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
정토회는 나에게 신세계이다.

e-실천활동 마이두엄에서 이심교 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차분하고 편안하게, 세심하고 따뜻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듬직했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 주인공으로 다시 만나 반가웠습니다. 연애, 결혼은 관심 없고 주말마다 산에 오르던 아가씨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특별한 아이 덕분에 부처님 법을 만나고 신세계를 경험합니다. 산처럼 우직하게 세상을 품는 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이심교 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아버지는 나르시시즘, 어머니는 관세음보살

아버지는 올해 88세로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했고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손이 귀한 집의 장남으로 사랑을 많이 받고, 귀하게 자라 당신밖에 몰랐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아버지한테 맞춰야 하고, 뜻대로 안 되면 화내고, 고함치는 호랑이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오후 4시 반쯤 귀가하면 저는 4시부터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아버지가 말하면 정신이 멍해졌고, 무서웠던 마음은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도 남자가 소리치면 얼고, 주눅이 듭니다.

2025년 4월 동대구지회의 날, 아도모례원 마당 잡초 뽑기 (가운데)
▲ 2025년 4월 동대구지회의 날, 아도모례원 마당 잡초 뽑기 (가운데)

어머니는 관세음보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야야, 세상에 공짜가 없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거는 네가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라고 상황을 설명하고 친절하게 가르쳤습니다. 육 남매가 비뚤어지지 않고 그나마 바르게 자란 건 엄마의 공덕입니다. 21세에 시집온 엄마는 어린 삼촌과 고모를 챙기느라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자다가 눈을 뜨면 엄마가 안방구석에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기도는 시끄러운 일상에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이었습니다.

5년 전,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사고 후 두 시간 만에 돌아가셨는데,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이 컸습니다. 그때 경전대학을 졸업했고, "어차피 일어난 일은 다 좋은 일이다."라는 스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인지 다른 형제보다 담담했습니다. 엄마가 생각나면 ‘우리 엄마를 엄마로 만나 복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잘 가세요.’라고 했습니다. 살면서 좋을 때는 엄마 생각이 나지 않는데 명절 때, 힘들 때는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는 살아있든 아니든 내 마음속에 있구나. 엄마도 그 세월을 살았는데 난들 못 살겠나?’라며 힘을 냈습니다. 엄마는 영원히 내 마음속 관세음보살입니다.

2023년 5월 JTS 거리 캠페인 (둘째 아들과)
▲ 2023년 5월 JTS 거리 캠페인 (둘째 아들과)

간절한 기도

남편은 결혼 전 10년 정도 다녔던 회사 사장님입니다. 1년 반 동안 "밥 한 번만 먹자"라고 했고, 바쁘다고 거절하다 밥 한번 먹고 코가 꿰여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저와 12살 차이고 장남이었습니다. 언니, 오빠들은 "미쳤냐, 정신 차려라"라고 했고 엄마는 “네가 거기가 어디라고 들어가냐?”라고 했습니다.

혼자 도망치듯 대구에서 울산으로 가 큰아이와 둘째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8~9개월이 되었는데, 사람을 보고 웃거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17개월쯤 추석에 시댁 식구들이 놀아주는데 아무 반응이 없고 밖으로만 나가려고 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거나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떨리는 손으로 검색하니 자폐 진단 10가지 중 5~6가지가 해당했습니다. 둘째를 임신한 지 8개월이었는데 공포, 불안, 충격으로 눈물도 안 났습니다. 둘째를 낳은 후 큰아이는 검사를 받고, 치료센터를 다녔습니다. 감각 통합 치료실, 인지 치료실, 미술 치료실 등 각종 치료 센터를 다녔습니다. 좋아질 거라 여겼는데, 더 심해졌습니다. 동생이 태어나자 더 까칠하고 예민해져 밤에 두세 시간 간격으로 깨서 울고 업어 달라고 보챘습니다. 아이만 보면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엉덩이도 때렸습니다.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시어머니와 용하다는 보살집에도 가고, 유명하다는 절에도 갔습니다.

