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경주지회
수행, 내가 행복해지는 길

매일 아침 공동 정진 방에 가장 먼저 들어와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도반이 있습니다.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가 매일 아침,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부처님 법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박상신 님. 최근 드디어 봉사의 마음을 내어 <정토불교대학>의 돕는이를 맡고 있습니다. 불자로 살아온 30년간, 어떻게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왔을까요?

독불장군

박사과정을 마치기까지 10여 년 동안, 저는 학업과 연구에만 매진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절대적인 사랑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 판단하고 마음대로 살았습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했고, 제 뜻대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했고,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그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철없는 독불장군이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룸비니에서 박상신 님
▲ 인도성지순례 중 룸비니에서 박상신 님

그러나 대학교수가 되자 더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학계에는 저만큼이나 고집 세고, 이기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날이 화도 나고, 우울해지고, 짜증이 늘어갔습니다. 학자로 살면 편안하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제 기준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탓하니 스트레스로 병이 자주 났습니다.

결혼이 굴레가 되다

괴로움 속에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도움을 받고 싶어, 30대 중반에 결혼했습니다. 직업이 같아 서로를 더 이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두 아이를 낳았지만, 행복하기는커녕 결혼 전보다 더 힘들고, 더 괴롭고, 더 외로웠습니다.

사사건건 충돌했고, 결혼하기 전에는 멋지게 보였던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죄다 밉상이었습니다.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늘 시간에 쫓기는 저와는 다르게, 남편은 느긋하게 살며 허덕이지 않았습니다. 결혼 전처럼 자기중심으로 계속 살았습니다. 육아와 가사는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도와주지 않고 자기 일만 하는 남편을 원망하고 무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로가 쌓였습니다.

영양꾸러미 전달 봉사에서 박상신 님
▲ 영양꾸러미 전달 봉사에서 박상신 님

어느 날 직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몇 시간 후에 깨어났지만,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심한 두통을 앓았습니다. 그제야 제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자기 스스로 행복해져야 합니다

1994년부터였습니다. 이렇게 괴롭고 힘든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일찍 일어나 혼자서 108배를 하고 금강경1을 읽으며 기도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기도를 점검해 줄 스승도, 함께 공부하는 도반도 없이, 혼자 하는 기도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09년 4월 7일, 법륜 스님이 제 직장에 초청 법사로 왔습니다. 그날 들었던 스님의 법문이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불교를 아는 것과, 믿는 것, 그리고 수행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수행의 힘으로 자기 스스로 행복해져야 합니다.”

마치 괴로움에 허덕이며 혼자 애쓰던 저를 위해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그 법문을 적어둔 노트를 꺼내어 읽었습니다. 몇 달 뒤 우연히 정토회의 <법륜 스님 정초 법회>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바로 경주 법당에 찾아가 스님 법문을 다시 들었습니다.

“기도를 잘못하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꾸준히 수행 정진해서 내가 바뀌면, 비로소 행복해집니다.”라는 말씀 속에서, 열심히 기도하면 부처님께서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었던 제가 보였습니다. 따끔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활동 중 박상신 님
▲ 정토불교대학 홍보활동 중 박상신 님

나를 변화시키는 기도

<정토불교대학>의 천일결사2 맛보기로 아침 정진을 접한 후, 지금까지 매일 하고 있습니다. 기도를 마치면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해져서 큰 위안이 됩니다. 그래서 아침 기도를 하지 않고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출장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여행 중에 배 위에서도, 심지어 병상에서도 거의 매일 아침 기도를 했습니다. 시시때때로 게을러지는 마음을 경계하고 부지런히 기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일 아침 수행문을 읽으며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오는’ 이치를 얻었습니다. 제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남편과 자식을 탓하고, 화내고, 짜증 내고, 원망했던 지난 일들을 참회했습니다. 제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저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업식도 낱낱이 들여다보았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남편과 함께 가족여행 (왼쪽 박상신 님)
▲ 남편과 함께 가족여행 (왼쪽 박상신 님)

직장생활에서도 ‘나만 잘나고 싶은 마음’,‘내가 인정받고 싶은 욕심’, ‘더 잘하려고 집착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저 자신을 괴롭히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하고 꾸준히 수행 정진했습니다.

봉사하는 마음을 내다

2022년 3월, 1차 만일결사3 회향을 기념하여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에 재입학했습니다. 담당 법사님과의 정담회 시간에 법사님이 “봉사를 실천하면서 수행 정진하세요.”라고 했습니다. 그간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봉사를 해’라고 합리화하던 마음을 들키니 더는 숨을 곳이 없었습니다.

이듬해 참석한 제32차 인도성지순례에서 수행의 전환점을 만났습니다. 일정이 빡빡하기도 했고, 모든 생활이 불편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분별심이 일어났습니다. 장시간 버스로 이동하면서 노상 방뇨할 때마다 불쾌했고, 길바닥에 앉아서 식사할 때마다 편안한 일상이 그리워져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모든 분별심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킵니다.”라는 명심문을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마음의 불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기념일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법륜 스님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분주하게 다니면서 모든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했습니다. 그 모습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감동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사르나트 수계식에서 박상신 님
▲ 인도성지순례 중 사르나트 수계식에서 박상신 님

열악한 환경을 불평했던 제가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저와 같은 환경에서 묵묵히 다른 이를 챙겨주는 도반들을 보며, ‘모든 도반이 나의 스승’임을 깊이 깨닫기도 했습니다. 저도 수행, 전법, 봉사를 실천하는 수행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지순례를 마치고 전법활동가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모자이크 붓다로

정토불교대학 돕는이를 하면서, 한 학생이 제 수행담을 듣고 곧바로 <깨달음의 장4>에 다녀왔습니다. 그 도반의 좋아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를 도와준 모든 이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저 또한 누군가의 수행에 작은 도움을 주는 모자이크 붓다로 살고 싶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으뜸절 체험활동 (맨 왼쪽, 돕는이로 참여한 박상신 님)
▲ 정토불교대학 으뜸절 체험활동 (맨 왼쪽, 돕는이로 참여한 박상신 님)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마주치는 모든 것을 인연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삶에는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으며, 절대적으로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는 이치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 아무 문제 없이 편안합니다. 내려놓고 숙이며,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30년을 매일 직장에 다닌 것도 대단한데, 아침 기도까지 해 왔다는 주인공의 말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같은 30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저에게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박상신 님처럼 꾸준히 정진하고 봉사하는 도반을 거울삼아,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가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글_신정순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경주지회)
편집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1. 금강경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3. 만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4.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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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자

정말 행복해보입니다

2024-02-08 00:23:54

최은영

종교(믿음)에서 수행자로 거듭나는 박상신님의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불교대와 경전대학을 재입학하여 공부하고 꾸준히 아침 정진을 해 오심이 게을러지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이 법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1-29 20:41:42

최선영

내가 행복해지는 수행의 길
잘 읽었습니다

지난 온라인 니누기에서 들었던 진솔한 감동이
글로 읽으니 진솔함이 더 깊게 다가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에 소개되어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게 되어
반갑고 감사합니다 ^^



2024-01-27 10: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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