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지회
수행자 남편의 한 생각 돌이키기

오늘의 주인공 최성규 님은 정토회 서원행자로 활동 중인 아내 이현정 님과 함께 수행 관점을 놓치지 않으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성규 님은 인터뷰 첫머리에 단지 본인 성격으로 힘들었던 것을 돌이켰을 뿐 딱히 수행자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진솔한 나누기에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습니다. 최성규 님의 ‘한 생각 돌이킨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2016년 천일결사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아내 이현정 님과 함께
▲ 2016년 천일결사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아내 이현정 님과 함께

수행자 부부

저의 어린 시절은 평범했습니다. 둘째이자 막내로 공부 잘하고 귀여움과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결혼 전에는 딱히 마음의 괴로움이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동갑내기 아내와 연애하는 동안, 매일 따로 만날 정도로 대화도 잘되고 즐거웠습니다. 저의 집과 아내의 거처가 너무 멀어, 아내 집 근처 고시원에서 몇 달 지냈을 정도로 아내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조금씩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아이가 네 살 무렵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았고, 이후 아내는 아내대로 저는 저대로 힘들고 지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누구보다 마음이 힘들고 괴로웠을 아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저는 회사 일과 회식을 핑계 삼아 늦게 귀가하곤 했습니다.

직장에서 승진 문제로 괴로워하던 2015년, 저는 연애 때부터 정토회 활동을 하던 아내 그리고 당시 직장 상사였던 이중인 도반의 권유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대학을 다니면서는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고, 2020년부터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진행자를 맡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소임을 통해 스님의 법문을 계속 듣는 덕분에 정토회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 봄 불교대학 졸업식(맨 왼쪽 최성규 님, 가운데 양복 입은 분이 
당시 회사 팀장이자 불교대학 담당이었던 이중인 님)
▲ 2016년 봄 불교대학 졸업식(맨 왼쪽 최성규 님, 가운데 양복 입은 분이 당시 회사 팀장이자 불교대학 담당이었던 이중인 님)

초심 정토회 부부의 정일사 과제 선물 주고받기

어느 날 식탁에서 아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이번 정일사 과제인 선물 주고받기 한 번 해볼까?”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선물(지적)을 잘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 이야기를 하는 순간, 순식간에 옛 감정으로 돌아갔고 결국 싸움으로 끝이 났습니다.

아내에 대한 진짜 제 마음이 어떤 건지 궁금했습니다. ‘불평했던 옛날의 그 마음인가? 아니면 웃고 행복했던 저 마음인가?’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을 쫓아갈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이 이 뜻인가 보다' 싶었고, 어떤 마음이 일어날 때 끌려가는 게 아니라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눈의 티끌, 아내 눈의 대들보

정토회 활동 초창기에는 아내와 말다툼을 자주 했습니다. 한참 신심이 나 열심히 기도하던 때는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아내를 보며 ‘수행자가 저러면 안 될 텐데’ 하는 분별심이 났습니다.

2016년 노원구민회관 행복학교 (맨 오른쪽 최성규 님, 그 옆 아내 이현정 님)
▲ 2016년 노원구민회관 행복학교 (맨 오른쪽 최성규 님, 그 옆 아내 이현정 님)

설상가상으로 정회원 교육 소감 나누기 자리에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내에 대한 제 마음을 발표했고, 그 자리에 있던 아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습니다.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신 법사님이 제게 역행보살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내와 다툴 때는 서로 “부처님이 그렇게 가르치셨냐? 법륜스님이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셨냐?” 하며 들이받았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 수준은 넘었고, 적어도 서로 기도하는 것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서로 깨워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각자 알아서 기도합니다.

닫힌 문

2021년 온라인 정토회 임시 기간 동안, 아내는 지회장, 저는 모둠장 소임을 맡아 같은 지회에서 활동했습니다.

