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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동대혈과 압록강 유역, 그리고 발해 유적 영광탑을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우리 통일의병들은 3시 20분에 기상하여 4시에 국동대혈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의병들이 신병이라서 아침 출발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 3일째가 되자 청년들까지도 잘 일어나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한숨 자고 나자 국동대혈에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합니다. 국동대혈로 올라가는 계곡 입구가 홍수 때문인지 전과 달리 모습이 변해 있었습니다. 스님은 옛날에는 아주 보기 좋았는데 계곡 길이 망가졌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기분이 상쾌해지는 걸 느끼면서 관음굴에 도착했습니다. 관음굴은 국동대혈 올라가기 직전에 있는 대혈로서 그 지역의 민간신앙을 모시는 곳입니다. 유화부인의 모습일 것 같은 아름다운 여신상이 한가운데, 그 양쪽에는 각각 의신과 재신이 모셔져 있어서 3가지 복 즉, 행복, 건강, 부를 비는 곳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우리 의병들도 각자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부를 빌었습니다만, 아마도 우리 의병님들이라면 통일이라는 결과 뿐 아니라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의 행복과 통일 운동할 수 있을 만큼의 건강. 군자금을 낼 수 있는 정도의 부를 빌지 않았을까 기대해 봅니다.
관음굴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유리왕의 전설이 있는 사랑 바위가 있어 구경을 했는데 3가지 복에 사랑까지 좋은 건 다 가지겠네 하고 서로 농담을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고구려 시대에 왕이 천제를 지내던 국동대혈에 도착했습니다.
나라의 동쪽에 있는 큰 동굴의 의미로서 처음에는 어느 나라를 의미하는지 몰랐다가 국(國)은 수도, 즉 국내성을 의미하는 것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양쪽이 트인 넓은 동굴로서 한쪽 면에는 하늘로 통하는 동굴이라는 뜻의 통천동(通天洞)이라고 큰 글씨로 쓰여져 있고 고구려 당시 왕의 세속적인 통치력과 천손으로서의 제사장을 겸하는 제정일치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통일의병도 천손의 후예로서 천 오백여년 만에 이곳 국동대혈에 찾아와서 간략하게나마 하늘에 천제를 지냈는데 여기 참여한 한 청년 의병은 천제를 지내고 나니 천손의 후예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고 이 지역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지금은 전부터 살던 곳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그냥 산길이었던 곳에 계단과 난간이 만들어지고 길을 닦는 등 큰 돈을 투자하여 유원지로 개발된다는 소식에 우리의 신성한 국동대혈이 중국인들의 상술에 어떤 피해를 입게 될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림강을 떠나 압록강을 따라 장백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부터 보아 온 압록강 건너편 북한의 대표적인 풍경은 낡은 집과 누렇고 볼품없이 자라는 농작물, 그리고 한없이 계속되는 뙈기밭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가파른 곳에 올라가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도 불가사의한데 가뭄 때문인지 작물조자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압록강을 따라 계속 뙈기밭이 계속되는 모습은 좋은 건 아닐지라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대단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런 걸 내셔널 지오그래픽스의 다큐멘터리물처럼 우리도 북한의 뙈기밭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뙈기밭을 아십니까?-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극단의 생존 전략”같은 제목으로 유투브에 올려서 한국은 물론 전세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에는 산불이 자주 난다는데 그건 뙈기밭을 만들기 위해 불을 내다가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강에서 특이한 것은 여러 사람들이 강에서 허리를 숙이고 뭔가를 채취하는 것 같았는데 첨엔 고동 같은 것을 잡는 것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사금을 채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장백으로 가는 내내 압록강변을 따라 올라가는데 간간히 북한 주민들이 보이면 친척이라도 찾은 듯 모두들 반가워했습니다. 강에서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특히 여자들이 모두 벗고 목욕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다소 문화적인 충격이 있었습니다. 개인 집에는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전기 사정도 안 좋아 밤에 씻을 수도 없을테니 생활고에 따라 부끄러움의 수위도 달라지는 건가 싶어 어쨌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정말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간히 강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곳 주민들은 생활이 괜찮은가 했는데 북한의 소는 개인 소유가 아니고 협동농장 소유라서 소 관리 담당자가 있다고 합니다.
