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6.24 세계한민족포럼 1일째 (런던)


▲ 영국 런던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한민족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통일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기조 발제를 했습니다. 

 

숙소에서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스님은 6시에 식사를 한 후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9시30분부터 세계한민족포럼에 참석했습니다.

 

국제한민족재단이 이어오고 있는 ‘세계한민족 포럼’은 모국과 해외동포사회, 국제사회의 석학,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이 중심축을 이루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연례 글로벌 학술회의입니다. 작년에는 몽골에서 개최되었는데 이번에는 전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역사를 만들어낸 유럽의 중심인 런던과 파리에서 3일 동안 개최됩니다. 

 


▲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2015 세계한민족포럼.

 

그 첫 번째 시간인 Session1에서는 ‘한반도의 빛과 그림자 70년’을 주제로 한 기조 연설과 질의응답이 있었습니다. 먼저 국제한민족재단의 상임의장인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 석좌교수가 ‘70년 분단극복으로 한반도 광복을 완성하자’는 개회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한반도 통일은 위대한 혁명이다’라는 내용으로 개막 연설을 했습니다. 또 니클라스 스반스트륌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소장의 ‘남북관계와 통일과제 : 비정부기구의 관점’ 이라는 기조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오전 내내 긴 시간 발표와 연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법륜 스님은 Session1의 마지막 순서로 나와 ‘한반도 통일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앞에서 발표하신 분이 지금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고 통일을 가져올 수 있는 주체적인 역할을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대한민국 밖에 없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물론 통일의 당사자로서 북한도 할 수는 있지만 제가 아는 현재 북한은 자기 체제를 유지하기에도 급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거냐 하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하는데, 물론 그렇게 해주면 좋지만 그럴 형편이 지금 못 되지 않느냐는 것이죠. 반면에 남한은 능력 면에서나 여러 측면에서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저로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반도 통일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는 법륜 스님

 

그럼 주변국들은 어떤가요?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통일을 꼭 이뤄내야겠다고 생각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각자 자기 나라의 이익을 생각해야 되니까요. 현재의 분단 상태 하에서는 각자가 갖는 이익이 분명하지만, 통일된 한국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좀 불확실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의 통일이 자신들에게 더 큰 이익이라면 당연히 지지하겠지만 그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상 유지를 더 선호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보면 이 현상을 타파할, 즉 분단을 통일로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키워드는 한국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도 말로는 저도 동의할 만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 행동은 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죠. 그러나 남북한의 조건을 비교해 볼 때 여러 측면에서 한국이 좀 더 유리한 국면에 있기 때문에 통일은 북한이 중심이 되어 할 수가 없을 것이고, 대등하게 통일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남한이 중심이 된 통일이 가능한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통일을 하려면 그 상대가 있으니까 전쟁을 해서 통일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상대의 처지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한은 통일만 얘기하지 북한을 포용할 준비나 자세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로는 통일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할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힘으로 밀어붙여서 굴복시켜 통일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하는 행동을 보면 제가 보기에는 후자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현실 가능하지도 않고 또 굉장한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65년 전에 북한이 더 강할 때 6.25 전쟁으로 한번 시도를 해봤던 것 아닙니까? 성공가능할 것 같았지만 국제 사회의 관계를 봤을 때 결국 실패하게 되었고 그것이 남북한 두 국민에게 엄청난 인명적 재산적 손실을 가져 왔고, 그것이 분단 70년이 유지되는데 하나의 큰 원인 제공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이것은 북쪽이 유리한 조건을 오판해서 실패한 것인데 현재 남쪽이 똑같이 반복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는 남한이 통일을 주도할 수밖에 없고, 남한이 주도하기위해서는 북한을 포용해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현재의 남한 정부를 생각하니 약간의 답답함도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덧붙여 스님은 과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이미 상대를 포용해서 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가 있다고 하면서 신라와 가야의 통합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통일에 대해서 같은 시기의 독일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지만 그것은 여러분들도 다 잘 아실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 한국의 과거 역사 속에서 통일이 상승효과를 가져온 한 예는 신라와 가야의 통합입니다. 

