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5.17. 부처님 오신날

오늘은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오늘 서초동 정토회관에서는 5부 법회까지 열렸습니다.

1부법회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실무자와 오늘 행사를 진행하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약 250여명이 참석해서 진행되었습니다.  

2부법회는 오전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주로 서초법당을 중심으로 수도권지역의 신도님들 약 650여명이 참석해서 진행되었습니다. 1층법당, 2층강당, 3층 소법당까지 꽉차서 더 이상 앉을 수가 없어서 늦게 오신분은 신도사무실에서 앉아서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욕불의식이 길어져 보통 2시간 걸리던 법회가 30분을 초과하였습니다. 

3부법회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주로 저녁반에 직능부, 신도님들 약 380여명이 참석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이웃 종교인, 사회인사등 외부손님들을 위한 법회가 열렸고, 마지막으로 저녁 7시 30분에는 청년들 법회였습니다. 이 모든 법회에 스님께서 직접 법문해주시고, 욕불의식을 진행해 주시고 끝까지 함께 해주셨습니다.

아침 7시, 만중생의 해탈을 염원하며 스님께서는 먼저 부처님 전에 향을 올렸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부처님의 탄생게를 시작으로 스님의 법문은 시작되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윤회의 세계 안에 있는 좀 더 나은 세계가 아니라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해탈과 열반을 지향합니다. 부처님은 천상의 세계가 아니라 천상의 세계도 벗어나버린, 윤회를 벗어나버린 해탈을 성취하신 분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천상’이라는 것은 신들의 세계를 말합니다. ‘천하’라는 것은 인간의 세계를 말합니다. 인간 세계라는 것은 첫째, 물질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둘째, 권력, 셋째 인기가 세상을 지배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질과 권력과 인기와 명예를 구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돈의 노예가 되고, 권력의 노예가 되고, 명예의 노예가 됩니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인간은 신들의 노예입니다. 여기서 신들이라는 것은 종교적인 믿음도 들어갈 것이고 사상과 이념도 포함됩니다. 우리는 이런 이념과 사상, 믿음의 노예가 되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신의 종임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런 신의 세계, 형이상학적인 세계, 그리고 인간 세계, 형이하학적인 세계를 통틀어서 자신의 존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우리가 만약 이 무지에서 벗어난다면 바로 자신이 이 우주의 주인이고, 자기 운명의 주인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를 자아 상실의 시대라고 합니다. 돈에 정신이 팔려서, 쾌락에 정신이 팔려서, 권력에 눈이 멀어서 인기에 영합하다 보니까 자기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아상실의 시대에 자기를 되찾는 길, 자기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 자아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그 길로 가려면 붓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을 늘 밖으로부터 찾고 있습니다. 남편이 조금만 더 잘해주면, 아이들이 조금만 더 말을 잘 들으면,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조금만 지위가 더 높아지면, 사람들이 자기를 좀 알아주면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불행하다. 이렇게 자기를 잃어버리고 경계에 팔려서 우왕좌왕하면서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삶은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합니다. 자신의 행복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무엇을 믿느냐, 산신을 믿든, 칠성신을 믿든, 관세음보살님을 믿든, 하나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믿음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 됩니다. 여기서는 믿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우리가 행복해지느냐입니다.



자기가 경험한 일부분을 전체라고 단정하기 때문에 진실을 전혀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것은 다만 나의 경험에 의해서 알아진 사물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나에게 그렇게 들렸고, 나에게 그렇게 비춰졌을 뿐이지 그것이 실상은 아니다. 이렇게 집착하지 않고 고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괴로움은 훨씬 적어집니다. 그래서 스스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 즉 열반과 해탈을 성취하는 것이 붓다가 이 세상에 오신 뜻이고 우리가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불자들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어떤 이유를 붙이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행복을 유지시켜야 됩니다. 삶의 자유로움을 간직해야 합니다. 비록 병이 나서 누워있을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지라도, 잠시 마음의 평정을 잃었더라도 빨리 평정을 되찾아서 삶이 여일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부처님의 탄생게의 의미를 설명해주시면서 불자로서 부처님이 이땅에 오신 의미를 다시 새기면 누가 뭐래도 행복해야 함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더불어 단지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이웃사람들이 고통에 빠져 있을 때 그들도 나처럼 행복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들도 이 좋은 부처님 법을 만나면 나처럼 행복할 수 있으므로 그들에게 이 좋은 법을 적극적으로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전법입니다. 또한 전법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어야 합니다. 목마른자에게는 물을, 배고픈 자에게는 음식을, 병든이에게는 약을, 차별받는 사람에게는 차별받지 않도록, 전쟁의 위험이 없고 평화가 도래하도록 이렇게 중생들이 사는 세상을 평화롭고 정의로운 정토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불교는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도 함께 추구해야 합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 자리이타 이것이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들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만의 행복에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고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통일에 대한 발원을 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태어나실 때 일성으로 상징되는 이 인간 존엄의 선언,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원을 오늘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해서 우리가 다시한번 새기기를 당부하셨습니다.  

이렇게 1,2,3부 법회를 마치고 이어서 오후 4시부터는 이웃종교인, 사회인사등을 초청해서 함께 나누는 법회로 열렸습니다. 천도교 박남수 교령님, 갈릴리 교회 인명진목사님,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님, 대한성공회 박경조 주교님, 안병길 목사님등 종교인, 사회 원로인사분들, 정치인등 약150여명과 일반대중들등 모두 약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4부 법회는 불자들이 아닌 분들이 불편해 하실 수 있는 것을 감안해서 전통방식에서 일부를 생략하거나 간략화하고 헌화, 욕불의식도 약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사회자인 김병조님의 표현에 의하면 퓨전법회였습니다. 

