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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니 빗살이 약해졌습니다. 어제 캐온 쑥으로 쑥국을 끓이고,
냉이를 데쳐 냉이나물을 해서 봄내음을 가득 몸에 불어 넣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스님께서 정토회관 공양간에 내려 가시니, 공양 자원봉사를 하던 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전에는 자주 공양간 내려 오셔서 공양을 하셨는데 요즘은 바빠서 공양간에서
공양하실 일이 거의 없어서 반갑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오후 3시에는 LG하우시스 임직원 대상으로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연전에 여의도 LG본사 건물 커피숍에서
사전 만남이 간단하게 있었는데, 사장님이 소탈해 보였습니다. 스님이 한 해 선배라 그런 지
스님을 깎듯하게 대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강당에 들어가니 380여명의 임직원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많은데 강당이 커지 않아
강당 자리 수만큼 인원을 채웠다던 직원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건물, 차량 내장재를 주로 다룬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직원보다 남자직원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동일 직종 강의는 잘 안 가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방송국 강의입니다. 방송국에서 방청객으로
앉아 있는 분들은 3만원을 받고 강의를 듣습니다. 카메라가 가면 웃고, 카메라가 안 가면 집중을 잘 안 해요.
강의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두 번째가 회사 교육입니다. 강제 동원해 놓고 강의해라고 하는데 대부분 잡니다.
그리고 소통이 잘 안 됩니다. 자기 이야기를 마음대로 못 꺼내놔요. 군대, 경찰은 더 어렵습니다.
강의하기 제일 좋은 것은 자발적으로 자기 돈을 내어서라도 들으러 오는 사람들, 멀리서 강의듣기 위해
차를 몇 번이고 갈아타고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겁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자기들 처지를 이야기하는 줄 아는지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그렇게 스님께서 강의를 시작하셨는데 2시간 30분동안 열강을 하셨습니다. 너무 길게 해서 제가 괜히
주변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돌아보니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면서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조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스님께 눈을 고정시키고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스님 말씀에
참 공감을 많이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스님의 강연에 이어 질문을 3명이 했는데, 아이 교육과 종교의 문제,
직장인으로서의 행복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스님께서 꾸미지 않고 직설적으로 바로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시원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보수의 증가로 노동 해방에 이를 수 있을까요? 진정한 노동의 해방은
노동을 놀이화 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돈받고 하면 노동이고 돈내고 하면 놀이입니다.
노동이 놀이화한다는 것은 돈받고 일하는 것이아니라 돈내고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들의 직장생활이
놀이처럼 될려면 돈을 내고 직장에 다니면 됩니다. 그러니 내일부터 다 돈을 내고 다니세요. 그러면 아주 즐거워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노동의 변화 역사를 살펴보면, 노동해방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가고 있습니다. 고대에는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노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노예는 신분으로 묶어놨어요. 그런데 그 다음은 신분이 아니라
토지로 묶어 놨어요. 그것이 농노예요. 그 다음은 토지에 묶인 것을 돈을 주고 풀었어요. 그러나 오늘 날 노동자는 돈에 묶여 있어요.
옛날 노예는 주인이 사고 팔았습니다. 자기에게 아무런 결정권이 없이 팔려 다녔습니다. 오늘 날 노동자는
자기가 결정을 하죠. 그런데 여러분들은 돈에 팔려 다니고 있어요. LG에서 500만원 받고 일하다가
삼성에서 700만원 준다고 하면 가죠? 돈에 팔려 가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예요.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돈에 우리의 삶이 묶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돈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노동 다음이 자원봉사예요. 자원봉사는 돈을 받으려고 안 해요. 내 재능을 그냥 쓰는 거예요.”
“우리의 문명도 노예에서 농노로, 농노에서 노동자로, 노동자에서 자원봉사자로 가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60세까지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고 살지만, 60대 이 후에는 자원봉사를 하세요. 여러분들이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팔고 살지만 앞으로는 재능을 팔지 않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자원봉사예요. 일요일이나 저녁 시간에 자원봉사를 하든지, 직장에 다니면서도
내 번 돈을 보시하든지, 내 재능을 돈으로만 거래하지 말고 봉사를 해 보세요.”
큰 박수로 강의를 마무리 하자마자 인사할 시간도 없이 바로 뛰어 나왔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스님과 인연을 맺어온 김성오씨가 『우리, 협동조합 만들자』라는
책을 출판해서 출판기념회 및 한국협동조합 창업경영자원센터 출범기념식에 축사를 해 주시기로 했는데,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다행히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아 행사진행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그동안의 김성오씨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협동조합 운동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축사를 해 주셨습니다. 행사를 마치고도 참가해 주신 분들과 인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거의 다 갈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는 모습이 꼭 아버지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정리를 하는 것을 보고 평화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평화리더쉽아카데미 동문회 모임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동문회 행사하는 것을 지켜보고 계시다가,
짧은 강의를 하셨습니다. 스님의 화두는 통일입니다. 국가의 미래 비전, 동아시아와 인류의 번영을 위해
통일을 해야 하고, 통일만이 살 길이고 통일만이 희망임을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오늘도 통일 이야기를 온 몸으로 해 주셨습니다.
오늘도 바쁘게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스님께선 어제 흠뻑 받은 봄 기운때문인지 더 신나게 강의하시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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