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10년 전 직장에서 연수를 받던 중, 남자 후배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108배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신기한 생각이 들어 왜 그렇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곧 아기가 태어나는데 아내에게 좋은 남편, 아기에게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자기 삶을 저렇게 관리하고 계획하면서 살 수도 있구나’라는 호기심으로 찾아간 곳이 대구 정토회 수성 법당이었습니다. 마침 처음 수성 법당에 간 날이, 2011년 9월 30일 수요일 수행 법회, “수행 맛보기” 입재 1일째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난 도반들이 저에게 복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법당에 간 날 주위를 살펴보는데, “내가 세상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제 삶의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죽음과 아이들의 방황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무기력증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 문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움츠린 마음에 생기가 돌고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입재 법문을 들으며 마음도 편안해졌고, 수행 맛보기 14일을 온전하게 실천해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첫날부터 연수 때문에 서울에 가야 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5시에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도중 도반에게서 전화로 실천 사항에 대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 착한 일 실천하기, 뭘 할까?’라고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돈을 구걸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착한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돈을 주었습니다. 밤늦게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 종일 연수받느라 착한 일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정을 넘기지 않기 위해 휴게소로 달려가 껌 한 통을 사서 운전 기사에게 주면서 하루 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렇게 14일 동안 수행 맛보기를 성실히 실천하고 나니,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얼굴이 밝아지고 부드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2007년 가을에 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후, 두 아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들어가서 부모님과 함께 계속 살고 있습니다. 저는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의 사랑으로 잘 자랐습니다. 언니, 동생들도 착해서 별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저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중매로 만난 남편은 술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마셨는데, 농담처럼 자신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만취되어 돌아오는 날은 남편이 큰 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올라와서 많이 다퉜습니다. 제가 지금 정도의 지혜가 있었다면, 마음이 불안했던 남편을 따뜻이 감싸 안아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남편에게 화내고 몰아붙이기만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고, 결혼과 동시에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잦은 야근으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을 좋은 학원에 보내고, 방학 때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보냈습니다. 엄마로서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저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어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무엇이 잘못인지 몰랐습니다.
사춘기가 되고 힘이 세진 큰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움을 하면서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걱정과 불안에 휩싸일 때면, 곧장 수성 법당으로 달려가 무작정 절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때 불교대학에 다니며 인연과보를 공부하였기에, ‘모두가 다 내가 지은 인연임을 알아차리고 담담히 받아들이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저에게 일어난 일이 불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지은 인연이 맞습니다’라고 받아들이니 이상할 만큼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내가 부처님의 법을 만나지 못했다면, 또 얼마나 괴로워하며 아이를 괴롭혔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모든 인연에 고마웠습니다. 누구를 만나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현재를 잘 살면 과거가 바뀐다.”라는 법문을 들으면서 ‘어떻게 이미 지난 과거가 바뀔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험으로 그 의문을 해소했습니다. 한동안 저는 원망만 하며 살았습니다. 남편과의 인연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며 제 삶에 아무런 기대가 없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을 키우는 의무감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도 성지 순례에서 부처님 삶의 발자취를 체험하고 느끼면서 법륜스님과 함께 그곳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처음 천일 결사에 입재하던 날 법사님이 염주를 목에 걸어 주었을 때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동안 원망하며 살았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은 이야기를 들을 때, 그 가족들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의 아들 잃은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시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지냈는데 제가 먼저 연락했습니다. 시어머니도 “부처님 법을 제대로 만나서 고맙구나.”라면서 지금은 모녀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못된 지난 일들이 하나씩 바로 잡혔습니다. 원망이 고마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다니던 해 12월 말, 법당에 가는데 눈이 내렸습니다. 지금은 법사님이 된 거사가 방석을 차에 싣고 있어서 무슨 일인지 물으니, 임진각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만 배를 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 아이들이 떠올랐고, 눈 오는 추운 날씨에 기꺼이 밖에서 만 배를 하는 도반에 대한 존경심도 들었습니다. 같이 임진각까지 가지는 못해도 뭔가 함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올라왔습니다. 법당에서라도 통일 정진에 참여하고 싶어서 다른 도반들과 삼 일간 밤새워 만 배 정진하기로 했습니다.
퇴근 후 바로 법당으로 가서 저녁 예불로 시작해서 밤샘으로 참회 절을 시작했습니다. 이틀째는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은 많은 도반이 법당으로 달려와서 같이 만 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엄마이기에 배고픈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북한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할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깊은 참회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때 느낀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제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2013년부터 매년 임진각 평화통일 염원 만 배 참회 기도에 동참하였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임진각에 갈 수 없었던 2020년 연말에는 도반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만 배 참회 기도를 했고, 올해는 매월 천룡사에서 천배 정진 기도로 이어갑니다. 이런 평화통일 염원 정진 기도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간절한 염원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직도 배고픈 북한 아이들이 있기에, 엄마인 저는 이 기도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2018년에 “옥수수 만 톤 보내기” 모금 운동을 할 때, 다시 해도 그 이상 못할 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오래전 직장 동료와 연락이 끊긴 지인들에게까지 “배고픈 북한 아이들의 밥”을 보내기에 동참해 달라고 카톡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냈는지 모릅니다. 전화 금융사기로 오해해서 지인들이 확인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출근하면 교실마다 찾아다니며 교사들에게 동참을 호소했고, 휴일에는 동대구역에서 거리 모금을 하고, 저도 최선을 다해 기부했습니다.
