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8.15 청년 동북아 역사기행 7일째, 백암산성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청년 동북아 역사기행 7일째를 맞이하여 백암산성에 올라 고구려의 기상을 느끼고 청년들과 함께 버스 안에서 즉문즉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기상해 버스에 몸을 싣고 동북아 역사기행의 마지막 7일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길림 시내에 위치한 새벽 시장을 찾아갔습니다. 오늘은 길림에서 심양까지 꼬박 7시간을 버스로 달려가야 하는 일정이여서 각자 아침과 점심을 미리 시장에서 구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길림 새벽 시장

 

중국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직접 요리하지 않고 사먹는 경우가 많아서 새벽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합니다. 새벽 5시부터 새벽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활기를 띠었습니다. 콩국, 연두부, 죽, 빵, 튀김, 과일 등 먹을 거리를 주섬 주섬 들고 버스에 올라타 먼 거리를 달릴 채비를 마쳤습니다. 

 

길림에서 심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그동안 역사기행을 하며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스님께 마음껏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들은 지난 6일 동안 하루 종일 스님의 역사 강의를 들으며 방대한 시간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더 알고 싶은 점과 의문이 들었던 점이 많았는지 1호차, 2호차, 3호차 차량별로 연이어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었습니다. 

 


▲ 버스 안 즉문즉설

 

자칫하면 버스 안에서 잠만 자며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스님은 이 시간 조차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시려고 즉문즉설 시간을 마련한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의 질문에 대해 애정을 갖고 정성껏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청년들은 지난 6일 동안의 역사기행 소감을 간단히 말하거나 노래 한자락을 신나게 부른 후 자신의 질문을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반성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는 한 친구는 “위안부 문제를 보면 식민지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은데, 일본과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하기 위해서 한국 국민들은 어떤 시각을 가지면 좋을지요?” 라고 질문했고, 어떤 친구는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 시대에는 자기 정체성을 갖기 위한 민족적인 역사관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스님과 같이 역사기행을 하면서 민족적 열등의식에 대해 집단적인 심리 치료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한 친구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 사회 변화에 대한 동참이 망설여집니다” 라고 자신의 고민을 말했습니다. 또 한 친구는 “통일 이전에 대한민국은 남남 갈등이 심각한데 갈등의 해결 방법과 통일을 위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고, 스님이 항일무장투쟁에서 희생된 민간인들과 일본 군인들까지 헤아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 친구는 “통일을 위해서 정부는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또 어떤 친구는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로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통일에 대해 지지해 줄지 걱정이 됩니다.”라고 질문했고, “통일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어떤 직업이 전망이 있어질까요?” 라고 묻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또, “개인적인 문제이든 사회적인 문제이든 객관화해서 바라보려면 어떤 연습을 해야 하나요?”, “스님은 어떤 대선 후보를 지지하시는지요?”,  “일본 천황이 백제의 후예라고 알고 있는데 일본을 답사하는 기행을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중성화 시키는 것이 좋을지 고민입니다”, “안중근은 나라의 영웅이였지만 가족에게는 큰 고통이였다는 말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훌륭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며 그런 지도자를 알아보려면 어떤 안목을 가져야 하는지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각각의 스님의 답변이 모두 궁금하실테지만 그 중에서 많은 감동을 주었던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정이 빡빡해서 피곤했지만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 보람있었다는 한 친구가 스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통일의 모습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솔직히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 입장에서는 돈 많다고 잘난체 하는 남한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느낄 것이고, 남한 주민 입장에서는 북한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세금을 많이 내야 해서 힘들어진다고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통일 이전에 미리 투자를 해서 북한과 남한의 수준과 차이를 일정 수준까지 맞추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스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통일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 송수신기로 스님께 질문하는 청년

 

“통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 안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젊은 사람들은 ‘굳이 할 필요가 있겠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은 너무 좁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 주변의 정세가 바뀌어 나가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성립되고 또 우리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이런 모든 상황들을 감안할 때 통일로 가지 않고는 지속적 성장도 어렵고,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기도 어렵고, 평화를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분단된 상태로도 안보를 지키고, 경제 성장도 이루었고, 민주화도 이루었으니 앞으로도 분단된 상태에서 안보가 지켜지고, 경제도 계속 성장하고, 민주주의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통일을 꼭 해야하나’ 하고 마음 속에서 망설임이 생겨나는 것이겠죠.  

