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18 5대 종단 조찬 기도회 및 청주 통일이야기 강연


 

오늘 스님은 아침 7시에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 주최한 3.1운동 기념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청주 시민들을 위해 통일이야기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공기가 어느덧 포근하게 달라졌습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주최 3.1운동 기념 조찬기도회가 열리는 경동교회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일꾼들로서 종교인들의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5대 종단의 종교인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교회당 안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80여 명의 청중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경동 교회 

 

지난 2월 29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3.1운동의 정신을 이어 민족의 평화와 화해, 신뢰회복을 위한 종교인 기자회견’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도 함께 다녀왔지만, 스님은 오랜 지인을 만나듯 반갑게 김명혁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 김대선 교무님, 박남수 교령님 등 이웃종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행사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이하 한복협) 회장인 김명혁 목사님의 사회로 아침 7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말씀을 읽고, 전병금 목사님의 말씀에 이어 유관지 목사님(한복협 감사)과 통일연구원의 허문영 박사님(한복협 남북협력위원장)의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어려워진 남북관계를 풀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특별찬양과 특별연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힘차면서도 경건하고, 또 우렁차면서도 감성을 울리는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스님은 찬양과 연주가 끝난 뒤 타종교인으로서는 첫 번째로 연단에 나와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일꾼들로서 불교 신자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요즘같이 대립과 갈등, 분열과 보복이 판치는 이런 사회에서 이렇게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목사님을 비롯한 여러 목회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 화해를 추구한다는 것은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다, 미워하고 보복하고 있다, 서로를 못 믿는다’ 이런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미움으로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워할 수밖에 없는 그 사람들을 우리는 미워하지 않고 감싸안아야 화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래야 평화를 이룰 수 있고 통일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 사회 곳곳을 보면, ‘어떻게 저런 놈을 용서하느냐, 어떻게 저런 사람과 교류하고 지원하느냐, 저런 사람들은 단죄를 하고 보복을 해서 아예 전멸시켜야 한다’는 등의 공격적 언사들이 점점 사회의 중요한 여론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보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우리 종교인들이 자기의 사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부 종교인들을 보면 대립과 갈등을 더 부추기는 그런 행동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립을 완화시키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한 인정인 것 같습니다. 종교가 서로 다를 때 ‘아, 저 사람과 나는 신앙이 다르다’ 라고 하고, 사상이 서로 다를 때는 ‘사상이 서로 다르다’, 신념이 다를 때는 ‘신념이 서로 다르다’, 또 ‘민족이 서로 다르구나’ 등등 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같아야 한다는 기준을 ‘나와 같아야 한다. 네가 변해서 나처럼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대립과 갈등이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서로 다름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옳다는 게 아니라 저들은 우리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 볼 때는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 즉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탕이 될 때, 시각이 다른 사람끼리, 민족이 다른 사람끼리, 이념이 다른 사람끼리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서로 같이 앉아서 대화를 해야 어떤 문제를 풀어갈 수 있으니까요.  

 

대화를 할 때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하지만, 좀 더 우선적으로 양보해야 하는 것은 힘 있는 자, 강한 자입니다. 힘 있는 자가 조금 양보를 하면 세상은 이것을 ‘포용’이라고 합니다. ‘아 저 사람 참 포용력 있다’ 이렇게 좋게 말하죠. 그런데 힘없는 자가 힘에 눌려서 양보를 하게 되면 그것은 굴복했다고 얘기합니다. 굴복은 힘이 없어서 굴복한 것이라서 반드시 나중에 저항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평화가 오는 것일 뿐 온전한 평화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갈등과 분쟁이 잠시 잠복할 뿐입니다. 

 


 

오늘날 한일관계에서 보면 일본이 강자 입장이라고 보면 일본이 조금만 한국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포용을 하면 한일관계가 아주 좋아질 겁니다. 그런데 일본이 절대로 포용을 안 하고 양보를 안 하는 상태에서 우리가 약간 양보해서 문제를 푼다고 하면, 결국 한국 사람들이 저항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남북관계도 남한이 북한보다 국력이 세고, 또 배후에 미국까지 고려한다면 훨씬 힘이 센데, 조금만 북한의 처지를 고려하고 양보해주면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텐데, 꼭 굴복을 시키려고 하니까 저항을 받게 됩니다. 

