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11.20 구리 그리고 고양 강연

아침 9시 30분에 남양주 강연이 열리는 구리시청으로 출발했습니다. 초겨울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9시경부터 입장하는 분들을 맞이하느라 자원봉사활동가들의 발걸음과 손길이 한층 더 분주해져 강연장으로 향하는 곳곳은 열기와 환한 웃음으로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 도착하신 스님께서는 늘 그렇듯이 두툼한 반두루마기, 털모자, 낡은 회색빛 운동화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원봉사활동가들과 환한 인사를 하고, 자원봉사활동가들 역시 밝은 웃음과 인사말로 스님을 맞이해 강연장 복도는 행복한 기운이 넘쳐났습니다. 

이미 강연 시작 전 임에도 전체 좌석 450석은 물론 통로에 앉으신 분들, 뒤에 서 계신 분들, 앞쪽에 방석을 깔고 앉으신 분들까지 법륜스님과 함께 하고자 달려오신 700여명의 소중한 분들로 대강당은 꽉 들어찼습니다.

법륜 스님의 활동 영상도 보고, 남양주 법당 자원봉사활동가 분들께서 ‘뭉게구름’ 노래에 맞춰 율동도 선보였습니다. 무대에서 율동을 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의 쑥스럽지만 정성스런 몸 동작에 객석에서는 노래와 박수를 함께 해 강연장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열기가 달아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디어 법륜 스님께서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에 환하게 웃으시며 무대위로 오르시고 인사말을 시작하니 또다시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와 잠시 인사말을 잠시 멈추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좌석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 앉은 분들께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초강력 태풍으로 인한 필리핀 태풍 피해지역에 대한 JTS의 구호활동, 에너지 과다 사용으로 인한 기상이변과 지구 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지구 환경의 변화, 소비 문화에 도취돼 환경 위기의 대응에 소극적임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잘하려고 생활하는 것이 결국 환경의 파괴로 이어지듯이 우리의 일상 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결혼하려고 선을 볼 때 가장 좋은 사람을 골랐는데 살아보면 가장 나쁜 경우가 있지요. 마치 물고기가 낚시 밥을 물 때, 쥐가 쥐약을 먹을 때와 같이 좋아하는 것을 취했는데 결과는 죽음의 고난이 닥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신의 뜻이거나 사주팔자가 아니라 내가 쥐약이 든 줄 몰랐다는 ‘무지(無知)’와 ‘무명(無明)’에서 비롯돼 화를 자초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은 내가 나빴다는게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한 까닭입니다. 나의 어리석음에서 나오는 무지(無知)로 인해 펼쳐진 고난이니 우리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봅시다.”

이렇세 서두에서 운을 떼셨습니다.
 잠깐 동안이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풀어내시는데 저절로 맞장구가 쳐지고, 박수가 나오고, 큰 웃음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러면서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하시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8개월 때 입양해 9살 된 딸이 입양 사실을 알게 될까봐 걱정이라는 주부,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한 집에 함께 살던 먼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두 번의 결혼도 실패해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으나 성폭행 당한 사실을 모르는 친정 식구들과의 냉담한 관계와 친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침으로 인한 괴로움에 어떻게 하면 좋은지 질문한 주부,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인 새 엄마와 재산 분배로 인한 친정 두 오빠의 지나친 협박과 새 엄마를 모시고 살고 싶은 본인에게도 협박을 해 걱정이 된다는 주부, 오빠와 언니가 어려서부터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평상 시에도 불안하고 가슴이 그냥 콩닥콩닥 뛰어 대인관계에서도 얼굴이 빨개지고 힘들다는 주부,

12살 큰아이와 ADHD인 10살 둘째 아이의 다툼이 지나쳐 힘들고 본인도 어려서 부모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고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서인지 전 남편과 생활할 때도 너무 무서워 이혼했다는 주부, 결혼 9년차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지나친 짜증과 심한 기분 변화 그리고 공격적이고 자주 무시한다고 말하는 남편 때문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남편의 모습을 닮을까봐 걱정이라는 주부 등 모두 여섯 분이 질문을 하고 추가로 계속 손을 드시는 분들이 계셔서 스님께서 안타까운 마음에 추가 질문을 더 받았습니다.

