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4.18(미국시간) 유니온대학 세미나 참석

유니온 신학대학교는 초교파적인 신학교로서 1836년에 설립되었는데, 본래는 장로교파에서 설립되었지만 오늘날은 종파를 초월한 세계 최고의 기독교계 지성들의 집합체로 인식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신학대학교라고 합니다.

오늘은 오전 7시부터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7시에 명상실에서 학생들과 명상을 하는 수업이 있는데 이수업시간에 법륜스님 및 불교측참가자들이 학생들과 명상을 함께 하였습니다. 15분 명상후에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기독교인들이 반유태주의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대응을 해야 하나요? 하는 질문에 대해서 불교측 참가자들께서 대답을 하셨고 마지막으로 법륜스님께서도 답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서도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과 스님께서 고문을 당하실 때 고문을 했던 사람들이 한 가정의 가장, 한 아이의 아버지, 한 어머니의 자식, 한 직장의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극도의 분노가 사라졌던 경험을 예로 드시면서 증오하는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 미움이 사라진다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서양인들은 명상을 할 때 가부좌/반가부좌 자세를 하기 힘들어 해서 사진에서 보듯이 뒷방석을 대거나 낮은 나무 받침대를 대고 무릎을 꿇고 앉기도 합니다. 스님들과 불교측 참가 법사님들께 정중하게 삼배를 드리는 서양인들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카페테리아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간단한 미국식 아침식사를 드신 후 잠시 휴식하셨다가 9시부터 시작하는 개회식에 참석하셨습니다.

개회식은 한국 전통 북춤으로 시작되었고 명상, 예배 등 기독교와 불교의 종교의식이 조화롭게 이루어졌습니다. Sallie King 교수님께서 불교와 기독교가 서로에게서 어떤 것들을 배웠고 종교간의 화합과 대화를 이어나가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개회식을 마치고 나서 스님께서는 샐리교수와 94년도에 시카고에서 처음만났고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만났던 얘기를 나누시면서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후 하루 종일 이어진 전체 발표에서는 참여불교와 해방신학의 대표적인 학자와 실천가들이 경제적인 고통, 전쟁 및 폭력의 고통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발표와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습니다. 소그룹으로 나뉘는 순서에는 스님께서는 비구니 스님들과 수녀님들간의 대화에 참석하여 그분들이 활동해오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오전-오후 발표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유니온 신학대의 폴 니터 교수님께서는 참여불교와 해방 신학에 대해 자신이 이해하신 내용을 나누셨습니다. 현재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과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과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두 종교가 동의하나 사회변화의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불교에서는 사회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개인 내면의 변화가 먼저, 그리고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서는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짓는 반면, 불교에서는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 지혜로움과 무지함으로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면 악은 없애야 할 대상이 되지만 불교에서는 증오나 미움의 대상을 없애야 하는 대상보다는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점심으로 드신 샌드위치가 소화가 안되셨는지 저녁 식사를 거르신 스님께서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불교TV에서 참석하신 일감스님의 인터뷰 요청에 의해서 도법스님과 함께 1시간 정도 현재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에서 직접 북한에 인도적지원을 하고 있으며, 북한문제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견해를 갖고 계신 법륜스님과 또한 한국에서 생명평화운동을 펼치고 계시는 도법스님 께서 이렇게 미국에서 함께 하시게 되었으니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서 인터뷰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하여, 약 한시간정도 시간을 내어서 두분스님께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법륜스님과 도법스님께서 한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다보니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그중에서 법륜스님께서 다음의 말씀을 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는 정전 60주년이 되는해입니다. 정상적인 국제관계라고 하면, 이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전쟁은 이미 종식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거나 국교가 맺어지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36년동안 받았지만, 해방후 20년 만에 한일국교 정상화를 하였고, 중국은 한국전쟁동안에 백만군대를 보내어 한국전쟁에 개입했지만, 이미 한중수교를 한지 20년이 지나 한중간의 무역교류가 한미교류의 두배를 넘어선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일국교정상화를 할 때 일제시대의 피해를 잊지못해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 수교 50여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현재 돌아보면 아직도 한일간에는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이웃나라와는 우호관계를 맺는것이 우리에게는 이익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그런것을 생각해서 길게 보면 남북관계도 교류와 협력을 통하는 것이 상호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것들을 생각해보면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이미 훨씬 오래전에 종전이 선언 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통일로 나아가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것이 안되고 있습니다.



김대중정부에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것은 아주 좋은 방향이었지만, 그때 이미 남북관계가 뒤집어 질 수있는 인연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데만 주력하다보니 한국안에서 국민적합의를 이루는데 소홀하여 결국 남남갈등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남남갈등에 의해 정치적대립, 정치쟁점이 되어 남북관계개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남북관계를 중단시키고 남북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1차적 책임은 북한정부와 이명박정부에 있지만, 그전으로 돌아가서 국민적 합의를 제대로 못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후에 젊고, 경력도 부족한 새 지도자가 등장하여 군을 통솔하고 국민을 리드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재 국민들을 경제적으로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됩니다. 또한 한미관계에 있어서는 방어적이라고는 하지만, 강력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으니 이것이 북한을 자극하게 되어 북한은 군사적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고, 이에대해 우리정부도 10배로 보복하겠다고 하는 자극적인 말을 쓰고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킬려는 의도는 없지만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다보면 우발적 사고가 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전쟁으로 비화될수도 있는 그런 위험이 지금 도사리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를 비난한다고 이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남쪽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것 같습니다. 종교단체나 국민들은 국민들의 감정을 격앙시키지 않도록 하고, 정부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하고, 정부를 격려하고 여론이 진정되도록 바꾸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마자 스님께서는 바로 다음 강연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7시부터 시작된 저녁 순서에서는 '세상에 귀를 기울이다: 참여'라는 주제로 태국, 인도, 가나, 미국, 브라질에서 오신6분의 종교지도자들이 릴레이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통역하는 법우님은 워낙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 하루종일 동시통역하다시피 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9시 40분정도가 되어서 컨퍼런스의 하루일정이 마쳐졌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스님과 회의할 사항이 있는데 전체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도저히 회의할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스님께 회의를 요청하여 10시 20분까지 껌껌한 카페테리아의 한쪽에서 회의를 하였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서도 스님께서는 오늘밤에도 한국에 급히 보내야할 월간정토 원고와 법보신문 원고를 교정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맨하튼 법당으로 돌아오니 하루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별로 힘들어 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지난번에 경희대 300강연에서 김홍신작가님과 김제동님이 법륜스님과 함께 미국일정을 함께 한 다음에 스님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갸류상입니다 라고 하였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스님과 함께 일정을 많이 하지만, 오늘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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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장

서양인들의 나무 받침대 받치고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해요.<br />그곳에서도 벚꽃 목련이 피는구나 싶어 반갑구요.<br />이국 멀리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들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br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법우님, <br />법우님의 정성으로 우리들은 힘얻고 자극받고 있습니다.<br />고맙습니다^^

2013-04-24 09:34:20

혜향

스님의 활동사항을 편안히 앉아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글 올려주시는 분의 수고로움 덕분에 귀한 말씀들 들으며 가슴에 새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_()_

2013-04-20 21:59:47

길미숙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2013-04-20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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