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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1차 만일 결사를 회향하는 1박 2일의 회향수련이 있었습니다. <정토행자의하루>에서는 지부별로 희망리포터를 선정하여 회향수련 소감문을 제출해 달라 요청했습니다. 회향수련 시간에 발표된 다른 소감문만큼이나 감사함과 감동이 가득한 희망리포터 분들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천안지회 박은영 님과 동광주지회 최서연 님의 회향수련 소감문입니다.
정토회 3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북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월광법사님이 이십여 년 전 그때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닌 것과 보너스를 아까워하며 절반만 보시했던 것을 오늘 스님 앞에서 참회했다. 세속에서 보면 성실히 일하고 보시도 많이 했다며 칭찬 받을 일인데 스승 앞에서 참회를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무엇이 정말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 이제야 보이는 것이다. 내가 굶주리고 상처 받은 북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눈물 흘린 이유도 뒤늦은 뼈아픈 참회가 아니었을까. 나는 개인적 욕망에 눈이 멀어 정작 욕망 해야 할 중요한 일에는 늘 무관심했다.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해주겠거니 뒷걸음질하며 살았다. 만일의 정토회 발자취를 보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스님은 내가 태어난 1981년에는 정토회로 자랄 씨앗을 부지런히 뿌리고 있었고, 내가 대학생이 되어 술 먹고 놀던 1999년에는 백일법문을 펼치며 정토회를 성장시켰다. 내가 직장에 다니고 결혼해서 둘째까지 낳아 기르는 동안에 정토회는 사회문제에 가장 앞장서며 행복을 전하기 위해 지구적으로 확장해 내 코앞까지 이르렀다. 스님은 오늘 직접 정토회가 ‘열악하고 빡세다’고 언급하셨고 나도 오늘 직접 그것을 경험했다. 밥도 안 주고 천 배를 시키고, 온종일 공부를 시킨 것도 모자라 소감문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며, 내일 4시 반 꼭두새벽부터 다시 보자고 한다. 아마 직장에서 이렇게 했으면 인권위위회에 신고하고 사표를 던지고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삼십 년 동안 스님과 법사단, 실무자들과 봉사자들은 늘 이렇게 아니 이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 수천 배 더 열악하고 빡센 가운데 나라님도 해결 못 한 일을 해왔으리라.
문경수련원 불사를 위해 천만 원씩 마련해야 했던 시절의 무변심 법사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 시절에 천만 원은 꽤 컸을 텐데. 딸은 많이 가르치지도 않던 시절인데. 큰 일 하라고 적금까지 들어 천만 원을 만들어 턱 내어주는 어머니라니. 역시 그 어머니에 그 딸 같았다. 한 훌륭한 인물이 나오기까지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할 뿐 아니라 스님 말씀대로 가족들의 희생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뒤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정성과 희생이 가득한 것이리라.
스님과 많은 분들이 청춘을 바쳐 이룩한 것들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오천 년 역사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이고, 46억 년 지구의 역사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우리가 있기까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그것을 눈과 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법,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를 가슴으로 깨달은 시간이었다.
수련 첫날 졸졸졸 흘렀던 눈물은 이튿날 즉문즉설 시간이 되자 줄줄줄로 바뀌었다. 한 도반이 스님의 건강을 염려해 질문을 가장해 건강을 살피라는 간절한 청을 드렸기 때문이다. 정토회원들 모두 속으로 염려하던 것이 질문이라는 모양을 갖추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렸다는 듯 우리의 눈물샘이 터졌다. 스승님과 항상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한결 같이 바른 길로 인도해준 스승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었다.