 


 

AD 400년 경에 가야가 신라보다 훨씬 강해서 가야가 신라를 침공해서 신라가 멸망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 때 신라는 고구려에 원병을 청해서 광개토대왕의 5만 군대의 지원을 받아서 가야·왜 연합군을 격파했습니다. 이 전쟁은 신라가 오히려 가야보다 우위에 서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고 100년이 지나자 이번에는 신라가 강해지고 가야가 약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강해진 신라가 무력으로 가야를 침공해서 통합을 하려고 할 것이고, 가야는 옛날에 자기들이 더 강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저항을 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신라와 가야는 합의 통합을 했습니다. 나라 이름은 신라로 하는 대신에 신라는 가야인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사상을 보장해주었다는 것이죠. 

 

가야는 전통적인 불교국가이고, 신라는 150년 간 불교를 철저히 금지한 국가인데, 통합하기 전에 신라가 불교를 먼저 공인을 해서 가야의 모든 사상적인 것을 수용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야의 지배세력을 신라의 왕족으로 수용해줌으로해서 신분 보장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신라와 가야는 평화적으로 통합을 했고, 그 통합은 신라와 가야의 통합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고, 즉 1+1이 2가 된 것이 아니고, 그 통합이 신라를 급격하게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법흥왕 다음에 진흥왕 때, 통합하고 나서 30년이 지나지 않아서 신라는 자기 영토를 3배 정도 확대하는, 그래서 고구려와 백제에 버금가는 강국으로 부상을 했고, 그 힘이 바로 삼국 통일의 주역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가야에 양보한 것이 손실이 아니라 가야를 통합함으로해서 더 큰 이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김유신을 비롯한 가야의 후손들이 신라가 삼국 통일을 하는데 혁격한 공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현 시대에 우리가 적용해 본다면, 남한이 중심이 되어서 북한을 포용하려면 남한이 북한과 통합하기 전에 북한의 공산당 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을 해서 북한에게 통합한 이후에도 아무런 탄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남한도 연방 수준의 지방자치제로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함으로해서 북한도 남한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역적 자치권을 가지고 연방 속으로 통합을 하는 대책을 내어놓는다면 북한은 남한에 복속된 나라가 되지 않고 통합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남한이 중심이 되려고 한다면 북한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해서 그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따로 사는 것보다는 통일이 훨씬 더 이익이라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 그 정도로 통일에 대한 비전과 국가 목표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신라와 가야의 통합처럼 지금 남한은 북한을 어느정도 포용할 수 있을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발표를 듣고 포럼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스님의 주장은 다른 발표자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주어서 이후 계속된 발표에서도 스님의 주장이 졸곧 회자되곤 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스님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습니다. 통일 한국이 주위 나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일 군사 협력 문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동시에 통일이 한국의 이익만을 가져오고 중국이나 일본에 손해가 되는 그런 통일을 한다면 주변국에서 다 우려를 할텐데, 바로 한반도의 평화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오고, 한국의 통일이 한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과 협력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큰 틀 위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추구해 나가면서 주변국의 번영을 함께 모색한다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주변국의 협력도 얻을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이런 적극적은 통일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이런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계속 추진하지 않는다면 한국 국민들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통일지향적 정부를 세우려고 하는 강력한 통일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남북 관계 갈등은 단순히 남북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굉장히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급격하게 부상하는 중국을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정하게 견제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하고, 한국도 동맹 속으로 집어넣어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체제를 갖는 것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맞다고 보는 것 같아요. 중국은 그런 미국의 견제를 뚫고 나가려면 적어도 한국이 일본과 군사 동맹을 맺는 것은 견제를 해야 하니까 한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실망을 해서 조중 간에도 약간의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런 현재의 구조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에 협력을 하려고 할 때 한국으로서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안보는 미국과 협력이 되지만 경제는 이미 중국과 너무 깊은 관계가 되어 있는데, 미국의 안보 협력에만 의존해서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한국의 발전에 굉장한 장애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지금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 관계의 긴장이 고조가 되어야 미국은 북한을 핑계로 한국의 안보를 중요하게 거론하면서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고, 한반도에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강조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간에 협력이 강화되고 평화로워진다면 한일 간의 군사협력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거의 없어지고,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야 할 이유도 약해지기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에 버금갈만한 긴장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미국의 전략에 있어서 당분간 나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북한도 미국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함으로해서 한국은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극적인 자세이고,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은 북한의 행위를 비난만 하지 말고 그런 북한을 포용하여 남북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평화와 국가 이익, 통일에 유리합니다. 

