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4.27 서울 청년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하루 종일 미팅과 회의 일정이 있었습니다. 종교인 모임, 기획위원회 회의 ,천일준비위원회 회의 등 미팅과 회의를 모두 마치고 저녁 7시가 되어서 강연이 열리는 강남구민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강남구민회관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30여 분 전부터 500좌석이 꽉차 계단에 앉아 계신 분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많은 청년대학생들과 봉사자들의 후끈한 열기로 오늘은 어떤 좋은 말씀을 해주실지 들뜬 마음으로 강연을 기다렸습니다.  



  

소개 영상이 시작되면서 소란스럽던 실내가 고요하게 정돈되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등장하자 강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큰 박수로 스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스님은 좋은 봄날 청중과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며 여는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인사말을 간단히 건넨 후 곧바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접수된 질문을 제비뽑기 방식으로 질문자를 선정하고 답변이 이루어졌습니다. 총 8명의 청년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 남자분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아 고민이라며 결혼을 준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자가 결혼준비와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강연장에 와 있다고 해서 청중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저나 상대나 결혼할 나이입니다. 그런데 제가 결혼준비가 안 돼 있어서 사귀자는 고백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저도 답답합니다. ‘내가 결혼준비가 돼있을 때 연애도 할 수 있는 거다’라는 생각때문에 제가 요즘 연애를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연애를 하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생활해야 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가 어느 정도 결혼준비를 하려면 1년 내지 2년은 걸릴 것 같은데, 그 안에 그 친구한테 사귀자고 고백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앓고만 있는 게 나은 것인지 궁금합니다.”(모두 웃음)  

 

“그런 질문을 꼭 혼자 사는 중한테 물어야겠어요? 저는 나이가 육십 넷인데도 혼자 사는데, 도대체 질문자는 나이가 얼마나 됐기에 나이 타령이에요?”(모두 웃음) 

 

“......”

 

“사람을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으로 만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든, 남자와 남자든, 여자와 여자든 관계없이 그냥 사람과 사람이 사귀게 되면, 성별, 나이, 직업, 종교, 인종과는 관계없이 평등하게 누구와도 사귈 수가 있는 겁니다.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 먼저 사귀어보니까 나는 상대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는데 상대는 아니라면, 두 사람은 친구로는 지낼 수가 있는데 애인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첫째, 서로 이성애자라야 합니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도 있거든요. 둘째, 서로 호감이 있어야 합니다. 나만 호감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네 종류가 있어요. 이성에게 호감이 가는 이성애자, 동성에게 호감이 가는 동성애자, 양성 모두에게 호감이 가는 양성애자, 누구에게도 호감이 안 가는 무성애자가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다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수가 이성애자이긴 하지만 다 이성애자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호감이 있다고,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있을 확률은 절반도 안 됩니다. 보통 내가 좋다면 상대는 나에게 별로예요. 내가 별로일 땐 상대가 또 나 좋다고 따라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길까요? 그것은 우리가 약간 위를 쳐다보면서 사람을 사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결혼이나 연애를 전제로 사귈 때 약간 위로 쳐다보기 때문에 양쪽이 같이 좋아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은 그냥 친구로 사귀어야 돼요. 친구로 사귈 때는 상대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무성애자든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무 관계가 없어요. 사귀어보니까 서로 이성애자이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게 확인이 되면 연애로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먼저 사귀어 봤을 때 그 사람이 괜찮으면 나이가 열 살이 많아도, 스님이라 해도 큰 문제가 안 됩니다.(모두 웃음) 그러니까 연애를 하거나 결혼할 대상이 훨씬 폭넓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먼저 사람과 사람으로 사귀고, 그 다음에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지 확인되면 비로소 연애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연애나 결혼이라는 목적의식을 먼저 내걸면, 사람이 좋으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이가 몇 살이냐’, ‘키가 얼마냐’, ‘직업이 뭐냐’, ‘얼굴이 어떻게 생겼느냐’를 기준으로 사람을 자르게 됩니다. 그렇게 고른 후에는 나는 상대에게 호감이 있지만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있을 확률은 절반은커녕 10%도 안 됩니다. 

