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4월 6일 법륜스님의 하루(서울, 부산 청년리더쉽아카데미)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에도 계속 내렸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아침 일찍 기도하고 밥을 먹고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진달래꽃이 한창이었습니다. 무더기 무더기 피어 있는 꽃들이 은은하니 참 아름다웠습니다. 비가 오니 한결 더 운치가 있었습니다.

동네 야산 임도를 따라 한 바퀴를 돌고 돌아와 스님께서는 바로 강의에 들어가셨습니다. 동백꽃, 목련잎이 바닥에 처절하게 떨어지는 4월, 새싹이 돋아나는 4월에 만난 청년들은 더없이 젊고 활기찼습니다.

서울, 부산 청년리더쉽아카데미 입학 워크샵으로, 오전에 스님께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하고, 오후에는 스님의 안내로 경주 역사기행을 하고, 밤에는 스님께 사회에 관한 강의를 듣는 것으로 오늘 하루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스님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눈빛이 환하고 밝았습니다. 웃음을 머금고 스님과 청년들이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청년들의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묻고 답하며 오전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강연이 30분 더 길어졌습니다. 스텝들이 점심식사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카레와 달걀국, 무김치가 나왔습니다. 스님께서도 청년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습니다.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채비를 잘 해서 경주 역사기행에 나섰습니다.

스님과 함께 기행하는 귀한 시간이 즐거운지 청년들은 스님과 함께 하는 하루내내 표정들이 환하고 밝았습니다.

제일 먼저 법흥왕릉으로 갔습니다. 법흥왕릉에서 스님께선 신라의 역사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특히 금관가야와 신라의 통합에 대해서 강조하셨습니다. 남북의 통일도 이와 같이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살리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나가야 한다며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교과서에 있던 역사가 살금 살금 걸어나와서 정말 오늘의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었습니다.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져 추웠는데도, 청년들은 신이 나는지 힘차게 걷고 열심히 스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무열왕릉에서는 신라가 통일신라를 이루는 과정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쭉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신라의 리더들의 꿈과 이상과 애국심이 느껴져서 그런 선조를 두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긍심이 올라왔습니다. 신라 옛 선조들의 모습을 그리며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서 김유신 장군묘로 이동했습니다. 아직 다 지지않은 벚꽃 터널과 개나리 넝쿨이 봄의 향연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들으면 여태껏 한 번도 듣지 못한, 생각지 못한 우리 역사, 역사 속 인물들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신으로까지 추앙받은 김유신 장군. 금관가야 왕족의 후손으로 신라에서 무신으로서 통일신라의 위업을 이룩한 위대한 장군. 스님의 이야기는 동화같이 재미있기도 하고, 오늘 우리의 현실과 함께 말씀해 주시니 오래전 역사가 현실과 접목되어 지금의 내 삶에까지 다가와 현장감이 넘쳐납니다.

 

훌륭한 선조를 가졌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스님과 함께 경주 역사기행을 하다보면 민족을 떠나 냉철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배움과 함께,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도 가슴깊은 곳에서 물결치며 진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죽어서도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수중에 묻힌 신라 문무왕을 화장한 곳에 쌓은 능지탑 앞에서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는 숙연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신라시대 나라를 이끌어가던 당시 리더들의 나라사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능지탑이었습니다.

 

능지탑에 참배를 하고 산길을 걸어 선덕여왕릉으로 갔습니다. 우리나라에 여왕이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얼마나 험난한 길이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선덕여왕에 대한 스님의 설명을 듣는 청년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습니다. 만약 저 무덤 안에서 선덕여왕이 청년들의 눈빛을 보면 흐뭇함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았습니다.

 

선덕여왕릉에서 내려와 사천왕사지를 지나 차를 타고 반월성, 월정교를 지나 두북정토마을로 들어왔습니다. 반월성 벚꽃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원효대사가 물에 빠져 요석공주와 만났다는 월정교 복원도 거의 끝나서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정토마을에 들어오니 스텝들이 저녁밥을 맛있게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밥과 배추국, 볶은 김치와 구운 두부, 생김치와 김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밥도 잘 되었고, 국도 맛있어 다들 거의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님께서도 청년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셨는데, 청년들은 자기들이 준비한 음식을 스님께서 드시는 것도 즐거워 싱글벙글했습니다.

식사 후, 씻고 주변 정리를 하고 스님 강연을 들었습니다. 스님 강연 전에 JTS의 북한지원 사업에 대한 영상물 상영이 있었는데 한국의 유치원생과 북한의 애육원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물품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스님께서 저녁 강의에서는 시대정신과 함께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류 문명의 발달사와 더불어 현재 세계의 흐름을 통해 자세하고 열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선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는 시와 때에 상관없이 할 말도 많으시고, 온 몸에서 열정이 살아나시는 것 같습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 모두가 다 통일전도사가 되어 온 나라 국민들이 통일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도록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오늘은 목이 아프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다보니.”하시는 스님. 정말 그랬습니다. 오전 강의 후, 바로 경주 역사기행하면서 내내 말씀하시고, 돌아와 저녁 강연하느라 또 말씀을 하셔서, 하루 종일 말씀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청년들의 눈빛이 살아있어서 스님께서도 흐뭇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내일은 서암대종사 입멸 1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두북에서 출발할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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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스님의 하루 글 써 놓은거 그날 그날 잊지않고<br />들어와서 보기만 하는것도 잘 안되네요...<br />그래서 어떨땐 밀린 숙제 하는것 처럼<br />버겁기도 한데<br />매일 매일 이렇게 정성스레 자세하게<br />글 올리시는 분들 정말 스님 못지않게<br />대단하다는 생각이... ㅎㅎ<br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_^)

2013-04-08 19:16:51

나는수행자입니다

나를 버린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를 놓는다는것은 잘모르겠습니다. 그런데........감사함은 온몸이 저릴만큼 감사함을 알겠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 감사함을 나타내나..이감사함이 전달되나..그것은 머리로 이해하는것이 아닌 그냥 막 흘러내리는 눈물이고 심하게 뛰는 심장이고, 그냥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이고.....감사함이 가슴에 가득채워져 넘치니...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정도면 내가 받을 행복은 되었다 하구요..네.....저는 이제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정말 꼭 잡고 있던것을 놓습니다. 이순간 나보다 내가 먼저 변합니다. 안녕!

2013-04-08 13:21:24

보현심

그곳에 있는 듯 함께 기뻐지고 청년들의 눈빛에 저도 가슴이 설레이네요.<br />비가오니 더 선조들의 업적이 장엄해질듯합니다. 저도 통일의 역군으로 살아가겠습니다.<br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곳에있는 듯....<br />아 ! 깨어있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듯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04-08 10: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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