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7.5 (오후) 통일의병 부산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 스님은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일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청년들을 위한 청춘콘서트에 출연해 김제동씨와 함께 행복 강연을 했습니다. 먼저 부산에서 열린 통일 즉문즉설 강연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어제밤 대전 정토법당에서 주무신 스님은 오늘 새벽 4시 30분에 새벽 예불을 하러 온 대전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했습니다. 

 


▲ 대전 정토법당

 

기도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왜 매일 정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짧은 법문을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몸둥이를 위해서는 아침에 한끼 먹여주고, 점심에 한끼 먹여주고, 저녁에 한끼 먹여주고, 이렇게 하루 세 번 정기적으로 먹여주잖아요. 그것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밥 먹여주듯이 늘 가다듬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을 바르게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몸둥이는 굉장히 신경써서 가꾸면서 정작 행복의 주체인 마음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죠. 팽개치거나 함부로 합니다. 

 


 

현대인들은 옛날로 치면 왕 같이 먹고 사는데 마음은 옛날의 하인들보다도 더 괴롭게 삽니다. 그것은 자기가 자기를 잘 보살피지 않아서 그래요. 아침에 눈 딱 뜨자마자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 하루도 경계에 휩슬리지 않고 바르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바르다는 것은 착하다는 뜻이 아니예요. 우리는 늘 바깥 경계에 휘둘리잖아요. 누가 화내면 따라 화내고, 누가 욕하면 따라 욕하고, 이렇게 가을 바람에 휘날리는 낙옆처럼 늘 남의 힘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계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 사람이 화내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고, 그 사람이 짜증내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고, 그 사람이 게으른 것은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싫어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니까 그 사람의 문제에 내가 간섭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내가 정한 원칙대로 살아가면 됩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에 정진을 하면 주변에 덜 휘둘리게 됩니다. 휘둘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중심을 잡게 됩니다. 100일 기도를 하기로 했는데 3일 만에 그만둔다면 무엇이든 늘 꾸준히 못하는 사람이예요. 자기가 언제쯤 그만두고 싶어지는지를 관찰해 보세요. 100일을 하기로 했는데 30일만 하고 그만두면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고나서 열심히 하다가 그만두는 습성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사귀어도 그렇고, 사업을 해도 그렇고, 직장을 다녀도 그렇습니다. 70일쯤 가서 그만두는 습성이 있으면 나는 마무리를 잘 못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장에 그만두는 습성이 있으면 일단은 죽기살기로 한달을 넘기는 연습을 해야 되고, 한달 만에 그만두는 습성이 있으면 항상 시작만 해놓고 계속 못하는 습성이 있으니까 중간을 넘어가는 연습을 해야 되고, 3분의2 사이에 늘 그만두는 습성이 있으면 마무리를 못하는 습성이 있으니까 끝까지 해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습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늘 반복이 됩니다. 

 

사람을 사귀든,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기도를 하든, 일을 하든, 가만히 자기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습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 습성을 찾아서 반드시 극복해야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매일 꾸준히 해 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를 한다고 갑자기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예요. 이렇게 함으로 해서 자신의 습성을 알고, 자기가 그것을 극복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 해서 자기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정진하세요.”

 

정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그럼으로 인해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에게는 오늘이 100일 기도 중 70일째였는데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아침 6시에 대전을 출발한 스님은 9시 30분에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스승님이신 불심 도문 큰스님이 기거하고 있는 중생사를 찾아 큰스님에게 인사를 올렸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용성 조사님의 유훈 10사목을 대를 이어 계속 실현해 나갈 것을 신신 당부하셨습니다.  

 


▲ 스승님인 도문 큰스님께 인사를 올리는 법류 스님과 유수 스님

 

큰스님께서 차려준 점심 공양을 감사히 먹은 후 오후 1시에는 통일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부산일보사 대강당에 도착했습니다. 강연을 하기에 앞서 찾아온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1시에는 백승완 양산 부산대병원 병원장과 노보살님이 찾아와 사하구에 있는 건물을 기증하면서 그 기금으로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도와달라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내어 준 노보살님에게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신나는 음악 소리와 함께 통일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부산일보사 대강당은 행사 전부터 자리를 빼곡이 메운 부산 시민들로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 통일 즉문즉설 강연이 열린 부산일보사 대강당

 

통일을 향한 지난 20여년간의 스님의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온 후 사회자의 힘찬 소개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먼저 통일의 꿈나무인 어린이 한명이 나와서 스님에게 꽃다발을 전했습니다. 청중들도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습니다. 

