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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님께서는 이곳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나 가야하는 루북바송(면)과 딴중마띠이라(면)에서 유치원 두 곳 보건소 한 곳의 준공식에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9시 30분에 시작되는 첫 행사에 늦지 않으려고 4시에 일어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쳤습니다. 라마단의 스피커 소리는 우리가 기도하는 중에도 울려 퍼졌을텐데 끝나고야 들렸습니다. 어제 스님 말씀대로 바깥 눈치 안 보고 맘껏 기도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도 이곳 봉사자들을 향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기가 피곤하고 어려울수록 늘 눈뜨자마자 바로 기도하게 되면 초심을 잃지 않게 됩니다. 종교의식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마음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혼자 있으면 흐트러지기 쉬운데, 아침에 딱 한 시간 매일 정진하면 질서를 잡아줍니다. 하고 싶거나, 하기 싫거나, 정신이 맑거나, 정신이 흐리거나 상관하지 말고 그냥 쭉 하게 되면, 길게 보면 사는 사람의 질서를 잡게 됩니다. 항상 정진을 놓치지 않도록 하세요.”
아침공양을 준비하는 시간을 아끼려고 6시부터 운영한다는 화교 신도의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가 죽으로 아침에 공양을 하고 6시 20분에 루북바송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가는 도중 2011년에 JTS가 코이카와 함께 건립한 유치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침 노래를 부르며 체조를 하려고 모여 있던 유치원 어린이들이 달려와 스님 일행에게 한 명 한 명 악수를 청했습니다. 저마다 악수 한 손을 잡아당겨 제 이마에 갖다 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우면서도 정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유치원 시설을 조용히 둘러보시고 아이들 체조하는 모습도 잠시 보셨습니다. 유치원 바로 옆에는 무슬림의 성전 건물이 짓다 만 채로 앙상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우리 봉사자 임희성 거사님이 “몇 년째 건물을 짓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돈이 모이는 대로 조금씩 짓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행사장으로 향하면서 스님께서는 “우리가 불교도이면서 무슬림의 종교시설 옆에 무슬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유치원을 짓는 것이 어찌 보면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제 때에 교육받게 하는 것과 병 든 사람은 치료해야 한다는 JTS의 이념에는 부합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이억만리 남양군도(일제말엽 우리나라의 꽃다운 소년 소녀들이 징용, 징병,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와 죽음으로까지 내몰렸던 곳) 현재 겉모습만으로는 우리나라 농촌보다 가난하지 않은 것 같은 무슬림 사람들에게까지도 지진피해 복구를 계기로 이렇게 유치원과 보건소를 짓고, 관개수로를 정비하고, 식수를 해결해 주느라고 애쓰는데 우리와 같은 땅에서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을 위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함과 함께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9시 15분경 드디어 오늘 유치원 개원식에 있는 딴중마띠이라(면) 띠꾸우따라(리) 두리언카페마을 유치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온 마을에 요란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유치원 마당 휘황찬란한 차일 아래 맘껏 차려입은 주민들이 한쪽에서는 음식을 준비하고, 한쪽에서는 공연을 준비하는 등 마을 전체가 온통 축제의 도가니였습니다.
9시 35분에 시작된 개원식 행사는 15분간의 종교의식을 시작으로 마을이장, 군수부인의 축사에 이어 스님의 축사, 아감(군)교육청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이슬람 성직자의 종교의식과 선창 연설로 공식행사를 마무리 하고 스님께서 건물 개관 테이프를 끊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교육청장, 군수부인 등과 함께 유치원 교사가 안내하는 유치원 시설을 한 곳 한 곳을 돌아보셨습니다. 마지막 교실에는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말린 생선이나 고기를 튀겨 소스를 얹은 낯선 음식들이라 우리 식성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 분들은 음식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우리가 먼저 먹기를 권했습니다. 그러는 그분들의 모습으로 보아 거기 놓인 음식들 모두가 평소에 아주 귀하게 여겨 정성껏 마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식행사가 끝나자 무대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노래와 춤 등 장기 자랑 대회가 이어졌고, 우리는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우리는 다음 행사장으로 떠났습니다.
두리언카페 마을 유치원에서 하신 스님의 축사의 요지를 옮겨 봅니다.
