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5월, 다함께 따뜻한 날
애광원 민들레집 나들이

설렘

맑고 푸른 5월, 순천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난 봉사자들 얼굴에는 반갑고 설레는 표정이 가득했다. 오늘 일정을 안내받으며 하루 짝지가 될 애광원 식구의 이름과 특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드디어 순천만 습지에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기온은 이미 초여름이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조별 여는 나누기를 여유 있게 했다. 많은 봉사자가 중증장애인과 함께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하루 잘 쓰이길 기대하는 마음과 설렘을 서로 나누었다.

반가움

나누기를 마치고 오늘 하루를 위해 국민체조로 간단한 몸풀기도 하고, 조별 사진도 찍으며 애광원 식구들과 스님을 기다렸다. 오늘 봉사를 위해 멀리 서울에서 온 봉사자도 있어 다 같이 박수로 환영했다.

애광원 식구 맞이 예행연습을 하는데 저 멀리 밀짚모자를 쓴 스님이 보였다.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늘 스님을 처음 보는 봉사자도 있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스님을 보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었다.

따스함

드디어 애광원 가족들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봉사자들은 연습한 대로 버스 문 양쪽으로 서서 자신의 짝지를 반갑게 맞이했다. 스님도 버스 문 앞에서 애광원 가족들이 내릴 때마다 다정하게 인사하고 손을 잡아주었다. 마지막 휠체어까지 다 내리고 입구로 이동하여 스님과 애광원 이사님의 인사 말씀을 들었다.

"오늘 봉사를 통해 오히려 내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복인지 알게 될 거예요."
"오늘 하루가 애광원 식구들에게는 천국 같은 날이 될 겁니다."

먼저 애광원 식구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조별로 입구를 통과해 잘 정돈된 정원을 지나고, 푸른 갈대숲으로 걸어갔다. 짝지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걷는 봉사자, 햇살이 강해 미리 준비해 온 양산으로 햇살을 가려주는 봉사자, 휠체어를 탄 원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이리저리 살피며 이동하는 봉사자. 아직은 좀 서툴지만, 다정한 말과 손길에서는 따스함이 느껴졌다.

시원함

애광원 선생님들과 함께 걸으며 짝지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받았다. 선생님들도 이런 나들이가 정말 오래간만이라며 웃어 보였다. 스님도 중간중간 애광원 식구들에게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넸다.

햇살은 강했지만, 사이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날려주었고 푸른 갈대숲을 보니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애광원 식구들도 좋아하는 걸까? 대부분 의사 표현이 잘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느끼고 있을 거라 믿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중간중간 스텝 봉사자들의 안내판에 따라 ‘덜컹 주의’가 나오면 휠체어 조는 조심해서 그 구간을 지났고, ‘화장실’이 나오면 화장실도 들리다 보니 순천만 습지를 한 바퀴 다 돈 셈이다.

곧바로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식당에서는 미리 정해둔 순서에 따라 교대로 짝지의 식사를 담당했다. 선생님들의 안내를 듣고 짝지의 특성에 맞춰 반찬을 잘게 자르고 밥을 잘 넘길 수 있도록 국에 밥을 말기도 하며 정성스레 식사를 도왔다. 짝지가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아 걱정하는 봉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점심 식사를 잘 마쳤다.

애틋함

점심 식사 후 다시 버스에 올라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이동했다. 먼저 도착한 봉사자들은 애광원 버스에서 짝지가 내리면 이름을 반갑게 부르며 달려나갔다. 아침보다 한결 더 반갑고 애틋함으로 짝지를 맞았고, 애광원 식구들도 봉사자들을 바라보는 표정이 한결 편해 보였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는 걷기 힘들어진 애광원 식구들을 위해 추가로 휠체어를 대여하고 다시 조별로 나들이를 시작했다. 국가정원에 들어서서 스님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바로 옆 장미화원으로 이동했다.

형형색색의 장미가 만개한 장미화원에서 스님은 인기스타였다. 예쁜 장미를 배경으로 너도나도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수시로 스님을 불러댔다. 스님은 웃으며 일일이 애광원 식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스님을 보고 손을 내미는 원생에게는 손도 잡아주고, 오전 내내 잠만 자고 일어난 원생에게도 인사를 했다.

즐거움

장미화원에서 사진찍기를 마치고 근처 잔디밭에서 잠깐 휴식했다. 나무 그늘에 준비해 온 돗자리를 펴고, 휠체어를 타고 있던 원생들도 돗자리로 내려와 편하게 눕거나 앉아서 쉬었다. 봉사자들도 짝지와 같이 시원한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화려한 영상이 펼쳐지는 스페이스 브릿지를 건너 동물원으로 이동했다. 동물원에는 홍학, 알파카, 앵무새, 사막여우 등 여러 동물이 있었고, 애광원 식구뿐만 아니라 봉사자들도 아이처럼 즐겁게 동물을 구경했다.

감사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그늘 벤치로 이동하여 오락 시간을 가졌다. 애광원 식구의 노래를 들으며 비록 가사 전달은 잘되지 않았지만, 다 같이 한마음으로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스님은 애광원 선생님들에게 책을 선물했고, 애광원 식구들도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빵을 선물로 주었다. 스님과 애광원 이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와 우리 가족들이 건강하게 태어나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들이 다음 날이 스승의 날이라 스님과 이사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꽃다발을 전달하고 다 같이 ‘스승의 은혜’를 불렀다. 한 원생은 스님 옆으로 다가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스님과 손을 잡고 머리를 기댔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사랑으로’ 노래를 부르며 오락 시간을 마쳤다.

아쉬움

이제 국가 정원을 나와 버스를 타고 저녁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때와 마찬가지로 교대로 짝지의 식사를 담당했고, 봉사자들은 좀 더 능숙한 손길로 짝지의 식사를 도왔다. 그래서인지 다들 점심 때 보다 더 잘 먹는 것 같아 흐뭇했다. 저녁 식사 후 짝지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버스 탑승을 도왔다. 휠체어를 탄 짝지들이 많아 시간이 꽤 걸렸지만, 다들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버스에 타기 전까지 옆에 꼭 붙어있었다.

보람

떠나는 버스를 향해 아쉬운 마음을 담아 손 인사를 하고, 조별로 모여 마지막 마음 나누기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보람찬 하루였고, 말로 표현은 못 해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맑은 모습을 보니 같이 행복해졌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욕심을 내었는데, 오늘 봉사를 통해 욕심 녹아졌습니다. 건강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날씨도 좋고 순천만과 국가정원을 둘러보며 나들이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습니다.”

“종일 함께 한 짝지가 내게 어떤 반응도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헤어질 때 아쉬움에 눈물이 났습니다. 하루 휴가 내고 참가했는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다음에 또 봉사하고 싶습니다.”

글_이보경 (김해지회)
사진_김해지회 회원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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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숙

감사합니다 🙏

2024-06-10 12:24:42

사공엽

잘 쓰이고 오셨네요. 응원합니다~ 🙏

2024-06-05 11:50:14

숲소리

스님의 하루를 통해 영상만 보았는데 세세히 글로 표현해주셔서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2024-06-02 18: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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