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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님은 한동안 정토회를 떠났다가 무려 9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바라지장에서 수박 써는 일을 담당하면서, 상황을 '내 식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였고, 바라지 도반들과 팀장님의 경상도 억양을 잔소리로 느끼며 불편해 하는 것에서 그동안 분별하는 업식 때문에 자신이 괴로웠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유미 님은 바라지장에서 선물 꾸러미를 한 아름 받게 되었다고 이야기 해주시는데요. 과연 어떤 선물이었을까요?
저는 17년 전 ‘깨달음의 장’ 참여를 계기로 정토회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8년간 정토회 활동을 이어가다 팀장이었던 도반과 갈등이 생기면서 정토회를 박차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수행을 한 덕분인지 나름 잘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새로운 학교로 이동했고, 낯선 환경에서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일던 차에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홍보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래, 돌아가자!’ 그길로 입학 신청을 하고, 장장 9년 만에 정토회로 돌아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다니며 힘들었던 한 해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래도 재충전이 필요하다 싶어 올해 학교를 휴직했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이번 ‘바라지장’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리가 서툴러서 주로 재료 손질을 맡았습니다. 그날은 디저트로 수박을 준비하는 날이었는데, 일정한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 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 도반이 "자르다 보면 양 끝이 작아질 수 있으니, 두께를 달리하는 것이 어떤가요?”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의 넓은 부분은 얇게 자르고 양 끝의 좁은 부분은 조금 크게 잘라서 균형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수박의 양은 균등했지만, 모양은 제각각이어서 보기 좋게 담아내는 일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마침, 바라지 팀장님이 수박이 담긴 접시를 보고, “보살님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예쁘게 담으세요!”라며 수박 담는 도반을 혼냈습니다. 저로 인해 일어난 일인 것 같아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 나누기 시간에 그 말씀을 드렸더니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혼을 낸 사람도 혼이 난 사람도 없이, 단지 저만의 착각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습니다. 팀장님을 비롯한 바라지들 대부분이 경상도 분들이라 억양이 세게 느껴져서 일어난 저의 오해였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제가 상황을 ‘내 식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독단적이고 잔소리가 많은 엄마가 미웠는데, 지금도 엄마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래서인지 경상도 억양이 강하고, 잔소리처럼 들리는 팀장님의 말투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팀장님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앞으로 바라지장은 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누기 시간을 이용해서 팀장님을 향한 불편한 마음을 용기 있게 내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 뒤에는 팀장님 안색을 살피기 급급했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어 밤새 뒤척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정진에서, ‘아! 내가 정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별하며 살았구나’, ‘바라지 팀장님에게 그랬듯이, 엄마에겐 엄마답지 못하다고 원망하고, 정토회 팀장은 팀장답지 못하다고 정토회를 나와버리고, 학교의 교장 · 교감 선생님은 교사 생각을 안 해준다며 휴직을 해버렸구나. 다 내 업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사님과의 간담회에서, 사람은 보지 않고 일만 중시하는 책임자들에게 시비하는 마음이 있다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법사님은, 책임자가 걱정이 많겠는지 아니면 제가 걱정이 많겠는지, 질문을 되돌려주셨습니다. ‘아!’ 오랜 고민이 찰나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또, 정토회 도반에게 특히 시비하는 마음이 많이 일어난다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법사님은 의지심이 있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돈도 한 푼 안 받고 일하니, 더 의지하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답변하셨습니다. ‘아!’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잘 살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상대방이 저를 좀 이해하고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상대를 탓했으니 참 어리석었습니다. 동동거리며 불안하게 살았을 엄마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고, 8년 전 함께 일하며 시비했던 정토회 팀장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라지하러 가서 되레 선물을 한 아름 받아 들고 왔습니다. 저는 정토회를 뛰쳐나갔던 지난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천천히 발을 담그려 했으나, 적극적으로 소임을 해야 공부가 깊어진다는 것을 체험하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7차 전법활동가 교육, 인도성지순례, 9월의 바라지장까지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9월 바라지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팀장님께,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지만 한마디 전해봅니다. “팀장님! 저 아직 팀장님의 빠른 말 잘 몬 알아듣지만, 옆에서 잘 도와드릴께예~ 그때 보입시더!”
글_이유미(대전충청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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