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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스님은 북한 연구자들과 함께 북한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몇 년째 매 달하고 있는 모임입니다. 모임 후 아침 9시에 여주로 출발했습니다.
여주는 문경정토수련원으로 가다보면 영동고속도로에서 항상 스쳐 지나가던 도시라 이름도 낯익고
괜히 자주 다닌 지역같이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오전 강연은 여주대학교 마로니에홀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강연 전에 여주대학교 총장님과 차담이 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젊은 총장님이었습니다.
총장님이 학교 강연장도 무료로 대여해 주시고, 이런 저런 신경을 써 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새로운 백년’을 선물드리자, 읽고 있던 ‘엄마 수업’을 가지고 와서 사인을 요청합니다.
결혼을 늦게 해서 엄마수업을 읽으며 부모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젊은 총장님이라 그런지
여느 총장실과 달리 권위적인 느낌이 없고 아티스트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학교도 전체적으로 참 아름답게 가꿔져 있었습니다.
강연장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하는데, 주차 공간에 빨간 단풍잎이 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차에서 내리셔서 단풍잎 몇 잎을 주우면서 “참 예쁘다.”하시며 밝게 웃으십니다.
몇 개 주웠던 단풍잎을 회양목잎 위에 살풋 얹어 두고 강연장으로 가셨습니다.
강연장에는 400여명의 시민들, 학생들이 모여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장은 앞 무대로 집중된 구조인데다, 스님과 가깝게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늘 첫 질문자는 자기 이야기는 가벼운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기는 다혈질이라 화가 일어나는 일이 많은데 화를 내자니 창피하고, 안 내자니 몸이 떨리고 가슴도 떨려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께서 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예를 들어가면서 1시간동안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화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제가 옳다고 할 것이 없습니다, 부족합니다”하면서 하루 300배씩 정진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분은 절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 사람은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말을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물었습니다. 스님께서 ‘똥은 똥이다.’고 하면서 똥이 오물도 아니고 거름도 아닌 공의 세계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서민은 힘들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청년들은 취업이 안되고
정치는 구태의연해서 염증을 느끼는데 이번 대선에서 3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를 하는게 좋겠는지
스님의 의견을 말해 달라는 분,
얼마전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는데,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여주대 학생,
불성실한 회사 동료에게 조언을 해 줘야 하는지, 스님 법문에서처럼 남의 인생에 간섭을 안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29살의 총각 등 많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62세 아주머니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저는요. 어려서 새엄마 손에서 컸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애들한테도 대물림이 됐어요.”
“이혼했어요? 아이들 몇 살 때 나왔어요?”
“예. 애들 3살, 6살 때 나왔어요.”
“새엄마에게서 커보니까 좋아요, 나빠요?”
“나빠요.”
“나빠요? 그래도 아빠랑 둘이 사는 게 좋았겠어요? 새엄마가 친엄마보다는 못했다 하더라도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고 다 했어요? 안했어요?”
“새엄마가 다 해 주셨어요.”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몇 살에 친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2살에요.”
“그러면 새엄마가 자기를 키웠네요. 어느 새엄마가 와도 자기를 키웠겠죠? 새엄마 없었으면 자기 못 컸어요.
그러니까 고마워해야 합니다. 어떤 친엄마도 자기 애들하고 싸우는데, 새엄마인 경우는
제 아이가 아니라서 미워한다, 이렇게 생각해서 상처가 생기는 거예요.
그 엄마 입장에서는 남의 아들, 내 아들 가려서 키우는 게 아니요. 여러분들 여기 애들 2명이 있는데,
어떤 날은 ”언니가 참아라!”고 하고 어떤 날은 “동생이 왜 언니한테 대어드냐!” 하는데 애들은 나중에 커서
이렇게 이야기해요. ‘엄마가 늘 언니라고 나만 나무랬다’, ‘동생이라고 나만 나무랬다’고 그래요.
왜 그러냐면 자기가 받은 상처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엄마가 자기에게 특별히 잘못한 게 아니고
어느 친엄마라도 갈등이 생기는데 자꾸 새엄마라는 핑계를 댔기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은 거예요.
그러니 새엄마에게 감사기도를 해야 됩니다. ‘어머니, 다 거두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섭섭하고 미워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참 엄마가 나를 키워줘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깊이 참회기도를 하세요.
알았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새엄마에게 감사기도하면 아이들도 새엄마에게 감사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자기가 상처를 안 입는 게 좋죠? 우리 아들, 딸도 내가 놔두고 왔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게 좋지요?
내가 내 속에 있는 새엄마에 대한 상처를 치료하면 놔두고 온 아이들도 치료가 됩니다.
그러니 자기는 아들, 딸 걱정하지 말고 새엄마에게 참회하고 키워준 것에 감사하는 기도를 하세요.
매일 108배 절하면서 기도하세요. 아시겠죠?”
“네, 감사합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붉은 단풍이 아름다운 야외에서 스님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한 분이 예쁜 꽃다발을 스님께 드리면서 부끄러워 하셨습니다.