절에 다닌 지는 10년 됐는데 꿈에 자주 절과  법륜스님이 나와서 이게 정상적으로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는 주부, 초등1학년인 아이가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면 엄마가 아이가 된 것처럼 더 상처 받고 아이가 상처 받을까봐 염려되고 아이 친구 엄마들이 얘기하자고 하면 큰 일을 이야기 할 것 같아 걱정이 많은 주부, 3살인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는 주부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중에서 첫 번째로 질문하신 분의 질문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9살 된 딸이 있습니다. 8개월 때 입양해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자기가 입양된 것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은 딸아이가 입양 된 사실을 많이 알고 있어요. 혹시 딸이 입양된 사실을 알고 상처를 받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동네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데요. 이사를 갈까도 생각합니다. 딸아이가 사춘기가 돼서 입양사실을 알고 방황하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됩니다.”

 
질문을 들으신 스님께서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이사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굳이 이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얘기하지 말고 그냥 지내세요. 아이가 성년이 되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질문자의 딸은 초등학생으로 미성년자이므로 굳이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아이가 알게 되어 얘기해야 한다면 ‘엄마는 널 사랑한다. 나는 너의 엄마이고 너는 내 사랑하는 딸이다. 다른 이야기는 듣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고 20살이 되면 그때 알려주세요. 지금은 알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전 인도에서 영국 사람들이 늑대 우리에 이상한 게 있어서 잡았는데 여자아이 2명이었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해도 다시 사람으로 안 돌아왔어요.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이지만 인류학적으로 보면 늑대인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만 3살까지 사람 손에 자랐다면 동물에게 키워졌다 하더라도 다시 사람 교육을 받으면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사람은 3살까지 자아가 형성되기 때문에 3살까지만 사람에게 길러졌으면, 힘들지만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0여년 전 즈음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혈액형이 부모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 나왔어요. 부모는 자신들의 혈액형 검사도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똑같은 혈액형인거예요. 말은 안해도 부인이 더 난처한 상황인거예요. 그러나 부인은 남편 한 사람 밖에는 몰랐어요. 그래서 조사를 했더니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 같은 날 태어난 다른 아이가 있었던 거예요. 그 집 부모에게 사정사정해서 검사를 했더니 병원에서 아기가 바뀐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낳은 아이가 자식인가요? 중학교 3학년까지 기른 아이가 자식인가요?“

이렇세 스님께서 되물으니 객석 여기저기서 기른 아이가 자식이라고 하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자기가 기른 아이가 당연히 자기 아들, 딸인데 이웃집 애를 데려오겠어요? 엄마는 낳은 사람이 아니라 기른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할머니가 아이를 키우면 할머니가 엄마인 거예요. 그런데 의식은 젊은 여자가 엄마이고 무의식은 할머니가 엄마여서 나중에 정신분열도 일어날 수 있으니 최소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본인이 흔들리는 거예요. ‘넌 내 딸이다. 난 네 엄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해도 넌 내 딸이다’ 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딸에게 말하면 됩니다. 그러면 딸이 잠시 방황하더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엄마 마음속에 입양했다는 생각을 하면 안돼요. 엄마가 길렀으니 당연히 엄마이고, 당연히 내 딸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입양했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냥 내 딸입니다.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도 따라서 흔들리기 때문에 엄마가 확실히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눈시울을 글썽이며 ‘기른 엄마가 진짜 엄마다’ 라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시는 스님의 말씀에 동의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된 듯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2시간 15분 동안의 강연이 끝나니 객석에 계신 분들이 스님께 큰 박수와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질 사인회에 가고자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습니다. 

스님께서 사인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시는 분, 여러 권의 책에다 사인을 받아 가시는 분, 하와이에서 오셨다며 사진촬영을 부탁하시는 분 등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스님에게로 이어졌습니다. 목덜미가 헤진 스님의 법복에서 스님의 검소한 생활을 볼 수 있었으며, 낡은 회색 운동화를 보면서 털신 한 켤레를 선물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책 사인회가 끝나고 자원봉사활동가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일정을 끝으로 함박웃음과 따뜻한 인사말을 나누면서 구리시청에서의 일정을 마치셨습니다. 

구리 강연을 마치고 오후 3시 30분부터는 평화재단에서 미팅이 있었습니다.

저녁 강연은 고양시였기 때문에 길이 막힐 것을 우려하여 조금 서둘러 5시 40분에 고양으로 이동했습니다. 6시 45분에 고양시청에 도착해서 최성 시장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시장님은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 대해 대단하다고 하시며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말들을 스님께서는 스스럼 없이 하니 좋은 것 같다고 하셨고, 스님께서는 시장님께 지금 베스트셀러인 ‘인생수업’을 선물로 드렸고 시장님도 준비한 선물을 스님께 드렸습니다.