 


 

먼저 스님은 “그동안 개인적인 인생의 고뇌를 가지고 즉문즉설을 해왔는데 오늘은 주최 단체가 통일의병이기 때문에 가능한 통일 문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강연을 주관한 통일의병 모임에 대해 소개하면서 “의병은 제대가 없습니다. 제대가 있다면 딱 한가지 경우입니다. 통일이 되면 제대를 시켜줍니다. 제대를 하고 싶으면 통일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라며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의병인 다물군부터 시작해서 나라가 어려운 시기 때마다 역사적으로 존재했었던 의병들에 대해 설명한 후 지금 우리에게 놓여진 과제와 그에 따라 왜 의병이 다시 필요한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분단이 된지 올해로 70년입니다. 헌법 전문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목표가 통일을 달성하는 것과 민주 개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욱 확장시키고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헌법 정신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한반도를 평화롭고 통일지향적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 고조되도록 하고, 남북 간의 갈등을 심화되도록 해서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도록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국가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지금 통일이 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통일을 해야 한다고 북한 가서도 얘기하고, 미국 가서도 얘기하고, 일본 가서도 얘기하고, 한국 정부에도 얘기하면서 지난 20년을 쫓아 다녀봤는데 핵심 키는 한국 정부입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지금 별로 의지가 없으니까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해결 방법은 국민이 주인이니까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정부는 다음에 교체를 하면 됩니다. 교체하는 것은 국민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입니다. 분단 고착화는 우리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가져옵니다. 정부가 평화와 통일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지 않으면 국민이 다음 정부는 정말로 통일 지향적인 정부로 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총선이나 대선은 국민이 뽑는 것이니까 국민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왜 자기들끼리 저렇게 싸우고 있을까요?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묻지마 당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투표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없어요. 찍으면 뭐해요? 이미 결정이 나 있는데요.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겠어요?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겠어요?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게 되지요.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과 전라도 사람들은 투표권이 없는 것과 같아요. 지금 서로 싸우는 이유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예요. 자기들 공천권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정부나 정치인들이 잘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면 되잖아요. 그러나 지금 보시듯이 대통령님도 제대로 할 가능성이 없고, 여당과 야당도 내년 총선의 공천권 때문에 싸우기 바쁘고요. 그러니 지금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으니 나라를 구하는 것은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합니다. 단, 이런 기회를 활용해서 권력을 잡아야겠다는 반군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의로운 생각을 가지고 의병으로써 참여해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투표를 해서 바꾸면 됩니다.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은 총 들고 싸우다가 지면 죽었고,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들은 돌멩이 들고 싸우다가 잡히면 감옥에 갔는데, 지금 시대에 통일운동 하는 사람은 손가락 들고 싸우면 됩니다. 투표용지에 도장만 잘 찍으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 그런데 이 쉬운 행동을 안 한다는 것이 문제죠. 

 

여러분들이 만약 지금 스님의 얘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통일해서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고, 발해 멸망 이후에 천년 만에 처음으로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자는 데에 동의한다면, 앞으로 통일 배지를 나눠드릴테니 하나씩 가슴에 다는 겁니다. 통일 배지를 다는 사람이 100만명, 200만명, 300만명이 된다면 정치권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SNS에서 ‘통일의병은 모여라’ 하고 올리니까 순신간에 3만명이 모였다고 한다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와서 굽신 거리겠죠? 그러니 우리가 정치인들의 똘마니 노릇을 하지 말고 우리가 이런 힘을 보여 주어야합니다. 그러면 야당도 여당도 새롭게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저는 통일 정책을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오히려 우리들에게 통일 정책을 만들어 가져오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어느 정당, 누구를 지지한다고 미리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이 우리니까요. 우리에게 제일 잘 보이는 사람을 찍어주면 됩니다. 누가 주인인지 확실하게 알도록 해서 일을 시켜야 합니다. (청중들 박수) 

 


 

