륜 스님과 함께 남은 일정을 무사히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게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 조계종 교육원에서 마련해 준 점심식사
정성스런 접대에 동남아 스님들도 깊이 감사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스님은 공양간으로 들어가서 식사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던 봉사자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한 후 조계사를 나왔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전국비구니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동남아에는 비구니제도가 없기 때문에 INEB 동남아 스님들은 한국의 활성화된 비구니제도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았습니다. 전국비구니회관은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건립되어 전국 각지 17개 지회 7천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 전국비구니회관
회관 안에는 스님들의 가사를 만드는 작업실이 있었는데 조계종의 공식 가사는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가사를 제작하는 공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 가사를 만드는 작업실
또 3층에는 만불전이라는 만명의 부처님을 모신 큰 법당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기도를 잠시 올린 후 사무실로 이동해 비구니 스님들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 전국비구니회관 3층에 위치한 만불전
특히 동남아 스님들의 질문 중 한국 비구니들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비구니 회장 육문 스님은 “별 문제 없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화통하게 대답했습니다. 반면 젊은 스님들은 “정치적으로는 아직 자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교육, 문화,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비구 스님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비구니 스님들과의 간담회
두 분의 다소 상반된 답변을 보며 법륜 스님은 크게 웃으며 한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까 한국 비구니 스님들도 어른 스님들의 경우 ‘옛날에 비하면 이만하면 됐지’ 이러고, 젊은 스님들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러잖아요. 그런데 동남아 비구니 스님들도 어제 얘기를 나눠보니까 노 스님들은 ‘비구니 팔경법도 큰 문제는 없다’ 이러고, 젊은 스님들은 ‘그거 문제 많다’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세대 차이는 나라를 초월해서 비슷한 것 같네요.”(모두 웃음)
스님의 관전평에 모두들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이렇게 전국비구니회관을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와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국의 비구니 스님과 동남아의 비구니 스님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다음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불교TV를 견학했습니다. 불교TV는 불교 전문 컨텐츠 제공을 목표로 1995년 3월에 개국해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는 곳입니다.
▲ 불교TV
INEB 방문단이 도착하자 불교TV 대표이사인 성우스님이 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개국 20주년 기념 영상을 함께 시청한 후 성우스님으로부터 환영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성우스님은 자세한 내용은 제작국장님에게 설명을 들으라고 하면서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법륜 스님이야말로 한국 불교의 현재와 동시에 미래를 감당할 수 있는 스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법륜 스님이 모시고 온 여러분들도 각 나라에서 틀림없이 그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한국 사회에서 법륜 스님이 하시는 역할에 대해 어느정도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나라에서 법륜 스님 만큼만 역할을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인연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우스님의 환영 인사말과 함께 큰 박수로 간담회가 시작됐습니다. 불교TV 제작국장님이 자리한 가운데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남아 스님들 중에는 태국에서 직접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작국장님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 라디오 녹음실, 종합 편집실, 스튜디오 제작현장과 NPS 시스템을 구축한 자료실 등을 직접 둘러보며, 제작방식과 24시간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라디오 녹음실
▲ 스튜디오 촬영 현장
다음은 마지막 견학 코스로 정토회와 평화재단을 방문했습니다.
