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4.11. 탑곡수련원 운력, 서울 공동체 포살 및 백일 출가생 법문

 

 

스님께서는 두북정토수련원에서 새벽예불과 기도를 드린 후 원고교정 업무와 정원 가꾸는 일을 하시다가 오전 10시 경에 서울에서 내려온 공동체 대중들과 만나 이른 점심식사를 하셨습니다. 서울공동체 대중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1시간 기도를 하고, 아침식사를 아주 간단히 한 뒤 6시에 출발해 두북수련원으로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두북수련원에 간단히 짐을 푼 뒤, 다들 울력복장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지난주에 비가 안 왔으면 탑곡수련원에 올라가 밭이랑에 비닐을 씌우는 일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 하게 된 것입니다. 고추 파종 시기가 다가오는데, 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탑곡수련원을 담당하는 화광법사님이 애타하는 모습이셨습니다. 대중들은 화광법사님의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잘재잘 벚꽃구경을 하면서 탑곡으로 올랐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중들이 두북수련원에 짐을 내려놓고 울력복장으로 갈아입을 동안에 울력을 마치고 어디로 가야 멋진 꽃구경을 할 수 있을지 답사를 다녀오셨습니다. 탑곡수련원에도 벚꽃나무와 탐스러운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습니다. 졸졸졸 내려오는 작은 골짜기 물에 햇살이 반짝이는데, 그 위에 벚꽃잎들이 흩날리는 모습이 그림처럼 예뻤습니다.

 

 

꽃구경도 잠시, 다들 울력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려고 한 자리에 둥그렇게 모여들었습니다. 울력 담당자는 31조로 모둠을 배정해서 한 명이 비닐을 넓고 팽팽하게 펴주는 역할을 하고, 나머지 2명이 밭이랑 좌우에서 삽으로 흙을 떠서 덮어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공기가 안 들어가도록 팽팽하게 잘 잡아줘야 하고, 또 흙으로 비닐의 양 가장자리를 잘 다지면서, 중간 중간에도 흙덩이로 눌러주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다들 오랜만에 하는 농사울력이라 요령을 잊어버렸지만 한 이랑을 실험삼아 해보면서 감각을 익혀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께서도 한 조에 들어가셨습니다. 뒤늦게 SBS촬영팀이 와서 스님께서 삽을 들고 밭이랑에 비닐 씌우는 모습을 열심히 촬영했습니다. 어디서 부우우웅~ 벌떼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싶어 고개를 드니, 헬리캠(촬영용 소형 무인 헬기)이었습니다.

 

 

열심히 삽질을 하던 대중들은 신기해서 올려다보다가 곧 다시 일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조는 아주 힘차고 씩씩하게 작업을 하고, 어떤 조는 자기들끼리 이렇게 하라느니, 저렇게 해야 한다느니 아웅다웅 시끌벅적 떠들기도 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는 자기들 몸 상태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일하다 쉬었다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 SBS 촬영팀에게 자 이제 그만 찍고 같이 일합시다라고 하셔서 대중들은 그냥 우스개소리로 들었는데, PD님들이 진짜 교대로 들어와서 같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PD님들의 일솜씨가 아주 좋으셔서 속도가 더 붙었습니다. 대중들은 이제 PD님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웃고 떠들며 그러나 일은 부지런하고 근면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영 서툴러서 오늘 안으로 다 하겠나 싶었는데,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개미떼처럼 일하다보니 2시간 여 만에 거의 70-80%를 마쳤습니다.

 


 

잠시 볼일을 보러 나갔다 오신 화광법사님께서 까만 비닐로 가지런히 정렬된 밭고랑을 보시곤 입이 저절로 귀에 걸렸습니다. 한 시름 놓으신 표정이셔서 대중들도 환하게 마주 웃었습니다. 스스로들 뿌듯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께서 불현 듯 자 쉬고 하자고 하십니다. 다들 일손을 놓고 커다란 벚꽃나무 그늘 아래로 모여들었습니다. 참을 담당한 팀이 라면을 끓여 냈는데, 다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봄볕 아래, 흙냄새를 맡으며 즐겁고 신나게 울력을 해서인지 기분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또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적당한 노동을 하고 먹는 참이라 더더욱 맛있었겠지요.

