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키따오따오 군과 산페르난도 군의 깊은 산골 원주민 마을에서 각각 빵아라이아얀 학교와 루하야란 학교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새벽 5시, 발렌시아를 출발해 첫 번째 일정인 빵아라이아얀 마을로 향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필리핀 JTS 사무국장 향훈 법사님이 오늘 준공식을 앞둔 빵아라이아얀 학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빵아라이아얀 마을은 작년 3월, 스님께서 직접 답사를 다녀온 곳입니다. 당시 군청에 기술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군수님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보시고 ‘학교를 함께 지어 보자.’고 약속하셨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예산 확보는 쉽지 않았지만, 교육청의 원주민 교육 담당자인 에드윈 씨가 주정부를 설득해 기술자 예산을 따냈고, 덕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강을 여러 번 건너야 했습니다. 그래서 자재 운반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만 4개월이 걸렸어요. 하지만 마을 주민 모두가 ‘우리가 직접 나르겠다.’며 나섰고, 강에서 자갈과 모래를 채취해 아이들이 옮기고, 벽돌도 손수 만들어 학교를 지었습니다. 담당 활동가도 ‘이 마을의 열정 덕분에 오히려 내가 힘을 얻었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곧 강을 건너게 되니, 샌들을 신으세요.”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버스 창밖으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1시간 30분 후, 넓은 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모두가 버스에서 내려 강가로 향했습니다.


강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뗏목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물살이 제법 거센 것 같아서 일부는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은 스님에게도 권유했습니다.
“스님도 뗏목을 타시는 게 좋겠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뗏목을 탈 나이는 아니에요. 팔십도 안 넘었는데, 걸어서 건너야죠.”

스님이 가장 앞장서서 성큼성큼 강을 건너며 깊이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생각보다 깊지 않네요.”
일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가고, 일부는 뗏목을 타고 건넜습니다.


큰 강을 무사히 건넌 일행은 젖은 바지와 신발을 그대로 신고, 이어지는 산길과 개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발을 닦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아홉 번 더 개울을 건너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에 빠질까 조심하지 않으니 물 속도 그대로 길이었습니다. 일행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마지막 개울을 건너는데 멀리서 둥둥둥 북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드디어 빵아라이아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전 7시 30분, 산과 강을 넘어 한 시간을 걸은 끝에 새로 지은 빵아라이아얀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전통 옷을 입은 학생들이 양옆으로 도열해 흥겹게 춤을 추며 방문단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욘 분딱!”
(좋은 아침입니다)


마을 전체가 들썩이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JTS 방문단도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에 맞춰 걸음을 옮겼습니다.

지난 번, 스님이 이 마을에 답사를 왔을 때 다투가 살아 있는 닭을 잡아 축복 의식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스님은 다투에게 다가가 웃으며 질문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닭은 잡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닭을 안 잡았지요?”
다투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미 모든 의식을 끝내 놓았습니다.”
스님은 함박 웃음을 짓는 다투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교실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접시마다 가득 담긴 바나나, 카사바, 고구마, 파파야, 구아바, 옥수수에는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군청 관계자들이 도착해 오전 8시에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학교 앞에서 JTS 방문단과 관계자들이 한 줄로 서서 리본 커팅과 제막식을 진행했습니다.
“원, 투, 쓰리!”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격이 가득했습니다.

이어서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산골 오지 마을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습니다.


먼저 교장 선생님이 JTS 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를 한 후 이어서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의 경과보고가 이어졌습니다.