▲ 정토회
마지막에 방문하다 보니 시간 여유가 점점 없어졌는데, 자세한 설명보다는 각 부서 사무실을 찾아가보고 대략적으로만 스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 스님의 법문을 책과 SNS로 널리 전하고 있는 정토회 ‘컨텐츠사업국’
▲ 스님의 법문을 유튜브로 제작하는 정토회 ‘영상미디어팀’
▲ 전국 8개 지부, 해외 1개 지부 등을 총괄하는 정토회 ‘행정처’
▲ 동남아 국가에서 기아질병문맹 퇴치 사업을 펼치고 있는 ‘JTS’
▲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평화재단’
스님은 각 부서에서 하는 일에 대해 핵심만 간단명료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특히 유튜브를 활용해 법문을 널리 전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스님은 “이런 방식으로 하면 불교TV처럼 많은 재원과 인력이 없어도 방송이 가능하고, 여러분들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정토회와 평화재단 견학을 마치고 나서는 다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이 “이제 투어가 모두 끝났습니다!”라고 말하자 모두들 “와!”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스님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일정이 빡빡해서 모두들 힘들긴 힘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였다”라고 하면서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 평화재단에서 열린 마지막 간담회
평화재단에서 이뤄진 간담회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앞서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한 비구니 스님이 “스님은 어떻게 출가를 하게 되었나요? 스님이 되고 나서 어떤 계기로 참여불교를 하게 되었나요?”라고 질문을 했었습니다. 스님은 그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라이프 스토리가 1시간 동안 재미있게 소개되었고, 동남아 스님들은 무척 감동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스님의 인생사를 다 듣고 나서 한 스님이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만약 스님이 죽고 나면 정토회는 어떻게 되는 것이지요? 수행단체로 계속 갈 것 같나요? NGO 단체로 변해갈까요? 또 조계종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스님은 걱정할 것 없다고 하면서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그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죽고 난 뒤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니까요.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정토회는 수행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중심은 수행 조직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NGO 조직으로도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평화재단도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NGO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은 제가 여러 곳에 다 관여를 하고 있지만, 제가 죽은 다음에는 대부분 독립적으로 커나가게 되고, 정토회는 수행 공동체로 더욱더 공고하게 남아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본 방향은 참여불교가 될 것입니다.
조계종과의 관계는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조계종은 불교의 종교적인 역할을 해나간다면 정토회는 조계종이 해야 할 사회적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격이니까요. 지금 종단에서는 정토회를 배척하기 보다는 한국 불교의 희망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조계종이 정토회처럼 나아가기는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스님들의 의식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자들이 복을 비는 데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토회는 처음부터 복을 비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절로 가라고 안내합니다. 이곳은 붓다 담마에 의해서 수행하는 곳이라고 처음부터 강조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다른 불교 사찰과 회원이 겹치지 않아요. 정토회는 오히려 교회에 다녔거나 성당에 다녔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착하기 쉽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제가 불교의 영역을 확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배척할 이유가 없게 된 겁니다.”
스님의 답변에 동남아 스님들도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답변을 마친 후 다함께 서울 정토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일 동남아 스님들이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서울 공동체에서 조촐하게 환송식을 마련했습니다.
스님은 인사말에서 “제가 너무 스케쥴을 빠듯하게 잡아서 힘들지 않으셨어요? 너무 과하면 오히려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았나 싶어요”라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No Problem!”을 외치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습니다.
▲ 서울 공동체에서 준비한 환송식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을 대표해서 각각 소감을 들었는데, 비구 스님은 “간담회 때도 열정적으로 설법을 해주고, 곧이어 강연장에 들어가서도 열정적으로 설법을 하는 법륜 스님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편 방문 일정 중 거의 말이 없었던 스리랑카 비구니 스님이 앞으로 나와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간다”고 소감을 말했는데, 순간 몇몇 대중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방 불교에서는 비구니 제도가 아직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소감을 말하고 있는 스리랑카 비구니 스님
이어서 동남아 스님들 모두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맑은 소리가 나는 풍경을 손에 들고 보여주자 동남아 스님들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스님은 “이 종소리처럼 맑은 마음으로 수행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한 후 한 분 한 분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 기념 선물로 준비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법륜 스님
라오스에서 온 스님들 세 분은 자신들도 준비해 온 선물이 있다고 하면서 스님에게 선물을 건넸습니다. 작별의 아쉬움이 밀려와 동남아 스님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공동체 대중들이 보내주는 큰 박수가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 법륜 스님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는 라오스 스님들
스님은 환송식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8시부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에서 축사를 해주기로 되어 있어 법당을 나와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 14기 수료생들은 지난 3월 17일에 입학해서 12주 동안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석학들로부터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
스님이 강당으로 들어오자 14기 수료생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10분 가량 졸업 축하 인사와 더불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가 생긴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입니다. 그 때 저는 나름대로 중국이 부상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대륙 세력의 교체기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잘하면 이런 세력교체기에 통일을 할 수가 있을 것이고, 잘못하면 그 두 개의 힘이 충돌하는 사이에 끼어서 통일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통일의 기회를 얻고자 사회 각계각층의 명망가 100명의 명단을 뽑아서 그분들을 다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만나서 2시간씩 얘기를 나눠본 결과, 마음 맞는 분들과 협의해서 이 평화재단을 설립하게 된 겁니다.
