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4.22. 해외정토회 활동가 경주남산순례

 

 

오늘은 해외정토행자들이 경주 남산순례가 있는 날입니다. 원래는 월요일에 하려고 했으나 비가 오는 바람에 오늘 남산순례를 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는데,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보니 날씨가 아주 맑았습니다.

 

 

경주는 동쪽은 명월산, 서쪽은 선도산, 남쪽은 남산, 북쪽은 소금강산, 중간에 낭산 이렇게 5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중 거북 형상을 하고 있는 남산은 민중불교의 대표적인 장소로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불상과 탑, 절이 온 산과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적이 있는 골짜기가 43, 불상이 118, 96기 등 700여점의 문화유적이 남아있으며 200012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보호받고 있습니다.

 

 

  새벽예불과 기도를 마치고 아침고양을 한 후 730, 두북수련원을 나선 스님과 수련참가자들은 배리 삼존불입상에서 출발하여 삼릉골 코스를 따라 금오산 정상에 오른 뒤 용장골 코스를 따라 하산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남산을 답사하시며 가는 곳마다 상세하고 풍부한 설명으로 문화유적 답사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일명 냉골로 불리는 삼릉골로 들어서자 유동 인원을 헤아리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삼릉계곡은 산 아래 중생의 세계에서, 산으로 올라갈수록 관세음보살에서 아미타부처까지 모시고 있어 전체 골짜기가 마치 하나의 절과 같이 불상과 탑들이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오늘 만난 열 다섯 분이 넘는 부처님께 스님과 대중들은 가는 곳곳에서 삼배를 드리고 염불을 하였습니다.

 

 

먼저 배리 삼존불을 친견하고 삼배를 올렸습니다. 배리 삼존불은 친근하고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는 불상으로 원래는 지붕이 없었으나 불상을 보존하기 위해 설치한 지붕이 오히려 불상의 느낌을 해치는 듯 했습니다.

 

 

삼릉골에 들어서 처음 방문한 마애관음보살상에서 먼저 관세음보살을 부른 후 입술이 붉은 아름다운 보살로 왼손에는 중생구제를 위한 감로수병을, 오른손에는 본래 부처임을 상징하는 연꽃을 들고 있으며 입술부위는 붉게 되어 있습니다. 불상 뒤의 바위가 광배역할을 하며 정남향을 하고 있어 언제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불상이라는 스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돌에 조각된 불상이라고만 생각했을텐데, 설명을 들으니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 더 경이로워 보입니다.

 

 

마애관음보살상에서 내려와 냉골 석조여래좌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원래는 계곡에 엎어져 묻혀 있던 것을 발견한 것으로 머리와 손발이 파괴되어 있었고, 가사에 매듭이 2개 있는 것으로 미루어 원효상이나 미륵 또는 지장보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경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때 이 불상의 머리 찾기 운동을 하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계속해서 여기 불상의 머리찾기를 그만둔 사연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머리는 불교적 가치, 즉 불법을 상징합니다. 두 손은 자비의 행을 의미합니다. 불상이 머리와 두 손발이 없다는 것은 현재의 한국불교가 불교라는 몸뚱이는 있지만 머리 같은 불법은 없고 손발 같은 실천도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없어진 불상의 머리를 찾기보다는 머리와 손발 역할을 할 수 있는 불교를 만들자는 발원을 한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바른불교를 사회속에서 실천하는 정토회가 창립된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남산을 오르는 길 곳곳에는 연달래와 수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이제 그 수명을 다해가는 진달래가 지고 있었습니다.

 

 

다들 산을 오르면서 연달래, 진달래, 수달래의 차이를 살펴가면서 어떤 꽃인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서로 이야기 해보기도 했습니다. 연달래는 진달래, 수달래에 비해 꽃이 크고 화려하고 색깔이 옅은 편이었습니다.

 

 

가파른 길을 조금 오르다 보니 선각으로 표현된 여섯 분의 부처님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불상이 두 개의 바위 면에 새겨져 있는 선각육존불은 뛰어난 회화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바위속에 신이 있다고 믿었던 신라인들은 불교를 받아들인 이후에는 바위속에 부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고 그 바위 속에 계신 부처님이 형상을 드러낸다는 믿음을 가지고 조각을 하였기 때문에 자연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불상을 조각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불국사와 석굴암과는 다른, 남산만의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기후변화로 바위에 검은 이끼가 끼면서 선으로 표현된 부처님의 형상을 알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여기부터는 좀 더 가파른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연세가 드셨거나 몸이 좋지 않은 분은 내려가고 다른 분들은 다시 다음 유적지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선각육존불이 새겨진 바위 위를 지나가기 때문에 바위위에 빗길을 내고 구멍을 뚫어 나무를 세워 보호막을 친 흔적을 볼수 있었는데, 이는 신라인들의 지극한 불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연달래가 만발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자 두툼한 입술을 가져 선각여래좌상이 새겨진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신라시대 예술품에 비해 섬세함이 떨어져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또한 검은 이끼로 하단의 형체가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불상의 오른쪽 팔짱을 끼고 부처님과 유일하게 데이트 할 수 있는 석조여래좌상이 나타났지만, 근래에 이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막을 쳐놓아서 아쉽게도 팔짱을 껴보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니 상선암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에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길을 오르니 경주 시내가 한 눈에 펼쳐졌습니다.