"2024년 3월, 법륜스님이 처음 이곳 빵아라이아얀을 방문했을 때, 이 지역에 학교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교육부(DepEd)의 적극적인 협조로 부키드논 주 정부는 특별 예산을 편성해 이 학교 건립을 지원하였습니다. 2월에 첫 삽을 뜬 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짓기 위해선 두 개의 강을 열한 번이나 건너야 하고, 험난한 지형을 넘어야 했습니다. 여러 운반 방법을 시도했지만 난관은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공동체의 단합이었습니다. 교사, 학부모, 다투, 시티오 리더가 주민들을 잘 조직해 이끌었고, 늦은 밤에도 교사들이 자재 수령을 확인하고, 여성들도 자재 운반에 참여했습니다. 어르신들, 청년들, 오토바이 운전자들, 말을 탄 운반자들 모두가 모래, 자갈, 시멘트, 철근 등의 자재를 옮기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현장 관리자와 기술자들도 주말과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했습니다.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교실 3개, 화장실, 교사용 숙소를 포함한 한 개 동이 오늘 완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키드논 주는 기술 자문과 인력을 지원했고, JTS는 건축 자재와 운반 비용, 식비를 지원했습니다. 지방 자치 단체는 추가 운반 지원을 제공했으며, 교육부는 긴밀한 협조 속에 교사 추가 배정을 계획해 주었습니다."
자세한 경과보고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손과 마음으로 함께 지은 학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재국 대표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마을은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멋진 춤을 선보였습니다. 내빈들도 자리에 앉지 않고 모두 앞마당으로 나와 함께 서서 아이들을 응원하며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강가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통발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춤사위로 표현했습니다. 아이들의 수준 높은 공연에 JTS 방문단은 감탄과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다음 순서는 증서, 열쇠, 시계 전달식이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부키드논 주 교육감에게 증서를 전달했고, 스님의 영문 저서도 함께 선물했습니다.
“Thank you.”

이어서 박지나 JTS 대표가 부키드논 주 공립학교 학군 감독관에게 학교 열쇠를 전달했고, 노재국 대표가 교장 선생님께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는 마을 주민들의 표정에는 오래 기다린 꿈이 이루어진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2년 전 이 마을에 답사를 왔을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는데, 여러분은 그때 일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다투가 환영식을 한다며 닭 한 마리를 데려와 목을 자르려 했죠. 그때 제가 다투에게 닭을 살려 달라고 부탁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난 닭이 물고 온 것이 바로 이 학교입니다. (웃음)

그때 저는 ‘여기에 학교를 지으려면 자재를 옮기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과연 주민 여러분이 이 일을 해내실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한목소리로 ‘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셨죠. 오늘 와서 보니 정말로 해내셨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학교 건립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삶에서도 오늘처럼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이 학교가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JTS의 지원과 주민 여러분의 헌신이 있었고, 여기에 더해 이번 공사에서는 주 정부에서 기술자 경비 일부를 지원해 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교육청의 원주민 교육 담당관인 에드윈 님은 기술자 인건비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주 정부까지 찾아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예산을 받아 오셨다고 합니다. 에드윈 님께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스님은 에드윈 님을 무대 위로 불러내어 꽃목걸이를 걸어 주며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도 뜨거운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계속해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이런 일이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원주민 학교가 세워지는 과정에서도 에드윈 님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또한 이 학교가 완성되기까지 JTS 대표를 비롯한 많은 활동가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이 학교를 담당한 김가영 님은 무려 열 번이나 이곳을 오가며 공사 현장을 챙겼다고 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님은 김가영 님을 무대 위로 불러내어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도 뜨거운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 건립을 처음 논의하던 때부터 이 지역의 다투가 정말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오늘 이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분이 힘을 모아 주셨지만, 그중에서도 다투의 역할이 특히 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다투를 무대 위로 불러내어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도 뜨거운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학부모들과 교육청, 주 정부, 그리고 JTS까지 여러 사람이 협력해 이 학교를 세운 이유는 단 하나,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데 마음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좋은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셨죠? 이렇게 멋지게 아이들이 춤을 출 수 있게 된 이유는 아이들을 잘 이끌어 주시는 네 분의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선생님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선생님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도 이런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만약 교육받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그곳에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배움의 기회를 얻었기에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학부모님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농사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수업 시간만큼은 아이들을 꼭 학교에 보내 주세요. 그렇게 해 주실 거죠?”
“YES!”
“그런데 제 아버지는 ‘공부한다고 돈이 생기나, 밥이 생기나? 일하러 가라!’ 하시며 야단을 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하러 다니면서 공부는 몰래 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공부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여러분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히 도와주셔야 합니다. (웃음)
그리고 여기 임시 건물 두 채가 있는데요. 필리핀JTS 대표께서 조금 전에 저에게 이 건물들도 교실로 꾸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족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신앙, 전통 의복은 꼭 지켜 나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스님의 약속과 당부에 주민들 모두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이어서 부키드논 주 교육감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교육감은 원주민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열어 준 JTS와 법륜스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도착해서 네 분의 교사들과 함께 어떤 학년이 새 교실을 사용할지 상의했습니다. 처음에는 곧 졸업을 앞둔 6학년 아이들이 3개월만이라도 이 아름다운 교실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이가 어린 유치원생과 1·2학년도 새 교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학년마다 상황이 달라 조율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께서 다른 교실들도 모두 고쳐 주겠다고 약속해 주셔서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필리핀 부키드논 주 곳곳에 직접 찾아오셔서 올해만 해도 57개의 교실을 지어 주시고, 그동안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원주민 아이들을 위해 큰 도움을 주신 JTS와 법륜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리 때문에 아이들이 교육에서 뒤처질 때가 많았지만, 한국에서 바다를 건너 이 먼 곳까지 와 주신 여러분 덕분에 이제 그 거리조차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공립학교 학군 감독관, 도지사 비서, 동의회 의원, 면장이 차례로 나와 빵아라이아얀 마을에 새로 학교가 생긴 것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마을의 부족장인 다투가 앞으로 나와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다투는 기쁜 얼굴로 학교 앞마당을 오가며 열정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투의 열정적인 감사 인사에 JTS 방문단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다투의 인사를 끝으로 준공식을 마치고 다 함께 학교 앞마당으로 이동하여 기념 식수를 했습니다. 삽으로 나무를 심으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다 함께 기원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나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작은 과자를 받아든 아이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습니다.