카톡을 보내고, 교실을 찾아다니는 동안 사람들에게 제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되었나 봅니다. 많은 사람이 동참했고, 도리어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정말 고마워서 그 사람들에게 법륜 스님의 희망 편지를 보냈고, 그 작은 끈이 행복학교1와 불교대학 입학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행복학교를 진행하면서, 행복학교 참가자들에게 법륜 스님의 희망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홍보도 할 겸 지인들한테도 법륜 스님의 희망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무 답글이 없던 지인이 몇 달 후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우울하고 힘들 때, 선영 님이 보내주신 희망 편지 속의 법륜스님 말씀이 한 줄기 빛이 되어 어둠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메시지를 읽고 큰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맑고 순수한 시간에, 천일 결사 기도 후 그날 보낼 희망 편지를 선택하고, 출근하며 카톡 지인들께 희망 편지를 보내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받은 희망 편지 덕분에 어떤 분은 행복 시민이 되었고, 어떤 분은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은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 된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 편지를 보내며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은 바로 저와 아이들입니다. 엄마의 집착으로 큰아들이 화도 많고 불안했는데, 어느새 아들의 말씨와 표정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사교성이 좋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큰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밤에 잠을 못 자서 한의원에 갔더니 화병이라고 했습니다. 저의 집착과 지나친 간섭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반성할 줄 몰랐던 저의 무지와 불통이 법륜스님을 만나 산산이 깨졌기에 제 아이가 살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저의 고집이 얼마나 센지, 제가 얼마나 무지한지 이제는 알기에, 아이가 이야기하면 이제는 “그래, 그렇구나”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큰아들은 매일 아침 받는 법륜 스님의 희망 편지로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고맙고, 종종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며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는 큰아들은 새벽 5시면 일어나 운동하러 갑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아들의 성실함이 참 대단하고 고맙습니다. 작은아들은 형과는 달리 저보다 고집이 세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었기에,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자기 진로를 고민하며 자기 삶을 잘 살아갑니다. 의무병으로 군 복무 중인 작은아들은 매일 일기를 씁니다. 일기 마지막에 한 줄 평을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니 군 생활도 좋은 추억이 된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새벽 보초는 춥고 힘들지만, 밤하늘에 별이 너무 아름다워 그 시간이 고맙다고 말하며 미소 짓습니다. 또한, 작은아들은 전역하면 해외 봉사를 하겠다는 포부도 있습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기 전에, 저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희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법을 만난 후, 제가 애를 쓰면 쓸수록 아이들을 더 힘들게 했고, 저의 사랑은 집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제 수행과 봉사로 바빠진 참에 저는 아이들을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본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회복하며 맑고 따뜻하고 건강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체험으로 깨달은 법을 세상 엄마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는 저절로 행복해진다.”
직장에서 2년마다 근무처 이동이 있는데,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핸드폰 번호를 먼저 요청해서 받습니다. 지금은 약 이천 명의 카톡 친구가 있습니다. 전에는 빨리 퇴직해서 주간에 기도와 봉사활동에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법을 전할 수 있으니 지금 이대로도 좋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맘 카페에서 ‘스펀지 사랑’이라는 닉네임으로 온라인 홍보 활동을 합니다. 스펀지는 뾰족하고 모난 것도 서로에게 상처 없이 감싸 안을 수 있습니다. 그 특성이 사랑의 특성과 닮았습니다. ‘스펀지 사랑’은 오늘도 맘카페에서 엄마들에게 행복학교를 신나게 홍보합니다.
정토회의 프로그램 홍보는 세상에 빚을 갚는 방법으로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홍보를 통해 가장 행복해지는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십 년 전 대구 수성 법당에서 처음 보고 가슴 설레었고, ‘감히 내가’라며 의심했고, 누가 들으면 비웃을까 두려워서, 혼자 작은 소리로 속삭였던 명심문을 이제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세상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저의 코끝이 찡했습니다. 같은 엄마라서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안선영 님의 늘 밝고 열정 넘치는 모습에서 아픈 사연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세상의 희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아이를 지키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임을 느꼈습니다. 임진각에서 눈맞으며 손발이 얼고, 여름엔 온몸에 땀띠가 나면서도 통일의 염원은 멈출 수 없다는 안선영 님. 듣는 내내 하루속히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저도 모르게 간절히 빌었습니다.
글_이재선 희망리포터(동대구지회)
편집_성지연(성남지회)
행복학교 법륜스님 행복학교는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고 진행자와 참가자가 행복을 배우고 연습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체험의 장'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
전체댓글 19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