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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4년 새해 첫날입니다. 어제 스님께서는 울주군 두북에서 2013년의 마지막 밤을 주무시고 새벽 5시에 간단히 아침을 드신 후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동해로 출발하셨습니다.
아침 7시30분, 경북 양남면 바닷가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인파들이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구름 위로 붉은 해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차가 막힐 것 같아 간단히 기념사진만 몇 장 찍고 서둘러 인파 속을 빠져나왔습니다.
새해 아침, 스님께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밀양 송전탑 공사로 갈등하다 농약을 먹고 숨진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입니다.
분향소로 향하는 길에 차안에서 희망편지 앱 회원들에게 신년 인사를 보냈습니다. 어제밤 스님께서 직접 신년 인사를 종이에 적어주셔서 해가 뜨자마자 곧바로 희망편지에 신년 인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스님께서 적어 주신 신년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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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요.
내 마음 깨달으면 나날이 새날이요.
내 마음 행복하면 나날이 새해입니다.
나날이 좋은 날인데 좋지 않은 날이 어디 있겠으며
곳마다 정토인데 정토 아닌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한 해 동안 알게 모르게 도와준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새해, 새날,
정토에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는 나날이 행복하십시오."
2014년 1월 1일.
법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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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희망편지를 받아보신 많은 분들이 스님의 신년 메시지 덕분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카카오스토리에 올라간 희망편지에는 6시간 만에 무려 2만 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께 ‘새해에는 건강하세요’ 라는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오전 9시30분에는 밀양 송전탑 공사 때문에 농약을 먹고 돌아가신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에 도착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도착하시자마자 영가단에 향을 꽂고 절을 한 후 해탈주 삼독을 하며 고인의 넋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곧이어 고 유한숙 어르신의 큰아들인 유동한씨와 밀양 시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문정숙씨가 도착해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종이 박스와 비닐로 둘러쳐진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밀양 어르신 몇 분이 이불을 덮고 추위를 피해 앉아 계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손을 꼭 잡아주며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 하셨습니다. 어르신들도 “큰 걸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문정선 밀양 시의원은 “경찰에서는 어르신이 돌아가신 이유가 빚이 많아서, 가정 불화가 있어서 라는 식으로 사망원인을 왜곡하고 있다” 며 사망원인만이라도 바로잡아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고인의 큰 아들인 유한동씨는 “한전(한국전력)이나 밀양 시청에서 사과 표명도 전혀 없었었어요. 사과도 하지 않고 보상 이야기만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라며 사과라도 먼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스님께 호소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던 이순출 할머니(76세)도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땅만 있으면 할매들이 알아서 먹고 살긴데, 이래 땅을 다 뺏기니 너무 억울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짓밟을 수가 있습니까. 너무 해요. 참말로. 우리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요. 자식들 안 먹이고 안 입히면서 힘들게 일군 땅이래예.” 라며 답답함을 하소연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눈물 흘리는 할머니들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저희들이 도움은 못되지만 방문이라도 해서 위로가 되어드리고자 합니다.” 라며 금일봉을 대책위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위로의 말씀을 어르신들과 유가족들에게 해주셨습니다.
“보상은 고사하고 우선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정치인데요... 옛날에는 가난해도 다 마음 편하게 잘 살았잖아요.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나, 저 세상으로 잘 보내드리는 게 산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49재 지내시고 편안하게 가시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싸우는 건 또 싸운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물론 송전탑 공사가 멈추면 모든 것이 해결 되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싸움이 길어질 것 같거든요. 우선 돌아가신 고인의 사인이 억울하게 왜곡된 것만 풀어지면 장례는 치루는게 좋겠어요. 저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세상에 참... 정치를 잘 하겠다고 하더니 정치가 자꾸 잘못되어 가네요.”
스님께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연신 “세상에 참...” 하시며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분향소를 나오며 어르신들과 유가족들을 꼭 안아드렸습니다.
한 맺힌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자 하는 스님의 마음이 전달되어서 인지, 몇몇 어르신들은 급기야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분향소 위문을 마치고 오후에는 설악산 기슭의 백담사 만해마을로 향하셨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4시간이 넘게 차로 달려 만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조실로 계신 오현 스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눈 후 저녁 6시30분에 다시 서울로 출발하셨습니다. 동해에서 일출을 보고 귀경하는 차들이 고속도로로 몰려들어 차가 많이 막히다 보니 밤10시가 넘어서야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하셨습니다.
내일은 2014년 정토회 시무식과 결사행자 회의가 하루 종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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