손에 간식을 쥐고 학교 앞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Thank you, JTS! Thank you, 빵아라이아얀!”

이어서 다과 시간을 가졌습니다.

JTS 방문단은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스님에게 부키드논 주 교육감이 찾아와 한 가지 건의 사항을 말했습니다.

“내년이 되면 JTS 사업을 담당하는 활동가가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계속 학교를 지어야 하는데 JTS 활동가를 계속 배치해 주실 수 있는지요? 이제 현지어도 조금 할 줄 알아서 저희와 소통도 잘 하고 있거든요.”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제 영역이 아니에요. JTS는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JTS 활동가에게 당신의 도움이 계속 필요하다고 직접 요청해 보세요. 본인의 마음이 아직 흔들릴 수가 있으니 한번 붙잡아 보세요.” (웃음)
"Yes, I understand."
한편 부키드논 주에서도 오늘 준공식을 축하하며 학생들에게 책가방, 학용품, 우산, 도시락을 나눠 주었습니다.

스님은 다투에게 주민들 모두가 정말 수고했다고 격려의 말을 전한 후 학교를 나왔습니다.

오전 10시 10분에 빵아라이아얀 마을을 출발하여 다시 산과 강을 넘어 한 시간을 걸었습니다. 새벽에 한번 걸어봤던 길이라 발걸음이 더욱 가벼웠습니다.


스님은 신발에 물이 젖지 않도록 지팡이를 양손에 잡고 돌을 골라서 밟으며 요령껏 개울을 건넜습니다.
“이게 다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 가난한 시골에 태어나서 조기 교육을 잘 받은 덕분이에요.”(웃음)

스님은 큰 강에 도착하기까지 개울을 여덟 번 건너며 한 번도 물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발이 젖지 않은 게 아까워서라도, 마지막엔 뗏목을 타야겠어요.”
하지만 뗏목을 운행하는 마을 주민이 식사를 하러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결국 스님은 바지를 허리춤까지 걷어 올린 채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강을 건넜습니다.

스님의 뒤를 따라 JTS 방문단도 뗏목을 타지 않고 강을 유유히 건넜습니다. 물살이 거세지면 옆 사람의 손을 잡으며 중심을 잡았습니다.