 


 

그런데 결혼은 또 연애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얘기했듯이 결혼준비가 안 됐다든지 하면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너무 결혼을 목적으로 상대에게 접근하지 말고, 우선 친구로 사귀어서 서로의 마음이 조금 확인이 되면 그 다음에 애인으로 사귀고, 결혼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면 결혼준비는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만 있으면 돼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결혼준비 한다고 방도 얻어놓고, 물건도 사놓고, 다 장만했지만 정작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만 있으면 방도, 집도, 돈도 없어도, 즉 아무 것도 없어도 결혼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질문자가 왜 자기는 결혼준비가 되었느니, 안 되었느니 하는 얘기를 하느냐 하면 지금 상대가 없는데 결혼을 하려니까 그런 거예요.(모두 웃음) 

 


 

사람이 좋으면 일단 결혼해서 셋방 하나 구하고, 그 다음에 천천히 숟가락도 사고, 밥그릇도 사면 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옛날에 무슨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결혼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도 인도의 가난한 마을에서는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밥도 겨우 먹는 사람들이 열 몇 살만 되면 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삽니다. 제 초등학교 동창이 36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중학교로 진학한 건 저를 포함해서 5명뿐이었어요. 나머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건데, 그런데도 다 시집가고 장가가서 애 낳고, 그 애들 다 대학보내고, 부모 봉양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제일 공부를 잘했던 저만 장가를 못 갔어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결혼은 따로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사람을 친구로는 사귀고 있어요?” 

 

“아니오.”(모두 웃음)  

 

“그럼 그냥 지나가는 걸 쳐다만 보고 있는 거예요?” 

 

“예.”(모두 웃음)

 


 

“아이고... (모두 웃음) 먼저 그 사람을 친구로 사귀세요. 지금 질문자처럼 연애와 결혼을 목적으로 해서 이성에게 접근하면 그 접근 자체가 불편한 일이 됩니다. 한번 주위 여성들한테 물어보세요. 여성들은 그냥 좋은 사람으로 사귀다가 호감이 가서 얘기를 하면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나는 네 애인할 거다’,  ‘나는 너랑 결혼할 거다’ 이렇게 접근하면 부담스러워 합니다. 탁 부담이 되면 여성들은 접근하는 남자가 ‘키가 큰가? 돈이 있나?’ 이렇게 뜯어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질문자가 만약 절에 다닌다면 그 여성을 도반으로, 교회에 다닌다면 교우로, 직장에 다닌다면 동료로 접근을 해서 같이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먼저 사귀어보세요. 자꾸 나이 얘기하지 말고요. 나이를 먹으면 무조건 결혼을 해야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져야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결혼을 왜 하려고 하는 거예요? 행복하려고 하는 거예요? 불행하려고 하는 거예요? 또 결혼은 무조건해야 되는 겁니까? 결혼 안 하고도 저처럼 이렇게 잘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여기서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손 한번 들어보세요.(손을 듦) 저보다 더 행복해요?”

 

“예!” 

 

“늘 웃으며 살아요?”

 

“예!” 

 

“아이고... 얼굴을 보니 지금도 인상 쓰고 있는데요, 뭐.(모두 웃음) 그러니까 나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나보다 지식이 더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나보다 키가 더 큰 사람, 나보다 지위가 더 높은 사람, 나보다 인기가 더 많은 사람, 나보다 더 건강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이런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행복하다면 결혼해서는 더 행복해야 될 거잖아요. 그런데 질문자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접근하면 결혼해서 힘듭니다. 질문자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 모두 결혼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럼 결혼 안 해도 좋다는 얘기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본인이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친구로서도 행복하게 사귈 수 있고,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연애를 해도 행복하고, 결혼을 해도 행복하고, 이렇게 본인이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호감이 가고, 인물도 잘났고, 돈이 많더라도, 성격이 안 맞으면 결혼생활은 굉장히 불행해집니다. 인물은 처음에 볼 때만 좋지, 결혼해서 살다보면 인물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인물이 원만한 성격을 보증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연애하거나 결혼할 때 대부분 상대를 사진으로 먼저 확인하지요? 그 다음으로 능력, 즉 직업을 확인하지요? 마지막으로는 성격을 확인하지요? 