2017년 12월 광화문 평화 집회에서
▲ 2017년 12월 광화문 평화 집회에서

제가 출근할 때 아내는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고 퇴근할 때 역시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아이들 양육 때문에 안정적인 공무원을 그만둔 게 아니라 정토회 봉사하려고 그만둔 거구나’ 라는 원망 섞인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아내는 주말에도 밥 차려줄 때만 방 밖으로 잠시 나왔다가 바로 문을 꾹 닫고 방으로 들어가 종일 회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차라리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화라도 나지 않을 텐데’ 싶으면서, 아내에게 엄청난 분별심과 화가 일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회의 때문인지 급하게 커피를 내리다가 손등 피부가 다 벗겨지는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아내의 화상으로 밥, 빨래, 청소 등의 가사 노동까지 제가 다 하게 되었고, 마음은 더욱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나의 모순

JTS 거리모금 아이들과 함께
(맨 왼쪽 최성규 님)
▲ JTS 거리모금 아이들과 함께 (맨 왼쪽 최성규 님)

그러던 어느 날 화상 입은 아내가 아이들 시험 준비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닫힌 방문을 보며 ‘차라리 내 눈앞에 안 보였으면’ 하던 생각과 달리, 집에 아내가 있어 아이들 공부를 봐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 대한 제 생각의 모순을 알게 되었고 마음은 한층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분별심은 끊어지질 않았고 정일사 과제를 통해 계속 수행을 이어갔습니다.

또 한번은 주말 내내 법당에 나가 있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 아침밥, 청소, 빨래, 다시 아이들 점심밥, 또 곧 저녁밥을 차려야 했습니다. 이틀째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내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내가 있어 나를 도와주는 거구나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아!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는 건 원래 내 일이구나! 원래 내 일인데 다행히 아내가 있어 나를 도와주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혼 후 내내 아내에게 쌓였던 섭섭함, 원망, 불편한 감정이 사라졌습니다.

기도를 소홀히 할 때면 돌이키는 힘이 약해져서인지 아내에 대해 불평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예전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마음이 올라오네, 쓸데없는 마음이 올라오네’ 하며 알아차린다는 겁니다. 그런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순간적으로 ‘아, 이건 내 잘못된 생각이지’ 하면 그 마음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613만인대법회에서 경전반 학생들과 함께(맨 오른쪽 최성규 님)
▲ 613만인대법회에서 경전반 학생들과 함께(맨 오른쪽 최성규 님)

아내에게 “내가 무엇이 가장 많이 변한 것 같아?”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내는 자신을 바라보는 저의 무뚝뚝하고 불만 찬 표정이 많이 없어졌다 합니다. 그럴 때면 자상하지만 유독 어머니에게는 무뚝뚝했던 아버지를 제가 닮았구나 싶습니다.

최근 회사 생활의 어려움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기도도 자주 빠지게 되어, 이번 인터뷰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발심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수행하면서 나름 많이 변한 것 같은데, 그중 제일 안 변하는 게 가장 가까운 배우자와의 관계인 것 같아요. 배우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기도 어렵지만 배우자에 대한 자기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최성규 님이 배우자에 대한 본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는 것에 감동 받았습니다.“

인터뷰 전부터 수행자 부부의 삶은 어떤지 궁금했던 저는, 인터뷰를 참관한 다른 희망 리포터의 마음 나누기를 들으며 ‘아! 그렇구나’ 궁금증이 한순간에 풀렸습니다. 부부 수행자로 산다는 게 더 좋은 것도 더 나쁜 것도 아님을 알았습니다. 배우자를 바라보는 제 마음을 살피고 관점을 바로 잡아가는 것이 수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행자 부부의 모자이크 붓다 이야기를 들려주신 최성규 님께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글_송옥희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관악지회)
편집_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6

0/200

자재왕

수행담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나를 점검하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4-07-12 08:49:29

큰바다

고맙습니다.

2024-07-09 10:32:59

엄태숙

수행담을 통해 격련를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전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7-08 21:01:16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노원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