 

지금까지와 앞으로가 같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은 둔화될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정체 국면에서 후퇴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미중의 패권 경쟁이 강화되면 될수록 우리의 입지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고 좁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체제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서 미국에 대한 예속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본에 대한 예속까지도 조금씩 조금씩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 문제에 있어서도 미·중 두 개의 판이 충돌할 때 그 충돌판이 남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100년 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판이 그런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100년 전에는 잘못 대응해서 실패를 했다면 굳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를 교훈 삼아서 우리가 잘 대응한다면 이미 짜여진 판에서 일방적으로 규정 받는 것이 아니라 판이 짜여오는 속에서 우리의 이익과 안전, 평화를 관철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통일은 우리의 지속적인 성장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고, 이 판에서 자주성을 확보할 수도 있고, 지속적 평화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통일 없이는 이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통일을 하면 오히려 손해가 생기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북한은 지하 자원이 많습니다. 무역 규제만 안 받으면 지하 자원만 팔아도 북한은 경제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원자재 값이 좀 떨어지기는 해도 적게 잡아도 1조, 많이 잡으면 8조 달러 가치의 지하 자원이 있습니다. 특히 희토류 등 희귀 금속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북한이 갖고 있는 노동력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필리핀에 비해 굉장히 우수합니다. 현재 임금도 훨씬 더 쌉니다. 이것은 단순히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이지만, 그러나 그 사람들이 값싼 노동력이다 하는 측면에서는 굉장한 자산입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규제가 풀려서 해외에 나가서 1인당 한달에 500불만 벌어 들여도 북한 경제는 굉장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개성공단에서 1인당 57불 주면서 남북이 서로 갈등하고 그러잖아요. 수당까지 다 합해도 임금이 150불이 채 안 되는데 이것은 임금 착취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에 그런 임금은 없습니다. 현재 도문시에 있는 조중 공단에 북한 노동자들이 3천명 와서 일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지급되는 임금도 250불에서 300불이 안 됩니다. 중국에서는 최저 임금에 해당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그 돈 받고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일하는 것이죠. 

 


▲ 스님의 답변을 송수신기로 듣고 있는 청년들

 

북한 주민들의 노동력을 소비의 관점에서 볼 거냐, 생산적 관점에서 볼 거냐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 사회의 여러 산업을 재건시키는 것을 투자로 볼 것이냐, 소비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와도 같습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나라에 와서 철도도 놓고 도로도 닦았는데 그것은 한국 사람을 위해서 해준 것이냐,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 했느냐 하는 문제죠. 남의 나라 땅도 뺏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건설을 하잖아요. 하물며 북한은 앞으로 돌려줘야 할 남의 나라가 아니고 앞으로 영원히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나라 땅인데 거기에 재건설하는 것이 왜 낭비가 됩니까? 그것은 투자이지요. 그래서 통일을 위해 북한을 개발하는 것은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지 소비의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투자는 돈이 모자라면 외자 유치를 하면 돼요. 북한 개발을 한다고 하면 해외에서 투자하겠다는 곳이 무궁무진할 거예요. 왜냐하면 돈은 있는데 투자처를 못 찾아서 특정한 곳에 돈이 몰리면서 지금 금융 위기가 오고 하잖아요. 안전된 투자처를 제공하면 투자자는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 문제를 새로 봐야 합니다. 

 

통일은 내일 휴전선 싹 허물어 버리고 두 나라를 당장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그렇게 하면 혼란이 엄청나게 가중됩니다. 우리가 통일을 하자고 아무리 방침을 정하고, 설령 통일 지향적 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완전히 하나가 되는 통일은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러니 하나가 다 되어야 통일이 아니라 그런 입장이 딱 정해지면 그게 바로 통일인 것입니다. 모든 투자가 통일 지향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그것은 이미 통일된 사회입니다. 

 

나무도 심으면 금방 자라는 것이 아니잖아요. 현재 남북한 간에 갈등이 있는 이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일단 북한에 나무부터 심는 겁니다. 나무는 앞으로 30년 자라야 하니까요. 현재 북한에 나무 한그루 심는 데는 100원이면 되는데, 통일된 뒤에 나무를 심으려면 5000원으로도 못 심습니다. 나무 값 뿐만 아니라 인건비가 엄청나게 오르기 때문이죠. 지금 북한 주민들이 하루 종일 뙈기밭에서 일해 봐야 1000원의 생산량도 못 만들어내는데, 뙈기밭 하지 말고 여기 와서 나무를 심으면 쌀 1kg을 주겠다든지, 밀가를 2kg을 주겠다고 하면 전부 나무 심으러 올 겁니다. 그러면 하루에 2000원만 갖고도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거예요. 