 


 

그런데 실제 결혼해서 살 때는 인물은 아예 중요하지 않고, 능력은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성격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제일 중요한 건 거의 안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결혼생활에 갈등이 많고, 불행한 겁니다. 제일 중요한 것을 제일 먼저 보고 비중도 많이 둬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아예 안 보거나 비중을 낮추면서, 사는 데 아무 필요가 없는 건 제일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생각보다 행복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마음에 든다는 그 여성과 먼저 사람 대 사람으로 사귀어보세요. 먼저 성격이 나하고 맞는지는 잘 살펴봐야 합니다. 성격이란 업식, 까르마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서로 수용이 되는지를 살펴보라는 겁니다. 우리가 수행을 하는 이유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공부를 하다보면 성격적인 문제도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대의 능력에 기대어서 내가 덕 보려는 생각에서 서로 도우려는 생각으로 바꾸면 결혼하기가 훨씬 용이해집니다. 또 수행을 하면 상대의 인물이나 피부색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면 쉽게 결혼할 수 있고, 또 결혼해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먼저 내 이익을 따지면 결혼하기도 어렵고, 결혼해서도 행복하기는커녕 불행을 자초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준비보다는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혹시 질문자가 좋아한다는 상대가 오늘 여기 왔어요?”(모두 웃음)

 

“예, 여기에 와 있습니다.”(모두 환호와 박수)

 


 

“질문자가 상대에게 말을 못하고 있다니까 기회를 줘야겠네요. 이렇게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그 상대가 누구인지 찍어볼래요?(모두 웃음) 

 

“......”

 

“부끄러워요?” 

 

“예.” 

 

“알겠어요. 질문자는 먼저 상대와 함께 봉사를 하든지, 기도를 하든지, 밥을 먹든지 해서 시작을 해 보세요. 그런 시간을 갖지 않고 질문자가 결혼하자는 속내부터 드러내면 상대는 부담스럽거든요. 질문자가 ‘내가 너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는 질문자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알았지요?”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스님은 다시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조금 설명이 부족했다 싶었는지 호감이 가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은지 두 가지 관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첫째, 내가 호감 가는 상대가 있다면 그에게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건 안 좋지만 가능하면 빨리 의사표현을 하는 게 좋습니다. 뜸을 들이면 기회를 놓치게 돼요.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귈 수도 있잖아요. 또 ‘거절하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 때문에 의사표현을 못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사표현은 빨리 하는 게 좋습니다. 한편, 상대가 거절한다고 ‘퇴짜 맞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욕심 때문입니다. 어쨌든 상대의 의사를 확인한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았으니까 이제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접고 다른 사람한테 시간을 할애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의사표현도 안 했으면서 ‘알아주겠지’라고 기대하는 건 시간낭비입니다. 상대는 모르거든요. 

 

둘째,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나는 계속 호감이 있으면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싫다는 사람에게 호감을 끌려면 좀 힘은 들겠지만 노력을 하면 되니까요. 확인을 해야 노력을 하든, 뭘 하든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내가 너 좋아하니까 너도 나 좋아해라’ 하는 마음으로 계산을 하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하고 겁이 나서 말을 못하는 거예요. 상대가 나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먼저 확인하고 체크를 해 보는 겁니다. 체크를 했을 때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하면 더 이상 시간낭비 안 해도 되고, 또 상대가 나에게 호감이 없다고 해도 더 이상 시간낭비 할 필요 없이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접거나 접어지지 않는다면 노력을 하면 됩니다.” 

 