 

먹으면서도 쉴 새 없이 대중들의 수다는 계속됩니다. 특히 스님과 함께 조를 이뤘던 도반들에게 유쾌한 위로를 여기저기서 건넵니다. 다른 조는 쉬엄쉬엄 속도를 조절하면서 일했는데, 스님 조는 정말 한 번도 안 쉬고 내리 2시간 가까이 일했거든요. 스님과 함께 했던 조는 거의 말도 없이 일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작년에 비해 우리의 작업 속도가 엄청 빠른 것 같다는 한 도반의 얘기에, 헬리캠 덕분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카메라가 찍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자기들 속도대로 작업한 조가 있는가 하면, 헬리캠이 자꾸 날아들어서 거의 쉬지 못한 조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스님께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또 거의 안 쉬고 일을 하면서도,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게, 누구의 표현대로라면 사부작 사부작가볍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감탄했습니다. 그만큼 몸을 쓰는 일에 단련이 되신 것도 있겠지만, 몸에 집착하지 않고 그러나 일에 집착하지 않는 그런 중도의 진리가 몸에 배어난 모습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작업 속도가 빨랐던 건, 헬리캠을 의식한 것보다는 이렇게 몸소 본을 보여주는 스승님이 계셨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스승님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히 따라 배우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스승님께서는 부처님의 법문을 알기 쉽게 깨우쳐 주시는 것뿐만이 아니라, 부처님의 법을 몸소 실천하고 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때문에 자연히 감화되는 것 같습니다.

 

 

물이 한강처럼 흥건한 라면과 약간 설익은 라면을 먹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먹고 나서 다시 1시간 동안 나머지 30%의 공정을 마저 마쳤습니다. 비닐작업을 마친 뒤에 스님께서는 탑곡수련원 주변의 가시덤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시고, 나머지 대중들은 고추밭에 울타리를 치는 작업을 했습니다. 고라니나 멧돼지가 들어오면 곤란하니까요. 그 작업까지 마치니 얼추 3시가 되었습니다. 다들 흐르는 골짜기 물에 삽과 장갑을 씻고, 차량에 농기구를 실은 뒤 벚꽃 나무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SBS 촬영팀이다, 서울 공동체 대중이다, 뭐다를 다 떠나서, 오늘은 각자 땅을 일구는 농부가 되어 신나게 일한 아주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저녁에도 일정이 계속 있으니까 산책할 시간은 없다며, 드라이브를 하면서 꽃구경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미리 봐두신 곳을 향해 차량들이 줄지어 따랐습니다. ‘외와마을의 어느 가파른 산길로 올랐는데, 오르는 길이 어찌나 험한지 차량 안에서 쿵쿵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가다보니 여기저기 연달래꽃들이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진달래꽃이 더 많더니, 이번엔 연달래꽃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지점까지 올라가니, 멀쩡한 산을 깎아 채석장으로 사용하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볼썽사납게 파헤쳐진 모습에 잠시 눈살을 찌푸리려는 찰나, 갑자기 조수석에서 오른쪽을 봐요. 오른쪽하고 다급한 소리를 지릅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돌리니, 연달래꽃이 산허리에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 장관입니다.

 


 

스님께서 차량에서 나오셔서 다들 차를 세우고 스님 뒤를 따랐습니다. 스님께서는 채석장 먼지가 날아들어 꽃 색깔이 투명하지가 못하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대중들은 진달래꽃 사이사이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웃고 떠들었습니다.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SBS 촬영팀은 스님께 꽃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왜 좋아하시는지인터뷰를 합니다. 스님께서는 답변 대신 그저 빙긋이 웃으십니다. “무슨 꽃을 좋아하시냐?”는 질문에는 분홍꽃도 좋고 보라꽃도 좋고라고 대답하십니다. 보라꽃 좋아하신다는 얘기는 이미 거듭 거듭 확인중입니다.

 


누군가 저 꽃들 사이에 대중 전체가 올라가서 사진을 찍자고 해서, 비탈진 경사를 따라 하나둘 올랐습니다. 그런데 나무마다 먼지들이 수북해서 머리와 옷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았습니다. 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니, 헬리캠이 벌떼 몰고 오듯 부우우웅~ 소리를 내며 다가왔습니다.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방송 방영분에선 아마도 편집이 되겠지만 그래도 재미난 추억거리가 될 장면이었습니다.