 

여야 사이에도 여당이 조금 양보를 하면 국민 합의가 쉬울 텐데, 하나도 양보를 안 하고 그대로 하려니까 야당이 굴복하지 않겠다고 저항을 해서 갈등이 끝이 없고, 여당 안에서도 권력을 쥐고 있는 주류가 비주류에게 조금만 양보하면 될 텐데 끝까지 양보를 안 하니까 분열이 생기고, 야당도 큰 세력이 작은 세력한테 조금 양보해주면 되는데 통째로 굴복을 시키려니까 끝까지 저항을 하고, 전체 사회가 이런 식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화해와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하고, 이해가 필요하고, 포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힘이 있으면 양보가 잘 안되는 게 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평화와 통일로 가려면 우선 우리부터 이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도 남북한의 긴장을 국가의 위기라고 하는데, 정말 위기이면 여당 안에서부터 주류가 비쥬류를 포용하고, 대통령이 국회를 포용하고, 여당이 야당을 포용하고 통합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3.1운동 때는 최대 종단인 천도교가 그 세력이 10분의 1도 안 되는 개신교를 포용해서 종교 간의 연대를 이루었듯이 오늘 우리 종교인들도 다시 세력이 큰 개신교가 천도교 등 작은 교단을 포용해서 함께 나라와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이루어간다면 3.1정신을 오늘에 살리는 것이 될 것 같습디다. 

 

김명혁 목사님이 초대해주시고, 강원룡 목사님께서 대화를 주선하시고, 당시 어려웠던 농민들, 노동자들, 여성들 교육을 위해 크리스찬아카데미를 창립하셔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많은 역할을 해준 이 뜻깊은 교회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불교인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또 힘있는 자가 좀 더 양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내면서 화해와 통합으로 나가도록 하자”는 말씀을 다시금 곱씹어 보았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힘 있는 쪽일수록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데, 못한다고 그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스님 말씀에 이어 박남수 교령님과 김대선 교무님, 그리고 박종화 목사님이 차례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종교는 각기 달라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든든하고 감사했습니다. 3.1운동의 정신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때, 서로 다른 종교의 모습일지라도, 혹은 종교가 없을지라도, 한데 마음을 모아 온 정성을 다해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 각자의 소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사는 예정시간보다 30분 늦은 9시에야 끝났는데, 경동교회에서 정성껏 차려주신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스님은 다음 주말에 탑곡수련원에 감자를 심으려고 한다며, 공동체 대중들더러 내려오지 않겠느냐고 가볍게 물어보았습니다. 집에 복사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하시더니, “어제 냇가에서 돌멩이를 주워와 경계석을 세웠는데 한 번 와봐라, 얼마나 깔끔하고 예쁜지 모른다”며 시골로 내려오라고 유혹했습니다. 업무들이 있어서 선뜻 내려가겠다는 말씀을 못 드렸지만, 내려오라는 말씀에 그저 기분이 좋아져서 다들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오전 10시에 평화재단에 도착해서는 곧이어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과 회의를 가졌습니다. 미팅과 회의는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 모두 마쳤습니다. 

 

곧바로 통일이야기 강연이 열리는 청주 CJB미디어센터로 향했습니다. 청주 시내에서 차량이 막혀 지역인사 분들과의 사전 간담회에 20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 청주 CJB미디어센터

 

외교관, 시의원, 기자, 교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분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님은 비록 늦게 도착했지만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 청주 지역 인사들과 사전 간담회

 

이어서 스님이 ‘통일의병’의 활동 취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철저합니다. 어느 나라도 한반도의 통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결국 통일은 우리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체제유지 때문에 핵무장을 하게 되고, 남한은 거기에 대응해서 군비 증강을 할 뿐만 아니라 미·일의 요구에 부흥하다보니 중국과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되고, 작년에는 중국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가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이렇게 해서 지금 중심을 제대로 못잡고 있어요. 

