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종지회
따뜻한 심장을 가진 ‘태권’ 브이

제 짝꿍 리포터는 인터뷰를 참관한 후 따뜻한 심장을 가진 로봇 태권 V가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일 뿐만 아니라 옷 입기나 주변 정돈까지 최적의 방식을 연구하고 유지하는 분입니다. 주말에는 두 시간 정도 동네 쓰레기 줍기를 삼년째 이어오고 있고, 재작년부터는 개인 정진 시간을 한 시간 더 늘려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꾸준히 감사일기를 쓰고, 고치고 싶은 습관을 매일 점검하는 비밀노트가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질서있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좀 특별하고 멋진 분, 대전충청남부지회 행복운동특별본부의 김'태권' 님을 소개합니다.

1-7차 서초부총무소임을 마친 후(가운데 김태권 님)
▲ 1-7차 서초부총무소임을 마친 후(가운데 김태권 님)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된 저는 직장생활 외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이런저런 책을 읽어가던 중 2002년에 친형을 통해 <월간 정토>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테이프를 접했습니다. 폭력을 쓰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며, 통일·복지·환경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점에서 정토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2005년부터 직장 근처의 서초 법당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열망이 강했던 저는 마침내 정토회에서 저의 자리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때 먹었던 처음 마음 그 열정으로 정토회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평화와 질서를 꿈꾸던 산골 아이

저는 경남 밀양군 청도면에서 아직도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외진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일하면서 소주 한 잔 안 하실 정도로 부지런한 농부였습니다. 여섯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오신 후, 아버지는 자식 교육을 위해 산 아래 동네를 벗어나 너른 들판이 있는 농촌으로 집을 옮기셨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밀양을 거의 벗어나지 않은 채 학교공부와 집안 농사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형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나는 누구일까?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돈된 질서 있는 세상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그때 했던 동네 청소를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두 시간 정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혼자 감당이 안되면 시청 게시판에 치우자는 제안을 올립니다. 세종시는 쓰레기가 별로 없는 깨끗한 도시지만 그래도 꾸준히 합니다. 저는 약간 결벽증 비슷하게 옷 입는 순서나 청소하는 차례 등 모든 걸 시스템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마찬가지로 일도 체계적으로 안 하면 그게 오히려 더 힘듭니다. 제가 맡은 일을 효율적으로 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면서 체계적으로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9차 선임팀장단 회의 후(뒷줄 맨 오른쪽 김태권 님)
▲ 9차 선임팀장단 회의 후(뒷줄 맨 오른쪽 김태권 님)

매일 한 시간 더하는 정진

제1차 만일결사의 10-10차 기간 중 세종지회의 지회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인천 송도에서 주말부부로 소임을 병행해야 했기에 소임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되었습니다. 세종지회는 세종(39만 명), 유성(35만 명), 공주(10만 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고 그만큼 마음공부에 대한 수요도 높은 지회입니다. 지회장 소임 당시는 코로나 상황이라 모든 게 온라인으로 이루어졌기에 직장 일을 마치면 바로 퇴근해 온라인으로 도반들을 만났습니다.

일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간간이 도반들과 부딪칠 때는 의견 조율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몇몇 도반이 제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제 뜻대로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전 서초 법당 부총무 소임 때는 겪어보지 못했던 갈등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이해가 되지만, 당시에는 그런 상대를 그대로 수용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정진을 더 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12월 14일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한 시간 더 정진하고 있습니다. 지회장 소임을 맡지 않았더라면 도반과 그렇게 세게 부딪칠 일도 없었을 테고, 고집 세고 부족한 저 자신을 돌이키며 간절히 마음공부를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대전충청지부 사무국 시절 문경나들이(뒷줄 가운데 김태권 님)
▲ 대전충청지부 사무국 시절 문경나들이(뒷줄 가운데 김태권 님)

사실 저 자신 역시 이해되지 않은 일을 “예” 하고 하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입니다. 일방적인 지시로 여겨져 바로 반발심이 일어납니다. 전국 지회장 회의를 할 때도 제가 질문이 제일 많았고 문제 제기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 거기다 경상도 남자, 또 해마다 홍수로 이사를 해야 했던 농촌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저는 말이 빠르고, 어조도 세며,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지회장 소임을 하면서 내가 옳다는 고집이 세상살이에서 가장 큰 장애임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인정하자 시원해졌습니다.

세종 법당 정진 후(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태권 님)
▲ 세종 법당 정진 후(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태권 님)

가족들과 화합이 든든한 힘

2005년 3월, 5-1차 천일결사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지금은 26살, 22살이 된 아들과 딸이 초등학교 다니던 때였습니다. 아내는 제가 정토회 활동을 하느라 아이들에게 소홀하다는 불만을 종종 내비쳤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각해 보살님이 쓰신 《마음을 숙이면 인생이 즐겁다》를 읽는데 눈물이 났고, 비로소 아내에게 참회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지금도 아내에게 완전히 숙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내의 요구가 있을 경우 제가 포기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합니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냥 하고, 대신 아내가 짜증을 내든 원망을 하든 ‘미안합니다’ 하고 숙입니다. 한번은 백일기도 입재식에 가야 하는데 아내가 차 열쇠를 안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입재식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니 고집 센 제가 아내를 이겨 먹은 셈입니다. 아내는 아직도 저의 정토회 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서로 안 맞는 면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닭살 돋는 이야기 같지만 아내와 저는 서로에 대해 ‘참 순박하고 착하다’고 말합니다.

