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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00강을 마쳤는데, 오늘 오전에 또 하나의 강연이 잡혀 있었습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
창설 기념일을 맞이해 군인 700여명을 대상으로 영적 건강을 위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정토회관을 나섰습니다. 사실 저는 계룡대가 어떤 곳인지, 뭘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수많은 군대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서 알고 보니 계룡대는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대한민국 국군의 3군 통합 사령부였습니다.
계룡대에 들어가니 조경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고, 주변이 손댈 것없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서
역시 군대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3군 통합 본부라 딱딱하고 거수경례를 받듯이 약간 날이 선듯한
긴장된 느낌이 있을 것 같았는데, 강연장에서 본 장병들도, 단장님을 비롯한 간부들도
참 밝고 자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김제동씨를 떠올리게 하는 재치있는 사회자가 진행을 했습니다. 먼저 군인들이 스님께 묻고 싶은 질문
5개를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Best 5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Best 4 사후세계 존재의 증거,
Best 3 교회? 성당? 절? 대체 어디로?, Best 2 20년 모태솔로, 제발 이젠 연애 좀..., Best 1 완벽한 전역 준비,
제대 준비는 어떻게?」 였습니다. 스님께서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해법을 바로바로 말씀하셨습니다.
「Best 5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님 말씀을 옮겨 봅니다.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하세요. 포기한다고 인생이 달라질 것도 없어요. 포기하면 처음에는 좀 아쉽지만
또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다만 포기하고 나서 방황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단식을 하면 좋아요. 어차피 하고싶은 것도 포기하는데 숟가락도 함께 포기해 버리는 거예요.
단식을 며칠 하면 육체적으로 살고싶은 본능이 일어납니다. 살아있는 육신은 죽고싶지 않고
살고 싶은 본능이 있어요. 자포자기라는 것은 정신적인 죽음이거든요.
그 때 육신이 살아날려고 하면 정신도 함께 살아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산에 자살하러 갔는데, 호랑이가
뒤에서 어흥하고 잡아먹으려고 하면 죽을까요, 도망갈까요? 자기도 모르게 도망가게 됩니다.
자살하려는 것은 정신적인 사로잡힘의 상태인데, 호랑이가 어흥할 때는 육신의 살고 싶은 본능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정신적 사로잡힘이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Best 1
완벽한 전역 준비, 제대 준비는 어떻게?」에 대한 스님의 말씀입니다.“지금 여기 군대생활을 충실히 하는 겁니다. 몸은 여기 있으면서 마음이 밖에 가 있는 것은
막상 몸이 밖에 나갔을 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곳에 있을 때는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는 것이 밖에 나갔을 때는 또 그 때 그곳에서의 일에 충실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곳에서는 저 곳 일 생각하고 저 곳에서는 이 곳 일 생각하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삶의 형태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항상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자세입니다.”
그 후 바로 군인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단체 생활을 하고 있어서 질문이 잘 나오지 않겠다 싶었는데
솔직하고 자유로운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부대 일병 ○○○입니다. 전역하려면 한참 남았지만 진로 때문에 걱정이 됩니다. 부모님은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데, 제가 되고 싶은 것과 반대가 되어서 고민이 되고, 또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불안정한 직업이라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되어서 질문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인생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성년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지면 그 바탕위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해도 좋습니다. 생존을 먼저 선택하고 하고 싶은 것은 취미로 선택했다가 그 취미생활이
최소한도의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수입이 되면 그것으로 생존을 하면서 온전히 자기 하고싶은 것을
하면 됩니다.
두 발은 현실에 딛고 두 눈은 이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상만 바라보고 현실에 두 발을 디디고 있지 않으면
공상가가 되거나 룸팬이 되고, 두 발을 디딘 현실밖에 보지 못하면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살기 바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저 멀리 이상을 바라보고 한 발 한 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부모님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모는 20살까지는
자식을 키울 책임이 있어요. 대신에 자식은 권리의 제한을 받습니다. 미성년자는 최종결정권은
부모에게, 보호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20살이 넘으면 부모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책임을 면합니다. 20살이 넘으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인생도 독립을 해야 합니다. 20살이 넘으면 부모님 말을 안 들어도
불효가 안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경제적으로 독립은 안 하고, 하고 싶은 것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면
균형이 안 맞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으면 독립을 해서 하고, 돈을 지원해주는 서폰스가 있을 때는
서폰스의 말을 들어야 돼요. 지원은 받으면서 말을 안 듣는 것은 사회적인 예의에 안 맞습니다.
