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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의 뒷담화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안산 다문화 센터를 비롯하여 양주, 아산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스리랑카,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네팔, 태국 그리고 한국까지. 총 7개국의 나라가 함께 떠난 여행 궁금하시죠? 이미 ‘스님의 하루’에도 이번 다문화 가족 나들이가 기사로 발행되었습니다. 저는 이 나들이를 위해 봉사자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그 모습을 면에 띄워보고자 합니다. 이름하여 뒷담화. 본격적으로 뒷담화를 시작해 볼까요?

오늘은 11월 26일, 다문화 가족의 나들이 날입니다.
새벽 6시 안산역의 모습입니다. 아직 하늘은 캄캄합니다. 이 어둠을 뚫고 봉사자들이 안산 다문화센터에 모였습니다. 물품은 누가 챙기고, 이름표는 어떻게 나눠 주며, 송수신기는 작동되는지, 꼼꼼히 체크합니다.


오늘 행사를 위한 준비물도 한가득입니다. 다시 한 번 체크해 볼까요? 송수신기, 이름표, 팻말, 물, 귤 등 간식까지... 챙겨야 할 물품이 참 많습니다.

이제 이 물품들을 안산역에 있는 버스에 실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참가하는 외국인들도 맞아야 합니다. 짐이 많으니 안산역 주차장에 있는 카트를 좀 빌리기로 했습니다. 봉사자 한 사람이 말합니다.

“내가 장갑을 꼈으니 무거운 걸 내가 들게.”

이렇게 나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따뜻한 마음이 듭니다.

짐이 많아 카트가 저절로 굴러가는 중입니다. 카트가 차도로 가지 않게 꽉 잡으세요!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들입니다. 봉사자와 참가자들이 보이네요. 안산에서 3대의 버스가 출발을 하고 양주, 아산에서 각각 1대씩 봉암사로 올 예정입니다.

“다 타셨나요?”

2호차에는 캄보디아, 베트남 참가자들이 탑승했습니다.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이 다 왔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나라별 통역담당자도 탔습니다. 통역담당사자도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입니다.

봉사자들은 새벽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을 참가자들을 위해 샌드위치도 준비했습니다.

물과 샌드위치를 받았습니다. 섬세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샌드위치는 종이 포장을 했고,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샀다고 합니다.

이제 버스는 봉암사를 향해 달려갑니다.

“베트남에서 오신 분 손 들어보세요~ 제가 이 차의 차장입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의 말을 들으려면 참가자 모두 수신기를 착용해야 합니다. 수신기 사용법을 듣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습니다. 각국의 통역담당자가 차장의 이야기를 번역해 송신기로 전달합니다. 차장이 말합니다.

“제 말이 들리면 OK. 해 주세요. OK?”

OK!!!
▲ OK!!!

이제 우리는 모든 대화를 다 들을 수 있습니다. 행여나 수신기 작동이 잘 안되는 참가자를 위해 봉사자들이 일일이 확인합니다. 흔들리는 차 안이라 사진이 흔들렸네요.

드디어 봉암사에 도착했습니다. 봉암사는 1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에만 대중에게 문을 열어줍니다. 이번에 운 좋게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유수스님이 참가자들을 맞이하러 달려 나왔습니다. 봉사자도 뛰어가서 스님에게 송신기를 건넵니다.

봉사자들은 팻말을 들고 참가자들 줄을 세웁니다. "여기로 모이세요~"

오늘 함께할 스리랑카 스님들과 평택 군부대에서 군종 스님으로 있는 태국 스님입니다.

유수스님이 오늘 봉암사에서 주의할 사항을 알려줍니다. 봉암사는 내일부터 동안거에 들어갈 예정이라 경내에서는 묵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수스님의 이야기는 각 나라 언어로 통역됩니다. 한 손엔 수신기, 한 손엔 송신기를 들고 유수스님의 이야기를 각국의 언어로 보냅니다. 이분은 베트남어 통역담당입니다.

이제 경내로 이동합니다. 깃발을 따라 한 줄로 갑니다.

혹시 뒤처지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봉사자의 몫입니다.

길을 따라가니 멋진 바위산과 봉암사 내부가 보입니다.

“대웅전 앞 가운데 계단을 이용하지 마세요."

봉사자는 스님의 말을 참가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계단 끝을 이용해 주세요~”

모두 질서를 지켜 이동합니다.

대웅전에서는 스리랑카 아티다 스님의 목소리에 맞춰 예불을 올렸습니다. 처음 듣는 언어였지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법당을 나갈 때도 질서를 지켰습니다. 팻말을 따라 움직이면 되니까요.


법륜스님도 오셨습니다. 이제 단체 사진을 찍을 차례입니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세우는 것도 봉사자의 몫입니다.

“앞으로 좀 더 오세요, 얼른 오세요.”

