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해운대정토회 개원초기에 함께 수행 정진했던 안병주 국장님이 계시는 필리핀 민다나오 JTS센터에 해운대정토회 소속 5명의 도반이 단기해외봉사를 떠났습니다. 이번 봉사는 2015년 12월 19일∼12월 25일까지 이루어졌으며, 방문을 주도했던 대연법당 김명숙 님과 이화현 님의 봉사기록과 소감문을 전해드립니다.
나무 심기가 젤 쉬웠어요
글_김명숙
1. 머나먼 민다나오(부산에서 민다나오까지)
일주일의 필리핀 민다나오 JTS센터 방문을 위해 다섯 일행은 18일 심야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태평하고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후부터 고생 시작. 마음이 곧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분의 여권의 성이 잘못되어 발권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일을 수습했고, 겨우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는데 환승 터미널의 카운터로 갔더니 비행기 표가 없다고 했다. 말은 안 통하고 시간도 빠듯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티켓을 구하여 카가양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자칫했으면 한 분은 마닐라 공항에서 국제미아가 될 뻔했다.
어둠이 내린 라귄딩간 공항에 내려 필리핀 JTS 안병주 국장님을 만났을 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공항에서 2시간 30분 걸려 센터에 도착했고, 큰 개들이 반겨주었다. 센터 강당에서 늦은 기도를 하며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2. 과실수 심기 울력
만여 평의 민다나오 센터 과수원 부지에 열대나무들을 심었다. 망고, 망고스틴, 라임나무 등 사십여 그루를 심었는데 사흘 오전 동안 최대한 매달렸다. 일 미터 쯤의 파여진 구덩이에 쌀겨, 닭똥, 화이트스톤 등을 흙과 적정한 비율로 섞어 퍼넣고, 어린 묘목을 심어 붕긋하게 흙을 다지는 작업을 했다.
낮 동안은 여름 날씨여서 흙 삽질 몇 번에 바로 땀이 나고 더웠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도 도반들은 ‘영차영차’ 삽질 구령도 하며 열심히 심었다. 푸른 하늘엔 구름이 평화롭고 한쪽에 있는 바나나 나무 이파리는 늘어져 있었다.
일하며 땀 흘리는 작업이 우리를 강하게 하는 과정이었음을 며칠 뒤 알라원으로 가면서 알았다. “나무 심기가 젤 쉬웠어요” 하며 다들 웃었으니.
3. 해발 1800m의 알라원
12월 24일에는 기도를 마치고 6시에 필리핀 JTS 사업장이 있는 알라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밤에 들었던 ‘거머리가 숲에서 사람 냄새 맡고 나무에서 툭 떨어져 한국 사람만 문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 해발 1800m의 알라원 가는 길은 고난의 대장정이었다. 울창한 삼림은 거의 밀림이었고 어둡고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았고 좁다란 외길 한켠은 절벽이다. 잔뜩 긴장되어 균형을 못 잡고 계속 기우뚱, 휘청거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낭떠러지는 정말 겁이 났다. 거기에다 센터의 두 마리 개, 띠코이와 브라우니가 뒤에서 밀치며 지나갈 땐 놀라서 제풀에 엉덩방아를 연신 찧고, 거머리 생각은 하나도 안 났다. 덤불숲 헤치며 한걸음 내딛는 데 집중하였고, 미끄러져 추락할 것 같은 두려움은 내 업식의 한 부분이었다. 흔들다리 건너고 다시 낭떠러지 길을 지나 트여진 고원 비슷한 곳, 드디어 알라원에 도착했다.
낳은 지 며칠밖에 안 된 새까만 산양이 매애매애 울었다. 산막 같은 집들이 나무 둥치에 걸쳐져 있었고 노란 지붕의 JTS가 지은 학교가 보였다. 까만 눈동자의 아이들이 맨발로 또는 낡은 슬리퍼를 신고 근처 바위 위에 모였다. 알라원이 오지라서 학교를 지어 주어도,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고 싶어도 교사를 구할 수 없어 교육청에서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학교가 폐교되어 있었다. 적막한 고원에서 가난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누가 누구를 도와줄 수 있나, 다만 아이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그런 이야기들을 도반들과 하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집집이 옷가지와 라면을 나눠주었다. 웃는 것도 수줍게 웃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같이 기뻤다.
