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오셨어요, 어머니

두북 정토수련원에서는 해마다 인근 마을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에는 나들이를, 가을에는 마을 잔치를 열어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4년간 나들이도 마을 잔치도 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2023년, 늘 봄에 하던 나들이를 단풍이 짙게 물든 가을에 하게 되었습니다. 꽃보다 단풍입니다. '스님의 하루'를 통해 한 차례 소개된 이번 행사를, 봉사자의 눈으로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행사 하루 전날, 어르신들의 식사 테이블에 놓을 꽃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마당에 나갔습니다. 다행히 정원에는 아직 많은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이 싱그러움을 어르신들께 올리는 마음으로, 꽃을 준비했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6시, 봉사자들은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왔습니다.


그동안 행사를 주관해 왔던 분들이 행복특별본부로 이동하여 이번에는 경주, 수성, 포항, 남울산, 수영, 해운대 등 6개 지회에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행사를 처음 하는 것처럼 모든 과정을 새롭게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나들이는 어르신 119분과 봉사자 60여 명이 경주시 감포에 있는 기림사를 방문하고, 점심을 먹은 후 즐거운 놀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행사를 총괄한 화광법사는 도반들이 이렇게 솔선수범 해 주어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가운데 화광법사
▲ 가운데 화광법사

첫 마음 나누기를 마치고 김밥과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버스 두 대는 마을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을 모셔 왔고, 한 대는 걸어오시는 분들을 위해 수련원에서 대기했습니다.


각 차량 봉사자들이 반갑게 어르신들을 맞이하고 이름표도 걸어드렸습니다. 반갑고 가벼운 마음입니다.


오전 8시 30분, 우리는 두북 정토수련원을 출발하여 기림사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 안전벨트 착용을 도와드리고 어르신들을 위한 간식과 물을 나눠드렸습니다. 간식 봉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모두 우리 부모님입니다

짙은 가을 단풍 속을 한 시간 정도 달려 경주 기림사에 도착했습니다. 봉사자들이 하차를 도왔습니다.

기림사에 도착했을 때는 세차게 불던 바람도 잔잔해지고 기온도 따뜻해졌습니다.

기림사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는 약 800미터의 오르막길이었습니다. 봉사자들은 버스에서 내린 어르신들을 차례차례 승용차로 사천왕문까지 모셨습니다. 여러 대의 승용차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잘 훈련된 군대가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사천왕문 앞에 이르니 법륜스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차에서 내린 어르신들은 스님을 보자 너무나 반가워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스님의 손을 잡았습니다. 스님도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아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셨어요, 어머니"

스님은 환영 인사에서 여느 자식들이 부모님께 하듯, 송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여행을 못 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스님은 꾸벅 절을 올리고 기림사 안내를 시작했습니다.


왜적을 막기 위해 세웠다는 진남루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마당 가운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국화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그 화려한 아름다움에 이곳저곳에서 감탄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삼천의 부처님을 모신 '삼천불전'으로 가는 길은 계단이었습니다. 허리가 '기역'자로 굽어진 어르신은 돌계단을 오르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봉사자가 팔을 부축하려다 잠시 멈추고 어르신께 먼저 여쭈었습니다.

“어르신 잡아 드릴까요?”

“아이다. 내 혼자 기어가는 게 더 낫다.”

어르신은 정말 기어서 계단을 오르셨고, 봉사자는 조용히 어르신의 뒤를 따랐습니다.

삼천불전은 9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법당으로 들어가자, 봉사자들은 신발을 돌려 가지런히 정리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절에 왔으니까,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을 바라보고 앉아 두 손을 모아 축원을 드렸습니다. 어르신들도 두 손을 모으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늙고 병들어 몸이 아프더라도 잘 치료받고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수명이 다했을 때 편안하게 삶을 마치게 해 주시옵소서. ”

축원을 마치고 스님은 삼천불을 설명하셨습니다. 여기에 이렇게 삼천 부처님을 모셨으니 '절을 한 번만 해도 삼천 배를 한 공덕'이 있다고 하시면서, '그러니 세 번 절하면 만 배를 한 격'이라며 어르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렸습니다.

스님의 축원을 듣고 어르신들이 두 손을 꼭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삼천부처님께 삼배하니, 삼배가 정말 만 배의 공덕으로 바뀌는 듯했습니다.

법당 앞이 넓지 않아서 모두 다 함께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습니다. 스님은 여러 차례 나눠서 어르신들과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은 계단에 앉아서 찍었습니다.


