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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도량석 소리에 일어나서 5시에 포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포항으로 오는 길에 묘덕법사님, 선주법사님을 문경에 내려드렸습니다. 오는 길에 차창밖으로는 꽃잎들이 지고 나뭇잎들이 싱그럽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오니 확실히 따뜻한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입고 온 옷들이 덥게 느껴집니다.
오늘오전에는 포항시청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신 스님께서는 오늘 강연을 준비해오신 분들과 인사하며 수고하신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강연에 앞서 뭉게구름을 함께 부르며 강연장의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포항시청은 1, 2층으로 되어있는 596석의 강연장으로 약 620여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2층에 계시는 분들은 천국에 계시는 분들이라고 하시면서 두루 인사를 하시고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되면 좋은 일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면 나쁜 일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된다고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해야 합니다. 그 분께서 보시고 이 기도가 성취되는 게 좋으면 이루어지는 쪽으로 해주시고 이루어지는게 나쁘면 이루어지지 않는 쪽으로 해주세요하면서 그 분의 뜻에 따르는 것입니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좋다 싫다 그런 욕망을 내려놓고 인연따라 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던, 이루어지지 않던 다만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야 합니다. 중생은 자기가 어리석은 줄 모릅니다. 자기가 세상을 보는 눈이 없는데 이렇게 되는게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러기 때문에 따라 해보세요.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다. 깊은 산속 깊은 바닷속에 숨는다 하더라도. 지은 인연의 공덕은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때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게 이야기 하면 돈 빌렸으면 돈을 갚아야 하고 돈 갚기 싫으면 안 빌리면 됩니다. 이것을 인연과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인연과보를 이해도 못하고 믿지도 않습니다. 복은 짖지도 않고 복 받겠다는 것은 인연과보의 법칙에 어긋납니다. 절이나 교회 다니는 사람이 심보가 어떻습니까? 죄는 지어놓고 벌 안 받게 해달라.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진리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조금 지혜로워져야 합니다. 그러면 지혜라는 게 뭘까요? 우리는 경험한 것을 가지고 안다고 말합니다. 경험하지 않은 것, 듣지도 못하고 냄새도 못 맡고 생각도 못한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다 가볼 수도 없고 다 냄새 맡을 수도 없고 다 만져볼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리의 경험은 한계가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아는데 자기 아는 것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아상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아상이 있어요. 아상이라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이 마치 전부인 양. 그건 그런거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 일부를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예 모르는 것 보다 더 무서워요. 아예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줄 아는데 일부분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줄도 모릅니다. 자기경험을 가지고 알고 있는 이것이 더 무서워요. 무지 중에도 더 큰 무지에 속합니다. 내가 생각하거나 내가 아는 것을 고집하면 무지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면을 다 같이 보는 것을 통찰력이라고 한다. 통찰력이 곧 지혜입니다. 진리는 어떻게 살아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하면 이런 결과가 생기고 저런 일을 하면 저런 결과가 생긴다고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보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사물의 전모를 알 때 지혜가 열렸다, 통찰력이 생겼다고합니다. 사실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공부해서 안 것입니다. 다만 안내자가 살짝 도와준 것이죠. 눈은 자기가 뜨는데 안내자가 흔들어 준것입니다.”
저녁에는 부산북구문화빙상센터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부산지역의 특성인지 스님께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원활동가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면서 스님을 맞이합니다. 스님께서도 격려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북구빙상문화센터는 327석인데, 약 600여명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장소가 좁아서 바닥과 앞쪽에 앉아서 듣는 사람, 아쉽게도 무대위에는 앉지 못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뒤에 서서 듣기도 했습니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 모아둔 돈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여자분, 목표를 가지고 사는데 생각보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여자분, 남동생이 분노 조절을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질문하시는 분, 제대한 아들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엄마, 부모님이 오빠에 대해 이제 그만 집착을 끊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여학생, 남편이 사업을 독립했는데 이전 사장과의 관계로 고민하는 아내, 결혼한 딸이 정신쇠약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젊은 청년이 스님의 말씀대로 실천해보면서 안되는 것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승님이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수행하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스님께서 20살 넘으면 집에서 독립하라고 해서 1년 6개월동안 집에서 나와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십니다. 어느분의 말을 듣고 이렇게 변했냐고 해서 스님 법문을 들어보시라고 드렸는데, 부모님께서 스님을 매우 좋아합니다. 스님께서 젊을때는 한치의 쉴틉도 없이 움직여라고 해서, 아르바이트 하고 학교 다니고 스터디 하는등 5-6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조금 힘이 듭니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때가 있습니다.”
스님께서도 그런 청년이 대견한지 빙그레 웃으며 “무리해서 몸을 쓰면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건강을 해칠정도면 일을 조절해야 됩니다. 자기 능력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이 있고, 능력이 부족한데 이겨보려고 쓰러지더라도 해보면 역량이 커지고, 아니면 주위사람이 도와줘서 역량이 커지기도 합니다. 무리해서 하는게 아니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벼워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짜증을 내고 욕심을 내면 몸이 감당을 못하게 됩니다. 욕심을 내면 안됩니다. 필요에 의해서 해야되는데, 내가 보니 욕심으로 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세요”라고 조언을 덧붙여주십니다.
요즘 강연장에는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해보고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실천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우리가 꿈꾸는 희망세상이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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