고집 세고 가르치려는 습이 강한 저는 정토회를 알기 전 아이들을 통제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러다 스님의 《엄마 수업》을 읽은 후 지시형 말투를 청유형으로 바꾸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또 그즈음부터 감사일기를 써오고 있습니다. 덕택에 지금은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진로나 생활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와 성격이 비슷한 딸을 보면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아 아빠 닮아 네가 고생이다 싶습니다. 제가 잔소리 듣는 걸 싫어했기에 딸에 대한 잔소리를 줄이고, 딸 방의 에어컨 청소나 해주면서 조용히 딸을 도우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사춘기 자녀를 둔 직장 동료들이 제게 어떻게 하면 자녀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저는 저의 좌충우돌 경험을 진솔하게 나눕니다.

대전 법당 초파일 법회 후
▲ 대전 법당 초파일 법회 후

매일 자신을 점검하는 비밀노트

정토회에서 여러 활동을 해오면서도 제가 크게 변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기자랑하기 좋아하고 남을 가르치려 드는 저 자신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요즘 저는 제가 고쳐야 할 습관이나 실행해야 할 과제 열다섯 가지를 날마다 비밀 노트에 적으면서 하나씩 점검합니다. 말하면서 영어 단어 섞어 쓰는 버릇은 꽤 고쳐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꼰대 습관을 고쳐가고 있습니다.

또 직장에서도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인천 송도에서 근무할 때는 기업과 협상할 일이 많았는데, 투자 기업과 협상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대할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희 부서는 2년 동안 감정을 드러내어 다툰 일이 거의 없었고 또 결과도 좋았습니다. 예전 성격 같았으면 협상 과정에서 감정을 내려놓지 못한 채 내가 옳다고 덤비면서 상처를 주고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정토회에서 불법을 만난 후에는 제가 상대를 인정하니 상대도 저를 인정하고, 또 결과만큼 중요한 과정에 충실하다 보니 다툴 일이 줄거나 없어져 버렸습니다.

10차 모둠장들과 으뜸절 봉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태권 님)
▲ 10차 모둠장들과 으뜸절 봉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태권 님)

부족한 저를 알아갑니다

지회장 소임을 마치고 행복운동특별본부로 가면서 마음에 뭔지 걸림이 있었습니다. 90%는 괜찮은 것 같은데 10% 정도 허전함이 느껴졌습니다. ‘왜 이럴까’ 하며 저를 살펴보았습니다. 정토회 소임에서도 인정욕구와 명예에 집착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지회장 소임을 할 때는 전화기가 뜨거워지도록 통화를 했었는데, 소임이 끝나자 아무 전화도 오지 않는 게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습니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은 다시 하나의 점으로 되돌아감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스님 법문 들을 시간이 많아지니 좋은 줄 알고, 또 요청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처리하면 되니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저를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저는 정토회에서 소임을 거절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녁 선임 팀장이건 지회장이건 하라고 하면 하고, 내려놓을 때가 되면 내려놓습니다. 소임을 잘해야 한다고 부담 갖기보다는 할 만하니까 맡겼겠지 하면서 그냥 네 하고 합니다. 좋다 싫다 하는 마음 없이 주어지는 소임을 받아 이런저런 연구를 해보는 게 좋습니다. 어떤 소임이냐보다는 제가 어떤 마음을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행복운동본부의 콘텐츠 개발 부서 중 ‘아버지 분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주 아침 회의를 하면서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또 쌓아갑니다. 60년대 생 아버지들을 위해 저의 쓰임이 충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으능정이 거리에서 JTS 거리 모금 활동
▲ 으능정이 거리에서 JTS 거리 모금 활동


인터뷰를 통해 제가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은 지회장 소임을 내려놓는 과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평소에도 마치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꾸준히 기록하며 연구하듯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개성 넘치는 주인공을 누구보다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고, 인터뷰 때의 감동을 그대로 잘 전달하고도 싶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것이 희망리포터 초짜인 지금의 제겐 큰 욕심인 줄 알게 됩니다. 김태권 님을 아시는 도반님께서는 댓글로 부족한 제 글을 채워 주시길 바라 봅니다.

글_엄태숙 희망리포터(대전충청지부 천안지회)
편집_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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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광(한인구)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오늘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2024-02-25 18:47:13

장흥수

멋있네여~

2023-08-03 18:24:36

무량심

기록하며 고쳐간다는 거사님 진전없는 나도 다시 해보겠습니다. 강단있는 수행정진하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2023-08-01 0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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