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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정토 수련원은 수행 공동체로 생활하며 살림팀, 수련팀, 행자원 부서로 나눠 함께 공유하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백일출가를 마친 후, 행자원 부서에서 “백일출가 스텝”으로 상근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생활이 더 활발하고, 힘이 넘친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백일출가 프로그램을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 <만배 하는 날> 백일출가 스텝의 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백일출가를 통해서 걱정과 생각이 많은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스텝 업무 분장을 할 때 자신은 없지만 내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만 배 담당을 하겠다고 자원했다. 백일출가 프로그램의 꽃 <만 배> 담당을 맡게 되어 걱정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획과 준비를 마쳤다.
내일은 드디어 백일출가를 지원한 행자님들이 격리 생활을 끝내고 만 배를 하는 날이다. 나는 오늘도 걱정되는 마음에 만배장(대강당)에 가서 만 배 셋팅을 점검했다. 만 배 할 때 방석의 간격이 적절한지, 정수기의 물 보충 양이 충분한지, 만 배 할 때 땀을 많이 흘려서 염분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죽염도 배치해 놓았다.
묵언으로 만 배를 시작하는 행자님들의 모습을 보며 엄마가 된 기분이다. 행자님들의 표정만으로 어디가 불편한지 살피게 되고, 공양 시간 때 밥을 너무 적게 먹지는 않은지 걱정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오늘을 되돌아보며 만 배하는 행자님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엄마처럼 살피며 걱정하는 내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내가 백일출가 때, 만 배 했던 날이 생각난다. 만 배 둘째 날 삼천 배를 넘길 무렵, 모든 것이 고통스러워 포기 할 생각에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내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난 후 정신을 차렸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관음정근 소리. 함께 한다. 같이 한다. 밀어 주고 끌어 주는 그 부드럽지만 우렁찬 관음정근과 목탁 소리에 나의 만 배는 깔딱 고개를 넘겼다. 포기 하지 않고 한배 한배 넘겼던 그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만 배 둘째 날, 한 행자님이 만 배를 하며 후들후들 떨려 하는 모습이 계속 신경 쓰인다. 내가 그때 만 배를 포기했다면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과 자유로운 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자님이 만 배를 꼭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올라왔다. 내가 만 배 할 때 내 뒤에서 관음정근으로 기도하셨던 분들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구나. 내가 그 입장이 되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해가 지고 한 사람씩 만 배장을 떠나 자러 가는데 한 행자님은 절 숫자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남아서 절을 했다. 얼마나 초조할까? 내가 만 배했던 그때 모습이 떠올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나는 행자님 옆에 방석을 두고 같이 절을 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이런 것이구나. 나는 내가 아니라 우리로 연계되어 있구나. 행자님이 곧 나고. 내가 곧 지금껏 나를 살게 해준 많은 인연들이구나.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눈물이 났다. 우리가 다 관세음보살이구나.'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들어오면서 문경 수련원에 생활하는 인원이 늘었다. 공양 준비도 기존보다 많이 해야 하고, 사용 할 이불과 요를 세탁하고 준비해야 한다. 법복도 개수에 맞춰 다려야 한다. 새 사람들이 오게 되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만 배 마지막 날. 오늘 아침 법사님께서 여는 모임 때, 말씀하신 것이 인상 깊다. “큰 마음을 내어 백일출가를 지원해 만 배를 하는 행자님들을 통해서 우리도 다시 새롭게 발심하는 계기를 만들어 봅시다.” 백일출가를 회향하고 상근 생활을 하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내 관점을 다시 잡고, 공부하는 마음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했다. 만 배를 하고 있는 행자님들이 혹시 너무 긴장해서 소화가 안 되지 않을까? 문경 수련원의 공양주 소임을 하면서 오늘 점심은 기름지지 않고, 속이 거북하지 않은 메뉴로 더 신중하게 정하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백일출가 전원 만 배 통과. 이번 행자님들은 내가 지은 밥 심으로 만 배를 전원 통과하지 않았을까? 백일출가 행자님들과 새 가족이 되어 함께 100일을 보낼 생각을 하니 설렌다.
문경 정토 수련원에서 상근 활동을 하는 법우님들의 일기를 잘 들었습니다. 백일출가 행자님들이 만 배를 해내기까지 보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한 만 배. 우리가 함께 해냄으로써 모두가 하나 되는 것을 느낍니다. 함께 가는 길이라서 더 없이 든든하고, 연기법을 체험 할 수 있어 따뜻했습니다.
글_이희영, 최병진, 유영근(문경공동체)
정리_이희영(문경공동체)
편집_권영숙(정토회 홈페이지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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