 

다들 기분 좋지만, 노곤한 몸을 이끌고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중들이 씻고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일을 또 하시다가, 저녁 예불 시간에 맞춰 오셨습니다.

 

 

오늘은 서울공동체의 정기포살일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9시부터 포살과 나누기가 진행되고, 오후에 울력을 하겠지만, 오늘은 두북수련원에 왔으므로 울력부터 하고 포살을 저녁에 하게 된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지도법사님께서 직접 계본을 낭독해주셨습니다. 늘 녹음된 목소리로만 듣다가 스님께서 직접 법상에 앉으셔서 계본 낭독을 해주시니, 훨씬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포살은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삶을 닮아가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40계본을 두고 스스로를 뉘우치며 대중 앞에 발로 참회하는승가의 전통 의식입니다.

 

40계본이란, 1.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2.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4. 거짓말을 하지 말라. 5. , 담배, 마약 등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말라 등 부처님께서 주신 계율을 정토회 수행 원칙에 맞게 현대식으로 다시 구성한 것입니다.

 

대중은 계를 어긴 것에 대해 3배로서 발로 참회하게 됩니다. 40계본을 다 지켜야 마땅하지만 잘 못 지키는 계율이 많다보니, 그 중에서도 이번 달엔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보자하는 것을 공동실천과제로 삼습니다.

 

평소에는 포살을 담당하는 팀에서 공동실천과제로 계본 하나를 정하는데, 오늘은 지도법사님께서 특별히 그 계본에 대한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달 집중실천과제는 ‘28. 일에 집착하여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런데 이 계본은 ‘27번 몸에 집착하여 몸을 사리지 않는다라는 계본과 쌍을 이룹니다. 그래서 오늘 스님께서는 이 두 계본을 연관 지어 설명해주셨습니다.

 

"27번 몸에 집착하여 몸을 사리지 않는다. 28. 일에 집착하여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27번과 28번이 서로 치우치는 양극단에 속합니다. 몸에 집착해서 몸을 사리는 것이 제1의 길이라면, 일에 집착해서 몸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제2의 길입니다. 중도는 몸에 집착해서 일을 두려워해서도 안 되고 일에 집착해서 몸을 함부로 사용해도 안 됩니다. 이것이 중도의 길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몸을 사리죠. ‘아프면 어떡하나.’하면서 꾀를 부립니다. 마음속에 이런저런 핑계가 생기면서 자꾸 몸을 사리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몸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고 한 것입니다.

 

몸에 집착한다는 것은 싫은 마음에 사로잡힌다는 뜻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좋고 싫고를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싫은 마음에 사로잡혀서 몸을 사리는 것이 제1의 길이라면, 좋아하는 마음으로 일에 집착해서 몸에 무리가 가도록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치우침입니다. 몸에 집착해도 치우침이고 일에 집착해도 치우침이 됩니다. 몸에 집착하면 일을 꺼리거나 두려워하게 되고, 일에 집착하면 몸을 자기도 모르게 무리하게 쓰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에 집착했는지 안했는지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몸을 약간 사려서 몸을 조심한 게 잘 한 건지, 아니면 약간 몸의 거부반응이 오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싫은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넘어버림으로 해서 자기 업식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할지 우리는 늘 헷갈립니다. 중도라는 것은 현실 속에서 풀기가 어렵습니다. 늘 자기도 모르게 이리 치우치고 저리 치우치게 되죠. 그래서 자기가 자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드러난 것이 핵심이 아니라, 그 뿌리가 까르마로부터 일어난 욕구, 욕망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좋고 싫고는 나의 까르마로부터 일어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더 써도 괜찮은데 하기 싫은 마음이 있어서 어떤 핑계를 대고, 싫은 마음에 사로잡혀서 일에서 물러난다면, 그것은 몸을 사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마음에 사로잡혀서 몸의 상태를 넘어서도록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진다면, 그건 몸을 함부로 사용한 것이 됩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여전히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러나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지금 약간 싫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구나, 그러다보니까 마음에서 자꾸 핑계를 대면서, 몸을 사리고 있구나발견하게 됩니다. 표현은 몸이지만 뿌리는 마음이기 때문에 안으로 돌이켜서 살펴보면서 아 싫어하고 있구나알아차리게 되면, 그냥 해버리는 게 좋습니다. 이래야 까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어떤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도 몸은 그만 먹으라고 하는데, 몸은 생각하지 않고 더 먹고 싶은 욕망에 따라 음식을 더 먹고 나중에 과식을 해서 힘들거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까? 그럴 때 몸을 함부로 쓰는 것입니다. 꼭 일할 때만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일, 해야 한다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서 몸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면 그렇습니다.