이런 운동을 한번 해보기 위해서 통일의병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통일의병 신청서를 쓰면 적어도 몇월 몇일에 모여라 하면 무조건 와야 됩니다. 회비를 내라고 하면 내야 합니다. 우리는 재벌의 돈을 절대 받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힘으로, 자원봉사로 참여해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 운동은 남을 욕하고 비판하는 네거티브 운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길에 동참한다면 누구든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의병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새로운 운동을 한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습니다. 천년 만에 우리의 꿈을 실현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갖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니까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부산 서면에 통일의병 3만명이 모여서 통일 한국을 염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조만간 꼭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렇게 모두 발언을 한 후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흡수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왜 그런지, 북한의 수뇌부가 신분 위협에도 불구하고 과연 통일에 동참하려고 할지, 통일의병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맛서 싸워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통일 방식은 어떠한 것이여야 하는지 묻는 한 남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해방 이후에 70년이 흘렀고 통일 이야기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통일이 안 되고 있죠. 남북한 양쪽 기득권이 분단을 권력 유지에 이용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민들의 의식이 부족해서 시민주도적으로 통일운동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력으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독일 방식으로 흡수통일을 하면 경제적인 타격이 너무 심합니다. 과연 시민이 주도하는 통일운동이 가능할까요? 스님이 생각하는 통일 방식은 무엇인지요?”

 

이에 대해 스님은 독일의 통일 방식과 우리 역사 속에서 신라와 가야의 통합 방식을 비유로 들며 한반도의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 명쾌한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먼저 독일의 통일 과정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독일이 흡수통일 했다고 하면 안 돼요. 독일은 흡수통일이 아니예요. 통일을 할 수 있도록 기초는 서독이 닦았는데 통일을 하자는 결정은 동독이 했어요. 그것은 흡수통일이 아니지요. 동독 주민이 통일하자고 해서 통일을 한 것이니까요. 동독 안에서 투표를 했는데 ‘즉각 통일하자’, ‘점차적으로 통일하자’ 두 가지 방안 중에서 투표를 했더니 즉각 통일하자는 방안이 이겨버린 겁니다. 그래서 갑자기 통일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동독이 그런 결정을 하도록 수십년간 서독이 그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퍼주기라고 해도 우리보다 백배 천배 더 퍼주었고, 정치범은 돈을 주고 사서 빼오고, 종교를 통해서 엄청나게 지원을 하고, 동독이 온갖 못된 짓을 했지만 서독은 우리처럼 그것을 다 문제 삼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동독의 배후에 있는 러시아에 엄청난 돈을 줘서 소련군을 철군시키고, 동독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해서 서독과 통합하려고 할 때 소련이 방해를 하지 않도록 소련이 어려울 때 경제적인 지원을 했습니다. 통일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서독이 한 것은 맞아요. 그러나 갑자기 통일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동독 주민들에게는 두 가지 상황이 있었어요. 하나는 통일하면 잘 산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잘 산다는 기준은 ‘통일하면 우리도 자가용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통일하면 우리도 유럽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유럽연합이 결성되어서 서독은 자유롭게 유럽을 왕래했는데 동독은 아직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베를린 장벽을 부수고 서독으로 물 밀듯이 밀려온 겁니다. 

 

총을 들고 넘어오면 총으로 막으면 되는데, 숟가락 들고 넘어오면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수십만명이 넘어오는데 총으로 쏴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동독 주민들이 다 넘어오면 엄청난 사회 혼란이 생기니까 서독 정부는 ‘거기 있어라’고 당부하면서 동독 돈의 가치를 2배로 올려 바꾸어 주었습니다. 동독 주민들이 가진 돈을 한꺼번에 2배로 올려 바꿔주었으니까 서독 입장에서는 엄청난 재정 부담이 되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으로 넘어와서 주택 새로 짓고, 상하수도 시설 새로 놓고, 복지 시설 갖추는 것보다는 그렇게 한 것이 훨씬 돈이 적게 든 것입니다. 서독 사회의 혼란을 막으려면 그 방법이 훨씬 나았던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든 것이죠. 

