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연법당
민다나오에서의 아름다운 추억
김명숙·이화현 님의 민다나오 봉사 이야기

 

해운대정토회 개원초기에 함께 수행 정진했던 안병주 국장님이 계시는 필리핀 민다나오 JTS센터에 해운대정토회 소속 5명의 도반이 단기해외봉사를 떠났습니다이번 봉사는 2015년 12월 1912월 25일까지 이루어졌으며방문을 주도했던 대연법당 김명숙 님과 이화현 님의 봉사기록과 소감문을 전해드립니다.

나무 심기가 젤 쉬웠어요

_김명숙

 

1. 머나먼 민다나오(부산에서 민다나오까지)

일주일의 필리핀 민다나오 JTS센터 방문을 위해 다섯 일행은 18일 심야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태평하고 가벼운 마음이었다그러나 이후부터 고생 시작마음이 곧장 바닥으로 떨어졌다한 분의 여권의 성이 잘못되어 발권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그때부터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일을 수습했고겨우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는데 환승 터미널의 카운터로 갔더니 비행기 표가 없다고 했다말은 안 통하고 시간도 빠듯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극적으로 티켓을 구하여 카가양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자칫했으면 한 분은 마닐라 공항에서 국제미아가 될 뻔했다.

 

어둠이 내린 라귄딩간 공항에 내려 필리핀 JTS 안병주 국장님을 만났을 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공항에서 2시간 30분 걸려 센터에 도착했고큰 개들이 반겨주었다센터 강당에서 늦은 기도를 하며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부처님 고맙습니다.

 

2. 과실수 심기 울력

만여 평의 민다나오 센터 과수원 부지에 열대나무들을 심었다망고망고스틴라임나무 등 사십여 그루를 심었는데 사흘 오전 동안 최대한 매달렸다일 미터 쯤의 파여진 구덩이에 쌀겨닭똥화이트스톤 등을 흙과 적정한 비율로 섞어 퍼넣고어린 묘목을 심어 붕긋하게 흙을 다지는 작업을 했다.

 

낮 동안은 여름 날씨여서 흙 삽질 몇 번에 바로 땀이 나고 더웠다쉽지 않은 작업인데도 도반들은 영차영차’ 삽질 구령도 하며 열심히 심었다푸른 하늘엔 구름이 평화롭고 한쪽에 있는 바나나 나무 이파리는 늘어져 있었다.

일하며 땀 흘리는 작업이 우리를 강하게 하는 과정이었음을 며칠 뒤 알라원으로 가면서 알았다. “나무 심기가 젤 쉬웠어요” 하며 다들 웃었으니.


 

3. 해발 1800의 알라원

12월 24일에는 기도를 마치고 6시에 필리핀 JTS 사업장이 있는 알라원으로 출발했다전날 밤에 들었던 거머리가 숲에서 사람 냄새 맡고 나무에서 툭 떨어져 한국 사람만 문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해발 1800m의 알라원 가는 길은 고난의 대장정이었다울창한 삼림은 거의 밀림이었고 어둡고 축축하고 미끄러웠다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았고 좁다란 외길 한켠은 절벽이다잔뜩 긴장되어 균형을 못 잡고 계속 기우뚱휘청거리고미끄러지고 넘어졌다낭떠러지는 정말 겁이 났다거기에다 센터의 두 마리 개띠코이와 브라우니가 뒤에서 밀치며 지나갈 땐 놀라서 제풀에 엉덩방아를 연신 찧고거머리 생각은 하나도 안 났다덤불숲 헤치며 한걸음 내딛는 데 집중하였고미끄러져 추락할 것 같은 두려움은 내 업식의 한 부분이었다흔들다리 건너고 다시 낭떠러지 길을 지나 트여진 고원 비슷한 곳드디어 알라원에 도착했다.

 

낳은 지 며칠밖에 안 된 새까만 산양이 매애매애 울었다산막 같은 집들이 나무 둥치에 걸쳐져 있었고 노란 지붕의 JTS가 지은 학교가 보였다까만 눈동자의 아이들이 맨발로 또는 낡은 슬리퍼를 신고 근처 바위 위에 모였다알라원이 오지라서 학교를 지어 주어도아이들이 글자를 배우고 싶어도 교사를 구할 수 없어 교육청에서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학교가 폐교되어 있었다적막한 고원에서 가난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누가 누구를 도와줄 수 있나다만 아이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그런 이야기들을 도반들과 하였다크리스마스 선물로 집집이 옷가지와 라면을 나눠주었다웃는 것도 수줍게 웃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같이 기뻤다.


