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경주지회
퍼주고 퍼주어도 충분한 행복

인터뷰 내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이옥희 님. “정토회를 만나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좋다"라고 이옥희 님은 말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올해 온라인 불교대학 경전반과 행복학교 진행자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경주 황오모둠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소임이 복이다’라는 말로 감사를 표현하는 이옥희 님의 일상을 만나봅니다.

해탈과 열반은 다음 생애로 미루다

1983년 대구에서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연히 대구서점 출입문에 붙어있는 구도회 모집공고를 보았습니다. 저는 학교 공부가 재미없어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구 구도회에 나가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한자로 된 경전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부가 제 삶을 가볍게 하거나 행복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전에서 말하는 해탈과 열반은 지금의 저로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경주 천룡사에서 풀뽑기
▲ 경주 천룡사에서 풀뽑기

불법은 저 멀리 아득히 높은 하늘 위에 있었습니다. 저는 땅 위에서 그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생애는 힘들겠구나, 해탈과 열반은 다음 생애로 미루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설레는 첫 수업, 부처님 법에 감동받다

어느덧 시간은 흘렀고 저는 결혼했습니다. 신혼 때는 아이를 돌보느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났습니다. 불교 공부도 맥이 끊어졌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항상 불법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2014년 봄, 경주 성동시장 맞은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건 ‘정토회’ 간판이었습니다. 이제 자녀들도 다 성인이 되었고, 직장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계절은 봄이었고 저는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경주법당을 찾아 봄학기 불교 대학에 등록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법문의 첫 수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각자 자기의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그것이 세상인 줄 알고 사니 서로 부딪히며 살아간다’라는 말씀에 머리를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자기의 양동이를 벗은 사람은 누구와도 부딪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동이를 뒤집어쓴 사람은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뒤집어쓴 양동이만 벗으면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거구나’ 2,500여 년 전에 돌아가신 부처님께서 함께 계신 것 같이 말씀이 생생했습니다.

통일의병 활동, 걷고, 줍고, 만나고. 맨 오른쪽이 이옥희 님
▲ 통일의병 활동, 걷고, 줍고, 만나고. 맨 오른쪽이 이옥희 님

저렇게 늙어야겠다

제가 다니는 오전반에는 주로 연세가 지긋한 도반들이 활동을 했습니다. 그해 법당을 이전해서 연등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연등을 만들면서 들었던 그들의 수행담은 제게는 살아있는 법문이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연세가 되면 보통 아지매들은 자식 걱정, 찜질방, 병원, 쇼핑에 바쁠 텐데. 이 분들은 불법을 이야기하고 봉사를 이야기하다니!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늙어 갈 수 있다면, 늙는 것도 괜찮겠다’

2014년 3월 23일 저는 8-1차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석했습니다. 첫 참가 날 참가인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4천 명이나 모였습니다. 그들의 간절함과 밝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들과 함께하는 기도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입재 후 첫 기도 시간. 저는 새벽 3시에 일어났습니다. 마음속으로 신이 나서 기도시간인 새벽5시를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10일 후부터는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한 연세가 있는 도반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면 좋다고 했습니다. 저는 환희심에 가득 차서 기도 독송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욕심이었구나 싶지만 기도하는 시간이 마냥 좋았습니다. 새벽에 4천 명이 함께 기도한다는 생각에 힘이 절로 났습니다.

내가 옳아서 미치겠어!

스님 법문중에 100일을 기도하면 자기 꼬라지를 안다고 했는데 저는 1000일이 지나서야 조금씩 제 꼬라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부드럽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저보고 고집 세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3년 수행을 하니 제가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임도 알았습니다. 겉으로는 상대에게 순응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절대 아니지 내가 옳지' 했습니다.

저는 남편도 제 업식의 색안경을 끼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그렇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과 바라는 대로 해 주지 않는 남편을 화내고 미워하고 원망했습니다. 저는 착한 사람이어서 참고 참았다가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자녀들에게는 늘 잘해주고 싶어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하면 뭐가 떠 오르니?"
"독. 재. 자."

아들이 즉시 대답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너무 놀랐지만, 겉으론 놀란 척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불법을 만나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다면 저를 방어하면서 한바탕 난리쳤을 것입니다. 어느 도반의 말처럼 "내가 옳아서 미치겠어!" 이 말이 너무 공감되었습니다.

사시예불마치고 뒷줄 왼쪽이 이옥희 님
▲ 사시예불마치고 뒷줄 왼쪽이 이옥희 님

소임이 복이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남의 눈치를 살피며 살았던 제가 여러 소임을 맡았습니다. 정토회에서의 모둠장, 온라인 불교대학 경전반 진행자, 행복학교 진행자입니다. 처음 소임을 맡으며 저는 스스로 ‘이상적인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고, 자책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느꼈습니다.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놓치지 않고 소임은 할 수 있는 능력만큼만 하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냥 하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합니다. 혹여나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차근차근 배워나갑니다. 봉사하면서 어떤 것을 물어도 늘 친절하게 답해 주는 활동가들이 있기에 더욱 힘이 납니다. 이들은 저에게 부처님의 법문과도 같습니다.

만약 제가 정토회에서 봉사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이 없었을 것입니다. 제 살기에만 급급한 평범한 아줌마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소임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퍼주고 퍼주어도 충분한 행복

법륜스님의 《행복 》책에서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 마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인색한 사람이었습니다. 삼만 원을 보시하면, '저 삼만 원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시하는 손이 안으로 오그라들었습니다. 조카의 공무원 합격 소식에도 마음껏 축하해주지 못했습니다. 내 자녀와 비교하니 그런 마음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인 저는 이제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온라인 경전반 수업, 윗줄 맨 왼쪽이 이옥희 님
▲ 온라인 경전반 수업, 윗줄 맨 왼쪽이 이옥희 님

사람들 대다수는 재물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인기든, 무조건 남들보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많이 소유하려면 누군가는 저보다 적게 소유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성공이 빛나려면 수많은 사람의 실패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은 본질적으로 남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얻은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우리가 전하는 행복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축하하더라도 나에게는 손해나지 않는 장사입니다. 그렇다고 제 행복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제가 마음껏 행복해도 좋은 그런 법입니다. 세상에 이런 희유한 법이 또 있을까요?


정토회를 만나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이옥희 님. 스스로를 가두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편안해졌다니 제 마음도 함께 맑고 가벼워집니다. 소중한 수행담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연되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글_신정순/대구경북지부/경주지회
편집_조미경/경남지부/김해지회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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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차순

남의 불행위에 내행복을 쌓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법이 있을까요! !더~
널널널리 퍼져나가길^^

2023-07-01 22:43:21

김은숙

공감됩니다.
수행. 봉사하며 행복을 전하는 마음 부럽습니다.

2021-09-19 06:51:28

일향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행복~~남을 축하해주어도 내행복이 줄어들지 않는다~~ 저도 남의 좋은 일에 진정 기뻐해주지 못했는데 글 읽으면서 느낀바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9-18 2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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