 

고양시청 내 고양문예회관에서 7시에 시작된 강연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70여 좌석을 가득 채우고 통로에 앉기도 하면서 모두 550여명이 강연을 들었습니다. 고양시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장의 규모로 볼 때는 그 중 작은 공간이었지만 열기와 감동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습니다.

스님께서 강연장에 입장하시자 사회자의 진행이 잠시 멈칫할 정도로 관중들은 스님께 환호를 보내며 박수를 쳤습니다. 관객들은 벌써 스님과 같은 마음이 되어 스님의 말씀을 들을 준비가 온전히 되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코앞에 다가온 추운 날씨를 인생 살이에 빗대어 잘 이겨내자는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더위 속에 있을 때는 지루했지만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고 인생도 지금은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좋았다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으며, 고난을 겪을수록 사물의 전모를 보는 통찰력과 지혜가 생깁니다. 지금이 좋은 줄 아는 게 수행이니 다만 고생이 상처가 되어 왜곡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피하지 말고 맞닥드려 봅시다.”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데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없어 이혼을 생각한다는 마흔 살 여성, 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갈피를 못잡는 청년 아들로 인해 힘들다는 아버지, 딸의 결혼을 앞두고 궁합을 보는 게 좋을 지 고민이라는 어머니, 자신의 부정으로 인해 아이와 떨어져 살게 되었는데 시가와 어떻게 화해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묻는 삼십대 여성, 공부를 하려는데 놀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초등학생, 은둔형 외톨이로 십오년 째 생활하는 아들을 둔 육십 대 아버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싶다는 미혼 여성 등 모두 일곱 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짧은 질문에 긴 사연이 담겨져 있어서 듣는 이들의 호흡이 잠시 멈춘 듯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스님은 관객이 감정에 젖을 새도 없이 가볍게도 만들고 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질문을 던지며 맥락을 잘 짚어주셨습니다.

이혼을 하려는 여성에게 남편을 아이의 아버지로서 존중해주라고 할 때는 조목조목 구체적이었고, 자기 잘못으로 아이를 못키우고 있는 여성에게 남편과의 관계개선을 우선하라고 하실 때는 너무나 적나라하셨고, 아들 때문에 속 끓이는 아버지에게 아이의 어머니에게 참회하라고 할 때는 속이 다 시원할 정도여서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은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한숨을 억누르기도 하며 스님의 말씀에 온전히 몰입하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젊은 여성분에게 소감을 여쭈었더니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고, 스님을 만나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이 분은 아기의 권리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권리에 대해 질문자와 주고 받은 스님의 말씀은 이러합니다.

 

“아이가 돌인데, 남편은 직장도 없고 알바할 생각도 없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애를 돌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사는게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이혼하자 했더니 애만 놓고 나가라고 해서 소송을 알아보고 있는데 애를 두고 나와 소송 기간을 보낼 자신도 없습니다. 스님 책을 보며 좋은 마음으로 살고자 하나 너무 힘듭니다.”

질문자는 남편의 무능력에 대한 힘듦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스님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습니다.
 

“두 남녀만 결혼했으면 당장 헤어져도 됩니다. 그러나 애기가 있으면 안됩니다. 살아보고 애기를 낳지 뭐가 좋다고 덜렁 낳았어요? (웃음) 애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죠. (전, 애기만 있으면 되는데....) 내 필요에 의해 애기만 있으면 된다는 건 이기주의고, 엄마 중심의 사고입니다.” 

질문자는 “그럼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하고 되묻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필요하니까, 어떤 고통이 있어도 아이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게 엄마의 마음이고 내가 애기 없으면 못살아서 데려오려고 한다면 애기가 수단이고 장난감인 거지요. 애기에게 엄마가 필요하다면 죽을 마음으로 살아야합니다. 애기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 살 궁리만 하면 안됩니다. 엄마라면 아기에게 어떤 역할을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누가 애를 보살피는 게 나아요? 엄마가 낫다면 애기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이혼을 하고 안하고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항상 사고를 아이를 우선으로 생각해서 할머니가 보살피는 게 나으면 놓고 나가고, 엄마가 필요하다고 여기면 남아야 합니다. 솔로몬의 지혜에서처럼 애기를 위해 내가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은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엄마라면 항상 아이가 최우선 되어야 된다고 하시면서 “남편하고는 뭐가 문제인가요? (남편과는 성격차이) 성격차이는 신경쓰지 말아요. 질문자는 결혼해서 실망한 것에만 정신 팔려서 애기는 안중에 없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처음에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처럼 지금 결정을 함부로 하면 또 후회가 올 거예요. 사귀어 보고 이 남자 괜찮다고 결혼했는데 실망한 것처럼, 지금 실망감에 헤어지고 나면 지금 이 판단은 맞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어요? 자기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정신 차리고 결정해야 합니다. 전에는 좋은 감정만 갖고 결정했다면 지금은 싫은 감정만 가지고 결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스님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들어보시더니 남편이 돈을 못 벌 뿐 큰 해를 끼치지는 않으니 그 정도로 기대를 내려놓으라고 하시면서,