 


 

이 때 우리는 무엇을 국가의 최고 목표로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처럼 지금 남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최고 목표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위상에 맞지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남한 정도라면 첫째, 한반도에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둘째, 이 기회를 활용해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국가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통일정책은 하나 하나가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미·일 군사동맹체제에 한발한발 들어가서 중국과 갈등을 불러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일본과의 군사협력과 사드(THAAD) 배치 두 가지인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도 이 두 가지 사안만은 쉽게 수용하지 않고 버텼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한·일 간의 군사정보교류협정도 체결하고, 사드 배치는 대중국 압박 카드로 사용하다가 도리어 중국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해버려서 우리의 안보문제가 미·중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 되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만 믿고 있기에는 국가의 안위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이런 국가위기상황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각성해서 나라의 주인으로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통일의병’의 설립 취지입니다. 

 


 

이것은 여당, 야당, 진보, 보수의 문제를 뛰어 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벌이든 노동조직이든 정당이든 모두 다 국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생각은 아무도 안 하고 오직 자기 집단의 이익만 챙기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난파선에서 자기들만 혼자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형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일어나서 의병과 같은 자세를 가져주지 않으면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모두들 통일의병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사전 간담회를 짧게 마치고 7시 10분부터 ‘통일이야기’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통일’ 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4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워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먼저 스님은 최근 전쟁 위기에까지 내몰린 남북관계로 인한 시민들의 절망스런 감정을 어루만져 주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남북관계가 꽉 막혀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상식으로 볼 때는 굉장히 나쁜 현상인데,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하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통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발버둥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되지요. 

 

우리가 겨울을 따뜻하게 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러나 봄을 대비해서 겨울에 농사 준비를 잘 해놓으면 막상 봄이 왔을 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정성을 기울여 기도하면서 오히려 지금은 통일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희망이 샘솟는 기분이 듭니다. 청중들은 한층 밝아진 얼굴로 즉문즉설 강연을 경청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손을 들어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질문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특별한 방식으로 해 보자는 주최측의 제안이 있어서 색다르게 해 보았습니다. 질문이 있는 사람들은 쪽지에 자기 이름을 써내었고, 스님이 그 쪽지 중에 아무 거나 하나를 뽑아서 쪽지의 주인에게 마이크를 건넸습니다. 새로운 방식에 모두들 흥미로워하자 스님도 웃으며 쪽지를 한 장 뽑았습니다. 

 


▲ 오늘 새롭게 시도된 질문자 선정 방식 

 

통일 이야기가 길어진다 싶으면 다시 개인 고민이 튀어나와서 재미를 더해주고, 너무 재미 위주로 간다 싶으면 다시 통일 이야기가 나와서 유익함을 더해주어서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강연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지금 박근혜 정부가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물었던 50대 남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통일의 방법에는 무력에 의한 통일, 평화적인 통일, 또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이 있는데, 현 정부는 압박을 통해 북한이 붕괴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과연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이 있을 수 있는지, 또 만약 북한이 붕괴된다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또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스님의 견해는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현 정부의 대북 압박과 북한붕괴에 의한 통일 방안에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통일이 이루진다면 통일 이후에 우리가 지불해야 될 후과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경우의 수가 많지요. 첫째, 우리가 봉쇄에 의해서든 군사 작전에 의해서든, 어쨌든 힘으로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을 붕괴시키는 식으로 통일을 할 수도 있겠지요. 현 정부 정책의 기본은 일단 봉쇄에 의한 붕괴이고, 거기다 필요하다면 군사작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 군이 훈련하는 내용 중에 ‘참수작전’이라는 훈련이 들어있어요. ‘참수’란 목을 벤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북한 지도부를 무인기로 폭격하든 특공대로 폭격하든 잡겠다는 것이거든요. 이건 무력에 의한 붕괴 전략인데 현실적으로 집행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첫째.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실행하기 어렵죠. 북한 지도부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려면 위성탐사기술이 필요하고, 무인기나 특공대로 폭격할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한데, 아직 우리 군이 그런 기술이나 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독자적으로 하는 건 쉽지 않고, 미군의 허락과 협력을 얻어서 해야 되는데, 미국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둘째, 그렇게 공격을 하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은 남북한만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국지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충돌과정에서 북한은 패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핵무기를 쏠 수도 있을 겁니다. 핵무기 기술의 보유 여부는 아직 신뢰하기 어렵지만 그것은 우리가 확인할 수가 없어요.

