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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회 소속 전법활동가로 실천활동 담당을 맡고 있는 정환선 님은 자신을 '글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설명하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삶 속에서 수행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지속하는지를 차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오랜 돌봄과 상실, 방황의 시간을 지나온 한 수행자의 여정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치매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약 10년 동안 어머니를 돌보았습니다. 그전에는 일에 미쳐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즐겁게 몰입하던 일이었는데, 어머니의 치매가 오고 나서는 하던 일을 다 멈췄습니다. 세상하고 분리된 느낌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양원 실습을 했습니다. 그때 어르신들이 짐짝처럼 취급되는 걸 보고는 도저히 요양원에 모실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밤중에 집을 나가기도 했고, 계단이나 남의 집에서 발견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매우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왔고, 형제간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햄버거집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삶의 중심이 무너진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돌봄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그 자리에 곧바로 새로운 삶이 채워지지는 않았습니다. 규칙적인 일상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방황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 무렵, 지인의 권유로 스님의 법문 영상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봤는데 어느 순간 종일 틀어놓고 계속 들었습니다. 법문은 방황하는 삶에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반복해서 듣는 법문 속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았고, 2019년에 종로 정토법당을 찾아갔습니다.
이후 김포로 이주하면서 인천지회로 소속을 옮겼고, 환경 꼭지를 맡았습니다. 환경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습니다. 배우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베란다 텃밭부터 임대 텃밭까지 한 3년 정도 했습니다. 그러한 환경 소임은 부담이 아닌 자연스러운 활동이었습니다. 정토회에서의 활동은 특별한 결심이라기보다 삶의 리듬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과거에도 불교를 접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무엇인가를 바라는 구복 불교였습니다. 정토회에서 처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전혀 다른 차원의 불교를 알았습니다. 책으로 공부할 때와 실천으로 쌓아가는 것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3년쯤 지나서야 ‘아, 수행 불교가 이런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법문을 듣고, 새벽 정진을 하고, 소임을 맡아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흔들릴 때 돌아올 수 있는 중심이 생겼습니다.

기독교 학교에 다녔고 여러 종교 경험이 있었지만, 정토회의 가르침은 달랐습니다. 수행 불교로써 일관된 내용이 계속 반복되니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각인이 되었습니다. 낙숫물처럼 스며들었습니다. 또한, 실천활동 담당은 그동안 몰랐던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환경, 복지, 통일 활동을 통해 고려인, 다문화 가정, 새터민 등 다양한 삶을 접했습니다. 정토회가 아니었다면 직접 만나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또 세상뿐 아니라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저 또한 그저 ‘많은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스님이 자주 이야기하시던 "길가의 풀 한 포기"라는 말을 이제 가슴으로 이해합니다.

현재는 정토회 활동이 삶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의 일들과 어떻게 균형을 맞춰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미련, 전법활동가로서의 역할, 앞으로의 소임에 대한 부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지금의 소임과 수행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더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정토회가 가는 길이 너무 소중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도반도 너무나 소중합니다. 도반들과 함께 꾸준히 공부하고 봉사하면서 따라가고 싶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자꾸 예전 이야기를 꺼냈고, 했던 말을 주기적으로 반복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그 이야기들을 외면했습니다. 정토회에 더 일찍 왔더라면, 어머니 말을 더 잘 들어줬을 것 같습니다. 살아생전에 직접 말을 못 해 아쉬운 마음이지만, 제 안의 어머니에게 말을 해봅니다. ‘엄마, 엄마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어요. 고맙습니다.’
정환선 님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고립된 10년을 법문으로 극복하고, 지금 활짝 웃는 그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수행은 끝이 아니라, 머무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삶이 무너졌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이 됩니다. 돌봄의 시간, 방황의 시간, 그리고 수행의 시간이 겹친 그의 이야기는 수행이란 특별한 사람이 완성하는 무엇이 아니라, 삶을 통과하며 계속 머무는 자리임을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글_허수정 희망리포터(강원경기동부지부 경기광주지회)
편집_ 윤정환(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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