여주 강연 홍보는 용인지역에서 했는데, 회원들이 정말 흔쾌한 마음으로 즐겁게 했다고 합니다.
강원도까지 가서 홍보하고 지원한 일들이 많아서, 겨우 1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 곳인데 왜 못하겠냐며
열심히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오늘 강연 당일날은 남양주, 수원에서도 와서 봉사를 했습니다.
밝고 활발하게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여주 강연을 마무리하고 바로 다음 강연이 있는 증평으로 향했습니다. 단체 사진까지 찍고 차에 탔는데
다음 강연장 도착시간을 네비게이션이 2시 16분이라고 알려줍니다. 가면서 휴게소 들릴 시간도 없습니다.
차안에서 싸주신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증평으로 향해 달렸습니다.
증평은 유수호스텔 대연회장이 강연장이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결혼식을 하기도 하고, 단체 모임들을 하기도 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증평도 일반회원이 없어서 청주에서 지원나와서 홍보를 했는데, 이 곳은 행사팀장님이 거의 혼자서
플랭카드 붙이고, 포스터 붙이면서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강연장에 250석을 깔았는데 거의 자리가 가득 차자 기분좋은 웃음을 띠며 그 제서야 안심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증평에서도 질문이 많았습니다. 물론 청주 등에서 원정 질문을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지방으로 가도
질문이 많은 편입니다. 스님 책이나 동영상을 보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2살인데 남편도 싫고 아이들도 싫고 친정식구들도 싫고 나 혼자 있고 싶고,
전에 8시간 자던 잠도 이제는 4-5시간 자면서 혼자의 세계에 빠져 들게 되는 것 같다는 여자분의 질문에
스님께서 우울증이 시작되니 빨리 병원에 가 보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질문자는 약간 연세가 든 아주머니였는데, 불교텔레비전을 보면 스님들마다 기도하라고 하는데
방법이 달라서 헷갈린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운동하라고 할 때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하시면서 운동도 한 가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 여러 가지가 있듯이
기도도 기도하라 할 때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그 중에 어느 한 가지를 하면 된다, 어느 것이 좋다고 따지지 말고
적절히 인연 되는대로 꾸준히 한 두가지를 정해서 하면 된다고 하니까 이해가 되셨는지
알겠다고 큰 소리로 대답을 하셨습니다.
역시 대선정국이라서 그런지 여기서도 대선에서 누가 이기겠느냐고 물으니 스님께서 조급해 하지 마시고
대선은 12월 19일 밤 12시나 20일 새벽이 되면 알게 된다며, 미리 투표 결과를 알고 있다면
사람들이 투표를 할 필요가 없지 않냐며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과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하지 않는 룰에 대해서 쭉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질문들이 나왔는데, 그 중 첫 질문을 하셨던 빨간 옷을 입었던 75세 할머니와
스님의 문답을 정리해 봤습니다. 두 분의 문답에 많이 웃었습니다.
“왜 이렇게 몸이 처녀서부터 아풀까요?”
“원래 비실비실한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고 하잖아요. 괜찮아요. 올 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일흔 다섯.”
“일흔다섯이면 사실만큼 사셨네요.”
“딸이 중학교 선생인데, 빚을 너무 많이 져 가지고 돈을 너무 못벌어서 그것도 속상하구,
나의 제일 희망이 건강이예요.”
“늙은사람이 자꾸 건강찾으면 어떡해요? 차도 오래쓰면 고장 나요, 안나요? 조금씩 아파도
칠십다섯까지 사셨으면 잘 사셨어요. 딸은 스무살 넘었죠?”
“아이구 쉰셋이에요.”(대중들 폭소)
“자기 알아서 살도록 놔두세요.”
“그건 그렇구요. 우리 할아버지하고 나한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알려주세요. 싸움이 많아서..”
“안고쳐져요. 그래 살다가 죽으면 돼요. 괜찮아요. 영감님이 뭐가 제일 문제예요?”
“문제는 없어요. 잘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로 지금 잘 살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딱 안맞는 것은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스님께서 강단에서 내려와 할머니 가까이서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두 분의 모습이
예뻐 보였습니다. 두 분의 문답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스님께서 할머니에게 또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묻자 땅이 안 팔린다고 했습니다.
스님께서 땅을 반값이나 지금보다 싸게 내놓으면 땅이 팔릴 거라고 하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청중들 중에 혹시 부동산업자가 있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까, 아저씨 한 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할머니 전화번호를 적게 하고, 할머니에게는 이런 곳에 온 사람은 믿을만 하니까 잘 의논하시라고 하고,
부동산업자에게는 할머니 땅이 팔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즉석에서 할머니 민원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증평까지 강연을 마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저녁 7시에 계획되어 있던 오산이
강연장 장소 문제로 인해, 강연이 취소되었습니다.
마침, 스님 몸도 좋지가 않아 오는 길에 이비인후과에 들러서 치료를 받고 약을 지어서 정토회관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저녁 강연 하나가 취소된 것이 오히려 잘 된 것 같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전남 장성에서 강연이 있고, 오후 3시에는 광주에서 새로운 백년 북콘서트가 있습니다.
내일은 전라도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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