 

또 북한은 소형잠수함이 많다고 하잖아요. 천안함 사건의 경우, 반잠수정이 우리 해역까지 들어와서 움직이는 배를 두 동강 냈다는 건데, 그게 사실이라면 굉장히 위협적인 일이에요. 우리 나라의 원자력발전소가 다 바닷가에 있는데, 50정이나 되는 잠수정이 내려와서 공격을 하든지 미사일을 쏴서 파괴하면 막을 길이 없습니다. 또 장거리미사일보다 무서운 건 300미리 방사포입니다. 장거리미사일은 곡선을 그리면서 내려오기 때문에 방어를 할 수 있는데, 방사포는 직선으로 때리니까 방어가 어렵거든요. 북한이 전쟁에 이기지는 못할지라도 우리한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무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충돌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얻는 이익이 뭐냐는 겁니다. 충돌이 일어나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조선소,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후에 통일이 된다면, 우리가 전후 폐허를 복구하는 동안 중국은 우리보다 앞서 가버리겠지요. 그럼 우리가 통일은 할지 몰라도 국가의 비전은 없어져 버립니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통일만 하면 된다는 통일지상주의자들이라면 그렇게라도 통일을 해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통일을 하려는 궁극적인 이유가 뭐예요? 경제성장이나 국가안보를 더 확충하고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통일을 하려는 거지, 망하자고 통일을 하려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해서는 얻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힘으로 억압해서 봉쇄를 하면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지 않겠느냐는 건데, 물론 봉쇄를 하면 북한은 굉장히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런데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북한붕괴를 얘기했고, 김정일이 죽었을 때도 북한붕괴를 얘기했고, 김정은이 권력을 잡았을 때도 1년 안에, 3년 안에 북한이 붕괴될 거라고 얘기를 했지만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5년이 넘었다는 건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아주 어렵다는 건 맞지만 붕괴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리고 만약 북한이 붕괴된다면 그건 뭘 의미하느냐 하는 겁니다. 북한이 붕괴된다는 것이 북한이란 국가가 없어지는 것이냐, 김정은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냐 하는 문제이지요. 북한이 어려워서 내부에 불만이 생기면 군부 구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북한이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이 교체될 뿐입니다. 우리도 박정희 정권이 붕괴되고 전두환 정권으로 교체가 되었지 대한민국이 망한 건 아니었잖아요. 또 북한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 정권이 지금 정권보다 더 강경한 정권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그 정권이 존립하기 위해서 개혁 개방을 해야 되겠지요. 그럼 중국이 원하는 정도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하는 친중 정권이 될 거예요. 그러면 북한은 지금처럼 자주적으로 자기 권리를 자기가 결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안보 우산 하에, 중국의 경제적 지원 하에, 중국의 정치적인 후원 하에 있는 정부가 될 거예요. 남한이 뭐든 결정하려면 미국과 의논해야 되듯이 말이에요. 이렇게 됐을 때 남북관계가 좀 개선되고, 북한의 경제성장은 좀 될지 몰라도, 통일이라는 목표로부터는 더 멀어집니다. 그러면 두 개의 국가로 더 오래 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군사력으로 밀어붙이면 중국이 반드시 개입할 겁니다. 우리가 무력으로 북한을 통일하는 것은 중국의 정책에서는 용납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연초에 신문에 북한분할론에 대해 보도한 기사 보셨어요? 이런 중국의 요구를 감안한다면, 황해도와 평안남도는 남한이 관리하고,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함경남도는 중국이 관리하고, 함경북도는 러시아, 강원북도는 미국이 관리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잖아요.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지도 않습니다. 지금 시리아에 대해서도 내전의 끝이 안 나니까 분할론이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북한이 붕괴된다면 지금 이러한 여러 경로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통일의 기대에 아무 것도 부응하지 않아요. 그리고 설령 성공을 해서 우리가 흡수 통일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러면 압록강,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립을 해야 돼요. 그러면 우리가 비록 통일은 했지만 미래의 비전은 없어집니다. 통일을 해서 남북한을 합해 봐야 중국에 비하면 아주 작은 나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남북 간에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면, 첫째, 전쟁의 위험과 손실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둘째, 남북 간에 합의통일을 하면 중국이 개입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합의된 통일이라면 통일한국은 중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양쪽 모두와 선린우호관계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그럼 이것은 동아시아 평화지대와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통일이 통일로만 그치지 않고 시너지효과까지 낸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평화적 통일은 그 통일 과정에서의 손실을 방어하고 통일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 시너지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력통일이나 강제적 흡수통일은 통일 자체도 불확실하고, 위험부담이 많고, 또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통일의 시너지 효과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현정부의 통일정책은 가능성도 낮고, 성공해도 이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청중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통일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고 무지의 소산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이런 평화적인 통일과 백년의 미래는 바로 지금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입니다. 통일은 북한사람을 위해서도 아니고, 우리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북한은 통일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요. 해결한다면 남한만이 할 수가 있어요. 남한이 국가목표를 통일에 두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포용해서 이 문제를 풀 건지는 우리 선택의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통일을 선택하면 우리는 통일된 국가가 된 후에 주변 국가와 연대를 해서 동아시아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백년의 미래를 건설할 건지, 안 그러면 미중 사이의 분쟁에 휘말려가지고 늘 이런 갈등과 불안 속에 살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갈 건지는 우리 선택의 문제예요.

