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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서울정토회 서초법당에서 전국의 정토불교대학 모둠장들과 천일결사자 모둠장들을 대상으로 한 모둠장 교육이 있었습니다. 정토회 천일결사 8차년 10대 목표 달성의 초석이 될 모둠의 역할을 확립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스님의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봄기운이 완연한 아침을 가르고 먼 데서 혹은 가까운 데서 모인 160여 명의 모둠장들이 진지하고도 열정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강연을 여시며 스님께서는 현장에서 활동하기 바쁜 와중에 소집된 교육에 참가하느라 모두들 수고가 많다고 모둠장들을 격려하시면서 부처님께서 아난다 존자에게 설하신 내용을 전하셨습니다.
“어느날 부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아쇼카나무 숲에 이르러 아난다 존자에게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보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이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많은가, 적은가?’
‘매우 많습니다.’
‘그러면 내 손에 쥔 아쇼카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과 저 숲에 있는 아쇼카 나뭇잎 중에 어느 것이 더 많은가?’
‘저 숲에 있는 나뭇잎이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 아난다여. 여래가 이제껏 설한 법이 이 손에 있는 아쇼카 나뭇가지에 달린 잎의 수와 같다면 너희에게 설하지 않은 법은 저 아쇼카 숲에 있는 나뭇잎수 만큼 되느니라.’
아무리 큰 수라 해도 분모가 무한대가 되면 영(0)이 되듯이 총체적 진리에 비하면 붓다가 설한 법문은 아주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온 갖가지 법을 갖고 계셔서 그것을 설해 주신 게 아니고, 서있는 위치에 따라 서울 가는 방향이 정해지듯 중생의 근기에 따라 법문이 설해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8만 4천 법문을 설했지만 한 법도 설한 바가 없고 한 법도 설할 것이 없지만은 한량없이 많은 법을 설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법문의 바탕은 무유정법으로 중생의 번뇌 따라 부처님의 법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즉, 중생의 번뇌가 있으니 부처님의 설법이 있고 불교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중생에게 고뇌가 없으면 부처나 보살은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같은 이치로 모둠장의 역할 또한 대중의 필요와 정토회의 필요에 따라 생겨나는 것으로서 정토회가 필요한 일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대중의 필요 요구를 정토회에 수렴해주는 중간 매신저의 역할이라고 밝히시며 필요가 다양하면 쓰임새도 다양한데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해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려서 잘 쓰이는 것이 곧 수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불교대학 모둠장의 역할은 크게 마음 나누기 진행, 소통, 수업참여 유도, 봉사활동과의 연결 등이고 천일결사 모둠장은 대자[대녀]를 돌보는 천주교의 대모처럼 천일결사자의 수행을 도와 정토행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각 역할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매우 중요하고도 새로운 책임을 맡게 되어서인지 전국에서 모인 모둠장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천일결사 모둠장으로서 기도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지, 불교대학 모둠장으로서 동북아 기행에 불교대학생 우선권을 줄 수 있는지, 4월 20일 불교대학 저녁부 남산 사찰순례와 19-20일 경전반 특강수련 일정이 겹치는데 경전반 학생으로 특강수련을 가야 하는지 불교대학 진행자로서 사찰순례에 가야하는지 고민하시는 분, 가을불교대학 재학중이고 특별한 경력이 없는데 회원팀장을 맡아 갈등하시는 분, 천일결사 모둠장은 대부분 정회원이 맡아 큰 무리가 없는데 반해 불교대학 모둠장은 학생 중에서 뽑아 당사자가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신저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도록 해야 하는지, 모둠원 중에 상을 당하는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색하시는 분, 불교대학 주간부 모둠원이 개인사정 얘기를 하며 저녁부 남산순례 참가신청을 도와달라 청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융통성과 원칙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시는 분, 이중의 멤버십을 가진 모둠원이 타 부서의 봉사에 집중하느라 불교대학 모둠에 소홀해질 경우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난감해 하시는 분, 불교대학과 천일결사의 초심자를 위한 안내 자료를 법당에 비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시는 분, 불교대학 저녁부의 경우 학생이 모둠장을 맡아 소임을 맡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영상법회를 여법하게 진행하기가 힘드니 행정처에서 이를 고민해주기를 요청하시는 분, 정회원이란 용어 대신 발심행자를 쓰고 이에 대한 안내를 공개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 등 많은 분들이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과제들을 풀어놓았고 스님께서는 이에 일일이 지혜로운 좌표를 제시해주셨습니다.
그중 일산법당에서 봄 불교대학 모둠장을 맡고 계시다는 분은 수업 후 나누기를 할 때 질문을 하며 토론을 하려는 모둠원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심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나누기 중에 질문이 들어오면 원칙을 내세우며 제지하지 말고 나누기 후에 질문해달라고 안내한 다음 나누기 끝나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답변하고 토론을 원하면 모둠원의 의사를 물어보고 진행하십시오. 단, 모둠장의 역할이 모둠원들의 나누기를 원활하게 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니 질문이나 토론의 주제가 나머지 모둠원과 관계가 없거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면 개인적으로 얘기를 들어주든지 관련 담당자와 연결시켜주든지 질문자의 필요에 지혜롭게 응해주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스님께서는 불교대학생이 약 4,000명, 천일결사자가 약 4-5,000명인 오늘날 모둠장의 역할이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말씀하시며 부담을 느끼지 말고 우리가 세운 서원에 따라 우리 스스로 역할을 수행하되 봉사 소임은 잘 분담하여 한쪽에 과중한 일감이 편중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화롭게 운영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시고 오후 2시부터 외부인사들과 3번의 모임을 가진 후, 마지막 손님이 떠나시자마자 7시부터 스님께서는 곧장 평화재단 통일 전략회의에 합류하셨습니다.
이 회의는 매주 1회씩 꼬박꼬박 벌써 한 달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처음 이 회의에 합류하신 분들은 누구라도 아마 이렇게까지 고강도로 집중력있게 논의를 끌고 가게 될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처음에 서로 갖고 있던 문제의식들을 공유하고 큰 방향에서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낼 때만 해도 구체적인 그림을 어떻게 그려갈지 약간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사업별로 초안이 만들어지고, 담당자도 정해지면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하나둘 만들어지자 점점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회의를 직접 주재하시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도 하고 의견을 내기도 하셨습니다. 숲 전체를 보시면서도 나무 하나 하나의 '디테일'에 강한 스님 덕분에 회의가 매우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회의가 끝날때쯤 스님께서 "그럼 다음 회의를 잡읍시다."고 하면 다들 자연스럽게 다이어리를 펴시거나 스마트폰 플래너를 확인하십니다. 처음엔 1-2번 참석하면 되겠지 싶었던 분들은 뭔가 점점 늪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지난 회의 이후 실무자들이 몇 차례 수정한 기획안을 집중점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목이 과연 적당한지, 어떤 사람들이 담당하는 게 좋을지, 세세하게 하나 하나 점검하다보니 아직 논의해야할 일들은 많은데 시간이 훌쩍 밤 10시를 넘고 말았습니다.
여느때처럼 "와 빡세다" 하면서 다들 훠이훠이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끝나고서도 스님께서는 남아서 몇 분과 더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모두 가신 뒤에도 뒤늦게 업무를 처리하시다가 밤 11시가 훨씬 넘어서 사무실을 나서셨습니다.
회관에는 뒤늦게 들어온 실무자들이 씻는다고 왔다갔다 합니다.
정토회관의 밤이 이렇게 부지런히 새벽으로 향합니다.
내일은 천안, 대전 강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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