“남편은 앞으로도 직장을 다니다 말다 하겠네요?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하나씩 따져봅시다.  헤어지고 난 뒤 이익이 되는 돈은 한 달에 대출금 50만원이네요. 언니네 집에 가서 생활하는 것도 마흔 넘어서 할 일은 아니고, 2년 동안 남편과 함께 살면서 들어가는 돈은 년 집세 1200만원에 남편이 먹는 것 300만원 정도 해서 많아봐야 1500만원 정도네요. 1500만원 버릴 각오 하고 2년만 노력해 보세요. 적어도 애기가 3살 넘을 때까지는 노력을 해보세요. 원래는 20살 넘을 때까지인데, 최악의 경우 적어도 3살까지는 노력을 해보세요. 남편이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니 밥숟가락 하나 더 얹는다 생각하고 내가 시비만 안 하면 상대방도 시비 안할 거 아니예요?

성격 차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인가요? (사소한 걸로 화를 내요) 어떻게 화를 내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꼴 보기 싫은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나에게 특별히 손해 끼치는 게 없다는 건 인정하죠? (네) 내가 특별히 잔소리 안하면 싸울 일 없는 거 그것도 이해해요? (네) 그럼 어차피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얹는다 생각하고 속으로는 이혼했다는 마음을 정하고 저 인간이 애 아빠이니 예우는 해 주세요. 옆방에 손님하나 왔다 생각하고 손님이니까 일부러 차려주지는 말고 먹을 때 함께 애기 아빠로서만 존중해서 같이 밥 먹는 정도로 해서 살아보세요.

애기 아빠로 존중해 주는 정도가 2년에 한 15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생각하세요. 그래야 애한테 나중에 애 아빠를 존중해줬다는 걸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성의는 베풀어줘야 내 아이에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내 아이의 아빠를 존중해 줘야 애가 존중받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필요할 때 한 번씩 써 먹어서 본전을 뽑으세요. 이렇게 생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수처작주’라고 처한 곳에 따라 내가 주인이 되도록 살아야 합니다. 애 아빠한테 방도 하나 빌려주고 애랑 가끔 놀게 하고 밥 한 숟가락 주고 필요할 때 제비로도 활용하고 설거지도 좀 시키고 이렇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혼해서 남의 집에 얹혀 사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생각을 이렇게 바꾸고 살아본 후 한 2년 정도 지난 뒤 괜찮으면 더 데리고 살고, 아니면 그때 버리면 됩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이 대목에서 아이 엄마는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참가자들은 아이 엄마의 풀어진 마음에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다시 마음을 다 잡을수 있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이렇지만 막상 남편을 보면 마음이 홱 돌아서게 되고 맑은 정신이 안됩니다. 그래서 늘 절하면서 ‘제가 이 집의 가장입니다. 주인입니다. 빚을 갚아야 할 인연이 있으니 2년간 빚을 갚겠습니다.’ 라고 생각하며 수행을 하다보면 풀릴 수가 있습니다. 남편과 자연스럽게 헤어지든지 자연스럽게 결합하든지 저절로 풀리니 법으로 하는 이혼은 접어두고 오늘부터 마음으로는 이혼했다 생각하고 애 아빠로만 대접하며 살도록 해보세요.”

저녁 9시가 넘어 강연이 끝난 후 스님께서는 그 감동을 마음에 품고 사인을 받으려는 분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기념촬영을 한 후 하루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내일은 조찬 모임과 러시아에서 약 20분의 손님을 접대하는 일정이 있습니다.  

*오늘 구리 강연은 남양주정토회 김용숙님이, 고양 강의는 일산정토회 정경옥님이 정리해 주셨습니다.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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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행

어쩌면 이런 법문이 술술 나오실까요~~! 참 쉬운 해결책들인데 우리는 알지 못하고 힘들까요?<br />들어보면 다 나의 이야기들입니다~ 스님 법문은 너무나 와 닿고 시원해집나다 ()()() 기도문 새깁니다

2013-11-24 22:57:23

김수정

스님의 지혜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br />

2013-11-22 10: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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