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6.28 발우공양 및 깨달음의장 수련생들과의 만남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의 발우공양에 참석해 ‘부모님에게 참회 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법문하고, 깨달음의장 수련생들과 만나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법문했습니다. 

 

새벽 4시에 도량석 소리와 함께 일어난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 대웅전에서 공동체 상주대중과 함께 새벽 예불 및 108배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발우공양에 참석해 음식을 먹고 발우를 깨끗이 씻은 후 백일출가 행자들을 위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 발우공양

 

스님은 먼저 발우공양 때 음식을 먹고 나서 그릇을 씻은 청숫물이 탁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은 발우공양의 청결 정신과 굶주리는 사람을 생각하는 정신에 어긋나는 것임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 발우를 씻고 난 청수물

 

특히 “청숫물을 깨끗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청정한 수행으로 남긴 깨끗한 물만 아귀가 먹을 수 있기 때문” 이라고 하면서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밥 한 톨을 버리거나 음식을 버리는 것은 결국 배고픈 자를 더 배고프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식량 소비량은 연간 1800만 톤 되는데 생산량은 500만 톤이고 나머지 1300만 톤은 수입해서 씁니다. 자급률이 30%가 채 안 되지요. 그래서 음식을 버리게 되면 그만큼 수입을 많이 해야 되고, 수입을 많이 하게 되면 세계 식량 가격이 오르게 되고, 세계 식량 가격이 오르게 되면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 가난한 나라는 그만큼 식량을 적게 수입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많은 이들이 굶주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내가 밥 한 톨 버리는 것은 지구 저편의 가난한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내 눈에 안 보일 뿐이지요.”

 

스님의 자상한 설명에 발우공양을 할 때도 자신의 행동에 깨어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행자들이 절할 때의 자세가 바르지 못함을 얘기하면서 “절을 할 때는 정성을 기울여서 온 몸이 땅에 붙도록 머리를 조아리고 엉덩이를 들지 말고 발에 붙이고 등을 펴도록 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또 행자들의 염불 소리가 작은 것을 얘기하면서 “초심자들은 낮은 목소리로 염불을 하면 자꾸 졸게 되요. 전체적으로 고성으로 염불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백일출가 수련생들이 부모님께 참회 기도를 21일 동안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하면서 왜 부모님께 참회를 해야 되는지, 어떻게 참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출가와 가출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출가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우리를 안온하게 보호해주는 동시에 우리를 속박하는 굴레입니다. 집에 사는 동안에는 집이 자꾸 속박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자꾸 집을 나가려고 하게 되죠. 그러나 집을 나가서 살아보면 안온함이 없기 때문에 다시 집이 그리워집니다. 이렇게 집은 ‘안온처’와 ‘굴레’라는 두 가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굴레’라는 성질 때문에 집을 뛰쳐나오고, 집을 나오면 ‘안온함’이 그리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또 속박을 받으면 집을 뛰쳐나오는 것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집을 나오는 것을 ‘가출’이라고 합니다.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을 불살라 버려야 합니다. 즉, 굴레를 없애기 위해서는 안온함도 같이 버려야 합니다. 이것을 ‘출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백일출가를 했다고 하지만 엄격하게는 출가가 아니고 가출을 한 것입니다. 세상 사는 것이 힘들어서 피해 온 것이죠. 여기 와서 살아보니 집이 그립죠? (백일출가 수련생들 모두 웃음)

 


 

백일출가 한번 해보기 위해서 부모님 승낙 받기도 어려웠고, 회사 휴직하기도 어려웠고, 애인한테 허락받기도 어려웠고, 출가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었고, 출가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출가해서 살아보니 다시 집이 그리워집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출가하기를 십수 년간 원하다가 막상 출가를 하고 나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성 안이 그리워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때 부처님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내가 지난 세월 얼마나 출가하기를 원했던가. 그런데 7일도 지나지 않아서 이게 무슨 짓인가’ 이렇게 크게 자각을 하고 발심해서 다시 수행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20일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벌써 집이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이제 여러분들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백일출가를 얼마나 원했던가’ 이렇게 자각을 해야 합니다. 얼마나 원했으면 만 배까지 하고 왔겠어요? 그런데 자꾸 집을 그리워하고 연연해 하면 백일이 무의미한 생활이 되고 괴로움의 생활이 됩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 내가 백일출가 하기를 얼마나 원했던가’ 를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수행 생활에 맞게 지내겠다고 발심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부모의 안온함과 속박은 집의 안온함과 속박과 같은 의미라고 하면서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집처럼 부모는 우리를 보호해주는 안온한 곳입니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죠. 그러나 동시에 부모는 우리를 속박합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보호해주는 것도 부모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속박하는 것도 부모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 써서 나를 보살펴주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것까지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 부모입니다. 