4. 다시 보고 싶은 민다나오
민다나오에 머무는 일주일은 정말 짧았다. 매일 꽉 짜인 하루를 보내며 아무 생각이 안 났다. 번뇌와 생각이 놓아져서 가벼웠다. 지금도 민다나오에서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고 있을 JTS 사무국 사람들의 헌신이 떠오른다. 무려 49개 학교를 세우고 지원하고 마을개발 사업까지 척척 해내는 만능 활동가들이지만 여전히 봉사 인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니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민다나오 JTS센터 도반이여, 반가웠다오. 티꼬이와 브라우니도 잘 있고. 빨리 다시 만나요!
해외 봉사, 미처 몰랐던 것들
글_이화현
1. 해외 봉사, 막연하게 좋아보여서... 그런데 미처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민다나오에 도착했다. 가져가도 괜찮을까 내내 걱정했던 라면과 빨간 파란 속옷을 민다나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행자들이 재미있는 깜짝 선물로 반갑게 받아 줄 거라곤 미처 몰랐다. 그렇게 많은 나무를 우리가 심게 될지도, 그 일이 그처럼 힘든 일인지도 미처 몰랐다. 민다나오에서는 일상으로 더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소수의 인원으로 척척,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고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상주하는 활동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2. 누가 걸림 없이 사는 것인가
알라원에 가져갈 옷을 챙기면서 계속 분별심이 올라왔다. 누군가가 틀림없이 좋은 마음으로 보내줬을 옷인데도 맘에 안 들었다. 이건 너무 헌 옷이다, 무슨 이런 옷이 다 있지, 앞으로 내가 보낼 때는 새 옷이나 새 옷에 준하는 옷들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알라원 사람들은 괜찮아했다. 바꾸지도 않았다. 주는 대로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맞춰 입는 것이었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보였다. 아니, 주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보였다. 그들의 그 걸림 없는 마음이 고맙고 그런 그들이 경이로웠다.
아, 그리고 선물을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많이 상한다. 우리 마음과는 달리 선물이 너무 약소한 것 같아 맘이 불편했는데, 막상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아이들 눈망울을 보니 더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게 속이 상했다. 그나마 안 국장님 도움으로 커피 건조대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시할 수 있어 다행이고, 알라원의 자랑인 하늘이 주신 커피라도 사 와서 맘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두고두고 속이 상할 일임엔 틀림없다. 그렇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선물꾸러미를 받아 품에 꼭 안은 채 마지막 나눌 때까지 절대 뒤적거려 보는 법이 없는 그들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그런 기다림과 공평함이 그들의 공동체를 평화롭게 유지하는 힘인 것 같았다. 앞으로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어떻게 변하든 어디서든 그들이 그들 지금의 삶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JTS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립’이란 것을, 무조건 무한정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학교를 지어 출발하게 만들고 정부가 나서서 책임지고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희망이 보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3.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는 JTS에 감동합니다
여기 이곳에 있는 식구들 모두 반겨주고 챙겨주고 받아들여 줘서 감사하다. 행여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는지, 공연히 별 도움도 못 되는데 번잡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모닥불이 있던 크리스마스이브, 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윷놀이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그리 오랜 세월,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그곳에서 흔들림 없이 잘 견디며 지키고 있는 도반들께 감사하다. 이렇게 온몸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감동적이다. 나는 그들처럼 살지 못하여 참 미안하다.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민다나오를 기억하며 그저 무엇이라도 따라 하고 싶다.
글_김명숙, 이화현/ 편집_김선옥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전체댓글 6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대연법당’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