 

그리고 돈을 최대 5천 마르크씩만 바꿔주었는데, 동독의 간부들은 5천 마르크보다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 5천 마르크 이상은 다 패기했을까요? 비공식적으로 다 바꾸었을까요? 비공식적으로 다 바꾸었는데, 그것을 서독 정부가 눈감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동독의 간부들이 통일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이익을 주니까 부작용 없이 그냥 넘어가게 된 겁니다. 만약 우리였다면 눈 감아주지 않고 색출해서 엄벌을 내렸겠죠. 그러니 통일을 하려면 여유가 있는 쪽에서 조금 포용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는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민이 주도하는 통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은 정부가 해야 됩니다. 시민이 어떻게 통일을 해요? 대신 시민의 의사를 잘 반영해주는 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서독은 통일 전에 이미 공산당의 활동을 허용했습니다. 그러니 통일을 해도 동독은 자신들의 당을 만들어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독은 연방국가였습니다. 그래서 동독이 서독에 들어온 것이 아니고 동독의 지방 연방 몇 개가 독일 연방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우리도 남한 안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 전라도, 충청도, 경북, 경남, 경기, 서울 이렇게 6개의 연방 공화국으로 만든다면 통일 이후에는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가 각각 지방 자치를 해서 그 연방 안으로 들어오면 됩니다. 또 우리도 통일 이전에 사회주의 정당 활동을 허용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이 되어도 북한 지도부가 신분에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총을 들고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밥숫가락을 들고 넘어온다면 어떡하겠느냐는 말에 무엇이 진정으로 손해를 덜 보는 정책인지가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서독이 통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포용 정책을 폈는지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남한이 얼마나 생색만 내고 부족한 정책을 폈는지 대비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지금 시대에서는 독일 통일의 과정에서 배울 점이 있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며 신라와 가야의 통합 과정을 들려 주었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살펴보면 신라와 가야의 합의 통일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신라는 불교 금지 국가였어요. 가야는 불교 국가였고요. 그런데 신라는 가야와 통합을 하기 전에 불교를 공인했습니다. 당시 신라 안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이차돈이 불교 공인을 주장해서 국가보안법으로 처형을 당하니까 국민들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서 정권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불교가 공인이 되었습니다. 가야를 포용하기 위해서 150년 동안 금지하던 불교를 신라는 공인한 것입니다. 

 


 

둘째, 가야의 왕족을 신라의 왕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요즘에 빗대면 북한군의 사단장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통일 한국군의 사단장으로 임명한 것입니다. 만약 전쟁을 해서 이겼다면 다 처벌을 했겠지요. 그러나 지금 가야 땅에 가면 가야 왕의 무덤이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가야의 왕은 신라 왕의 공주와 결혼을 해서 사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대로 가야의 첫 번째 장손은 신라 왕의 공주와 결혼하도록 했습니다. 합의 통일을 한 구형왕의 4대째 자손이 김유신 장군입니다. 김유신의 여동생이 김춘추와 결혼해서 그 아들이 문무 대왕이 됨으로 해서 신라 왕손은 어머니 쪽이 모두 가야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국가가 완전히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신라는 가야에 대해 포용 정책을 취했고, 가야도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국 수용을 해서 통합이 되었습니다. 얼른 생각하면 신라가 많이 양보한 것 같지요. 그러나 이런 방식의 통합으로 인해 가야의 고급 문화가 신라 안으로 들어와서 신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야 출신 중에서 많은 수가 신라의 위대한 장군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법흥왕 때 포용정책을 편 것이 진흥왕 때 가서는 엄청난 성장을 해서 대제국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1+1이 1이 아니라 5가 되고 10이 된 것과 같습니다. 가야에 양보한 것보다 10배 더 큰 이익을 얻어버리니까 가야와 통합한 것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가 된 것입니다. 그것처럼 남북한이 통일을 해서 중국의 동북3성과 연해주, 일본을 이어서 환동해 경제권을 만들면 어머어마한 성장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통일 비용이 좀 드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이런 비전을 갖고 우리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야지 북한의 버르장 머리를 고치는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구스리고 달래서 통일에 들어오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감정은 기분 나쁘지만 더 큰 공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힘이 있을 때 양보하면 포용이라고 부르고, 힘이 없는 것이 양보하면 비굴이라고 부릅니다. 비굴하게 문제를 풀면 다음에 힘이 생기면 저항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힘이 있는 쪽에서 약간 포용을 해서 문제를 풀어버리면 그 문제는 완전히 끝이 납니다. 

