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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서울 공동체의 발우공양에 참석해 해외 파견을 떠나는 활동가를 위한 법문하고, 승가 공동체의 화합과 청정, 정토회의 회계 원칙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제 새벽 1시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4시30분부터 공동체 대중들과 새벽 예불 및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발우공양에 참석해 발우를 펴고 앉아 공양을 드신 후 공동체 대중들을 위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 발우공양
먼저 구호활동을 하기 위해 내일 인도와 필리핀으로 각각 떠나는 해외 파견 활동가들을 위해 어떤 마음 자세로 지내야 하는지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JTS가 기아, 질병,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인도와 필리핀에 세운 사업장에서 각각 3년간 봉사활동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 가면 문제점이 많이 보이게 되는데 이 때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누구나 다 개선해야 할 점들이 굉장히 많이 보입니다. 가서 3일만 살면 ‘이건 이렇게 고쳐야 되고’, ‘저건 저렇게 고쳐야 되고’ 이렇게 보이게 됩니다.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으면 문제 제기를 많이 하게 되고, 문제 제기를 할 처지가 못 되면 마음 속에 불만이 많이 쌓입니다. 여기 오래 산 공동체 대중들은 공동체에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지만 새로 들어온 대중들은 문제점이 많이 보입니다.
이 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실제로 개선을 해야 하는 것들인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타성에 젖어서 잘 안 보이는 경우입니다. 처음 온 사람은 그것을 바로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여기 살아보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여기 안 살아봤기 때문에 자기가 이제까지 살아온 생각을 기준으로 문제가 아님에도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것에 속하고, 후자는 내 분별심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내 분별심인지 내가 사실을 보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보는 나한테는 구분이 안 되지요.
그래서 처음에 현장에 도착하면 나를 기준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분별이 일어납니다. 그 분별 중에는 오래 살아도 못 보는 것들을 처음 가서 보는 경우가 있고, 내 기준에서 그냥 일으킨 분별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 3개월은 입 다물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입 다물고 살아라는 것은 속에 불만을 갖고 살아라는 것이 아니라 이게 분별인지 사실인지를 자기가 가만히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만을 표시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기 보다는 개선해야 될 점들을 노트에만 적어 두는 겁니다. 3개월 동안은 주욱 적어 놓기만 하세요. 그래서 3개월이 지난 뒤에 노트를 꺼내서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겁니다. ‘아, 이건 내가 처음 와서 일으킨 분별이구나’ 하면 지우세요. 그런데 처음엔 별 것 아닌 줄 알았지만 처음 온 사람이 오히려 진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기존에 사는 사람은 타성에 젖어서 문제인 줄 모르는 경우이죠. 이것은 동그라미를 칩니다. 이런 경우는 3개월을 지낸 후에 문제 제기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때부터는 ‘이런 건 개선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건의를 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 경우입니다. 가자 마자 자기 분별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처음 와서 설치는 것에 속합니다. 다른 경우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사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이 왔으면 그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이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개선되고 발전되어야 하는데 발전의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선배들이 사는 대로 그냥 따라서 사는 겁니다. 문제는 안 일으키지만 발전은 안 됩니다.
그러니 문제도 일이키지 않고 발전도 시킬려면 내가 일으킨 분별인지 사실인지를 3개월 동안은 지켜봅니다. 불평불만을 말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 내 눈에는 이것이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보이는구나. 그러나 내 분별심인지 사실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다’ 이렇게 노트에 메모를 해놓고, 이것을 정리해서 3개월 후에 ‘이해는 되지만 이런 건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건의하는 겁니다.
주로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얘기하면 문제 제기할 때 주로 불만이 섞어서 하게 되고, 개선이 안 되면 불만이 쌓이고, 나중에는 ‘에라이, 모르겠다. 알아서 살아라’ 하고 포기하게 되기가 쉽습니다. 이것이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죠. 그러니 개선해야 되겠다 싶으면 이것을 불만으로 제기하지 말고 공동체에 건의를 해야 합니다. 공동체가 안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는 거에요. 그러나 다음에 또 제기해야 돼요. 문제를 제기할 때 마음 속에 화가 일어나거나 불만이 생기면 이것은 나의 수행이 부족한 것입니다. 세 번 네 번 제기해 보고 안 되면 대부분 포기합니다. 정말 개선되어야 할 것이면 꾸준히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꾸준히 제기하는 것은 자기 속에 불만이 없어야 가능합니다.
▲ 내일 인도와 필리핀으로 각각 해외 구호활동을 떠나는 소재명님(필리핀 파견), 정동표님(인도 파견)
가서 불평분자가 되어서도 안 되고, 가서 아무런 개선의 여지도 없이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사람은 없으면 좋은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으면 좋은 사람, 이렇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최소한 없으면 좋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행자라면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뭔가 내가 있음으로 해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도록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3개월 정도는 알아차림을 유지하면서 메모를 해서 지켜보고 그래서 분별심을 넘어선 문제라고 판단이 되면 사업적인 것이든 생활적인 것이든 공동체에 개선을 건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초기에는 문제 제기를 많이 해서 불평불만자가 되고, 시간이 조금 흐르면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됩니다. 포기해버리고 그냥 같이 묻혀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수행자이니까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셨으면 합니다.”
내일 해외 파견을 떠나는 두 사람은 스님의 말씀을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새겨듣는 모습이였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지 않고 파견을 갔다면 아마도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스님의 법문 덕분에 미리 예방을 하게 되었길 기원해 봅니다.