 


 

어릴 때는 스스로 살 수 없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 18살이 넘으면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아야 합니다. 동시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남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이 부모라 하더라도 더 이상 간섭을 받지 않고, 이제는 자기가 자기 인생을 살아야 어른입니다. 

 

자연생태계에도 다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새끼가 어미로부터 보호를 받다가 일정하게 성장하면 자기 생명은 자기가 보호합니다. 새끼가 보호해달라고 어미를 따라다니지도 않고 어미가 새끼를 보호한다고 따라다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어미와 새끼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고, 아무런 부담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자연스러운 관계 설정이 어긋나서 부모는 스무 살이 넘은 자식을 보살핀다고 무거운 짐을 져야 하고, 자식은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잔소리를 듣고 반항을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반드시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부모가 나한테 해를 끼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부모는 나를 보살펴줘야 한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무의식 세계에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살핌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원망은 부모가 무엇을 안 해주었다는 거예요. ‘유학을 안 보내주었다’, ‘원하는 것을 안 사주었다’ 이런 것들이 마음의 근저에 대부분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아버지의 억압과 어머니의 잔소리로부터 탈출하려는 욕구가 있는 반면에 또한 여러분들은 어릴 때부터 보호를 받고 살았기 때문에 나이가 스물이 넘어도 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지금도 살기 어려워지면 결국 의지할 곳이 부모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이렇게 의지처를 갖고자 하는 습관이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집을 그리워하듯이 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부모에게 저항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의 노예입니다. 부모가 싫어서 여기 와 있으면서도 부모가 걱정이 되고, 부모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고, 이렇게 심리적으로는 아직도 부모의 어린 아이입니다. 

 

붓다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미움과 원망도 버려야 하지만, 이런 의지처와 속박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해요. 출가를 하기 위해 집을 불살라 버리듯이 부모에 대한 미움과 원망만 버려야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의지심과 사랑도 다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이제 내가 내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덩치만 크고 나이만 들었지 자기 인생을 살고 있지 못해요. 엄격하게 말하면 아직도 부모의 어린 아이, 부모의 노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저항하는 사람일수록 이렇게 집을 나와 있으면 부모에게 불효하는 것 같고,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이 더 듭니다. 한쪽은 그리워하고, 한쪽은 원망하고, 그러면서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울고불고 하면서 불효했다고 자책합니다.”

 

백일출가 수련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의 법문에 공감했습니다. 집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집이 갖는 안온함도 버려야 하듯이 부모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부모가 주는 안온함도 함께 버려야 한다는 이치가 명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동시에 부모님에게 연연해서도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의지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모에게 감사 기도를 하라는 것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라는 얘기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더 이상 부모의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스무 살이 넘었기 때문에 이제 성인입니다. 부모를 원망하는 것도 어린 아이 같은 짓이고,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도 어린 아이 같은 짓이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도 어린 아이 같은 짓입니다. 노예의 습성이 배어서 그런 것입니다. 

 


 

‘저를 낳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해달라는 것 안 해준다고 미워하고 원망했는데, 또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원망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나도 결혼해서 살면 부부 간에 갈등을 일으키고 살 수 밖에 없겠구나. 서로 싸울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감사 기도를 하세요. 

 

그래도 자기들끼리는 싸우더라도 나를 위해서는 같이 살아주었고, 나를 위해서는 보살펴 주었잖아요. 둘이서 싸우는 것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부부 싸움에도 불구하고 나를 버리지 않고 키워주었다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요. 길 가는 사람도 미워하지 않는데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를 원망하면 안 되지요. 내가 원하는 만큼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원망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아직도 어린 아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미움과 원망, 섭섭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여러분들은 부모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습니다. 부모가 싫어서 집을 뛰쳐나온 사람은 해탈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 다시 부모를 그리워하거나 부모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부모에 연연해서도 안 됩니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도 버려야 하지만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한다’, ‘내가 없으면 부모가 못 산다’ 이런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두 가지가 같이 섞여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고리를 끊어야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한 것에 대해 참회를 해야 합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원망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낳고 키워주신 은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이렇게 감사 인사를 하게 되면 부모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워집니다. 

