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다만, 그냥 할 뿐입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고도 다음 날 새벽부터 병원 침상에서 천일결사 기도를 이어갔다는 신광식 님의 이야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꾸준한 수행을 통해 마음을 잔잔히 다스려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던 신광식 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임이 복이다'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 속으로, 우리도 지금 출발합니다.

밝아진 마음으로 소임 시작

저는 회사 근처에 있는 선원에 다녔습니다. 모든 것을 주인공에게 맡기고 여여하게 나아가라는 법문을 들으며 마음공부를 했지만, 그 바탕은 기복적인 신앙이었습니다. 그런 종교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던 중 인터넷을 통해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크고 작은 괴로움에 대해 아주 쉬운 비유를 들어 현실적으로 풀어주셨습니다. 스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질문자가 선택하도록 안내하는 즉문즉설이 마음을 뻥 뚫리게 했습니다.

신광식 님
▲ 신광식 님

곧바로 정토회 서초 법당을 찾아갔고, 2009년 봄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며 잡히지 않던 흐릿하던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이어 경전대학 입학 신청을 하면서 아내에게 불교대학을 권유했습니다. 나의 밝은 모습이 가정을 비추었는지, 변화된 내 모습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내는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서초 법당에서 경전대학을 졸업할 즈음, 제가 살던 수원에 법당이 개원하면서 수행 법회에만 참석하던 소극적 수행자가 저녁 수행 법회 진행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오르락내리락 산을 타는 내 마음

2012년 2월, 회사에서 저의 불찰로 프레스 기계에 장착된 금형에 오른손이 압착되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꾸준히 정진한 덕분인지 병원에 있으면서도 가족과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오히려 위로하고, 다음 날 새벽부터 병원 침상에서 108배 대신 명상으로 천일결사 기도에 참여했습니다. 작은 사고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쉬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생활하니, 가족들도 별일 없는 듯 각자 자기 할 일을 해 나갔습니다.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나를 둘러싼 세상은 얼마든지 잔잔해질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보리수 도반들과 함께(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신광식 님)
▲ 보리수 도반들과 함께(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신광식 님)

퇴원 후 의수를 착용하면서 주변 시선을 의식했지만, 사람들은 제 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문경수련원의 9박 10일 명상 수련 마지막 날, 마음 나누기 시간에 의수를 착용했다고 하니 그제야 알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의수는 모양이 좀 다른 옷을 입었을 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건 내가 만들어낸 문제임을 깨닫고 주춤하던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느긋하게 마음을 다독이며 지내면서도 상실감으로 인한 헛헛함을 채우려 주말이면 전국의 산을 오르면서 1년여 동안 법당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천일결사 기도는 꾸준히 하고 있었기에 선명 법사님의 일요 법회 진행 권유로 다시 소임을 맡으면서 정토회와 끈을 이어갔습니다. 정토회에 행복학교 활동이 핵심인 ‘통일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후덕 법사님 권유로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행복학교를 진행하면서 프로그램을 따라 했을 뿐인데 어느새 저는 행복해지고 있었습니다. 진행자였지만 행복학교 학생들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았던 것입니다.

건물주의 마음이 이럴까?

수련과 법회, 행복학교 진행까지 봉사활동은 나에게 위안이 되어주었고, 이어서 정토사회문화회관을 관리하는 새로운 보리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박태화 거사님과 기존 회원들에게 봉사자가 부족한 방재실 일을 배우면서 실습하고, 회관 지하 4층과 5층을 둘러보며 청소도 했습니다.

보리수는 건축분과, 기계분과, 전기분과, 통신분과, 소방분과 등으로 구성되고, 봉사자들은 전공했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지원하여 분과 소속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계분과 소속으로 1기 보리수 백일 정진에 지원하여 일수행을 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곳곳을 주인 된 마음으로 둘러보고 살펴보며 ‘건물주의 마음이 이런 건가?’라는 우스운 생각도 들면서도 뿌듯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일과 수행이 함께 되어야 하는 정토인답게 매주 금요일 유수 스님의 법문을 들은 후 조별로 마음 나누기하고, 백일 정진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그룹별 법사님과의 대담이 이어졌습니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법사님과의 만남과 나누기를 함으로써 하기 싫은 마음이 강하게 올라올 때마다 ‘그냥 한다’라는 수행자 관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8기 도반들의 백일 정진 회향과 일 수행을 지켜보며 단단해진 보리수가 8월의 열기 속에 충분한 그늘막이 되는 것 같아 자긍심이 느껴집니다.

유수 스님과의 시간(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신광식 님)
▲ 유수 스님과의 시간(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신광식 님)

보리수 놀이터에 맥가이버 수행자

한때 장애로 인해 보리수에서 잘 쓰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회에서 전법 활동가로 일을 하는 게 더 좋겠다 싶어 한 달 동안 일수행을 중단했습니다. 수요일 오후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일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그만두고 연달아 두 명이 더 나오지 않으면서 팀이 와해되었습니다. 다시 해보자는 담당자님의 연락을 받고 ‘모자이크 붓다’ 의미를 떠올리며 단순했던 제 생각을 돌이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수요일 오후 팀으로 맥가이버 같은 분들과 일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재실에서 당직도 하며, 정식으로 재난 처리 자격을 갖추기 위해 제6차 보리수 씨앗 소장 교육에 참여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저에게 온 소중한 씨앗이 한 그루 보리수가 될 때까지 잘 키워보려고 합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은 보리수의 놀이터라는 유수 스님 법문을 되새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잘 쓰이겠습니다. 수요일은 맥가이버 손이 되고, 토요일은 씨앗을 품은 수행자로 다만 할 뿐입니다.

보리수 도반들과 화단 가꾸기(앞줄 왼쪽 첫 번째가 신광식 님)
▲ 보리수 도반들과 화단 가꾸기(앞줄 왼쪽 첫 번째가 신광식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4년 9월 호에 수록된 보리수 소감문입니다.

글_신광식(보리수 1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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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8

0/200

정미라

덕분에 보리수가 잘 커고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3-04 16:17:01

무구의

잘 읽었습니다.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03-03 11:37:07

윤슬

어떻게 청년을 도울까 생각 했습니다. 식사비가 되게끔
1만원씩만 도와주세요 . 일어 서려면 3개월이 걸립니다. 하루 벌어서 살던 건축현장 건물 3층에서 떨어져 수술받고 현재 재활중에 있는 36세 청년 재활치료 3개월만 도움을 주세요. 01083288736 신한은행(정근안)110584999212
어려움에 처했을때 손잡아 주시는게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02-26 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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