기념 촬영이 끝난 후 어르신들은 아름다운 꽃과 고찰의 가을 풍경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봉사자들은 작은 바가지로 샘물을 떠 드렸습니다. 물맛이 시원하고 청량했습니다.




버스로 향하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풍경에 미소가 절로 났습니다.

버스를 타고 점심 식사 장소로 향했습니다.

식사 장소에서 먼저 준비하고 있던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아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건강하신 분들은 직접 음식을 담으셨고, 몸이 불편한 분들은 봉사자들이 음식을 담아 자리에 가져다드렸습니다.




식사 후에 마을 이장님과 스님이 간단히 인사를 올렸습니다.

곧바로 20여 년간 정토회에서 여흥을 맡아온 이수진 님의 사회로 신나는 노래자랑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한번 불살라 보실까요? 아직 청춘이 많이 남았습니다. 신명 나게 놀아 보입시다!”

사회를 맡은 이수진 님
▲ 사회를 맡은 이수진 님

첫 번째 순서는 경주지회에서 준비한 댄스 공연입니다.





이도령과 향단이가 물러가자, 사랑의 트위스트로 신나는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열기가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이어서 어르신들의 노래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은 매번 불편한 몸으로 춤사위를 하면서 무대로 나왔다가 다시 자리로 들어가기를 반복하셨습니다. 쉬면서 흥을 회복하시는 모양입니다.


다들 ‘아파서 못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봉사자들과 함께 손잡고 나와서 한바탕 신명 나게 놀았습니다. 무대뿐만 아니라 행사장 뒤쪽에서도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의 즐겁고 신나는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경주지회 이용훈 님의 노래를 끝으로 노래자랑을 마무리하고 준비한 선물 증정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 노인회 회장님이 대표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선물은 버스에 준비해 두었다가, 두북 수련원에서 드렸습니다.


마지막 무대로 꽃보다 단풍 가을 나들이를 마무리하며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건강 항상 주의하시고요. 해를 거듭할수록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나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의 오늘 만남이 몇 분에게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 또 만났을 때는 또 몇 분에게 마지막이 되겠죠. 인연을 따지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게 인생사이지 않겠습니까?"

"태어나고 늙고 또 나이가 들면 죽어가는 것이 인생이니까 너무 미련을 갖지 마세요.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지듯이, 또 내년 봄이 되면 새 움이 돋듯이, 우리는 새로 태어나서 또 살아가는 것이니까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스님의 마무리 말씀이 끝나자, 모든 봉사자들이 앞으로 나와 다 함께 ‘어머님 은혜’를 불렀습니다. 어떤 봉사자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맺히기도 했습니다.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집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회를 맡은 이수진 님이

"어르신들 안녕~, 법륜스님도 안녕~ "

하고 말하자 모두 박장대소했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행사장 마무리를 맡은 봉사자들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르신들은 버스 안에서 모두 행복한 얼굴로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선물을 드리자 "이리 잘 놀고 무신 선물까지.."하시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헤어질 때 마을 노인회 회장님은 "이렇게 즐거운 하루는 오랜만이다."하시며 내년에 건강하게 꼭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자동차로 안전하게 집까지 모셔다드리니, 봉사자들의 하루도 비로소 마무리되었습니다.


실무 총괄을 맡았던 손재선 경주지회장은 뿌듯함과 기쁨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와 부담이 제일 컸습니다. 이렇게 행사가 잘 마무리된 것은 모두 어르신들을 향한 우리 도반님들의 진심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내년에도 이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셔서, 또 반갑게 사랑의 트위스트를 덩실덩실 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손재선 경주지회장
▲ 손재선 경주지회장

▲ "어르신들 만수무강 하소서!!"


스님께서 반갑게 웃으며 "오셨어요, 어머니"라고 말씀하셨듯, 저도 사람을 떠나보낼 때 기꺼이 "안녕히 가십시오, 어머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만남과 헤어짐을 연습하며, 꽃을 올리는 마음으로 수행하겠습니다.

글_신정순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경주지회)
사진_신정순, 정토회 '스님의하루'팀
편집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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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화

사진을 넘 잘 찍으셨다고 생각했는데 스님의하루팀 사진이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2023-12-05 19:38:41

무구의

고맙습니다.

2023-12-01 10:15:06

명덕(섭)

재미있게 본 영화의 후속편이 남은 아쉬움을 해결해 주는 느낌이네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깨어서 임하시는 스님과 봉사자들이 계시니 몇배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2023-11-26 06: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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