 

오늘도 일하면 몸에 무리가 가죠. 그럴 땐 또 몸에 집착해서 내가 과했나? 괜히 했네? 이렇게 후회하는 마음으로 가면 욕망에 끄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의 필요에 의해 몸에 무리가 가더라도 자기가 기꺼이 한 것이면, 지금 내 몸이 피로하더라도, 몸의 상태가 아픈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예상한 문제이므로, 몸은 피곤하거나 아프지만 그것으로 괴로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럴 때는 다시 말하면 몸에 약간 무리가 가도, 몸을 함부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몸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것은 뭐냐면, 약간 후회하는 마음이 들 때입니다. 그것은 일에 집착해서, 그때 상황에 집착해서 함부로 사용한 것이 됩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컨디션이 좋을 때만 일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픈 상태에서도 일할 수 있고, 졸리는 상태에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기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까르마, 욕망에 끄달려 가지 않아야 합니다.

 

아픈 몸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아픈 게 나아야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픈 게 나아야 일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저는 평생 아무 일도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아픈 것은 아픈 거고, 일은 일하는 건데, 아픈 것을 무시하고 일을 하면 어때요? 몸을 망쳐서 앞으로 일을 못합니다. 다 나아야 일을 하면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한 안 아플 수가 없기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픈 건 아픈 건데 그 아픈 것이 논다고 꼭 낫는 건 아니거든요. 일과 적절하게 배합이 되어야 합니다. 늘 심리적으로 욕망에 끄달리다보면 스트레스로 몸이 아프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을 잘 살피면 아픈 몸으로도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아프니까 쉬어도 되고 아프지만 일할 수도 있는 그것을 늘 자기가 주인이 돼서 아픈 것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조율해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27, 28번 계율, 중도에 대한 것입니다. 치우치지 말자 이런 얘기죠. 여러분들이 같이 경험도 나눠보면서, ‘아 이런데서 내가 약간 집착했구나, 그래서 문제다가 아니라, 치우치는 자기를 보면서 적절하게 다시 해보고, 다시 해본다면, 여러분들은 건강도 회복할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즉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이 안 아프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다리가 없는 사람은 다리가 없이 일하고, 팔이 없는 사람은 팔 없이 일하는 거지, 팔이 있어야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픈 거는 아픈거고 없는 거는 없는 거고, 그 안에서 일을 하는데, 팔이 하나 없는 사람이 팔이 두 개 있는 것처럼 일을 하려고 하면 열등의식이 생깁니다. 그 수준에 맞게끔 적절하게 일을 하면 돼요.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팔이 두 개 있는 사람의 잣대로 보면 안 되고, ‘저 사람이 팔이 하나 없는데도, 적절하게 저 일을 하고 있구나이렇게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네 그렇게 한 번 해보면서 중도를 배워 나가 봅니다.”

 

몸을 사리는 것과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오늘 상세히 풀어주셔서 새로운 앎이 생겼습니다. 드러난 현상을 보지 말고,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드러난 현상으로 보면 둘이 헷갈리는데,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인가, 일에 집착하는 마음인가, 싫고 좋음에 갇혀있는 것인가 아닌가. 앞으로는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은 포살이 끝난 후 조별 나누기에서 지도법사님의 법문을 통해 자기의 사례와 경험들을 나누며, “몸이나 일에 집착해서 문제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집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놓아버리는 연습을 가볍게 해보자고 다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공동실천과제에 대해 법문을 해주시곤 바로 옆방으로 이동하셔서 문경공동체에서 온 백일출가생들에게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24기 백일출가생 26명에게는 100일 중 48일째 되는 날인데, 두북수련원에서 중간 수련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백일출가생들에게 들어올 때의 마음과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시작할 때는 자기 나름대로 백일출가에 대해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하루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중간을 넘으면 익숙해져 설렘과 긴장이 사라지고 의미를 가지고 도전한 것이 약화되고 오히려 며칠 남았는지 세어보게 됩니다. 마음을 내서 스스로 도전한 건데 적극성은 어느덧 사라지고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그저 의무감으로 백일을 채우자는 생각으로 빠집니다. 그러면 점점 참고 버티는 게 됩니다.