 

 

스님께서는 태종무열왕릉, 김유신장군묘,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 경주 최부자집 등 경주시내를 지도를 보듯 상세히 가리키시며 이에 얽힌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한 권의 역사책을 읽은 듯 했습니다.

 

 

이 바위에 빌면 아들을 낳는다는 상사바위를 지나고 동쪽 저 멀리 거대한 자연 암반의 벽면에 새겨진 상선암 마애대좌불이 보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이 불상이 마치 너 왔냐?’라고 하는 듯 바위속에서 얼굴을 삐죽히 내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몸은 선으로 음각되어 있고 얼굴과 어깨만 살짝 튀어나온 양각으로 되어 부처님께서 바위에서 나오시는 듯 하여 선각육존불에 이어 신라인들의 산신신앙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마애대좌불을 바라보며 참여하신 분들은 모두 지극한 마음을 모아 이곳에서 사시예불을 올리고 난 후 다시 발길을 옮기니 해발 468미터의 금오산 정상을 나타내는 표식이 나타났습니다.

 

 

남산의 정상에 왔다는 표시로 지부별로 스님과 사진을 찍었고, 또 순례 중간부터 우리 팀에 섞여서 왔던 등산객 3분도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기뻐했습니다.

 

 

정상을 지나 용장골 쪽으로 하산을 하는 중에 용장사지로 꺾어지는 곳에서 밥을 먹자고 자리를 펴기 시작했는데, 일부에서 너무 이르다고 좀 더 경치 좋은 계곡에서 먹자고 해서 다시 자리를 접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바위길을 내려가니 용장사 삼층석탑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에서 석가모니불을 정근하면서 탑돌이를 한 후 스님께서는 이 석탑은 산의 중턱에 있지만, 아래에서 바라보면 산을 기단으로 산의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용장사의 법당터보다 높은 곳에 세워진 이 탑은 계곡 아래에서 보면 수미산 꼭대기에 하늘과 맞닿은 듯 탑이 서 있는 모습이라며 일반적인 절의 구조와는 다르게 불상이 아래쪽 앞에, 탑이 위쪽 뒤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다시 암벽등반을 하듯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어려운 코스로 내려오니 삼륜의 대좌에 머리가 없는 석상이 앉아있는 독특한 형태였습니다.

 

 

목이 없는 이 불상을 보니 스님께서 머리찾기 운동을 벌였던 냉골 석조여래좌상이 생각나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바위면에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마애여래불상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남산순례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내려가는 길만 남았습니다. 대나무밭을 지나 스님의 끝이 없는 연달래 찬사를 들으며 걸어가니 중간에서 내려간 분들이 설잠교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몸이 좋지 않아 함께 완주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 마음을 내어 올라오신 보살님들을 뵈니 반가움이 더한 것 같았습니다.

 

 

다시 조금 내려가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서 몇몇 보살님들이 준비해 주신 김밥을 여기저기 계곡을 바라보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원래 일정은 다시 남산중 고위산을 올라 새갓골로 내려오려고 했으나 다들 지친듯한 표정에 스님께서는 대중을 이끌고 용장골로 하산하셨습니다.

 

 

조금 일찍 하산을 했기 때문에 목욕을 하고 수련원에서 문경으로 가기 위한 짐정리와 휴식을 취한 후 두북에서의 마지막 공양을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울산에 계시는 지역유지 몇몇분들이 통일운동에 대한 스님의 조언을 듣겠다고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산행을 하신 후 휴식도 하지 못하고 손님들과 1시간 이상 면담을 하셨습니다.

 

해외정토회 활동가들은 저녁공양 후 모두 문경으로 이동하였고, 스님께서는 오늘이 아니면 엄나무 순이 너무 자라 먹을 수도 없기 때문에 신규 법사님 4분과 함께 다시 엄나무 가지를 자르고 순을 따는 작업을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스님께서 먼저 엄나무를 자르고 순을 따는 작업을 전기불을 켜고 밤에도 계속 작업을 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한 스님께서는 내일 오전 8시에 문경정토수련원에서 진행되는 해외정토회 지도자 수련 입재식에 참석해서 입재법문을 하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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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불상의 머리를 찾기보다는 머리와 손발 역할을 할 수 있는 불교를 만들자는 발원을 한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바른불교를 사회속에서 실천하는 정토회가 창립된 것이었습니다.”>냉골(삼릉골)목없는 부처님..티비에서 보고 저도 참 가슴이 아프고 감회가 남달리 깊었었는데요..ㅠ이름도 예쁜 연달래 예찬론자 스님의 모습,힘든 산행에 지치신 모습..세계속의 아름다운 문화유산 경주남산소식..잘 봤습니다^^*

2015-04-26 22:54:59

이규원

스님의 육체활동만 보더라도 10~20대도 따라가기힘든
일정들인것 같아요.항상 지금처럼 건강하시길 발원합니다.감사합니다.

2015-04-26 10:06:54

주디

스님 감사합니다.

2015-04-24 1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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