빠지는 사람이 없도록 챙겼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는 ‘스님의 하루’팀입니다. 생생한 스님의 일상을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고마운 이들입니다.

유수스님은 봉암사에 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통역담당자들은 스님의 말을 빠짐없이 전달했습니다.

“이 절은 위빠사나가 아니고 화두선이 중심인데.. 화두선은... 통역하기 어려우니 하지 마라.”

유수스님의 이야기였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참가자들은 추위를 많이 탔습니다. 특히 치마를 입고 온 참가자가 있어서 추울까 봐 봉사자가 챙겨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은 미리 목도리 등을 준비해서 필요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이제부터 잠깐 자유시간입니다. 봉사자들은 할 일이 많습니다. 사진도 찍어줘야 하구요.

누군가 떨어뜨린 장갑도 찾아줘야 합니다.

“장갑 잃어버리신 분~”


아, 그리고 이 줄은 뭘까요?

“화장실 가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오세요~”
▲ “화장실 가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오세요~”

화장실을 챙기는 것도 봉사자의 몫입니다. 어미를 따르는 오리처럼 화장실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선유동계곡으로 갈 예정입니다. 봉사자가 참가자들에게 '이제 갈 시간'이라며 챙기고 있습니다.

앗, 저 멀리 우리 참가자들이 있네요.

“어서 오세요. 이제 내려가야 해요.”

멀리 떨어진 참가자들을 챙기는 것도 봉사자가 할 일입니다.

아름다운 봉정암을 뒤로하고 이제는 선유동계곡으로 갑니다.


아름다운 계곡인지라 참가자들도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참가자들이 길을 잃지 않을지, 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안내합니다..

“이쪽입니다.”

예쁜 계곡을 지나, 갈대를 지나, 가을을 느끼며 걸어갑니다.


여기도 스님의 하루 팀이 있네요. 저 사진기에 찍히면 얼굴이 더 멋지게 나올 것 같습니다.

날이 제법 추웠습니다. 물이 얼었네요.

위험 앞에는 어김없이 봉사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길에 얼음이 있어요. 조심하세요.”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길 가운데 똥을 밟지 말라고 서 있던 봉사자도 있었습니다.
그 섬세함이란...

다리 아픈 아이는 아빠에게 업힌 채 선유동 수련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용추계곡을 뒤로 하고 연수원에 도착했습니다.

공양간에서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도 오늘의 봉사자입니다. 손을 흔들어주네요.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맛난 밥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카레와 국, 피클, 방울토마토와 떡입니다.

이렇게 주방에서 묵묵히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었습니다.

150명이 넘는 인원의 공양을 담당하다 보니 설거지 그릇도 이렇게나 많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전, 우리 불교의 예법에 따라 삼귀의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두 손을 모으고 예를 갖춥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시간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

나라마다 질문이 쏟아집니다.


즉문즉설을 하는 동안 각국의 통역담당자들도 바빠집니다. 송신기를 든 두 사람 모두 통역담당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어가 수준급입니다.

오늘 나들이에 참가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스리랑카입니다. 스리랑카인들을 위해 스리랑카 스님도 통역 중입니다.

앗, 저기 한국 봉사자도 있네요. 평택에서 군종 스님으로 생활하는 태국 스님을 위해 영어로 통역을 해주고 있습니다.

즉문즉설 사이사이에 나라별 노래자랑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울어야 하는~”

한국의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르는 캄보디아 대표입니다.

"손만 들어주세요. 어디든 마이크를 들고 뛰어가겠습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질문이 있을 때 어디든 달려가는 마이크 전달 봉사자입니다.

어떤 각도도 놓치지 않겠다는 ‘스님의 하루’팀. 하루 종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도 법륜스님을 등지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그렇게 모든 시간이 끝났습니다.

방석도 털고 뒷정리를 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밀려오는 잠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 종일, 뒷모습을 따라다녔습니다. 세상은 앞다투어 자신의 정면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봉사자들은 대중 사이로 뒷모습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온기가 느껴집니다.


뒷모습만 따라다녔는데 저는 봉사자들의 표정을 본 것 같습니다.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도 봉사자들은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뒷모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주변을 챙기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온기를 전하는 모자이크 붓다로 살았기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겠지요? 붓다는 멀리 계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저는 봉사자들이라는 붓다를 만나고 왔습니다.

글_강지윤 희망리포터 (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사진_강지윤 희망리포터 (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편집_이승준 (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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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명심

계속 듣고 싶은 뒷담화입니다. . 봉사자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따뜻해집니다

2023-12-21 07:09:48

월광

제마음도 따뜻합니다.
JTS이사장님이신 법륜스님 후원해주시는 모든분들 자원봉사자분들 다문화가족분들 모두 모두 참 고맙습니다.

2023-12-14 11:43:43

무승

아름다운 뒷담화네요
읽으며 마음 환해집니다.
봉사자분들 수고 고맙습니다.

2023-12-14 0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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