 

통일 지향적이 되면 투자도 달라집니다. 철도도 러시아와 중국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모두 개선을 해야 되는데, 통일된 후에 이 일을 하려면 너무 늦습니다. 이런 식으로 도로도 닦고, 하천 재방도 쌓고, 전기도 넣어서 주민 생활도 개선하고, 산업 시설도 돌리고, 이를 위해 남한의 중소기업이 여기저기 공단을 만들어서 북한으로 들어가 생산을 해낼 수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와서도 일을 하는데 북한 안에 공단을 만들어서 전기는 우리가 지원해 주면서 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어요? 

 


 

이렇게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 곧 통일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 나가는 것이죠. 그러면 북한에서도 우선 100불, 200불 짜리 일자리라도 늘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거기에서 생산한 물건들이 가치가 있다면 노동 인건비도 올려줘야 하겠죠. 처음에는 필리핀이나 베트남 수준에서 시작하고, 다음에는 중국 수준으로 올려주고, 이렇게 조금씩 향상시켜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 남북 간의 교류와 방문도 자유로워져야 하겠죠. 또 기업인들의 북한 투자에 대한 보장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부동산을 무작위로 매매하게 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또 개발의 이익이 남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어야 합니다. 

 

흡수 통일처럼 그냥 합치게 되면 북한은 2등 국민이 되고 개발의 이익이 남한의 자본가들에게 다 돌아가게 되겠죠. 그러면 북한 사람들도 남한 수준의 최저 임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니까 사회적 부담도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그러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니까 남한 사람들의 불만이 늘어납니다. 왜냐하면 남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통일에 대한 이익이 없고, 그 이익을 재벌기업이 다 가져가니까요. 그런데 하나의 나라가 갑자기 되면 북한 사람에게도 남한 수준의 사회 보장 제도를 해야 되잖아요. 그럴려면 세금이 두 배로 뛰어야 되고 사람들의 불만도 가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흡수 통일은 일어나기도 어렵지만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어느 정도 개발을 한 뒤에 통일을 해야 된다고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것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꾸준히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면 됩니다. 북한 주민들이 투표에 의해서 합하자고 결정이 되면 부담이 좀 되더라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가야 하고요. 반면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가면 됩니다.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되고, 통일을 선택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 권리를 주어야 해요. 북한이 통일하자고 하면 하고, 지금 이대로 당분간 가자고 하면 그렇게 해주는, 그러나 상호 협력 체제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 남한의 입장에서도 지방자치제를 강화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남한이 5도, 북한이 3도라면 남북한이 8도 연방이 되도록 해서 북한이 남한에 예속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제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이 자신들이 선택하는 체제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한의 경상도처럼 신자유주의적 시장 질서가 좀 강한 곳도 있고, 북한의 평양이나 평안도처럼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곳도 있죠. 한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다양할 수 있습니다. 도 마다 집권 세력이 다르고요. 그러면서 연방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서로 경쟁을 하게 되겠죠. 사회주의를 더 지지하면 어떤 지방 정부는 거기에 맞게끔 추진해 나가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열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주민들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지방의 결정권을 자기 지방이 갖도록 권리를 돌려주는 것을 분권이라고 합니다. 권리를 먼저 주고 발전의 속도가 낙후한 곳을 지원해서 균형을 잡아가는 방식이 되어야 하겠죠. 그래서 권리를 주는 것과 동시에 경제적인 발전의 격차를 줄여주는 지방 발전 계획도 함께 수립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통일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교, 안보, 국방은 중앙 정부가 해야 하지만, 나머지는 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끔 시간을 좀 더 가지면서 풀어나가면 됩니다. 

 

통일은 단순히 남북이 하나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제2건국입니다. 그래서 많은 정치 시스템, 경제 시스템 등이 재구성 되어야 합니다. 분단 국가는 불안정한 정부이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통일 코리아를 건국하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통일은 제2건국 운동이라는 말에 버스 안의 청년들도 큰 박수로 공감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주고 받으며 미진했던 부분들은 점점 사라져갔고, 그럴수록 역사적 자부심이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즐겁고 명쾌한 즉문즉설을 들으며 7시간을 달려 낮 12시 30분 무렵 이번 역사기행의 마지막 코스인 백암산성에 도착했습니다. 