부모를 떠나서 지원해 주는 사람의 권리가 있는 거예요. 부모와의 관계는 이렇게 정리를 해야 합니다.
“○○부대 상병 ○○○입니다. 저에게는 저를 22년동안 키워주신 할머니가 계신데 치매랑 폐암이 같이 걸려서
가시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와서 굉장히 힘듭니다. 부모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여기서 걱정한다고 해결이 안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손자가 군대에 있을 때는 군대생활에 충실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할머니에게도, 나에게도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 하고 쌈박하게 인사를 해야 합니다. 할머니, 하면서 손자가 울면
할머니가 갈 수도 없고 올 수도 없습니다. 만약 영혼이 있다면 무주고혼이 됩니다. 할머니, 안녕! 하면서
딱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할머니가 좋은데 갑니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우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죽고 난 뒤에 요란 떨지 말고, 살아있을 때 하나라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도 자유롭게 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질문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군인들도 새로운 세대라 전에
생각하던 경직된 군인이나 군대의 분위기와는 또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단장님의 배려로 케이블카를 타고 계룡산 천황봉에 다녀왔습니다.
계룡산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산봉우리들과 들판들이 한 눈에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계백장군과 김유신장군이 전투했다는 황산벌도 보이고, 동학사 대웅전도 보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천황봉 정상의 천단에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셨습니다. 저희들도 스님 뒤에서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점심도 맛있게 준비를 해 주셨습니다. 병사들 식당에서 깔끔하게 준비된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따끈한 보이차도 대접받았습니다. 저는 여태껏 군대내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 경험들이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단장님이 스님을 깎듯이 모셔서, 덩달아 저희들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계룡대를 나와 바로 경북도청으로 향했습니다. 경북도지사님과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도청에 들어서니 직원분들이 미리 나와서 스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전에 도지사님을 만났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오늘도 역시 사람좋은 웃음으로 스님을
반가이 맞이해 주셨습니다.
도지사님은 스님께 300강 강연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하셨고, 스님께서는 도지사님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맡으신 것에 대해서 축하한다며 답례를 하셨습니다. 도지사님은
지난 번 스님께서 직원을 통해 보내드린 스님의 신간 「쟁점을 파하다」를 다 읽으셨다며
스님의 직관력과 관점에 대해 감탄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방분권에 대해서 두 분이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권력이 중앙에 너무 집중이 되어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운 점들과 해결방안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세수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아 지방사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교육문제를 비롯해서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이 이야기가 되고,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분권이 과감하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중심이었습니다.
스님께서도 300강을 다니면서 전국 시장, 군수들과 만나면서 지방의 현실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며
실제 시장, 군수들을 통해 들은 어려운 지방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같이 나눴습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서 대한민국이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도지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정토회 법사님 중의 한 분이 부모님 상을 당해서 다시 2시간 차를 타고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만났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영가의 왕생극락을 바라며 축원을 하시고, 가족들에게는 영가가 편안히 잘 가실 수 있도록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상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정토회는 법사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신도들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알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모든 실무자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하며
장례절차를 치러냈습니다. 그래서 모든 실무자들이 다 모였습니다. 다같이 영가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며
기도를 하고, 일부 실무자들은 현장에 남고, 나머지 실무자들은 모처럼 이렇게 함께 모였기 때문에
거제에서 일박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신도님이 운영하는 펜션이 있어서 그 곳에서 함께 300강종강을
축하하며 그 동안에 있었던 노고들을 함께 나누며 모처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300강을 마쳤는데도 스님의 오늘 하루는 정말 바빴습니다. 그래도 300강을 마쳤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저에게 있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조금더 여유웠던 것 같습니다.
내일은 300강 한다고 실무자들과 거의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무자들과 함께 거제에서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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