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3월 17일 법륜스님의 하루(봄나들이)

어제 늦은 밤 스님께서 공항에 도착하셔서 12시가 넘어 공항을 출발해서 두북으로 왔습니다.
문수팀 행자님들 5명과 함께 이동했습니다.
서울의 회색빛 시멘트 건물들 속에 살다가 시골로 내려오니 봄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서울에서는 다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보니 제대로
봄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도 지난 1월부터 계속 이어진 해외 일정과 전국 정초순회강연,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해외일정으로
계속 바쁘게 생활하시다가 원래 계획되었던 중국 연변에서 가난한 아이들에게 옷을 나눠주는 행사가
취소되면서 갑작스레 오늘 하루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쑥이 그렇게 많이 컸는 줄 몰랐습니다. 꽃들이 벌써 그렇게 피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오늘 저녁은
쑥국을 끓여 먹자며, 칼 한 자루씩을 들고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야산을 하나 넘고 계곡을 지나
탑곡수련장까지 가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쑥을 만나면 앉아서 쑥을 캐고, 꽃을 만나면 꽃을 보고 감탄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2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거리를 4시간이 걸려서 다녀왔습니다.

“햇살 좋은 곳에는 아마 진달래가 피었을 거야.” 산책을 시작하면서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산에 접어들어 조금 가다가 스님께서 “저기 봐라.”하시는 소리에 다들 스님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진달래가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다들 “와아-”하면서 반가움의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가다보니
햇살 좋은 양달에는 진달래가 곳곳에 무더기 무더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스님 어릴 때 진달래꽃 따던
이야기를 들으며, 꽃잎도 입 속에 넣어 분홍빛 꽃잎즙을 목으로 천천히 넘기며 봄을 즐겼습니다.

 

쑥도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여기 쑥이 많네.”하며 앉아 쑥을 캤는데, 처음 만난 쑥이라 그 쑥이 제일 큰 줄 알고
열심히 캤습니다. 그런 후 작은 야산을 넘어 햇살 잘 드는 곳에서 아까보다 더 큰 쑥들이 의기양양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와아-”하며 우리는 또 한 번 함성을 지르고는 쑥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 “왜 ‘쑥대밭’이란 말이 생겼는 줄 알아?”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스님도 앉아서 쑥을 캐셨습니다. 저희도 주변으로 둘러앉아 어느새 성큼 자란 쑥을 보며 감탄하다가,
쑥국, 쑥떡, 쑥버무리 등 쑥을 넣어 요리하는 음식들 이야기를 하며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은 야산을 넘어, 마을로 들어서자 목련꽃, 매화, 개나리를 비롯해 이름 모를 수많은 풀꽃들이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와! 자목련이 벌써 꽃을 피웠네. 꽃봉우리 정말 이뻐다.”

“저기 보세요. 청매화랑 홍매화가 다 피었어요.”

ㅍ 



햇살 좋은 담장아래엔 큰개불알풀의 은은한 푸른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맘껏 피어있고,
밭에는 광대나물이 분홍꽃을, 보라색 제비꽃도, 흰색 냉이꽃도, 노란색 꽃다지도 서로 질새라 곳곳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성질 급한 벚꽃도 몇 몇 꽃잎을 벌써 터뜨렸고, 천리향도 피어서 봄의 꽃잔치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밭엔 농부 한 분이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고, 옆의 매화나무들은 상관없이
꽃을 활짝 피워서 무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청매화꽃이 하도 예뻐서 사진찍느라 일행과 잠시 떨어졌더니,
스님께서 부르시기에 얼른 뛰어갔습니다.

산 초입에 짙은 진달래가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꽃을 좋아하십니다. 특히 어릴 때 봄이면 언제라도
볼 수 있었던 진달래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진달래앞에서 다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 초입에 들어서니 생강나무 노란꽃이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같이 동행한 한 분이
“저 노란 꽃이 산수유 아닌가?” 하고 묻기에 생강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 주었더니,
“어? 정말 생강냄새가 나네?”하며 신기해 했습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양지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고,
찔레꽃 넝쿨에선 제일 먼저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스님을 따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계곡으로 들어갔습니다. 올 해는 눈이 많이 와서인지
계곡에 물이 많았습니다. 경쾌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갯버들도 피어 있고, 떨어진 낙옆들 사이에
원추리, 개불주머니 새 잎들이 고개를 쑥쑥 내밀고 있었습니다. 현호색도 피어 있고, 꿩의바람꽃도 피어 있고,
이름모르는 여러 꽃들도 보일 듯 말 듯 피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갯버들 가지 하나를 꺾어서 껍질을 비틀었습니다. “아직 물이 안 올라 껍질이 안 틀어지네?”하십니다.
시골에서 살지 않은 분들은 영문을 몰라 뻔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물이 올라야 이렇게 비틀면 껍질이
잘 벗겨지는데... 이걸 가지고 버들피리를 만드는 거야.” 그제야,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낙엽으로 덮혀 길이 없는 계곡 옆으로 길을 만들어 가며 걸었습니다. 선녀탕 같은 물웅덩이, 작은 폭포들,
맑은 냇물들을 보며 걸었습니다. 중간에 계곡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하며 먹은 간식도 참 맛있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봄맞이 밭갈이를 했습니다. 밭의 풀들을 뽑아내고 상추씨를 뿌리고 비닐을 덮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두북정토마을 하우스에서 뜯은 고소잎을 생절이로 무치고, 민들레잎도 잘게 썰어서
생절이를 했습니다. 두북정토마을 담벼락 아래에서 캔 달래로 달래장도 만들어서 봄을 비벼 먹었습니다.
산에도 갔다오고 밭일도 했더니 밥맛이 꿀맛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식사 후에 원고 교정과 업무 처리할 일이 많아서 업무를 보시고, 다른 일행들은 일찍 쉬었습니다.

저녁 먹은 후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지금은 주룩주룩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비 떨어지는 소리가
좋은 봄날 밤이네요. 다들 다음 휴일엔 도시를 나와 봄나들이 떠나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7

0/200

산목재

봄날의 꽃들도, 함께 하는 도반 여러분들도 모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2013-03-23 01:48:49

이미화

봄 소식속에서 활짝 웃으시는 스님 모습에 뭉클한 행복이 가슴 가득 채워집니다<br />저에게 하루 한번 소중한 글로 행복을 전해주시는 들국화님 감사합니다<br />오늘 하루도 모든분들 분홍빛 진달래꽃처럼 화사한 시간속에 머무시길...^*^

2013-03-20 12:44:24

*^^*

간만의 봄나들이로 봄기운 느끼시는 스님과 보살님들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br />매일 바삐 지내시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이었는데....오늘도 하루소식 감사합니다. ^^

2013-03-19 11:09:58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