한국 사회에 보다 근원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의 진행방향이 바뀌어야 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건 종교인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다른 분들에게 ‘좀 하십시오’ 했던 겁니다.
여러분들이 학생이었던 20대 때에 뭘 알았겠어요? 그래도 그때는 20살 전후의 학생들이 나라를 쥐락펴락 했잖아요. 물론 그 의지는 좋았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까 그냥 울분만 토하는 수준일 때가 많았고, 그래서 폭발적인 힘은 있었지만 마무리를 할 수가 없었다면, 이제 여러분들이 그로부터 20~30년이 지나서 지금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다 각자 분야에서 선생님을 해도 20년은 했고, 무슨 변호사나 회계사나 의사를 했더라도 벌써 15년, 20년은 했을 것이니까, 어느 정도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서 얘기하면 ‘그건 이러면 된다. 저러면 된다’ 하는 걸 알만한 분들이잖아요. 이런 분들이 좀 각성을 하고, 서로 협력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답답하게 막힌 부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그런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이 한국사회를 책임지는 자세가 좀 더 요구된다는 걸 숙지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은 가장으로서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원으로서 회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도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이나 배우지 못한 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 살기가 바쁘기 때문에 불평, 불만이 있어도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없습니다. 설사 계획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조금만 공부하면 능히 할 수 있잖아요.
또 아는 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난 20년 동안은 자기 밥벌이에만 자신의 재능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우리가 같이 나누어서 우리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졸업한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이런 인연으로 이렇게 만났으니 앞으로는 서로 나누고 협력해서 ‘우리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전쟁의 위험이 없는 곳에서 좀 살아보자.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좀 살아보자. 항상 시기하고 질투하는 걸 좀 넘어서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여자라고 차별 받거나 젊은이들이 방황하는 것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이렇게 의기투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안 한다면, 제가 왜 이렇게 하고 있겠어요? 이거 해서 제가 돈을 얼마나 벌 것 같아요? 저는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종교를 전파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종교적인 건 아무 관계가 없어요.
저는 정말 여러분들이 한국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그룹과외도 아닌데도 20명씩 데리고 하루 종일 경주에서 강의를 했던 겁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 중에서 1명이라도 각성하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장부 3명이 의기투합하면 나라도 하나 세운다고 했잖아요. 그게 허황된 꿈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런 희망을 갖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진보니 보수니, 친북이니 반북이니, 친미니 반미니, 이런 낡은 생각을 탁 털어버리고, 정말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에 와보면 한국이 천국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저는 동남아 5개국 스님들을 데리고 여러 곳을 다녔는데, 그들이 봤을 때는 우리나라는 절도 너무 좋고, 경치도 너무 좋고, 숲도 너무 많고, 시설도 너무 잘 되어있나 봐요. 그래서 그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왜 불평이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거든요.
그러니 대한민국이 바탕은 괜찮은 겁니다. 다만 개선할 점도 많지요. 긍정 위에 비판을 해야 개선이 나옵니다. 부정 위에 비판을 하면 파괴적인 에너지가 나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을 바탕으로 청년실업 문제 등 개선해야 될 많은 일들을 우리가 책임지고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같이 협력해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열정적인 강연에 14기 수료생들은 큰 환호와 박수로 그 다짐을 표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INEB 동남아 스님들에게 설명을 해주느라 스님은 목이 많이 잠겨 있었는데, 대중들 앞에 서니 어디서 다시 힘이 솟아나는지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서 수료증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차례대로 무대로 걸어나오자 스님과 조민 원장님은 환한 웃음으로 선물과 수료증을 건넸습니다.