 

예로부터 부모가 죽으면 불효자가 더 많이 운다고 하잖아요. 효자는 부모님에게 할 만큼 다 했기 때문에 돌아가셔도 울 필요가 없는데, 불효자는 살아계실 때는 저항하면서 시간 보내고, 돌아가신 뒤에는 후회한다고 시간을 보냅니다. 부모에 대한 모든 원망과 미움을 버리고 은혜 입은 것에 대해 충분히 감사 기도를 해버리면 부모에 대한 의무감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부모가 나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것은 부모의 요구에 불과해요. 부모의 요구는 나의 삶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독립운동 한다고 하면 모든 부모가 다 말립니다. 그러나 부모가 말린다고 그 말을 따르면 이 세상에 애국자는 나올 수도 없고, 스님도 나올 수가 없고, 어떤 위대한 사람도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더 이상 부모의 어린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어린 아이로부터 벗어나서 이제는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른이라면 부모에 대한 의지심에서도 벗어나야 되지만 어릴 때 부모를 원망한 것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합니다. 어린 아이 같은 생각에서 미워하고 원망한 것입니다. 해탈을 하기 위해서는 무의식 세계에 뿌리박고 있는 부모에 대한 원망과 의지심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21일 동안 부모님에게 깊이 참회 기도를 해서 가장 큰 고리인 부모의 굴레를 끊어야 해탈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이제 어른으로 돌아와서 어리석어서 부모님을 미워하고 원망한 것을 깊이 참회하고,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고, 동시에 부모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출가한 수행자는 집에 가더라도 어리광 피우고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기만 하는 그런 존재가 되면 안 되고, 나는 자유인이고 어른이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부모님께 밥을 차려 드리고, 방청소도 해드려야 합니다. 그럴 때 부모도 ‘아, 내 자식이 다 컸구나’ 하면서 과거의 미련은 있지만 점점 그 미련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수행한다고 해놓고는 명절 때 집에 가서 늦잠 자고, 해주는 밥을 걸신들린 듯이 먹고 하면, 부모가 볼 때 한편으로는 ‘아이고, 불쌍하다. 안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게 미쳤나. 왜 저렇게 살지?’ 이런 마음이 들어서 부모의 걱정이 끝이 없게 됩니다. 부모가 자식을 자꾸 결혼시켜려고 하는 이유는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자식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고 싶은 것입니다. (대중들 웃음)

 


 

결혼을 시키면 ‘이제 짐을 덜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것처럼 여러분들은 출가를 함으로해써 부모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이제 저는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부처의 길을 가는 수행자입니다’ 이런 자세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안 되면 부모에게 늘 걱정을 끼치는 존재가 됩니다. 이런 원리를 잘 알아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면 참회를 하고, 은혜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다 감사를 해버려서, 이제는 부모의 노예로부터 벗어나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대중들은 부모는 자식의 무거운 짐을 덜고 싶어 한다는 얘기에 모두들 공감이 갔는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출가한 것이 부모님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면 오히려 부모님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진다는 이치도 명쾌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두들 21일 동안 부모님에 대해 참회 기도를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며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해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스님에게 공동체 대중들 모두가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도 맞절을 하며 반갑게 안부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8시 30분에는 봉화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10시 30분에 봉화 정토수련원에 도착하자 이곳 담당을 맡고 있는 희광 법사님과 봉사자들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 봉화 정토수련원 보수 공사를 도와주고 있는 봉사자들

 

많은 봉사자들의 손길로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스님은 어떤 시설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대중들이 이용하기에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 봉화 정토수련원

 

12시에 봉화 정토수련원을 출발하여 잠시 점촌에 들러 4000원짜리 칼국수로 점심을 먹은 후 2시 30분에 다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스님과의 모임을 갖기 위해 벌써부터 많은 수련생들이 북적거렸습니다. 다들 스님과의 만남에 설레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수련생들과 함께 차수별로 기념사진을 한 장씩 함께 찍었습니다. 

