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지회
삶의 방향을 정한 지금, 참 편하고 행복합니다

서초지회에는 법회, 명상 등 모든 행사에 한 컴퓨터 화면에 두 분이 함께 등장하는 윈도우메이트가 있습니다. 서로의 거울이 되어 잘 살고 있는 진정한 룸메이트 이정화, 염성관 부부도반을 만나보았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까지

이정화: 남편과 결혼 후 직장생활과 육아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큰아이 중학교 1학년 무렵 시댁 제사를 모셔오고, 얼마 후 어머님도 모시게 되었습니다. 둘째 형이 모셨는데,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사실 곳이 마땅치 않아 남편이 저희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게다가 둘째 형에게 사업담보를 해준 것이 잘못되어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잃고, 살던 집도 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사와 30명이 넘게 모이는 명절 모임 등 큰집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어머님을 모시게 된 것이나 돈을 모두 잃게 된 때에도,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내 앞에 닥친 일이니 받아들이고 무조건 해야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힘들 때면, 영적 서적을 찾아 읽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 인도성지순례

교사와 주부로서 정신없이 살다, 50살이 넘으면서 '나 자신'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청소기 흡입구에 내가 빨려 들어가듯 주변 상황에 휘둘리며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모양처가 뭔지도 모르면서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는 교육된 관념 속에 살면서 저는 주인이 아닌 종으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 가지 영적 관련 서적을 읽다가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구절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은 이 구절이 상식적으로 들리지만, 저에게는 불교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건교사여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컴퓨터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때 노트 정리한 것이 여러 권입니다.

공부하며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불교와 맞아, 동국대학으로의 진학도 알아봤으나 직장과 집안일을 병행하기가 버거워 포기했습니다. 어느 날 가볍게 할 수 있는 1년 과정의 정토불교대학을 알았으나 남편이 첫해에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해인 2014년 남편의 동의로 서초법당 불교대학에 같이 등록하였습니다.

염성관: 어려서 교회도 가보고, 기독교 학교를 다녀 종교수업도 받았으나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결혼 초기 성당에 다녔는데 신부님 말씀은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 언젠가 종교를 가지게 되면 ‘가톨릭도 괜찮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사와 부모님을 모시는 일로 집안갈등이 생긴 것도 종교 생활과 관련이 있어 종교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불교대 경주 남산 순례
▲ 불교대 경주 남산 순례

아내가 어느 날 마음공부를 한다기에 반야심경 수업을 같이 들었으나 용어가 어려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또, 아내가 정토회 불교대학을 다니고 싶어 했으나, 왜 쓸데없이 종교생활을 하려 하냐며 못 다니게 했습니다. 다음 해 ‘혼자라도 가겠다’라고 강하게 주장해서, 둘이 같이 등록하여 다니자고 했습니다. 저는 뭐든 아내와 함께 하기를 좋아하고, 부부는 취미나 삶의 방향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같이 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또한, 불교 서적은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이해하기 힘들었기에 불교대학에서 불교 용어라도 배우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소임이 수행의 기폭제가 되다

이정화: 불교대학 다닐 때는 퇴근 후 참석하니 거의 졸았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젖어 들었는지 관점이 잡혀갔습니다. 2018년 퇴직 후부터 아침기도, 경전공부와 봉사를 하며 지냈습니다. 매일 새벽 정진하고 남편이 출근하면, 저는 아침 일기를 씁니다. 일기를 쓰며 저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경전에 비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다 보면, 좋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경전공부를 통해 제가 궁금했던 것들을 알게 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면 다른 것에서 얻을 수 없는 희열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지혜를 얻고, 제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할 수 있는 '일기 쓰기'는 제가 잘하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제 공부가 남편에게 흘러 들어가는지 남편의 수행이 점점 깊어져 오히려 제가 따라가야 할 수준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남편은 불교를 철학적 이론으로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토회처럼 실천을 강조하는 곳은 드물다고 합니다. 정토회 실천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며 열심히 정진합니다. 지금까지 정토회에 남아있을 수 있고, 수행이 깊어진 것은 불교대학 진행과 모듬장, 경전반 진행의 소임 덕분입니다. 제 자신이 수행을 안 하고, 학생들 앞에 설 수 없기에 꾸준히 했고, 결과적으로 소임이 제 수행의 기폭제가 된 것입니다.

