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20 춘천 청춘콘서트

 

오늘 새벽 3시에 두북을 출발해서 7시경에 서울 평화재단에 도착하신 스님은 아침 730분부터 조찬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날 조찬 모임에서는 평화연구원의 전문가모임에서 오랫동안 북한 현실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해온 연구위원들과 함께 최근 정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바로 이어 10시에는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님이 평화재단을 방문했습니다. 김진현 이사장님은 오는 1117,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있을 평화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올해 분단 70, 광복 70년을 맞이해 한쪽에서는 통일이 대박이라며 곧 통일이 올 것처럼 하지만, 실제 우리는 통일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금 이 상태로 통일을 하는 것이 우리도 행복하고 북한 사람들도 행복한 길인지 묻고, 우리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실 예정입니다. 두 분은 반갑게 인사를 한 후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갖가지 문제에 대해 두루두루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12시에는 ‘2015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중 오찬 모임에 참석해 민화협 의장인 홍사덕 상임의장님 등 관계자 분들과 함께 오찬을 하시면서 북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여러 가지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뉴욕에서 온 조병창 회장님과 몇몇 분들은 스님과 오랜 인연이 있는 분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국제한민족포럼 상임대표 이창주 교수님, JTS 박지나 대표님과 함께 러시아 신한촌 유적지 가꾸기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모든 면담 일정을 마친 후 오후 5시에 청춘콘서트가 열리는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청춘콘서트는 저녁 7시부터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렸습니다.

 

 

 

강원대학교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짧은 홍보 기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약 960명 가까이 함께 했습니다.

 

 

  

스님은 여는 말씀 말미에 질문을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조리 있게 하려고 하지 말고, 가볍게 얘기하면 좋겠다” 며 편안한 분위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 시작해보죠.” 라는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중석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저요!!!” 하는 여자 분의 외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무척 적극적인 40대 여자 분이었습니다. 작년 8월에 스님을 알게 된 후 이런저런 정토회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는데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얘기였습니다. 폭식과 허기 등의 문제는 해결했고 성질 더러운 사람을 만나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자신의 상태가 정말 차분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며 제대로 수행을 하고 있는 건지 점검해 주십사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외 우리나라가 현재 젊은이들이 살기에 너무 힘든 사회여서, 통일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통일을 할 수 있을지묻는 남학생의 질문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다는 스무살 여대생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평소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다는 여학생의 질문과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긴장을 하는 편이라서, 열심히 준비를 하는데 한 50-70%밖에 실력 발휘를 못해요. 특히 시험에서 그렇게 되니까 너무 속상한데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그런 순간에 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자기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래요. 여기 있는 사람에게 다 물어봐요. 시험 쳐서 내 실력만큼 나왔다 하는 사람 손 들어봐요. (환호성과 박수)

 

 

 

 

그런 사람 한 명도 없어요. 모든 학생이 다 실수해서 생각보다 못 나왔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 하는 사람은 100중의 1명도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왜 그럴까요? 

 

내가 실력이 100이라면 테스트를 하면 한 70이나 80 정도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못 나오면 한 50 정도 나오고, 잘 나오면 한 90 정도 나오는 게 모든 사람의 평균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 실력이 100이면, 자꾸 140을 기대합니다. 140을 기대하는데 70이 나오니까, 절반밖에 안 나왔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실력이 100인데 120쯤 나왔으면 하는 기대 심리가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 선거나 시장 선거입니다. 선거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볼 때는 저 사람은 도저히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것 같은데 본인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가 춘천고등학교 출신이면 동문이 몇 명이다, 자기가 김해 김씨면 김해 김씨가 몇 명이다, 자기 초등학교 동기가 몇 명이다, 자기 종교가 기독교면 기독교가 몇 명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30-40%가 되는데, 이 사람들만 자기를 찍어주면 당선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춘천고등학교 출신이라고 다 자기를 찍어주는 것이 아니고, 김해 김씨라고 다 자기를 찍어주는 것 아니고, 같은 초등학교 나왔다고, 같은 기독교인이라고 다 자기를 찍어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어쩌면 자기 마누라도 자기를 찍을지 안 찍을지 모르는데 사람은 그렇게 계산을 합니다. (청중 웃음) 

 

 

 

이런 건 다 숫자놀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자기만 억울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 억울해 합니다. 시험에 50%가 표현되면 그게 자기 실력이라는 겁니다. 실력이라는 건 내가 갖고 있는 최대용량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KTX가 최대로 달릴 수 있는 속도가 350km/h인데 항상 350km/h를 달리나요? 아닙니다. 보통 200km/h달립니다. 가다가 속도가 느릴 때도 있고, 빠를 때도 있고, 평균 시속은 170km/h 정도 나옵니다. 그게 자기 속도이지 350km/h가 자기 속도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는 거죠.