 

4. 다시 보고 싶은 민다나오

민다나오에 머무는 일주일은 정말 짧았다매일 꽉 짜인 하루를 보내며 아무 생각이 안 났다번뇌와 생각이 놓아져서 가벼웠다지금도 민다나오에서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고 있을 JTS 사무국 사람들의 헌신이 떠오른다무려 49개 학교를 세우고 지원하고 마을개발 사업까지 척척 해내는 만능 활동가들이지만 여전히 봉사 인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니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민다나오 JTS센터 도반이여반가웠다오티꼬이와 브라우니도 잘 있고빨리 다시 만나요!

 

해외 봉사미처 몰랐던 것들

_이화현

 

1. 해외 봉사막연하게 좋아보여서... 그런데 미처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민다나오에 도착했다가져가도 괜찮을까 내내 걱정했던 라면과 빨간 파란 속옷을 민다나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행자들이 재미있는 깜짝 선물로 반갑게 받아 줄 거라곤 미처 몰랐다그렇게 많은 나무를 우리가 심게 될지도그 일이 그처럼 힘든 일인지도 미처 몰랐다민다나오에서는 일상으로 더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소수의 인원으로 척척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고 놀라웠다무엇보다 이곳에는 상주하는 활동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2. 누가 걸림 없이 사는 것인가

알라원에 가져갈 옷을 챙기면서 계속 분별심이 올라왔다누군가가 틀림없이 좋은 마음으로 보내줬을 옷인데도 맘에 안 들었다이건 너무 헌 옷이다무슨 이런 옷이 다 있지앞으로 내가 보낼 때는 새 옷이나 새 옷에 준하는 옷들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근데 알라원 사람들은 괜찮아했다바꾸지도 않았다주는 대로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맞춰 입는 것이었다고마워하는 마음이 보였다아니주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보였다그들의 그 걸림 없는 마음이 고맙고 그런 그들이 경이로웠다.

 

그리고 선물을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많이 상한다우리 마음과는 달리 선물이 너무 약소한 것 같아 맘이 불편했는데막상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아이들 눈망울을 보니 더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게 속이 상했다그나마 안 국장님 도움으로 커피 건조대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시할 수 있어 다행이고알라원의 자랑인 하늘이 주신 커피라도 사 와서 맘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두고두고 속이 상할 일임엔 틀림없다그렇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선물꾸러미를 받아 품에 꼭 안은 채 마지막 나눌 때까지 절대 뒤적거려 보는 법이 없는 그들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그런 기다림과 공평함이 그들의 공동체를 평화롭게 유지하는 힘인 것 같았다앞으로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어떻게 변하든 어디서든 그들이 그들 지금의 삶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JTS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립이란 것을무조건 무한정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학교를 지어 출발하게 만들고 정부가 나서서 책임지고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득 희망이 보인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3.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는 JTS에 감동합니다

여기 이곳에 있는 식구들 모두 반겨주고 챙겨주고 받아들여 줘서 감사하다행여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는지공연히 별 도움도 못 되는데 번잡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모닥불이 있던 크리스마스이브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윷놀이도 감사하다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그리 오랜 세월든든하게 지원해주고그곳에서 흔들림 없이 잘 견디며 지키고 있는 도반들께 감사하다이렇게 온몸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감동적이다나는 그들처럼 살지 못하여 참 미안하다.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민다나오를 기억하며 그저 무엇이라도 따라 하고 싶다.


 

_김명숙이화현편집_김선옥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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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재

상근하고계시는 자원활동가들에게 무한 존경의마음 보냅니다♡

2016-02-20 11:27:19

지자재

상근하고계시는 자원활동가들에게 무한 존경의마음 보냅니다♡

2016-02-20 11:27:01

보리안

잘 읽었습니다. 해외봉사를 갈 수도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일으키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2016-02-18 22: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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