오랜만에 김여진씨도 법당에 와서 아기와 함께 욕불의식에 참가했습니다.

 

모든 의식이 끝난 후 스님께서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오늘 법회를 열게 된 연유와 불교의식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화해서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또, “모든 분들이 일상생활속에서 참나를 깨달아 만 사람을 진리의 국토에 이르게 하는 것이 부처님의 은혜를 온전히 갚는길이로다. 모든 분들이 국가의 역량을 믿고 각자의 직분에 충실한다면 남북의 평화통일은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라는 종정 진제 대종사의 법어를 대독하셨습니다.

천도교 박남수 교령님께서는 세상을 밝게 하려면 어두운 곳을 비추어야 하고, 연등은 속이 비어 있어서 밖을 환히 비추고 있다면서 내안의 욕심, 집착을 비워내고 어두운 밤을 밝혀야 하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는 특별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이어서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원수를 미워하게 되면 원수가 나를 지배하게 되니까 원수를 사랑함으로써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므로 악을 선으로 이겨서 세상을 선하게 만들자고 하시면서 종교간이 아니라 종교인들 간의 격려, 사랑, 평화만들기를 함께 해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인명진 목사님은 크리스마스때 법륜스님께서는 22명과 함께 와서 1시간 있다가 갔지만, 우리는 11명이 와서 3시간을 있으니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농담을 하시면서 축사에서 부처님이 왜 또 오셨겠냐? 부처님이 하셔야 할 일을 우리가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오셨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남북이 전쟁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을 맡겨놔서는 안되겠다고 하시면서 오셨을 것이다. 부처님이 오시지 않으셔도 되도록 우리가 하자고 하셨습니다

박경조 대주교님은 북한동포들에게도 자비와 광명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하시면서 축사를 해주셨습니다.

 

목사님, 신부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는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문화공연에서는 쑥고개 성당에서 약 35여분이 오셔서 향수, 몽금포 타령을 합창해주셨습니다. 쑥고개 성당은 김홍진 신부님이 계신곳인데, 신부님은 다른 일정이 있으셔서 오시지 못하고 신도님들이 오셔서 축가를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직접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도 드리고 함께 기념 촬영도 하셨습니다.

 

경동교회의 김홍태 교수님께서도 매년 거르지 않고 오셔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그리운 금강산, 목련화 두곡을 해주셨습니다. 김홍태 교수님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감동스럽고 울림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쿨렐레 협회에서 에코소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우쿨렐레는 포르투갈에서 하와이로 건너간 변형된 기타를 말하는 것으로 하와이풍의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재능기부를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이웃종교인, 사회 인사와 함께한 4부 법회를 마치시고 곧바로 저녁 7시30분부터 청년대학생들과 함께하는 5부 법회에 들어가셨습니다. 청년법회에는 청년 약 170여명과 오늘 법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반대중들까지 약 24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침 7시부터 쉴틈 없이 계속된 법회 일정으로 몸은 더 지쳐있으실 법도 한데, 오히려 목소리에는 더욱더 열정과 힘이 묻어 나셨습니다. 돈, 권력, 명예, 이념, 사상,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존재가 가장 존귀하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뜻을 말씀 하실 땐 그 뜻을 조금이라도 더 청년들에게 각인시켜 주시고자 목소리 톤이 더 높아지셨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한 청년 법우는 간절한 스님의 마음이 전해져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습니다. 청년정토회에서는 스승의 날을 겸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영상 편지와 함께 꽃다발과 선물을 스님께 전달했습니다.

 

영상 편지 속에서는 청년 봄 불대생들이 모둠별로 스님을 향한 재미난 춤 동작과 하트 표시를 해서 청중들을 크게 웃게 했습니다. 봄 불대생을 대표해서 김민희 법우님이 스님께 감사 편지도 낭독했습니다. 처음에는 법륜스님이 좋아 불교대학을 다녔는데, 이제는 미워했던 직장 상사도 법륜스님처럼 모실 수 있게 되었고, 헤어진 두 명의 남자친구도 미운 놈이 아니라 그저 그런 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 청중들이 또한번 크게 웃었습니다. 이어서 청년정토회 운영위 최시은 법우님이 스님께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남자 청년들은 쌀 5포대를 선물로 들고 왔습니다. 굶주리는 북녘 아이들에게 이 쌀이 반드시 전달되도록 열심히 통일 운동을 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기쁘게 웃으시며 꽃다발과 쌀포대를 선물로 받으셨습니다.

 

참으로 기나긴 하루가 끝났습니다. 오늘 스님은 5부에 걸친 법회를 하시며 약 1800여명의 대중들에게 기념법회를 해주시고 마정수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손이 떨릴 정도가 되실 법도 한데 스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일정을 향해 이동하셨습니다. 여성 인권 운동을 위해 앞장 서온 박영숙님 문상을 가셨다가 내일부터 법사단, 실무자 수련이 진행되는 두북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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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문

법륜스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13-11-30 11:53:28

시윤

이렇게 멀리서도 함께할 수 있도록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05-20 14:36:38

파바박

스님 눈이 참 크십니다.^^

2013-05-19 12: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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