 

그 전에 한국은 또 일본과의 관계도 풀어야 합니다. 한일 간의 비군사적인 협력을 강화시킴으로해서 한일 관계를 견고히 하되 군사적인 관계는 오히려 맺지 않는 것이 한국의 장래에 유리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렇게 한일 간의 관계를 비군사적으로 풀어나가면 중국과의 관계도 크게 염려가 없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은 강화하되 지금처럼 종속적인 입장에서의 동맹이 아니고 자주적인 입장에서의 동맹을 견고히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풀려면 결국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하나 하나 행동에 대해서 시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수준이 비슷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딱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행위들을 다 용인하고도 어떻게 풀거냐 이것이 정치이지 ‘너가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다’ 이런 것은 정치라고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모든 조건을 감안하고 그것이 국가에 이익이 되고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할려면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이냐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스님의 진단과 전망에 대해 참석한 전문가들 모두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무엇이 국익인지 내다보고 정말로 통일을 지향하는 국가라면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한반도의 긴장 요인으로 국제 관계는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명쾌하게 정리가 된 느낌입니다. 

 

스님의 기조 발제가 끝나고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의 예리하고 명쾌한 진단 때문인지 여러 발표자들 중에서도 스님에게 가장 많은 질문이 쏠렸습니다. 

 


▲ 외국인 전문가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법륜 스님

 

어떤 분은 “주변 강대국들 간의 외부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신 말씀에 공감이 갔고, 차라리 남북 양측이 스위스처럼 중립을 선언하면서 나가면 강대국들을 잘 설득할 수 있지 않을지?” 라고 물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현실은 그렇게 되기 어렵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미 간의 군사동맹이 견고하게 맺어져 있는데 미국이 이것을 포기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입장만 생각하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은 지금 북한과 군사협력 관계가 그렇게 긴밀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 중국은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미국의 이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해를 어느정도 충족시키지 않고는 주변국의 문제를 풀기가 좀 어렵지 않느냐 싶어요. 

 


 

결국 통일된 한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한다면 그것은 중국의 이해에 어긋나게 됩니다. 800km나 되는 국경을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으로서는 용인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실로 본다면 한국과 미국은 이미 군사동맹 관계에 놓여있고, 그것을 중국은 이미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한국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일본과 군사 협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조금만 현명하다면 아무리 미국이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일본과는 비군사적인 분야에서는 협력을 견고히 하더라도 군사적인 문제로는 일본과의 협력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고려를 한다면 말이죠. 

 