▲ 수료증과 선물을 전달하고 있는 법륜 스님과 조민 원장님
스님은 조별로 기념사진도 함께 찍었습니다. 개근상과 정근상 수여식도 계속 됐는데, 특히 개근상은 10명이 넘는 반면 정근상은 2명 밖에 안 되어서 오히려 정근상이 더 축하를 받는 듯했습니다. 스님은 “다음부터는 정근상을 받도록 하세요”라고 농담을 던져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 조별 기념사진 촬영
이렇게 수료식을 마친 후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으로 들어왔습니다. 밤 9시 30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INEB 동남아 스님들이 스님께 더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다시 간담회 시간을 잡았습니다.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동남아 스님들을 위해 스님은 목소리가 잠겼음에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질의응답을 이어갔습니다.
▲ 밤늦게까지 다시 이어진 INEB 간담회
질문에 모두 답해 준 후 스님은 다시 한번 동남아 스님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정토회는 제가 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머리를 기르고 있던 시절에 시작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사무실을 빌려서 시작했습니다. 붓다 담마를 가르친다고 팜플렛을 돌렸는데, 5명이 신청을 했어요. 첫 번째 강의에는 2명이 왔어요. 두 번째 강의에는 1명이 왔어요. 3개월짜리 강의였는데 말입니다. 그 1명을 데리고 3개월 동안 강의를 했어요.(모두 웃음)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었어요. 아름답고 큰 절도 아니고 이런 사무실 빌딩에 조그마한 방에서 강의를 했으니까요. 강사는 스님도 아니고 머리를 기르고 있는 사람이었고요. 게다가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교수라든지 아무런 직책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들이 여기에 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1명을 데리고 3개월을 마쳤습니다.
두 번째에 다시 팜플렛을 돌렸습니다. 첫번째 강의에서 남았던 1명이 3명을 데려왔어요. 여기에 2명이 더 와서 5명을 앉혀 놓고 강의를 했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형식적인 권위를 갖지 않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 때 시작한 사람은 도중에 그만둘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것도 다 젊은 사람들이었어요. 기부를 할 형편도 안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원 강사를 하면서 번 수입으로 사무실을 운영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한 방식은 누구나 다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둘째, 붓다 담마의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복을 비는 행위를 해서 이것을 유지하려고 하면 붓다 담마에 어긋나게 됩니다. 꾸준히 하는 것은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힘들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꺾이게 됩니다. 항상 자기 마음을 살펴서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을 많이 했습니다. 어제도 어떤 사람이 저한테 ‘스님, 그렇게 살면 너무 힘들지 않아요?’라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힘들 때도 있지만 농사짓는 것보다는 덜 힘듭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벼운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해탈과 열반이라고 하는 큰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하잖아요. 그 사람들에 비해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것입니까. 물론 한국과 여러분의 나라, 마하아냐와 테라밧다라고 하는 주어진 상황은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이번에 배운 것들을 그대로 적용하려면 안 되고, 자기 처지에 맞게 해야 합니다. 저는 어려울 때마다 붓다를 생각합니다. 브라만교가 절대 다수인 세상에서 붓다는 혼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그로부터 2600년이나 지난 훨씬 더 개방된 사회에서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같이 하는 것이니까 훨씬 쉽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부처님이 상가 안에서 이루고자 했던 평등성, 개방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제는 상가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입니다. 이것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려면 참여불교 외에 다른 길이 뭐가 있겠습니까. 참여불교란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비록 부족한 존재이지만 붓다가 살았던 본래의 정신과 삶을 닮아가자는 것이 참여불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부족한 존재입니다. 우리 스스로 부족한 줄 알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목에 힘주는 사람들은 자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붓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이 수행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마의 친구로서 우리 함께 그렇게 나아갑시다.”
너무 무리를 해서 잠긴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스님의 모습 속에서 한 마디라도 더 알려주고자 하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7일 동안의 INEB 정토회 방문단의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쉼없이 붓다 담마에 대해 설법해 준 스님에게 동남아 스님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 스님으로부터 영문 번역책을 선물받고 있는 INEB 동남아 스님들
스님은 동남아 스님들 모두에게 영문으로 번역된 스님의 책 ‘깨달음’을 직접 사인해서 선물한 후 편안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건네고 강당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아침 발우공양에 참석해 INEB 동남아 스님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하루 종일 회의 및 미팅 일정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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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를 누르면 온라인으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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