“오늘 두리언카페마을 유치원 개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마을 주민 여러분, 유치원 짓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유치원을 짓는데 수고하신 우리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크게 박수 한 번 쳐주세요. (박수)
유치원 개원식에 참석해주신 군수부인님, 면장님, 교육청장님 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3년 전 지진으로 파괴된 모습을 보고 갔는데 이번에 빠당 주위를 방문하면서 거의 다 복구된 모습을 보았습니다. 복구하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진은 우리에게 큰 불행이었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 지진으로 인해서 제가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박수)
아이들은 어릴 때 교육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치원을 이렇게 여러분들이 지어서 교육시킨다면 여러분들의 아이들은 여러분들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박수)
건물은 훌륭하게 지어놓고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면 건물이 무슨 소용이 이겠습니까? 학부형 여러분, 아이들을 다 유치원에 보내실 거죠?(환호, 박수)
인도네시아는 땅이 아주 넓고 자원도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아주 큰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교육입니다. 두리언카페 유치원이 그런 역할을 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치원 짓느라고 수고하신 주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나날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수)“
오후 1시에 열리는 루바북송면 깜풍땅아리 뗑꽁뗑꽁마을 유치원 개원식까지는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이용하여 스님께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말로만 듣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서해, 인도양 드넓은 바다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야자수 그늘아래 해운대 백사장보다 더 넓은 백사장에 파도만 일렁일 뿐 사람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강에서만 수영을 하지 해수욕은 안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발을 벗고 파도가 핥고 지나간 백사장을 거니시는 모습에서 망중한이라는 말의 참뜻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 잠시 다 내려놓고 모래 위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니 인도양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전 내내 흠뻑 젖어버린 옷 속으로 스며들어 정말로 달고 시원했습니다.
오후 1시에 열린 뗑꽁뗑꽁 마을 유치원 개원식도 두리언카페마을 유치원 개원식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민여러분께서 이렇게 덥고 힘들어도 유치원을 지은 것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입니다. 어린이들을 일찍부터 교육시키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이 때 공부하지 않고 커버리면 공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작고 자원도 매우 적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이 어느 정도 잘사는 것은 아이들 교육을 잘 시켰기 때문입니다. 제가 올해 나이 60인데, 저 어릴 때는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되어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무것도 없는 매우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밥을 먹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저희 부모님들이 저희를 공부시킨 덕분에 저희가 여기까지 와서 유치원을 짓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여러분보다 낫게 되기를 원한다면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아이들을 전부 유치원에 보내서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아이들 전부 유치원에 보낼 거죠?( 예~~! 박수) 약속했어요!
앞으로 30, 40년 후 이 유치원 출신이 인도네시아에서 큰일을 할 수 있도록 공부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
이 유치원에서도 개원 테이프를 스님께 자르게 하고 시설을 안내한 뒤, 주민들이 손수 장만한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곧 다음 행사 일정이 촉박하다고 사양했지만 굳이 들고 가시라고 해서 손님을 대접하는 인심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에 더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서둘러 이동해서 3시 루바북송면 깜풍땅아리 심팡움팟마을 보건소 개원식에 참석하셨습니다. 보건소에 도착하자마차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여름날 소나기는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되는데, 이곳은 워낙 더워서 그런지 소나기가 그치고 나서도 마치 가마솥 속인 것처럼 더웠습니다. 스님께서도 연신 머리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민 여러분들이 고생해서 지은 이 보건소를 정부가 잘 운영하고 모든 혜택은 주민여러분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아감(군)의 건설책임자와 보건책임자도 오셨는데 내빈들 참석해 주신 것 감사하며 이 보건소 잘 운영해 달라는 요청의 박수 부탁합니다.(박수)
박수 받으셨으니까 운영 잘하셔야 합니다. 저희 JTS는 어떤 일도 주민과 정부와 함께한다는 뜻에서 Join Together Society라 합니다. JTS가 보건소를 지어준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함께 보건소를 지은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처음에 ‘지어주려면 다 지어주지’ 하고 좀 섭섭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보건소를 함께 만들자는 뜻에서 여러분들을 참여하게 한 것입니다. 힘드셨지만 짓고 나니까 기분 좋죠? (네~~ 박수)
이 보건소가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에서도 보건소 시설을 소개하고 마지막 방에 주민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스님일행이 들고 가실 것을 권했습니다. 조금 전에 유치원에서 식사를 했고, 또 우리 사무실 근처 부끼띵끼(시)에 사는 통역 봉사자가 7시까지는 돌아가야 해서 사양을 해도 막무가내로 붙잡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스님께서는 8시에 회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이번 방문기간 동안 스님께서 이 지역에서 진행한 사업과 사업예정지를 돌아보신 내용과 김기진 감사님이 감사하신 내용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대책회의를 하신 것입니다. 회의가 열띠게 진행되는 중 9시 반경에 정전이 되었습니다. 촛불 하나에 의지해서 계속된 회의는 12반에야 끝났습니다.
스님께서는 사업의 평가와 감사를 하시는 목적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JTS가 국제 NGO로서 지금도 투명하게 잘하고 있지만, 행정절차를 보다 체계화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정립한다는 취지에서 해외사업부분에 대해서도 혹시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보완하자는 것이다, 또 각국에 파견된 봉사자들이 같은 원칙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하고 일관성 있는 매뉴얼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하신 후 봉사자들의 노고를 거듭 위로하셨습니다.
오늘은 행사가 많고 전해드릴 이야기가 많아서 길어졌습니다.
내일은 자카르타에서 교민들을 위한 법회가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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