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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니 너를 사랑하게 되더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 법당 당번 봉사를 하고 있는 윤선희 님
이 인터뷰는 자기 사랑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한 번도 자신을 자세히 보지 않았던, 사랑해 본 적도 없는, 자기 사랑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 시작하는 자기 사랑! 한 사람의 자기 사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지 그 사랑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인터뷰의 주인공 윤선희 님이 좋아하는 명심문입니다. 윤선희 님은 김포법당 자원활동팀 담당과 가을 불교대학 주간반 담당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법당에서 불리는 별명은 우렁 보살! 가만히 있는 듯한 윤선희 님이 지나간 자리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반듯반듯 정리되어 붙여진 별명이지요.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정토회를 알게 되었는지요?
“남편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전설 같은 선배가 있었는데 정토회 봉사를 하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정토회 스님이 하는 즉문즉설이라는 강연이 있는데 같이 가보겠느냐고 하더라고요. 따라나섰습니다.”
처음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데 막혔던 가슴이 뻥 뚫렸다고 합니다. 많은 대중 속의 한 사람이었기에 그냥 그렇게 스치는 인연인 줄 알았다고요. 강연이 너무 좋아 여러 번 강연을 찾아다녔지만 이렇게 인연이 될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네요.
“마음 편한 세상은 없을까? 이렇게 살다가는 죽지 않을까?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남편과의 사이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거든요. 절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절에 가면 좀 편안해질 것 같았습니다. 이왕 절에 갈 거면 여러 번 강연을 들은 법륜스님이 있는 절에 가자 싶어졌어요. 가장 가까운 정토회를 찾아 나섰습니다. 일산법당이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 바로 그날이 가을불교대학 접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정토회가 어떤 곳인지, 불교대학이 뭘 하는 곳인지 알지 못했지만 ‘마감’이라는 말에 얼른 접수부터 했습니다. 공부하는 것 묶이는 거 싫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하다 못하면 그만하자 싶어 가볍게 결정했고 김포에도 불교대학이 개설된다는 말에 김포에서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김포 1기 불교대생이 된 거지요.
법당이 없었어요. 남의 사무실을 빌려서 수업을 들었는데요, 여러 날을 빌릴 수 없어 하루를 길게 빌렸어요. 수업 듣고 바로 수행법회도 들었는데 그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좋았던 그 시절 마음에 새긴 화두? 가장 좋아하는 법문을 물었습니다.
“‘전도몽상’이요. 전 제 인생 불행의 씨앗이 남편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난 이렇게 알뜰살뜰 열심히 살고 있는데 한 번씩 경제 사고를 퍽퍽 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크게 한 방을 노리는 그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만 같더라고요. 말 한마디 눈빛 한 번 따뜻하게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한 번 화를 내면 한 달 동안 말을 안 했어요. 그 사이에 있는 아이들은 어땠겠어요? 휴~, 지금 열심히 돌이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화가 나도 한 시간이 안 가요.”
▲ 도반들과 열린강좌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맨 앞 윤선희 님)
벽 같게만 느껴졌던 남편과의 관계가 차츰차츰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나와 같았겠구나. 잘 살고 싶었겠구나. 혼자서 잘 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마누라, 자식, 번듯하게 살게 하고 싶어서 그랬겠구나. 그도 꿈이 있었겠구나.’라는 이해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편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요즈음은 남편을 두고 시비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절이 빚어낸 힘이 아닐까요? 윤선희 님은 절을 정말 잘하거든요. 1,000배를 해도 한 번도 쉬지 않고 묵묵히 해냅니다. 저 힘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외로워 외로워서 살았다고 전해라~
“하하하, 맞아요. 저는 절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거든요. 절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좋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복을 비는 것 같고 우상 숭배하는 것 같아 저하고는 맞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불교대학 과정 중 수행 맛보기를 하면서 절에 재미가 붙었어요. 어느 날 절을 하는데 울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아주 작게 몸을 말아 웅크리고 혼자 울고 있는데 외로움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더라고요. 다가가 자세히 보니 영락없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아, 내가 이렇게 외로워하고 있었구나. 아무도 내 심정을 몰라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마저도 나를 한 번도 바라봐 준 적이 없구나. 저게 나구나! 저게 나구나!’ 하면서 한참을 그 여자를 바라보다 안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가슴에 큰 돌덩이가 내려놓아 진 느낌이었습니다. 가볍고 산뜻해졌어요. 다음날부터 절하는 것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새벽 다섯 시가 기다려졌어요. 하나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하나하나 허물을 벗는 느낌? 자기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그 시간 이후로 저는 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독한 외로움이 윤선희 님을 살 수 있는 길로 안내한 것이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모습이 생생하다는 윤선희 님은 ‘싫어요’라는 말보다 ‘좋아요’라는 말이 많습니다. 자기 사랑의 힘이 이런 거구나가 피부로 다가왔습니다.
봉사는 어떠세요?
“처음엔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저는 무언가를 맡으면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히거든요. 봄불교대학 부담당부터 맡았는데 하다가 중간에 도망갔잖아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은 가을불교대학 담당을 하고 있어요. 하다 보니 혼자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싶어지니 점점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다 싶어진 거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좋아요.”
며칠 전 인도 순례도 다녀오셨죠? (사실 인터뷰한 이날은 인도에서 돌아온 지 3일째 되는 날, 아직 인도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 될 수도 있는 날이었습니다)
"네~ 몸이 약해 모두 걱정했는데 건강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감기약도 종류별로 들고 가고 핫 팩도 날짜별로 갖고 갔는데 거의 남아서 수자타아카데미에 보시하고 왔어요. 워낙 고생을 작정하고 떠나서인지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소감이요~? 직접 가봐야 알지요. 말로는 다 못합니다. 출가를 주기적으로 해야 되겠다고 소감을 대신 할게요~."
▲ 인도 성지순례 중 윤선희 님 (오른쪽 두 번째)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지금 행복하세요?
“네”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지셨나요?
“물론이죠”
자기 사랑 지수를 0부터 100으로 표현하면?
“90”
법 만나기 전에는?
“0”
부처님을 직접 만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면 무슨 말부터 하실래요?
“감사합니다.”
▲ 지도법사님과의 경전반 담당 가을나들이 (오른쪽 맨 끝이 윤선희 님)
이렇게 좋은 법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녀의 절절한 마음은 부처님을 향한 사랑 고백이었습니다. 리포터도 함께 두 손 모아 “감사합니다”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내 인생의 희망이 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전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잘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나서는 것을 싫어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랐던 외로운 시간들, 이제는 외롭지 않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미소가 따듯했습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이렇게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윤선희 님을 인터뷰 한 날은 폭설로 제주도에 발이 묶이고 법당 공양간의 수도마저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던 날이었습니다. 눈 그치니 집에 돌아가고 날 풀리니 물이 나오듯이 자기 사랑을 시작하니 때마다 봄임을 느꼈습니다. 윤선희 님의 깊은 가슴 속부터 퐁퐁 솟아나는 자기 사랑으로 김포법당은 봄 향기로 가득함을 전합니다.^^
글_유재숙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김포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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