 

저도 여러분들에게 얘기할 때 끝나고 나가서 '아, 그 사람에게 요렇게 얘기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게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어요. 여러분들이 싸움하고 나서 집에 가 생각해보면 그 때 그 말을 탁 해줬으면 좋았을 걸하는 그런 것도 비슷한 겁니다.

 

 

 

 

학생들이 논문을 쓸 때 주로 첫 페이지가 안 넘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잘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는 실력이 100이면 아무리 잘 써도 70 정도 나오는데 자기 실력은 100인데 200을 바라니까 쓰긴 써도 써놓고 보면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래서 첫 페이지가 안 넘어가서 끙끙 거리다가 시간 다 가버리는 겁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뒤죽박죽으로 일단 써놓는 겁니다. 페이지가 100쪽이라면 읽어보지 말고 무조건 100장을 채우는 겁니다. 참고 문헌을 뒤지지도 말고, 생각나는 대로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서 수정하고, 근거가 없는 것은 찾아서 근거를 대고, 이렇게 두 번 세 번 고치다 보면, 석 달이면 석 달 안에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못하는 건 잘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욕심이라는 겁니다

 

그것처럼 지금 질문하신 분도 잘 하려고 하는 게 지나칩니다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한다고요? 대충 하세요어떻게 한다고요? 대충 하세요.  (질문자 웃음) 

 

그리고 남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건 피곤한 일입니다. 내가 잘 보이려고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잘 봐 주나요? 아닙니다. 내가 잘 보이고 싶다고 남이 잘 봐 준다는 건 상대를 우습게 아는 거예요. 다 자기들 눈이 있어서 자기가 알아서 봅니다. “날 못 봐주세요해도 잘 보는 사람이 있고, “잘 봐주세요해도 못 보는 사람이 있어요.

 

 

 

 

남이 나를 평가하는 거에 너무 전전긍긍하면 죽을 때까지 노예생활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들에게 생각할 자유와 평가할 자유를 줘야 해요. 그걸 간섭하려고 하면 안 되고 그건 그 사람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평가하고 저렇게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은 저렇게 보는구나이러면 됩니다.

 

기대가 낮으면 만족이 크고, 기대가 크면 불만이 커집니다. 기대를 낮추라고 하는 것은 노력하지 말아라 이런 말이 아니라 기대를 낮출수록 만족도가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냥 생긴 대로 놓아버려요. (청중 웃음

 

 

이번에 시험을 잘 쳐서 90점이 나왔다고 내 실력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50점이 나왔다고 내 실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예요. 실력은 그냥 있는 겁니다.

 

봄이 되면 나날이 기온이 오른다고 하잖아요. 항상 일정하게 오릅디까? 오른다고 하지만 푹 올라갔다가 푹 떨어졌다가 하는데 길게 보면 올라갑니다. 요즘 가을에서 겨울로 가면서 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며칠 전에 추웠다가 요새 또 여름이 다시 온 것 같잖아요. 모든 현상은 오르더라도 지그재그로 오르고, 내리더라도 지그재그로 내립니다. 내가 공부를 안 한다고 성적이 무조건 떨어지고, 공부를 죽어라 한다고 해서 성적이 무조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어떤 때는 턱 놀았는데도 오를 때도 있고, 죽어라 해도 떨어질 때도 있어요. 짧게 보고 평가하면 안 됩니다. 길게 보면서 다만 열심히 공부하면 그만큼 좋아질 확률이 높고, 공부 안 하고 놀면 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질문하는 학생은,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잘 보이고 싶은 것은 의식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무의식에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잘 보이려고 하는 게 무의식에 깔려있기 때문에 항상 떨리고, 그래서 실수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겁니다.