새해 첫날 법회 후 22.1.1
▲ 새해 첫날 법회 후 22.1.1

염성관: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마치고 수요법회 참석, 이후 새벽 정진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의 조경 봉사를 하며 정토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 있거나 갈등이 있을 때는 단순하지만 매일 읽는 주옥같은 기도문을 떠올리며 명상합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 후 초기에는 수행 생활보다는 법륜스님을 통해 삶의 방향과 지혜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질문에도 질문자의 수준에 맞춰 응대하는 스님은 굉장한 수준을 갖춘 분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쉽고 편안한 단어를 쓰지만 핵심을 정확히 짚고, 정확한 판단과 답뿐만 아니라 항상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반했습니다. 또한, 이론만이 아닌 직접 몸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을 보며, 말과 행동이 같은 스님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스님이 보여주는 삶이 제가 그동안 지향했던 성현들의 삶이고, 제가 쫓아가야 할 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주인으로서 맞춰줍니다

이정화: 행복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똑같이 상대에게 맞추지만, 지금은 제가 주인된 입장으로서 맞춘다는 관점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두렵거나 무서워서, 또는 인정받거나 잘 보이고 싶은 욕구에 의해 종처럼 행동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할 때나 남에게 뭔가를 줄 때도, ‘내가 인정받으려고 하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확인합니다. 한동안 연습 삼아 일부러 안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에게 의존하지 않고, 연습을 통해 바라는 것을 줄이니 점차 제가 주인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세운 명심문과 함께 매일 정진을 하면, 정말로 그 명심문 대로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 신기합니다. 정진과 더불어 경전공부, 일기 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행복한 제가 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봉사 후 모임
▲ 정토사회문화회관 봉사 후 모임

법륜스님이 부부는 룸메이트라고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다른 세계에 산다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룸메이트로 살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각자 자라온 배경과 경험이 다르니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지금, 저는 점차 '나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 편안합니다.

마음공부 하면서 한 가지 더 얻은 것은, 가치의 기준이 바뀐 것입니다. 한동안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보면 밉고, 나쁜 마음이 들어 괴로웠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자랑해도 담담합니다. 물질적, 세속적인 것들을 이루는 것보다 마음의 평온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법을 만나게 되어 참 좋습니다.

제이티에스 활동 후
▲ 제이티에스 활동 후

염성관: 정토회에 온 후 편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혼자 결정하며 살아서인지 고집 세고 '내가 옳다는 생각'에 남의 의견을 잘 안 받아들였습니다. 저를 지켜주는 것은 ‘나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윗사람에게 대들기도 했고 저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만 관계했습니다. 제사를 모시고, 어머님을 모셔온 것도, 형들이 다 못 하겠다는 상황에서 제가 아내에게 묻지도 않고 결정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면, 밀어붙여 혼자 결정한 후에 풀어가는 성격이었습니다. 의논 없이 혼자 결정하는 것이 가부장적이고 남자로서 여성을 억압하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불법 공부를 하면서 그러한 것들이 가부장적인 것임을 알았습니다. 아들에게도 무서운 아버지였습니다. 아이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도, 저는 ‘그건 최선이 아니다’라고 심하게 야단치기도 했습니다. 서먹서먹해진 아들과의 관계를 아내의 중재로 풀어보고자 악수를 청했으나, 아들은 손도 못 내밀 정도로 저를 어려워했습니다. 〈깨달음의 장1〉에서 깨우치고 나니, ‘내가 불법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들에게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대해주니 아이들과 농담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직 스스럼없이 저를 대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염성관 님 조경 봉사 중
▲ 염성관 님 조경 봉사 중

싫지만 억지로 했던 일들이 수행하면서는 똑같은 일인데 힘들지 않습니다. 스님의 법문과 수행을 통해, 인간의 속성과 삶이 이해되고, 제가 살아갈 방향을 알았습니다. 저는 불교를 만난 것이 행운이 아니라, 정토회를 통해서 불교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불교신자라고 말하기보다는 정토회에 다닌다고 말합니다. 제가 법륜스님을 따라 하듯, 제가 행복하게 잘 살면, 제 자식, 직장 동료들, 친구들이, 저를 본받고 싶어 하는 것이 진정한 전법이라고 합니다. 정토회와 끈을 놓지 않고 살겠습니다.


삶을 책임감과 꾸준함으로 살고, 불법 공부와 수행정진 하는 생활로 현재의 행복을 가꾸는 이정화, 염성관 부부. 수행으로 자신의 업식을 인정하고 돌이키고 정진으로 이어가는 그들을 통해 행복은 나 자신으로부터 얻어짐을 알았습니다. 두 도반과의 나누기를 정리하는 것이 저에게는 또 다른 법문이고, 큰 울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최미영 희망리포터/서초지회
편집_조미경/김해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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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아

두 분의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항상 두 분이 한 화면에 계시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 생각했었는데 수행담 읽으니 감동이 몰려옵니다. 함께하며 서로 위해주시는 모습, 참 보기좋고 귀감이 됩니다.

2022-04-08 16:00:27

류영옥

좋으시겠어요! 부럽군요!

2022-04-03 06:58:30

조경미

수행자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두 분
멋집니다 인성순은 서로 다른 조 였음에도 살뜰히 챙기시는 모습 보기 좋고 부러웠었어요.
나누기할 때 한 화면에 같이 나투신 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 ㅎㅎ 행복하세요

최미영리포터님 잘 담아주셔서 수행담 잘 보았네요 수고많으셨어요

2022-04-02 10: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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