 


▲ 백암산성으로 올라가는 길

 

스님은 청년 130여명을 이끌고 맨 앞에 서서 백암산성의 남문에서 시작해 웅장하게 쌓여진 서쪽 성벽 위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성벽을 오르느라 송수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 사이로 스님은 백암산성의 구석 구석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고구려는 수도인 본거지는 깊은 산 속에 숨겨 놓았습니다. 졸본성이든 국내성이든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보았죠. 깊은 산 속에 딱 숨어 있다가 광할한 만주벌에 나와서 대륙을 경영했습니다. 그래서 바깥에 드러난 부분에 크게 성을 쌓은 것이 요동성입니다. 즉 요동성을 중심으로 해서 대륙을 경영했던 것이죠. 미국 같으면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실제로 큰 도시는 뉴욕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요동성이 훨씬 컸습니다. 

 


▲ 백암산성

 

요동성을 대륙에 딱 배치해 놓고, 그러다가 만약 위기에 처하면 요동성은 포기하더라도 자신들의 본거지는 유지를 해야 하니까 치고 빠졌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산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추격해 오면 산 속에서 공격을 해서 적을 막아 내었습니다. 그래서 적이 도망가면 다시 뒤따라가서 공격을 했습니다. 이렇게 산 속에 수도를 정한 것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고, 대륙에서 요동성을 경영했던 것은 고조선의 옛 영토를 확보하기 위함이였습니다. 

 

이 요동성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안시성이 있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건안성이 있고, 지금의 요동 받도 끝인 대련에 비사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개모성, 신성, 저 위쪽으로 부여성까지 있었고, 나중에 당나라의 침공을 막기 위해 그 사이 사이를 연결했는데 그것을 천리장성이라고 합니다. 고구려는 천리장성을 쌓기 위해 엄청난 국력을 소모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도탄에 빠지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백암산성은 만주벌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였던 요동성을 보호하는 산성입니다. 환도산성이 국내성을 보호하는 산성이듯이 요동성을 보호하는 산성이 백암산성입니다. 요동성에서 도저히 못 견디면 백암산성으로 도망올 수도 있고, 적의 공격을 여기서 막아내는 역할도 한 곳입니다. 왕이 있는 성을 보호하는 산성이 아니고 대륙을 경영하기 위한 고구려의 제2도시 요동성을 보호했던 산성입니다. 

 

산을 보면 동모산과 비슷합니다. 환도산성처럼 험준한 것도 아니고, 홀본산성처럼 웅장한 것도 아니고, 그냥 들판에 있는 언덕 같은 산에 쌓은 산성입니다. 그런데 꼭대기에 있는 망대에 올라가면 사면이 훤히 보입니다. 특히 적이 쳐들어오는 서쪽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동쪽에는 태자하가 흘러서 자연 해자가 이루어져 있고, 남쪽은 절벽으로 되어 있고, 산성 안에는 샘물이 있어서 아주 천연의 요새입니다. 

 


 

547년에 돌궐족 부대가 1만명이 공격했는데 결국 함락시키지 못하고 돌아갔다 할만큼 견고한 성이였습니다. 또 당태종이 침입했을 때 요동성이 함락되었는데, 요동성이 함락이 되자 이 성의 성주가 항복을 해버렸다고 해요. 아무리 성이 견고해도 그 성을 지키는 사람이 나약하면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런 기록이 남아있는 성입니다.”

 

고구려의 웅장함이 많이 이야기 되었지만 실제로 환도산성과 국내성은 대부분 허물어져 있었던 반면 이곳 백암산성은 지금 봐도 ‘우와, 잘 쌓았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남쪽 성벽을 통과한 전체 대중은 먼저 서쪽 성벽 위를 걸으며 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그 웅장함을 느껴보았습니다. 이어서 다시 성벽 아래로 내려가 성벽 위를 쳐다보며 다시 그 웅장함을 느껴보았습니다. 