“아이가 눈을 안 맞추지요? 사람하고 눈을 안 맞출 겁니다.”
“예, 예”

귀신에 씌어 산신제, 천도재, 용왕 제를 지내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만 좋아지면 다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낫는다'라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2021년 12월 연화회 회원들과 송년법회 공연 준비 (왼쪽 첫 번째)
▲ 2021년 12월 연화회 회원들과 송년법회 공연 준비 (왼쪽 첫 번째)

‘내가 닦아야겠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아파서 누워 있지 않는다면 108배를 하고, 천수경을 읽고,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기도하겠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108배하고, 천수경, 반야심경을 읽었습니다. 작은 아이 모유 수유할 때여서 절하다 아이가 울면 뛰어가 젖먹이고 다시 절했습니다. 그렇게 백일, 또 백일... 1년 반을 간절히 기도했지만, 아이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부처님이 원망스럽고 회의가 들었습니다. 문득 ‘내가 아는 불교가 이게 아닌가? 내가 기도를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세계를 만나다. (울산법당 / 서현법당 / 남산법당)

미용실 잡지에 《엄마 수업》 책으로 인터뷰한 법륜스님 기사가 있었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법륜스님에게 푹 빠졌습니다. 나름 이 스님, 저 스님 책을 읽었는데 법륜스님 책은 완전히 실생활에 와닿았습니다.

‘이분이 진짜 스님이다.’

법륜스님이 누군지 궁금해 스님 책을 거의 다 찾아 읽었습니다. 울산 KBS방송국에 법륜스님이 강연을 온다고 했습니다. 스님 책 중 읽지 않은 《새로운 100년 》에 스님 사인을 받았습니다. 스님의 강연도 좋았지만, 봉사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천사 같았습니다.

2015년 3월, 둘째가 어린이집에 입학하고 울산법당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첫 수업 후 나누기를 하면서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에서 ‘알아차리기와 내려놓기’에 관한 법문을 듣는데 완전히 신세계였습니다.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되는 이렇게 쉬운 걸 모르고 기도하면서 내내 망상과 싸웠습니다. 그러면서 나누기 때는 "큰 애 때문에 힘들다. 작은 애 때문에 힘들다. 어머니 때문에 힘들다. 남편이 내 마음을 몰라 준다."라고 마음을 알아차리지도, 내려놓지도 못하고 투덜거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누구한테도 털어놓을 수 없었는데 자존심 상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나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아이고, 심교 님 많이 힘들겠네. 안타깝네! 안타까워. 진짜 힘들었겠다.”라며 들어주는 도반들의 표정에서 제 마음의 반은 씻겨 나가는듯 했습니다. 저는 나누기 덕분에 살았습니다.

2024년 부처님 오신 날 아도모례원에서 (왼쪽 첫 번째)
▲ 2024년 부처님 오신 날 아도모례원에서 (왼쪽 첫 번째)

울산법당에서 노란색으로 된 《기도》라는 책을 처음 보았습니다. ‘내가 기도를 잘못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있던 터라 책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책 제목이 ‘기도(내려놓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도를 거꾸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저의 기도는 ‘우리 큰아이 좋아지게 해 주세요. 우리 남편이 제 말 잘 듣게 해 주세요. 시어머니가 간섭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바라는 기도를 했는데 책에서는 '내려놓기'가 기도라고 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한 구절 한 구절 너무 와 닿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분당에 발달 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큰아이를 치료하고자 분당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9월 말에 이사를 가는데 울산법당 도반들과 정이 들어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토회 법당이 전국 곳곳에 있어 연계되니 너무 좋았습니다. 10월부터 분당법당 산하 서현법당에 다녔습니다. 분당은 아는 사람도 없고 아이 둘만 데리고 이사를 하니, 정토회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큰아이를 치료하러 왔다고 하니 도반들이 도와주고 예뻐했습니다. 화요일은 불교대학 영상 봉사, 수요일은 수행법회 집전, 목요일은 경전대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울산법당에서 부총무님 권유로 집전을 배웠고, 분당 수행 법회에서 처음으로 목탁을 쳤습니다. 금요일은 365일 통일 기도를 한 시간하고, 서현법당 순번이 되면 서초법당에 가서 한 시간 목탁을 치며 기도했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의 황금기였고 환희심에 불타 행복했습니다.

2025년 7월 대현모둠 활동 전법카페 (오른쪽 아래)
▲ 2025년 7월 대현모둠 활동 전법카페 (오른쪽 아래)

분당에서 2년 반 살고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대구로 이사했습니다. 대구에 오니 집 근처에 남산법당이 있었습니다. 울산, 서현, 남산법당에서 받은 혜택 중 하나가 선배 도반입니다.