 

아이고 인생 별 것 아니다. 대충 살자.’ 하는 것은 함부로 살아라는 뜻이 아니예요. 잘 보이려고 하거나 잘 하려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가끔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어요?” 이런 질문을 해요. "웃어야 한다"고 하니까 백화점 점원이나 스튜어디스처럼 이것도 노력해서 하려고 하는 거예요. 웃는 것을 거울 보고 연습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죠. 편안하게 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와야 합니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도 쥐어짜듯이 웃기는 것이 많잖아요. 김제동씨는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도 우리는 저절로 웃게 되잖아요. 이렇게 편안하게 웃는 게 좋습니다." (청중 박수)

 

스님의 뒤를 이어 김제동씨가 무대로 나왔습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김제동씨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를 연발하며 연신 감사를 표했습니다김제동씨는 자기 초상권이 없기 때문에 사진은 마음껏 찍으시되, 다만 사진을 찍느라 놓치는 것은 없는지 주의를 환기하며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실제 김제동이 눈 앞에 있는데도 사진 찍고 저장하고 카톡으로 보내느라 김제동의 얘기를 하나도 못 듣게 되지 않나요? 사진 찍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가짜에 속아서 진짜를 못 보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우리가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진짜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놓칠 때가 많은데, 김제동씨의 얘기는 웃음 속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오늘도 역시나 배꼽 빠지게 웃기면서도 잔잔한 여운이 남는 얘기들을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강연 말미에는 청년들이 사는 게 힘든데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사실 무슨 말을 해도 잘 안 와 닿을 거예요. 저도 20대를 거쳐 왔지만, 힘든 것들을 극복해가는 과정, 또 그런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은 괜찮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이 높을수록 올라가는 재미가 있고, 올라가서 느끼는 경치가 더 좋듯이, 지금 과제가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10, 20대가 그 과제들을 해결할 역량을 충분히 비축해두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그것들을 극복해가는 좋은 과정이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과 지금 사이가 안 좋으면 전생에도 안 좋았던 것이고, 지금 사이가 안 좋으면 나중에도 안 좋은 것이 되면, 전생도 안 좋고, 지금도 안 좋고, 내생도 안 좋은 거잖아요. 그러나 지금 어떤 사람과 사이가 좋다면 전생에도 좋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좋을 것이듯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를 좀 더 나은 세계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 과거에 겪었던 모든 일들도 지금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고, 앞으로의 희망으로 엮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전생과 현생과 내생을 모두 함께 좋게 만드는, 불교용어로 삼생의 업을 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통일을 하면 대한민국의 삼생의 업을 멸하고, 한민족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지금 1020대 앞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결심만 하면 우리 어른들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주인공이 되어달라는 것이, 제가 지금 10, 20대 여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입니다

 

청년들의 큰 박수 소리와 함께 오늘 청충콘서트를 마쳤습니다. 

 

 

 

김제동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님은 웃으면서 하루 빨리 제가 은퇴를 해야겠습니다.” 하고 화답했습니다. 그러자 사회자가 “김제동씨가 곧 스님이 되는 것은 아니냐” 며 재치 있게 묻자 김제동씨가 걱정마세요. 제가 천주교 세례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었거든요” 라고 응답해 스님을 비롯한 관객들이 모두 왁자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강연이 모두 끝나자 밤 103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님은 책 사인회를 하고, 서포터즈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한 후 강연장을 떠나는 청년들의 밝은 얼굴을 뒤로 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자정을 넘어 서울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잠들지 않고 남은 일들을 정리하며 그렇게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내일은 아침부터 평화재단에서 조찬이 있을 예정입니다.


* 2015년 한해 동안 전국을 순회하였던 청춘콘서트가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갖습니다. 11월1일(일) 16시 서울 시청광장으로 오시면 김제동과 법륜 스님으로부터 듣는 행복 메시지를 비롯해 청년 인디밴드들의 다채로운 뮤직과 함께 신나는 페스티벌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행복의나라 페스티벌 in 서울광장' : [참가 신청하기]

 


 

* 자세한 사항은 http://청춘콘서트.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 청춘콘서트와는 달리 2030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능합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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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환

잘 들었읍니다.

2015-10-27 09:26:38

현광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기대를 낮추고 마음을 편히 갖겠습니다.

2015-10-25 16:02:28

이규원

좋은법문 행복의나라로 인도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스님과 김제동님 건강하세요.

2015-10-24 2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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