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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오늘 아침 7시 30분부터 조찬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 후 잠시 업무를 보신 후 오전11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온 교수학생 방문단(이하 방문단)을 맞이하기 위해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방문단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한반도 및 한-러 관계 연구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 14명과 교수님 6명 , 칼럼니스트 1명, 총 2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평화재단은 장소가 비좁고 관광할 수 있는 요소가 없어, 한국의 전통 불교를 느낄 수 있게 조계사로 초대한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주지스님인 도문스님과 함께 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주지스님의 안내로 대웅전을 함께 둘러본 후, 대중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식사 및 특강이 열릴 예정인 불교역사문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의 환영 인사와 함께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스님께서 웃으시며 “이곳은 절이여서 음식에 고기가 없다”고 하자 러시아 학생들은 알고 있는 듯 괜찮다고 했습니다. 식사는 조계사 후원에서 일하시는 보살님들이 정성껏 만들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The Freedom라는 스님의 영문 번역 책과 전통문양이 담긴 책갈피를 방문단 전체에게 선물했습니다. 방문단에서도 스님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와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했습니다.
간단한 다과가 있은 후, 스님의 특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현재 남북관계의 상황과 국제 정세에 대해 10분 가량 브리핑을 해주셨습니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는 13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때 한국은 중국 청나라의 영향 하에 있었습니다. 청나라는 점점 쇠퇴해 가고 있었고 일본이 새롭게 부흥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통해서 극동지역으로 점점 진출해 오고 있었고, 러시아의 동진 정책을 막기 위해서 영국과 일본은 동맹을 맺었습니다. 미국도 필리핀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894년에 동학혁명이 일어났지만 그것을 정부가 진압을 못했고, 결국 정부는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입니다. 그러자 일본 군대가 자동으로 개입해 들어오면서 외국 군대가 동학 혁명을 진압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진압이 끝나자 다시 청나라와 일본 군대가 싸웠고 결국 일본이 이겨서 한국은 일본의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을 피하려고 임금이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을 했고, 결국 1904년에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또 하게 됩니다. 거기에서 러시아가 지게 되면서 1905년에 한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합니다. 이때 일본과 미국이 서로 타협을 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을 미국이 용인하고,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는 것을 일본이 용인했습니다. 이것을 카스라-테프트 협약이라 합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1910년에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과거 역사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런 비슷한 상황이 한국을 중심으로 다시 재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거의 미국에 의지해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게 되면서 경제적인 교류는 미국보다 중국이 2배이상 많아졌습니다. 미국은 힘이 약해지면서 아시아에서의 자기 역할을 일본에 넘기려고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한국도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데, 한국도 일본과 서로 군사협력을 맺어서 한미일 군사협력체재를 만들자고 미국은 한국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에 한미일 군사협력체계에 한국이 참여하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입니다. 첫째,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해와서 한국경제는 아주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통일도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결국 한국은 북한 때문에 미국에 기울어야 되고, 북한은 한국 때문에 중국에 붙어야 되고, 그렇게 되면 미중의 갈등이 남북한의 갈등으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평화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보수 세력은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미국에 계속 의지하는 게 살 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을 지향하고 있지만 상당히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런 처지에서 러시아와의 좋은 협력이 필요합니다.”
스님께서는 이 정도로 국제 정세에 대한 상황 설명을 마치고, 교수님들과 학생들로부터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남북한이 60년간 분단되었는데 아직도 서로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는 분, 남북한 관계 발전을 위해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 분, 통일이 평화적으로 가능한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두 가지 질문과 스님의 대답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시아 지역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크로조브 이반 이라는 학생은 “남북이 통일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고 스님께서는 생각하시는지?”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통일을 못하면 통일은 30년 뒤로 멀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한 20년 정도 지나면 중국과 미국의 세력 균형이 바뀌게 되는데 이 세력 균형이 바뀌기 전에, 다시 말하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하기 전에, 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시점에 통일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넘어가버리면 그동안 한국이 미국의 영향 아래 있었듯이 이번에는 거꾸로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편재되어 통일이 굉장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세력 균형이 바뀌기 전인 10년 안에 통일의 기회를 잡으면 통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한미일 군사협력체제에 들어가 버리고 중국이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져버리면 통일의 기회를 잡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은 한 30년 뒤로 넘어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서 다시 통일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는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을 하려면 한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적극적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지금 잘 안 되고 있어서 큰 걸림돌입니다. 만약에 한미일 군사협력체계에 한국이 참여하게 되면 통일은 어렵다고 봐야 됩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엘리자베타 라는 학생은 “만약 10년이 지나면 통일이 아예 안 될 것인가요?” 라고 다시 물었고, 스님께서는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한 위에 다시 통일논의가 가능은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한 30년, 40년 더 걸려야 된다는 겁니다.” 라며 지금 10년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 주셨습니다.
또, 프로카쉐브 로만 이라는 학생은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 러시아가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지?” 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가 개발되려면 반드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서 남한이 북한을 통과해야 가능해집니다. 이 때 러시아는 한국 정부한테 시베리아 개발이라고 하는 막대한 이익을 주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도록 압력을 넣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가스, 광산 등 시베리아의 자원을 개발하거나 대륙횡단철도 건설 등 한국에게 이익이 되는 문제를 러시아가 허용하는 조건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겁니다.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으려면 북한을 통과해야 되니까 남북관계가 나쁜 이상은 이 프로젝트는 성사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밀접하게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된다, 이것이 설득되어야 합니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도 남한과 협력하도록 해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장기적으로 개방을 해 나갈 때 경제적으로 중국에 예속될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북한은 이것을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는데, 러시아 쪽에서 북한의 경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 해서 북한이 중국에 지나치게 예속되는 것에 대해 균형을 잡아 준다면 통일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의 막힘 없는 답변에 방문단 모두 박수를 보냈습니다. 특강이 모두 끝나고 방문단 대표로 트카첸코 스타니슬라브 교수님이 “식사에 초대하고 특강을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특히 요즘은 러시아에서도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스님께서 좋은 활동을 많이 해주시고 남북 관계에도 많이 기여해 줄 것을 기원해 주셨습니다.
자리를 일어서며 스님께서는 식사 바라지를 해준 보살님들께 인생수업 책 한권씩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방문단 일행과 함께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인각사와 삼국유사’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방문단 한명 한명의 손을 마주 잡으며 정성껏 배웅을 하셨고, 방문단은 스님께 무척 고마워하며 다음 일정을 향해 떠났습니다.
스님께서는 방문단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는 바로 두북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요즘 과로로 피곤하셔서 몸이 많이 가렵다고 하십니다. 가능한 도시보다는 공기 좋은 시골에 머물면서 업무를 보시고, 내일은 강연이 있는 창원으로 갈 예정입니다.
내일은 창원과 포항에서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 오늘 러시아 방문단 안내에 대한 글은 이준길님이 정리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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