미국이 지금 한일 간의 군사 협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음에도 지금 한국 정부가 버티고 있는데, 결국 못 버티고 넘어가지 않느냐 싶거든요. 그렇게 되면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더 긴밀하게 풀 수 밖에 없어집니다. 그래서 한미일 군사협력과 북중러 군사협력 관계로 대립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다시 미중의 하위 변수가 되어서 1940년대의 해방 전후처럼 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싶어요. 이것은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큰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입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하자는 대로 한다는 종속적인 한미동맹에서 자주적인 한미동맹으로는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미일 간의 협력이 지금까지는 종속적이였다면 최근 일본이 조금 더 자주적인 입장으로 발전한 것처럼 한미 간에도 한국이 좀 더 자주적인 입장이 되도록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고, 특히 남북 문제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협력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에 미국의 국제적인 활동에 대해서 한국이 협력하지만 적어도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지원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한미 관계로 설정해야 되지 않느냐 싶어요. 그러나, 한국이 현재 그 정도의 자신감이나 자주적인 입장이 못 되고 있어서 지금 혼란스럽게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미국이라는 과거의 친구도 섭섭하지 않게 잘 이끌어가야 하지만 새로운 친구인 중국과도 관계를 잘 풀어야 되기 때문에, 이것은 분단된 상태로는 방법을 찾기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통일된 한국은 중립이라는 개념보다는 양자 간의 동맹관계를 포함한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로 발전시키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해나가는 관점을 갖는다면 해결책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항상 말씀은 획기적인 말씀을 하는데 말씀과 실천이 전혀 안 맞는 것이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전에 헬싱키 프로세스 얘기도 나왔지만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우려하는 북한의 핵개발을 폐기는 아니더라도 중지라도 해달라고 하고, 대신에 북한이 우려하는 대단위 군사 훈련에 대해서는 약화시키겠다고 하는 이런 안보에 대한 조금씩의 양보가 서로 간에 필요합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 지원은 해주되 그것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과 개발 원조 수준으로 제한을 한다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인권 문제의 경우도 지금처럼 다 고쳐라 하지 말고, 북한 헌법에 보장된 인권도 지금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너희 나라 법에 보장된 인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라고 하는 1단계적인 요구가 필요하고, 2단계적으로는 북한의 법이 유엔의 기본인권헌장에 어긋난다면 그 법의 몇가지 조문을 개선해라고 하고, 정치범 수용소도 한꺼번에 해체하라고 하지 말고 범법 행위를 한 사람과 그 가족이 같이 격리되어 있으니까 행위자는 놓아두고 가족은 우선 격리를 해제하라고 하는 이런 단계적인 조치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북한도 자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크게 우려가 안 되는 이런 순서들을 마련해서 서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서로의 요구를 조금씩 들어주는 식으로 해나가는 것이 신뢰 프로세스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신뢰를 쌓으면서 얼마든지 더 큰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혼자만 다 먹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달라, 그렇지 않으면 너와 말하지 않겠다’ 이런 방식은 제가 볼 때 현실성이 없습니다. 이렇게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현실성이 없이 접근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한분은 “일반 시민들이나 민간 차원에서도 북한을 수용하고 포용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첫번째, 저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남북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합의해서 통일로 간다면 일대일로 관계를 맺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가 하나 양보하면 나도 하나 양보하는 식으로요.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로 봤을 때는 대등한 관계는 이미 지난 것 같아요. 남한이 북한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는 조건이라면 통일은 반반씩 섞는 대등한 방식이 아니라 남한이 통일 국가의 주모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 굉장히 기분 나빠할 겁니다. 

 


 

그러므로 남한은 중심이 된다는 유리한 조건을 취했기 때문에 대신에 우려를 하는 상대편에게 그만한 우려 불식을 위한 조치를 취해주어야 합니다. 즉, 북한에서 주장하는 사상이나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 용인을 먼저 해줘야 합니다. 통일된 국가에서도 자신들의 권한이 그렇게 한꺼번에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이죠. 

 

두 번째는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살기 어려운데 왜 저들을 주느냐?“ 이것은 통일하지 말자는 얘기이지요. 통일 이후의 더 큰 이익을 생각하면 이것은 작은 투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치 지도자가 남한 국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해줘야 합니다. 자녀들 공부시키는데 돈이 많이 들지만 그 이후에 큰 이익이 있기 때문에 자식을 공부시키는 것처럼 이것을 포용하는데 드는 경비는 통일 이후에 동아시아 협력 체제를 가지면서 더 큰 이익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치적인 갈등이 있다보니 국민들이 그 밑에 덩달아서 갈등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젊은이들은 통일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통일 비용은 소비 비용이 아니고 투자 비용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외자를 유치해서 투자를 하고 나중에 갚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일 비용을 투자 비용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을 자꾸 소비 비용으로 확대 해석해서 사람들에게 주입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좀 거부 반응을 갖는 것 같아요. 

 

대등하게 통일하려면 일대일로 주고 받아야 하지만,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통일을 하려고 할 때는 약자에 대한 포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자기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모든 이익을 자기가 보겠다고 하면 상대방에게 굴복하라는 얘기가 되는데, 북한의 처지가 굴북을 할만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항을 하지요. 또 그것을 무력으로 통일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그 배후에 있는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65년 전에 경험한 일인데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남한이 중심이 된 북한의 포용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현실 가능한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어서 탈북자 출신인 최승철 재영한민족협회 회장은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많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너무 지나치게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인권 문제가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남북 통일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라고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스님이 답했습니다. 