 


▲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는 깨달음의장 수련생들

 

오후 3시부터는 방금 깨달음의장 수련을 마친 수련생들을 위해 격려 말씀과 더불어 혹시 수련하면서 의문 나는 점이 있는지 묻고 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깨달음의장 수련을 갓 마친 분들이어서 그런지 대웅전에 모인 수련생들은 스님의 법문을 듣는 내내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 깨달음의장을 마친 수련생들과의 만남

 

스님이 “무엇을 깨달았어요?”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출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등등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다 좋아요. 그런데, 괴로울 일이 없구나 이것을 깨달아야지요” 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괴로울 일이 없는데 괜히 혼자 미쳐서 날뛴 것임을 알면 이제부터는 행복하게 살 수 있죠. 그동안 얼마나 별일 아닌 것 같고 몸부림치면서 살았어요? 이제 내려가시면 괴로울 일 없이 사세요.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자기를 괴롭히는 데 더 이상 쓰지 말고, 세상 사람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데에 쓰세요.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을 괴롭히는 데 쓰잖아요. 어떤 사람이 나한테 오물을 한 봉지 주었어요. 그걸 애지중지하면서 평생 안고 사는 것이 인간이라는 말이 있어요. 무슨 뜻이냐면 어떤 사람이 나한테 욕을 하면 ‘그 놈이 나한테 욕을 했어’ 이렇게 평생 붙들고 산다는 것입니다. 욕이라는 것은 오물이지요. 그 놈이 나한테 오물을 주고 갔는데 나는 그 오물을 딱 움켜쥐고 평생 귀중하게 여기고 삽니다. 그래서 우리가 괴로운 것입니다. 그것이 오물이면 그가 나에게 주었든 말든 받자마자 던져 버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움켜쥐고 살잖아요. 자기는 잘한다고 하는데 돌아보면 바보 같은 짓을 우리는 많이 하고 살아요. 

 

이제 더 이상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일은 그만하세요. 밥 먹는 것은 자연의 무수한 노고를 우리가 흡수하는 것이잖아요. 그 소중한 것을 먹고 생긴 에너지를 남을 때리고 욕하고 손해 끼치는 데 쓰지 말고, 자기 괴롭히는 데에 쓰지 말고, 괴로운 사람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데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데에,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는 데에 쓰세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을 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고 사세요.  

 

그런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은 특별히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어리석어서 그렇습니다. 몰라서 그렇습니다. 미쳐서 그렇습니다. 수련하면서 자신의 미친 모습들 많이 봤죠? 이제 놓아버리고 편안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집으로 가면 하루 만에 헷가닥 해서 본래대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고, 일주일 만에 돌아가는 사람이 있고, 한달 만에 돌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래요. 깨달았다는 것은 햇볕이 전혀 없는 깜깜한 곳에 살다가 바늘구멍이 하나 뚫린 것과 같아요. 바늘구멍만 하다고 하더라도 깜깜한 곳에서는 밝지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지금 다 깨달은 것처럼 환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바늘구멍 만큼 작기 때문에 금방 막혀 버려요. 먼지가 많은 곳에서 살면 금방 막혀 버립니다. 금방 물들어서 원래 습관대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그 작은 구멍을 자꾸 넓혀야 돼요. 구멍을 자꾸 넓혀서 어떤 경우에도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을 연습해야 합니다. 여기서 겨우 한 것은 바늘 구멍만한 크기를 뚫은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다수가 구멍을 넓히지 않고 금방 막아버리는 것 같아요. 

 


 

꿈속에 살다가 여기 와서 잠깐 꿈을 깨 놓고서는 다시 꿈속에 살면서 마치 여기서 깨달은 것이 꿈 같이 느껴져요. ‘내가 언제 그런 꿈을 꿔 봤었나?’ 하면서 평생을 꿈속에서 살거든요. 사실 지금이 여러분들이 깨어있는 상태이고, 집으로 가서 다시 헤매게 되는 것이 꿈이에요. 꿈이라는 것은 자기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더 이상 꿈속에 살지 마시고 항상 실재의 사실을 볼 수 있게 눈을 뜨고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수련하면서 아직도 미진한 것이 있다는 분이 있으면 질문해 보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3명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한 분은 “친구에게 큰 배신을 당하고 그 사실을 잊으려고 하는데 자꾸 욕이 나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고, 또 다른 한 분은 “스님은 70일 단식을 하신 적이 있고, 지금도 자주 단식을 하시는데, 단식을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이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상대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물었고, 스님은 각각에 대해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모임을 마치면서는 지식 쌓기가 아닌 직접 삶 속에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지금 여기 깨어있는 삶을 살 것을 당부했습니다. 