 

예를 들어 이 여자가 좋아서 결혼하려고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그래서 꽃다발을 사주니까 꽃다발을 땅에 집어 던져 버렸어요. 세 번 네 번 시도했지만 똑같이 행동하자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하면서 뺨때기를 때려버렸다면 결혼을 할 수 있어요?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혼은 못해요. 그 때 던진 꽃다발을 주워서 또 주고, 또 던지면 또 주워서 주고 하면 결혼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남이 보면 비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 여자와 결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자존심을 좀 숙여야 됩니다. 결혼한 뒤에 첫날밤에 뺨때기를 때리더라도 그 때 가서 때려야 됩니다. (청중들 웃음) 

 


 

그런데 내 부인이 되었는데 굳이 뺨때기를 때릴 필요는 없겠지요. 인간 세상도 이렇습니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합니다. 꽃다발을 던진다고 성질을 내면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이죠. 그것처럼 지금 남한 정부가 성질을 내면서 하는 행동을 보면 ‘아, 저 분은 통일 대박이라고 말은 하지만 통일 할 의향이 없구나’ 이렇게 보여집니다. 하지만 통일을 하겠다면 약간 상대의 체면도 살려주고, 약간 주위로부터 바보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을 하면 상대의 재산을 다 내가 차지하게 되는데 꽃다발 하나 부서지는 게 뭐가 중요할까요? 그래서 국가 지도자는 좀 지혜로워야 합니다.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됩니다.”

 

신라가 가야와의 합의 통합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니 또다시 우리 남한 정부의 포용성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살펴졌습니다. 남한 정부의 지도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되고 지혜로워야 한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스님은 이렇게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좀 하셨어요?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투표를 할 때 경제성장 보다 통일이 선택의 제1기준이 되면 됩니다. 통일이 되어야 경제성장도 가능합니다. 통일 없이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건 다 거짓말이예요. 이런 관점을 갖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위에 점점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1인당 100명씩 확대해서 새로운 세상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통일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시민들을 더욱더 확대해 나가자는 말씀에 청중들 모두 공감의 뜻으로 큰 박수를 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늘 강연을 준비한 스탭 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스님과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반주에 맞춰 불렀습니다. 청중들도 기립을 해서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행사장은 통일을 향한 열정으로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로비에서 ‘새로운 100년’ 책을 구입한 청중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청중들은 열정적인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거듭 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오늘 행사를 위해 수고한 통일의병 부산 지역 모임 회원들은 별도의 장소에 모여 스님과 함께하는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아직은 연습하는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통일의병들을 많이 모아나가자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격려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운동을 네거티브적으로 하면 안 되요. 자꾸 남을 욕하는 운동을 하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아하는데 나중에는 듣기 싫어져요. 항상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 잘했다’ 이렇게 인정해줄 것은 인정해 주면서 그러나 ‘무조건 찍어주는 건 문제이지 않냐?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냐?’ 이렇게 하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자기가 화나 나서 욕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특별히 남을 비난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늘 ‘더 나은 세계로 가자’ 하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어요.”

 


 

남을 비난하는 운동이 아닌 가능성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운동을 해나가자는 말에 통일의병들은 웃음을 띠며 큰 박수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 힘찬 목소리로 “통일의병!”을 외치며 부산 지역에서 통일의병들을 더욱더 많이 모아 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부산일보사 건물을 나온 스님은 최근 병세가 악화되어 누워 있는 연세가 많으신 이모님을 병문안 하였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나서는 곧바로 청춘콘서트가 열리는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김제동씨와 함께 부산 지역 청년들을 위한 ‘2015 청춘콘서트’에 출연해 행복 강연을 했습니다.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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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농

이나라에 새로운 통일의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깨할새각입니다

2015-07-14 14:06:07

박인철

인정하면 통일 미워하고 돌아서면 분단이지요.
너무나 간단한 통일 원리 쉽고 명확하고 재밌게 알려주시는 스님 짱 !

2015-07-13 21:34:27

박인철

통일의병 멋집니다.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이랑 참여하고 싶네요

2015-07-13 2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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