“아이고 심교 보살님, 아까 나누기를 들어보니까 둘째가 엄마 관심 받으려고 하네.”

자식을 키워 본 선배들의 조언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전대학 수업 중 금강경을 들으며 ‘어머님과 나는 다르다.’라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를 한 여자로 이해하면서 미운 감정이 씻어졌습니다. 남산법당에서 경전대학을 청강했습니다. 법당 총무님은 청강하면 뺀질뺀질 분위기 흐린다며 좋아하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수업 듣는 것을 보고 다음 해 경전대학 담당을 맡겼습니다. 경전대학 학생으로 법문 듣고, 청강하면서 듣고, 경전대학 담당하면서 듣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여 돕는 이로 듣고, 스님 직강 할 때 돕는 이로 들어 경전대학 법문을 5번 들었습니다. 환희심이 절로 생겼습니다.

2024년 10월 오도일 투어 봉사 (왼쪽 첫 번째)
▲ 2024년 10월 오도일 투어 봉사 (왼쪽 첫 번째)

'새물정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00일 동안 매주 금요일 이 법당, 저 법당 다니며 법당을 순회했습니다. 다른 법당에 가서 새로운 도반들을 만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정진 마지막 날 영주법당에서 행사를 마치고 팀장이 미션을 줬습니다. 미션은 배우자에게 ‘여보, 나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 누가 빠르게 답장을 받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집집마다 부부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산법당에서 저를 포함해 두 명이 갔는데 미션 결과 남산법당에서 간 우리 두 명만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법당에서 나누기하는데 남산법당 두 명만 남편에게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말에 도반들은 배를 잡고 웃으며 마음이 짠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괜찮다. 그 시간도 다 지나간다."라고 격려했습니다. 10년 넘게 꾸준히 기도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이제 정토회 활동을 지원합니다. 입재식이 있는 날, 으뜸 절에서 실천 활동이 있는 날, 남편이 큰아이를 챙깁니다. 지금은 남편이 저를 믿고 더 의지합니다.

날씨 같은 아이

2023년 4월 큰아이와 팔공산 주말 산행
▲ 2023년 4월 큰아이와 팔공산 주말 산행

올해 16세인 큰아이는 차 타는 걸 좋아합니다. 눈만 뜨면 "차에 가자"하고 밤낮이 바뀌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새벽 3시에 깨어 네 시간씩 세 번 하루 동안 12시간을 운전했습니다. 2025년 6월, 입재식 때 이번 백일은 큰아이에게 감사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차에 가자고 하면 짜증 내지 말고 '그냥 해 보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큰아이 덕분에 부처님 법을 만났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살 길은 기도밖에 없습니다. 가끔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기도 덕분인지 생각에 빠지지 않고 ‘아이고 심교야, 네가 또 힘드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래, 당연하다. 남들은 봉사하려고 일부러 시간 내서 하는데 너는 집에서 봉사하잖아.’라고 알아차리고 격려합니다. '고급 인력이 봉사한다.'라고 생각하면 부정적인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고 자존감도 좀 올라갑니다. 큰아이가 3일 동안 밤에 잘 자서 저도 진짜 잠 같은 잠을 잤습니다. 아들의 상태는 날씨와 같아 늘 좋을 수도 늘 나쁠 수도 없습니다. 욕심으로 더 바라고 기대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감사합니다.


이심교 님은 큰아들이 어느 정도 자립을 하면 전법회원이 되고, 명상수련, 나눔의 장, 수련바라지, 동북아역사기행, 인도성지순례, 백일출가를 다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날이 오도록 가까이에서 응원합니다.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 아이 걸음에 맞추어 나가도록 함께 지켜보고 응원합니다.

글_김정림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경주지회)
편집_박선희(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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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분

수행으로 나아가는 엄마이기에
아이들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환한 얼굴의 심교님
응원합니다.

2025-09-11 11:47:39

정은희

도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많이 아파 옵니다.
앞으로도 하루하루가 말씀하신 것처럼 쉽지 않으시겠지만 기도를 통해 항상 편안하시고, 큰아드님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025-09-11 08:30:51

묘명화

말로는 다 표현될 수 없는 수행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뭉클한 감동을 느끼다가 미션 결과 부분에서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ㅎㅎ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해준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5-09-10 23: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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