 

처음에는 힘들게 시작해서 점점 좋아지는데 중간부터는 갈수록 나빠지게 되는 거죠. 처음 정토회에 온 사람들은 부처님 법을 만나서 내 욕심이구나하고 이게 어느 정도 돌이켜지니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수행문을 읽으면 가슴에 와 닿고, 너무 좋아서 이대로 공부하면 나도 부처님처럼 되겠다 하고 봉사를 합니다. 그게 초발심이라 하는데 초발심이 무섭습니다. 오래 수행한 사람보다 법문도 잘 들리고 일도 열심히 하고요.

 

 

그런데 자기 카르마가 원래의 그 생각을 내려놓으면서 좋아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현상이 생깁니다. 바로 부처님 법이라는 기준을 움켜지고 주변을 판단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에게 들이대야 할 수행의 잣대를 자기 남편과 아이들, 정토회 도반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이대면서 분별을 냅니다. 이럴 때는 스님의 법문도, 수행문도 귀에 안 들어옵니다. 부처님의 진리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죠.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이 아상과 아집이라 하고, ‘이게 진리다움켜쥐는 것이 법상, 집착 하는 것을 법집이라고 합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부처님의 진리는 밖이 아니라 내 안으로 돌이켜서 자기를 살피고 변화시키는 기준으로만 삼아야 합니다.

 

 

100일이 갈수록 의미 있는 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회향하기 전날과 입재한 첫날이 동일한 의미 있는 하루가 될 때 백일출가입니다. 처음 입재해서 첫날과 이튿날 하루하루 배우는 것이 많았고, 일주일 지났는데 한 달 지낸 것 같잖아요. 그 하루와 끝나기 전날 하루가 같은 하룬데, 끝나기 전날 하루는 아무 의미 없이 보내게 됩니다. 여기 들어오기 전을 생각해보세요. 정말 백일출가를 해보려고 반대를 무릅쓰고 왔잖아요. 그러다 막상 여기 들어오니까 어때요? 날짜 때우기식으로 버티기만 한다면, 자기 인생을 낭비하는 게 되잖아요.

 

계율은 수행자를 보호해주기 위해 울타리를 쳐준 것이니,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려고 해봅니다. 이렇게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배워가며,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리막길의 50일이 아니고 한 계단 더 딛고 가는 50일이 되길 바랍니다.”

 

 

한 시간 여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제 막 절반의 문턱에 다다른 백일출가생들에게는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가도록 해주신 스님의 법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몸 쓰는 일로 지치실법도 한데, 저녁 공동체 포살과 백일출가생 법문까지 해주신 스님께서는 다시 또 원고교정을 하셨습니다. 내일 새벽 3시에 죽림정사로 출발해야 하는데 스님께서는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드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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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우리중생들은 제몸살펴 아끼기에 여념이 없는데 그것도
집착이며 욕심이라는 것을 알겠되었 습니다.중도의 삶을 실천하시고 몸소 보여주시는 스님 저는 그모습이 신비롭고 하늘같기만 합니다.스님을 통해 인간의 구석구석의 가능성의 모든것을 보게됩니다.부처님의 살아있는 모든 삶을 보여주시고 자애로움으로 안내해주시는 스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2015-04-16 00:51:35

큰바다

몸과 일에 끄달리는 것이 무엇인지, 몸이 아픈지 아닌지, 일을 열심히 했는지 아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br />중도 라는 가르침을 기준으로 살펴보니 저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br />내 마음을 돌아보아 판단하면 된다는 명확한 가르침 정말 감사합니다. 스승님.

2015-04-13 20:37:49

강현주

중도♥ 스님의 실제적인 삶에 바로바로 적용해서 설명을 해주시니 이해가 쉬습니다 저도 언제나 몸에 집착하며 살아왔는데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알겠습니다 몸의 상태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말씀 그래서 좋고 싫고 감정을 떠나 몸에 집착도 또는 너무 쓰는 일을 잘 조절하겠습니다♥

2015-04-13 12: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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