13도구에 들어서서 길에서 파는 수박을 사서 중간에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오랜 버스 탑승으로 지친 몸도 풀어주고 달콤한 수박을 나눠 먹으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압록강을 따라 계속 달리면서 건너편 북한 땅에 산사태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아이들에게는 손을 흔들고 또 끝없이 펼쳐지는 뙈기밭을 보면서 스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북한의 혜산이 훤히 건너다보이는 영광탑에 도착했습니다. 탑 앞에 간단하게 제물을 차려놓고 예불을 올렸는데 유일한 발해의 유적에서 100 여명이 예불을 올리는 소리는 아름답고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영광탑은 발해시기의 탑으로 그 밑에는 무덤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탑 안에 화장된 유골이 있는 것이 탑인데 발해는 매장의 전통 문화에 사리탑을 세우는 불교 문화가 결합되어 능 위에 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탑은 한국에도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경주에 있는 문무대왕의 능지탑입니다.”
영광탑 참배를 마친 후 통화 포도주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서 스님께서는 독립운동사와 북한의 현실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는데 통일의병이라면 보복의 관점보다는 이웃 나라에 대한 열린 마음과 북한 체제에 대해서도 양쪽 측면을 다 고려하는 지혜를 가질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우리가 감정에 치우쳐 있으면 손실을 불러오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통일의병은 상대에 대해 원수를 갚겠다가 아닌, 감정보다는 이성에,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봐야 합니다. 민족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이웃 민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북한에 대해 나쁜 이미지만 갖고 있는데, 북한이 그런 집단이라면 미국이라는 나라와 겨룰 수가 없겠죠. 다른 요소가 또 있다는 이야기지요. 북한의 체제에 대해 긍정•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또한 1945년 독립 이후 북한의 형성 과정과 주변 강대국과의 역학 관계 속의 근현대사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또한 일부 보수 세력이 주장하는 흡수 통일의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서도 관점을 잡아 주셨습니다.
“만약 북한 사회를 즉시 해체하고 남한에 흡수시킨다면 혼란이 엄청나게 발생할 거예요. 동서독은 그전에 사전준비를 굉장히 해놓았는데도 문제가 발생했는데, 우리는 현재 이 상태로라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오히려 이해하고나면 서로 다른 것을 동질화 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해서 공존의 체제로 간다면 이질적 문제가 크고 작다는 건 문제가 안 돼요. 지금은 이질적 문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더 복잡한 거예요.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이 살려면 서로의 성질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같이 하면 내일이라도 같이 사는 게 문제될 것이 없어요.
북한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민주화의 경험이 없잖아요. 일당독재-일인독재 시스템으로 왔으니까. 그런데서 북한 주민의 아픔을 생각해야 합니다. 통일을 하려면 국토 얘기보다 젤 먼저 가장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이 혜택을 입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인도적 지원은 도덕적으로 해야 하는 것일 뿐 아니라 통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또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체제 갈등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통일은 수많은 상처를 치유하는 성격도 있고 미래의 동아시아 문명시대를 여는 기초가 되므로 미래를 생각하면 통일은 결코 종착점이 아닙니다. 미래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일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일은 그 출발점이고 결국 통일된 대한민국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주변국과는 어떤 관계를 만들지 구상해야 합니다.”
이렇게 통일의 과정 뿐 아니라 통일한국의 비전까지 보여주시니 우리의 할 일이 많구나 하고 가슴이 설레이는 한편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내일은 하루종일 백두산을 구경하는 날입니다. 제발 날씨가 맑아 천지를 볼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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