 

“지식은 다 바깥을 향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괴로움은 자기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다. 자기로 향했을 때만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세요. 공부는 책 보고 지식 쌓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유튜브 동영상을 1000편 봤다고 하는 사람은 지식을 쌓은 것이에요. 부모는 자식에게 어떻게 해야 되고, 자식은 부모에게 어떻게 해야 되고, 이런 식으로 논리를 만드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에 불과합니다. 한 두 편만 보더라도 어떤 원리를 깨우쳐서 자기에게 적용하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자유로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유로워진 상태에서는 무엇을 해도 좋습니다. 결혼해도 좋고, 혼자 살아도 좋고, 정치를 해도 좋고, 장사를 해도 좋아요. 그런데 장사를 하면 괴롭고, 절에 오면 행복한 것은 수행이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염불할 시간이 주어지면 염불하고, 풀 뽑을 일 있으면 풀을 뽑고, 밥할 일이 있으면 밥을 하고, 손님이 오면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됩니다. 

 

삶이 그대로 수행입니다. 직장을 나가든, 정치를 하든, 농사를 짓든, 법문을 하든, 집에 있든, 다 똑같은 겁니다. 그냥 경계 따라 일어나는 일을 할 뿐이지요. 같은 일을 열 번 해도 지루하지 않고, 열 가지 다른 일이 주어져도 복잡하지 않아야 돼요. 어차피 산다는 건 이 일이든 저 일이든 해야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하는 것은 자기에게 깨어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 ‘괴로워 할 일이 없구나’ 하고 탁 깨쳤죠. 그러나 원리는 괴로워할 일이 없는데 현실은 괴로워할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고 하더라도 금방 웃을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꾸준히 연습하면 작은 구멍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어떤 경계에 부딪혀도 웃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암이라고 진단을 받아도 버젓이 웃으면서 ‘아이고, 의사 선생님. 암 찾는다고 수고하셨어요. 발견하셔서 기쁘시겠어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가 찾는다고 고생했잖아요. 이왕지사 돈 들여서 검사했으면 못 찾는 것보다는 찾는 게 좋잖아요. 오늘 찾았다는 것은 있던 것을 찾았어요? 없던 것을 새로 만들었어요? 있던 것을 찾은 것이니까 좋은 일이잖아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두들 웃음) 

 


 

암이라고 울고불고 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1년 후에 죽는다고 해서 슬픈 것이 아니에요. 1년 후에 죽는다는 생각을 1년 내내 하기 때문에 슬픈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 중에서도 열흘 만에 죽을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사람은 죽는다는 생각을 안 하니까 안 슬픈 겁니다. 1년 후에 죽는다, 10년 후에 죽는다,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깨어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련을 방금 마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스님의 법문이 귀에 쏙쏙 들어왔나 봅니다. 모두들 환한 미소와 큰 박수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떤 분은 “우리는 복도 많지. 깨달음의장 끝나자마자 법륜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듣나니. 세상에” 라며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지식 쌓기가 아닌 실천을 강조하는 스님의 호소에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의 법문을 마치고, 오후 4시30분에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30분에 서울에 도착한 스님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서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대접하며 앞으로 더욱더 왕성한 연구활동을 해줄 것을 당부한 후 서울 정토회관으로 들어왔습니다. 집무실에서 원고 교정과 몇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회 법사단과 회의를 가진 후 오후에는 문화사업부와 홍보 관련 업무 논의를 하고, 저녁에는 7시부터 서울대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김제동씨와 함께하는 ‘2015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청년들을 위해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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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어떤 사람이 나한테 오물을 한 봉지 주었어요. 그걸 애지중지하면서 평생 안고 사는 것이 인간이라는 말이 있어요&gt; 에효 스님~ㅜ장시간 비행의 여독도 못푸시고..ㅠ 봉화로 점촌으로 문경으로 서울로..ㅜ<br />봉화 점촌..반가운 저의 고향 지명들이네요..

2015-07-06 03:54:10

곽민정

매일매일 유트브에서 법륜스님 말씀듣고 행복한 깨우침과 어려운 실천에 도전해봅니다.
친구로 카톡맺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2015-07-03 18:47:10

이정희

스님 감사합니다.생활속에 수행으로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가볍게 행복하게 자유로운 삶을 살겠습니다.지식이 아닌 내삶의 적용하게습니다.사랑합니다.^♡^

2015-06-30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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