 

아랫 기단은 피라미드처럼 탄탄하게 계단식으로 받추고 있고, 그 위로는 적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수직으로 우뚝 솟아있는 모습은 고구려의 기개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적을 공격하기 위해 50~60미터 간격으로 설치한 ‘치’는 성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 안에도 있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스님은 “아마도 적을 공격하기 위해 물자를 비축하는 등 방어 면적을 더 확보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성 밖에 2~3미터 떨어진 지점에 작은 성벽을 더 쌓은 덧성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얼마나 정교하게 적의 공격에 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체 대중은 높고 튼튼한 서쪽 성벽을 지나 이제 북쪽 성벽 위를 걸었습니다. 

 


 

북쪽 성벽 끝에는 깍아지른 절벽과 맞닿아 있었고, 그 아래로 태자하가 유유히 흐르는 모습과 광활한 벌판이 시야에 펼쳐졌습니다. ‘과연 천연의 요새이구나’ 하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내성 안으로 들어와 망대에 오른 스님은 사방이 훤히 보이는 풍경을 가르키며 이곳 저곳을 짚어가며 당시에 백암산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망대까지 오르느라 흘린 땀방울이 만주벌판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맞닿으며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바위를 파서 만든 샘터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여유있게 가지며 고구려인들의 숨결을 깊이 느껴보고 싶었으나 내일이 정토회 천일결사 백일기도 입재식이기 때문에 스님께서 오후에 심양공항으로 바로 이동하셔야 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종종 걸음으로 백암산성을 내려왔습니다. 

 

아래 마을에서 수박을 깨어 먹으며 땀을 식힌 후 곧바로 버스를 타고 심양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내리기 전 스님은 동북아 청년 역사기행팀을 향해 “마지막 마무리 잘 하고 오세요. 저는 먼저 갈게요” 라고 인사한 후 공항 출국심사대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 35분에 심양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저녁 7시 45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정토회관에 도착해 짐을 푼 스님은 늦게까지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시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제8차 천일결사 제6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지난 백일을 돌아보고 새로운 백일을 맞이하는 스님의 법문과 정토행자들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담아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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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지금까지와 앞으로가 같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은 둔화될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정체 국면에서 후퇴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미중의 패권 경쟁이 강화되면 될수록 우리의 입지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고 좁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체제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서 미국에 대한 예속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본에 대한 예속까지도 조금씩 조금씩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 문제에 있어서도 미·중 두 개의 판이 충돌할 때 그 충돌판이 남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100년 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판이 그런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br />그러나 우리가 100년 전에는 잘못 대응해서 실패를 했다면 굳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잖아요&gt;<br />&lt;..북한은 지하 자원이 많습니다. 무역 규제만 안 받으면 지하 자원만 팔아도 북한은 경제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원자재 값이 좀 떨어지기는 해도 적게 잡아도 1조, 많이 잡으면 8조 달러 가치의 지하 자원이 있습니다. 특히 희토류 등 희귀 금속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gt;<br />&lt;통일은 내일 휴전선 싹 허물어 버리고 두 나라를 당장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그렇게 하면 혼란이 엄청나게 가중됩니다.&gt;<br />&lt;이렇게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 곧 통일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 나가는 것이죠.&gt;<br />&lt;그러니 하나가 다 되어야 통일이 아니라 그런 입장이 딱 정해지면 그게 바로 통일인 것입니다. 모든 투자가 통일 지향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그것은 이미 통일된 사회입니다.&gt;<br />&lt;북한 주민들의 노동력을 소비의 관점에서 볼 거냐, 생산적 관점에서 볼 거냐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 사회의 여러 산업을 재건시키는 것을 투자로 볼 것이냐, 소비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와도 같습니다. &gt;<br />&lt;흡수 통일처럼 그냥 합치게 되면 북한은 2등 국민이 되고 개발의 이익이 남한의 자본가들에게 다 돌아가게 되겠죠&gt;<br />&lt;지금 남한의 입장에서도 지방자치제를 강화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남한이 5도, 북한이 3도라면 남북한이 8도 연방이 되도록 해서 북한이 남한에 예속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제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이 자신들이 선택하는 체제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한의 경상도처럼 신자유주의적 시장 질서가 좀 강한 곳도 있고, 북한의 평양이나 평안도처럼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곳도 있죠. 한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다양할 수 있습니다&gt;

2015-08-27 00:31:38

방경임

감사합니다.

2015-08-18 19:05:41

이학립

고구려 땅을 찾아서 반환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2015-08-18 10: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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