 


▲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고 있는 최승철 재영한민족협회 회장

 

“저는 전세계에서 북한 인권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북한을 비난한다고 현실적으로 개선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북한을 비난한다고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는 인권을 탄압하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이지만 반대로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북한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첫째, 북한 인권의 열악한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열악함을 가지고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북한의 처지를 어느정도 수용하면서 경제적인 지원이든 다른 안보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 인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북한 안에서 억압되었던 민중들이 북한의 지배 세력에 대해서 반드시 보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그것을 막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데 협력함으로해서 통일의 막바지에 북한 지배자들에게 들이닥칠 보복을 우리가 좀 자제하도록 북한 민중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보복을 하게 되면 신분 보장이 안되니까 권력층이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통일을 위해서도 인권 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사람을 생각하고 평화를 생각하는 인권 개선을 해야지 상대를 비난하거나 상대를 해치려는 목적으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이어지자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북한이 왜 체제 유지에 급급하고 안보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지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거기다가 주한 미군이 주둔해 있는 상태인데, 여기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 않은 상태에 있는 북한이 안보 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불안해할 수 있을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군사 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한 위기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우리가 조금만 한다면 어떤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이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왜 국민들은 굶어죽는데 너희는 군사비에만 돈을 쓰냐?’ 이렇게만 접근을 한다면 이 문제를 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풀어지더라도 굉장히 비극적으로 풀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싶어요.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잘했다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대에 대한 조금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이 문제를 우리가 풀어나간다면 그래도 작은 해결책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은 상대에게 동조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해결책을 찾으려면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위에서 작은 진전을 이뤄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Session1을 잘 마쳤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회자되면서 세계한민족포럼은 후끈 열기를 더했습니다.

 

점심 시간을 갖기 전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들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아서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 참가자들 모두 다함께 기념사진 촬영

 

점심 시간에는 스님과 평화재단에서 마련한 오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참가자들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는 높은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후1시부터는 Session2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오후 내내 발표자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먼저 “분쟁 통합 통일의 세계 역사”를 주제로 다양한 주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췐성 자오 아메리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진화하는 한반도 정책’에 대해 발표했고, 임반석 청주대학교 교수는 ‘경제 영토와 안보망 경쟁의 의미와 문제’에 대해 발표했고, 이수경 도쿄 가쿠게이대학교 교수는 ‘버트랜드 러셀과 클라르테운동’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제이크 린치 시드니대학교 언론학과 교수는 ‘평화 저널리즘’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흥미로운 발표를 들려주었습니다. 

 


▲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는 법륜 스님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오후 3시45분부터는 Session3이 시작되었고, “한반도 분단과 재통일”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들이 있었습니다. 김주현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은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 발표했고, 장혜지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은 ‘대북정책에 대한 중미 양국간 경쟁과 협력’에 대해 발표했고, 최승철 재영한민족협회 회장은 ‘북한인의 관점에서 본 남한의 통일논의와 북한사회의 변화’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패널 분들이 토론에 참가해 논의를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저녁 만찬 시간을 가진 후 오늘 일정은 모두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내일이 정토회 천일결사 백일 기도 60일째 날인데 천일결사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촬영하여 보내주기 위해 런던 시내로 나가 보았습니다. 웨스트민스트 사원과 빅벤이 함께 있는 국회의사당 건물 가까이에 도착하니 템즈강에 조명이 반사되어 아주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서 촬영을 하기로 하고, 국회의사당과 템즈강을 배경으로 서서 스님은 천일결사자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밤10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빠뜻한 일정에 많이 피곤했는지 곧바로 휴식을 취하며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세계한민족포럼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 2일째 일정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바다를 건너 이동해 파리에서 포럼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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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비용은 소비 비용이 아니고 투자 비용이기 때문에..><<...통일 비용을 투자 비용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을 자꾸 소비 비용으로 확대 해석해서 사람들에게 주입하기 때문에..>>

2015-07-06 00:04:56

정긍정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

2015-07-03 20:57:41

예수

그놈에 "파이팅"이라는 구호는 일본의 진주만승리를 위해만든 영어에없던 일본식영어로써, 그시절 민족의수치인 식민지시절에 만들어진 글자를, 매국노와 그의후손들이 권력을 백년넘게 쥐고있다보니 선과 악의 구분도 몰라한다! 으랏차! 아자! 힘! 등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2015-07-03 07: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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