스님은 이 외에도 해외 사업장에 가면 우선 기후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과 건축 공사를 하게 될 경우 안전하게 해야 되고, 저렴하게 해야 되고, 생활에 편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 건축에 대해 틈틈이 공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어서 어제 회계 담당자들과 함께 회의했던 내용을 얘기하면서 정토회의 회계 원칙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회계는 가장 어려운 직무 중에 하나입니다. 하루 종일 돈만 헤아리고 영수증만 챙기는 업무여서 쉬운 일이 아닌데, 스님은 격려 말씀과 더불어 회계 담당자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먼저 승가 공동체는 청정하고 화합해야 한다면서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자세히 얘기했습니다.
“화합의 반대말은 불화입니다. 불화는 갈등을 말하죠. 갈등의 원인은 ‘아집’입니다. ‘내 생각이 옳다’ 하면서 고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이 나게 됩니다. 성냄이 사라져야 화합이 됩니다. 조용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성냄이 사라져야 합니다. 설령 화가 나더라도 ‘어, 이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라고 자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화가 일어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성냄이 사라지려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할 수가 있겠구나’, ‘그 사람의 처지에서는 그럴 수가 있겠구나’. 왜냐하면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어, 내가 지금 짜증을 내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즉, 자신에 대해서는 내가 수행자라는 자각, 상대에 대해서는 ‘아, 그럴 수가 있겠구나’ 하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되어야 성냄을 극복하고 공동체의 화합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같이 살아보면 늘 갈등이 있죠. 수행자로 사는 데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특정 누구하고만 안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수행자는 나와 안 맞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을 수행의 과제로 삼아서 극복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수행공동체가 화합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수행자라는 자각, 상대에 대해서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들으니 명쾌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화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개개인들의 수행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청정을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강조했습니다. 더불이 이를 오늘날 정토회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승가공동체는 청정해야 합니다. 청정하기 위해서는 승가 안으로 들어오는 보시물이 수행에 꼭 필요한 보시물이어야 합니다. 수행에 필요 없는 보시물은 받으면 안 돼요. 그리고 들어온 보시물은 대중들의 불만이 없도록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똑같이 배분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배분을 해야 불만이 없어집니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지면 청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정토회에서는 어떤 것이 청정한 것일까요? 첫째, 재정의 수입과 지출이 투명해야 합니다. 돈을 쓸 때는 영수증을 첨부해서 정확하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정토회가 굉장히 잘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개인들로 보면 아직도 돈을 쓰고 난 후 깔끔하게 영수증을 첨부해서 단시일 내에 제출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늘 늦게 제출하거나 영수증이 없거나 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행사를 했든 가능한 짧은 시간에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행사 후 바로 정리하지 않고 자꾸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안 됩니다. 그래서 투명하게 재정을 지출해야 합니다.
이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둘째, 수행자는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됩니다. 꼭 필요한 곳에 지출이 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영수증이 있고 기록이 제대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돈이 제대로 지출이 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입할 물건을 구입했느냐, 제 값에 절약해서 구입을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회계 감사를 하면 대부분 첫째 것의 경우 밖에 감사가 안 돼요. 장부와 영수증이 맞는지 이것만 감사가 되지 그 물건이 그 지역에서 그 물가에 맞게 저렴하게 구입되고 적재적소에 쓰여졌는지는 감사가 감독을 못 합니다. 왜냐하면 현지 실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셋째, 재정의 쓰여짐이 균형이 맞느냐 하는 것입니다. 문경 공동체에서는 음식을 굉장히 아껴 구입하는데 서울 공동체에서는 음식을 함부로 구입해 먹는다면 같은 공동체 안에 분배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이 됩니다. 스님만 맨날 맛있는 거 사먹고 대중들은 반찬 세 개만 대충 먹으면 나중에 불만이 생깁니다. 생활이 투명해서 돈의 씀씀이가 비교적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청정하다는 것은 지금 정토회에서는 세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회계 정리가 투명해야 한다. 둘째, 돈의 씀씀이가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여져야 한다. 셋째, 정토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즉, 분배가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을 갖고 회계를 해야 합니다.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은 단순히 장부만 정리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고, 국장 사인이 났더라도 회계 담당자가 지출결의서를 보고 제대로 쓰여졌는지 체크하는 약간의 심사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서장은 자주 바뀌지만 회계 담당자는 전문 기능이다보니까 대부분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10만원이라 하더라도 소비 물품을 구입할 때는 굉장히 심사가 까다로워야 합니다. 반면 전기세나 집세는 액수가 커도 대부분 정해져 있는 돈이죠. 그런데 우리는 액수만을 기준으로 합니다. 30만원 이하니까 세심하게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어떤 성격의 돈이냐에 따라서 액수가 적어도 세심하게 관찰이 되어야 하고, 공과금을 지불하는 것은 액수가 커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니까 하자가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절약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회계 원칙까지 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오늘날 정토회의 상황에서 청정한 회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씀한 부분은 모두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 전화기 사용과 관련해서 “지금 법당에 전화기가 30대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 30대가 필요한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핸드폰을 쓰기 때문에 꼭 필요한 몇 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요금이 나가지 않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라고 당부했고, 핸드폰 요금과 관련해서는 절약할 수 있는 요즘제가 새로 나왔으면 빨리 도입을 해서 절약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공금이라면 더욱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사무실 사용 관련해서도 낭비되는 공간이 없도록 전체적으로 실사를 해서 조정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발우공양 후에는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 참석해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스님은 종교인 모임을 마치고 나서 평화재단 집무실에서 하루 종일 머물면서 이번에 새로 출간할 예정인 세계 100회 강연 책의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평화재단에서 미팅을 가진 후 오후에는 대구로 내려가 김제동씨와 함께하는 ‘2015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청년들을 위해 행복 강연을 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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