만일결사 회향 수련 내내 감동과 감사의 연속이었다. 정토회 역사의 파노라마를 사진으로 보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으니 삼십여 년의 시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또는 고될 게 뻔해서 모두가 못 본 체하는 일을 정토회는 도전하고 끝내 숭고하게 해내는 모습은 감동과 감사 그 자체였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기까지,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기까지, 전쟁 없이 평화롭게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던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법을 전하기를 밥 먹듯이 하며 헌신한 만일결사의 공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님이 마지막 법문에서 ‘잘 못 했기 때문에 원이 생기고 활력도 일어난다.’라고 하셨을 때 부끄럽고 미안했던 마음은 어느새 새로운 다짐으로 바뀌었다. 잘못을 깨닫고 참회하여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될 뿐이었다. 지나간 것에 대해 더는 부끄러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 에너지를 지금 할 일과 앞으로 할 일에 쓰면 될 뿐이다. 스님은 정말 세심하게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우리가 수련 받는 동안 힘들었을 남은 가족들의 마음까지 살피어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족에게 전하라며 마지막까지 우리를 아이처럼 다독이셨다. 성인이 된 우리가 이런 따뜻함을 어디서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수련을 통해 정토 행자로서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과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알았다. 개인 수행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전법의 절실함 그리고 사회운동의 중요성까지 어떤 책보다 법문보다 더 절절하게 깨달았다. 많은 정치인과 재벌들이 대중을 당근과 채찍으로 간단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스님은 보통 사람이 보상과 처벌 없이도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사회 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정토회가 먼저 보여줬음을 지적하신다. 미래 문명이 걸어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말씀하신다. 부처님이 ‘눈 있는 자 와서 보라.’고 하셨듯이 그들이 밝은 눈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대중을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이 되어 다 함께 부처의 행을 할 날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가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2022년 11월 26일은 천일결사 10-10차를 마무리하며 지난 30년 만 일을 회향하는 날입니다. 1박 2일의 여정에서 첫날 프로그램은 정토회 역사와 천 배 정진입니다. 정토회 역사는 간간히 들었으나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가득했습니다. 아픈 무릎으로 천 배를 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저으면서도 젓는 만큼 마음은 더 설렜습니다. 개인 정진의 소중함을 일러주시는 법문을 들으며 시간이 많음에도 정진을 게을리 한 제 모습에 변명이라도 하듯 입술이 달싹입니다.
그런데 수련 참가 인원이 2,900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세상에나 30년 만 일 역사에 삼천 명이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갑니다. 법륜스님은 정토회가 여기까지 온 것은 세속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 가능한 것이고 자기 인생의 한 조각을 떼어 부처님에게 붙이며 살아온 분들의 공덕으로 지금 만일회향하는 정토회가 되었다며 정토회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정진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씀하십니다. 정토회 들어온 지 6여 년 되어가는 저는 그동안 세속적인 기준에 연연하지 않는다 했는데 아직도 숫자놀음 하는 것을 보니 그것은 아는 척, 그런 척, 하는 척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라는 생각이 들자 화상을 입은 듯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붉어진 얼굴로 첫 번째 정진을 합니다.
정토회 온 지금, 나는 괴로움이 있는가? 지금 나는 행복한가? 하며 큰 현미경을 들었다 내렸다하며 마음 갈피갈피 들여 다 봅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일이 한 두 개 슬쩍슬쩍 지나가지만 호흡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평온합니다. 그런 것 가지고 괴로워했다니 눈은 안반개(眼半開)로 입가는 엷은 미소로 번집니다. 두 번째 정진부터는 붓다의 길을 가면서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자며 탑 앞의 소나무 그늘을 넓히시는 법륜스님과 법사님들, 그 외 여러 행자님들의 공덕 위에 내가 머물 수 있는 것이로구나 하니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눈물이 방석을 적십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그늘에 나도 한 조각의 그늘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절로절로 납죽납죽 엎드려집니다. 무릎이 아프고 손목이 아프고 발바닥은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다섯 평 용두리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하여 30년을 이끌어 오신 스님과 법사님들을 생각하니 이만한 고통은 오히려 복이고 '나다', '내것이다', '내가 옳다' 하며 무지와 탐욕에 찌들어 살던 것들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수행자의 목표인 해탈과 열반의 시간을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만일결사 회향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을 거라고 한 천 배를 마치고 나니 ‘했구나’, ‘하면 되는구나’ 하며 한 수행자가 탑 앞에 소나무가 되라는 말씀을 받고 세운 그 원이 모든 괴로움은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수행문과 하나로 일치 된다는 것을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비로소 압니다. 정토회 들어온 지 100일이든 1000일이든 20년이든 30년이든 오늘 회향수련을 통해 정토회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해온 모든 활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모두를 아우르는 법문은 이 시대의 희망이고 앞으로 2차 만일 30년의 등불입니다.
다섯 번의 법문과 천 배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무변심 법사님이 “저는 가끔 우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내려놓고 보면 결국은 나를 위한 삶이었기에 자책하지 않습니다” 하며 첫 마디를 내 놓으시는데 ”저 세월에도 이유 없이 우울해진다는 말씀이 오히려 제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누룽지처럼붙어있는 시비와 분별이 싹 걷어진 것처럼 온몸과 마음이 밝아집니다. 법사님 큰 감동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법사님만큼은 못되어도 “정토회에서 떨어지지 말고 붙어만 있으라” 는 법을 잡고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훗날 으뜸절에서 봉사하며 모자이크 붓다를 실천하는 한 수행자로 거듭나고자 오늘도 두 손 모아 정진 또 정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박은영(천안지회), 최서연(동광주지회)
편집_정토행자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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