스님의 아주 쿨한 연애론 강의에 참석한 청년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공감했습니다. 이 질문이 첫 번째 질문이었는데, 오늘 청년 강연은 시작부터 달달한 연애 이야기와 함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 외에도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청년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질문했고, 결혼 1년차의 여성분은 아이를 낳고 일을 쉴 생각인데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아깝고 복직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이어서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지적인 부족함이 드러날 때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는 대학생과 어릴 때부터 함께 어울린 친구들과 다툼이 있은 후 화해를 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스무 살 학생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대학생은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질문을 했고, 한 남자분은 존재에 이유가 있는지 스님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질문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30대 여자분은 성당에서 결혼을 고집하시는 시아버지 문제로 고민이라며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할 방법이 없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강연장에서 나온 질문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을 바꾸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이 잘 안 된다고 아우성인데, 실제로는 안 돼서 안 되는 게 아니고, ‘안 된다’라고 생각해서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 ‘이건 안 되지 않느냐?’ 하면서 자꾸 어떤 걸 고집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지, ‘된다’고 생각하면 별 일 아닌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나를 좋아하다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괴로워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도 이 사람과 사귀지만 저 사람이 더 좋게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걸 두고 여러분들은 ‘전에 나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지금 배신을 하느냐’ 하는데, 사람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뀐다는 거 알잖아요. 그 사람이 나한테 거짓말했던 게 아니고, 그때는 정말 나를 좋아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타나니까 마음이 변한 거예요. 마음이 변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원래 마음의 성질이 그렇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한번 먹은 마음이 끝까지 가는 사람은 드물어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서 결혼해도 헤어질 수가 있고, 애를 낳은 후에도 헤어질 수가 있는데, 좀 사귀다가 헤어지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여러분들은 아우성인 거예요? 그리고 또 그 인간이 나를 떠나가는 게 나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그 인간이 계속 붙어있으면 나는 죽을 때까지 한 사람밖에 못 사귀잖아요. 그리고 내가 그 인간을 차버리면 양심에 좀 걸릴 텐데, 그 인간이 알아서 떠나가 주었으니까 좋잖아요. 빈자리가 나면 또 다른 사람이 오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나에게 일어난 일이 큰일은 아닙니다. 

 

비가 오기도 하고, 눈이 오기도 하고, 구름이 끼기도 하고, 맑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는,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두고 ‘더워서 못 살겠다’, ‘추워서 못 살겠다’, ‘왜 하필 비가 오느냐?’, ‘왜 뙤약볕이 내리쬐느냐?’라고 시비를 하면 날씨 때문에도 살기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의 삶이 힘든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그래서 이걸 놓아버리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회사에 갔더니 늙은 아저씨가 자꾸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그래요. 그럴 수도 있는 거예요. 늙은 아저씨라 하더라도 나를 보고 좋아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나도 그 늙은 아저씨가 좋으면 괜찮지만, 싫다면 ‘싫다’고 표현을 하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질문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니까 권리행사를 하면 되는 거예요. 바보같이 자꾸 울지 말고 권리행사를 하세요. 성추행 당했다고 자꾸 울 게 아니라 바로 신고를 해버리든지 송곳으로 찔러버리세요.(모두 웃음)

 


 

그건 위험하지 않느냐고요? 괜찮아요. 자기방어는 해야 되니까요.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건 바보이지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내 권리를 찾아먹겠다’ 하는 건 욕심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 줄 알아야 돼요. 그러니 여러분도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면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시간 30분 동안의 열강은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강연 포스터의 “예쁜 꽃, 젊은 그대”라는 슬로건처럼 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청년들의 건강한 고민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3시간 동안 연애, 진로, 친구, 직장, 결혼, 육아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함께 공감하며 웃고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는 스님의 새 책 ‘행복’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님을 한번 더 뵈려고 로비를 한 바퀴 감아도 될 만큼 긴 줄이 이어진 것으로도 청년들에 대한 스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들은 몇몇 청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청년은 “아직 미혼인데 결혼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스님 말씀 듣고 관점이 명쾌하게 잡혀서 홀가분 합니다.”라고 답했고, 한 청년은 “이성을 대할 때 외모를 우선적으로 봤는데, 성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된 것 같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또 다른 청년은 “직장 동료와 마찰로 머리가 복잡해진 상태로 강연에 왔는데, 웃고 즐기며 강연을 듣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져서 너무 좋다”고 답했습니다. 

 

사인회를 마친 후 오늘 강연을 주관한 서울 청년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청년봉사자의 얼굴에 활기가 가득 차 보였습니다. 

 


 

스님은 기념 사진을 함께 찍은 후 청년들에게 5월 21일 성년의날에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청춘콘서트를 기약하며 청년정토회 봉사자들에게 행사를 잘 준비해 줄 것을 당부하며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고, 저녁 7시에는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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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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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앗.. 질문자님 어디서 많이 뵌듯한 뒷모습이 ㅋ
스님의 답변은 언제들어도 사이다처럼 청량하고 시원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는저로서도 질문과 좋은답변이 된 것같네요^^ 제가아는분이 맞는 듯! 맞으시다묜 퐈이팅^^ 엄지 척

2016-05-02 15:45:19

정명주

스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2016-04-30 10:35:32

현광

봄날에 어울리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사람을 알아가는 게 먼저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_()_

2016-04-29 20: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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