 

그러니 우리 국민들이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영리해져서 우리의 희망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그런 길로 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정치적인 영향력, 즉 투표권을  행사해 줘야 합니다. 우리가 주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건 투표밖에 없잖아요. 지역이 같다고, 사돈의 팔촌이라고, 성이 같다고 투표하지 말고, ‘과연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겠느냐’ 하는 걸 염두에 두고, ‘저 사람은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의 소양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걸 봐서 결정한다면 조금이라도 국가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희망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봅시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늘은 스님의 통일강연을 들으며 가슴 설레이는 희망을 가져보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남북 관계가 전쟁의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위기가 곧 기회임을 다시 되새기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나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언제나 희망을 주고자 온 힘을 기울이는 스님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 하루였습니다. 

 

이 외에도 개인 고민에 대한 질문도 통일에 대한 질문 사이에 하나씩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스님의 위트 있고 명쾌한 답변에 청중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스님과 청중들은 다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열강을 들어서 그런지 늘 익숙한 노래가 오늘따라 가슴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는 청중들

 

한편 강연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로비에서는 ‘청주 통일시민학교’ 참가자 모집이 한창이었습니다. 강연을 듣고 감동을 받은 많은 대중들이 참가 신청을 하며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 통일시민학교 참가신청

 

청주 통일시민학교는 3월 26일(토) 오후 2시~7시에 충청북도 NGO센터에서 열립니다. 통일시민학교를 수료하면 통일의병 임명장을 수여받고 법륜 스님으로부터 의병 번호도 부여 받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통일의병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통일의병 http://www.tongilkorea.kr)

 

개인 고민에 대한 질문은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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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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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감사합니다~~♡♡

2016-04-08 00:27:56

어떠한 질문에도막힘이없이명쾌하게 답변해주시는 실천하는부처님 법륜스님오늘도뵙게되어기쁩니다 ㅡㅎ
마음이란 간사해서 알아차림을반복해보지만 습성때운에 조절이 안되기도합니다. 오늘도 사람이라면누구나 행복해야된다는 스님의힘찬 메세지에 다시한번힘을실어봅니다 항상좋으신말씀 감사드리며 ㅡ즉문즉설 홧 팅!! ♡^♡

2016-03-24 18:35:27

봄선

그 어떤 경우에도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그 나머지는 대부분 주변국이나 남북 기득권 세력의 정권 연장술이 되는 겁니다...차후 정권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평화통일을 전제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_()_...

2016-03-22 1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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