“다 왔다!”
82세의 노구를 이끌고 강을 무사히 건넌 최말순 보살님이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모두가 강을 건너자 오전 11시가 되었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준공식 장소로 향했습니다. 포장된 도로를 1시간 30분 가량 달리자 비포장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버스가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모두가 버스에서 내려 트럭과 사륜구동 차로 갈아탔습니다. 덜컹거리는 길이 끝없이 이어지자 이원주 전 대표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소화가 저절로 되네요.”
저 멀리 낮은 언덕 위에 새로 지은 학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낮 12시에 JTS 방문단 모두가 루하야란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달고, 스피커를 설치하고, 바쁘게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학교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콘크리트로 평평한 바닥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나무로 교실을 정갈하게 지었습니다. 교실 옆에 화장실도 정갈하게 잘 지어져 있었습니다. 산골 오지 마을에는 교사들이 출퇴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쪽 편에 교사 숙소도 함께 지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넓은 들판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주위를 둘러보며 JTS 활동가인 제시 님에게 물었습니다.

“이렇게 넓은 들판이 있는데 왜 인구가 적고, 그동안 학교도 없었나요? 분쟁 지역이었나요?”
제시 님이 대답했습니다.
“이곳은 NPA(신인민해방군)가 활동하는 지역이라 분쟁 지역이라는 점도 하나의 원인입니다. 게다가 소수의 부농이 넓은 들판을 점점 차지하게 되면서 마음씨 착한 주민들은 저항하지 않고 산속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도 분쟁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학교 주변에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

교육청과 군청 관계자들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후 오후 1시가 되어 루하야란 초등학교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준공을 기념하며 리본 커팅식을 했습니다. 스님을 중심으로 한쪽으로는 한국 방문단이 서고, 다른 쪽으로는 교육청, 군청 관계자들이 섰습니다.
“원, 투, 쓰리!”


그리고 현판 앞으로 가서 제막식을 했습니다.
“원, 투, 쓰리!”

다음은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서 면장(바랑가이 캡틴)님이 JTS 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한 후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가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2024년 9월, JTS가 루하야란을 처음 방문했을 때 아이들과 교사들, 지역 의회 의원, 시티오 리더, 학부모 대표들이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임시 공간인 시티오 회관, 창고, 집 앞마당, 교회 앞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강한 결속력을 보여주며, 학교 건설에 힘을 보태겠다고 즉시 약속했습니다. 이 마을에 학교가 얼마나 절실했는지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교육부(DepEd)의 승인과 산페르난도 군청의 인력 지원 덕분에 2025년 2월 착공식을 거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군청은 중장비를 동원해 학교 부지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도 개설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유난히 많이 오고, 태풍도 잦아 자재를 실은 트럭이 강을 건너다 빠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공동체의 단합이었습니다. 교사들, 까가와드, 다투, 시티오 리더가 주민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했고, 늦은 밤에도 교사들이 자재 수령을 확인하며 발로 뛰었습니다. 어르신들, 청년들, 오토바이 운전자들까지 모두가 학교 부지까지 모래, 자갈, 시멘트, 철근을 나르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모두의 헌신 덕분에 4개 교실과 화장실, 교사용 숙소가 포함된 1개 동을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산페르난도 군은 기술 자문과 인력, 중장비를 지원했고, JTS는 건축 자재, 운반 비용, 식비를 제공했습니다. 교육부(DepEd)는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교사도 추가로 배정할 예정입니다."
노재국 대표가 루하야란 마을의 모든 교사와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아이들도 기뻐하며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루하야란 마을도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 모두가 전통 옷을 입고, 전통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의 춤사위에 JTS 방문단 모두가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다음은 증서 및 키, 시계 전달식을 했습니다. 스님이 군수님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가 키를 부키드논 주 부교육감에게 전달하고, 노재국 대표가 교장 선생님에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앞으로 나와 축사를 했습니다. 먼저 학교를 완공하기까지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도 전했습니다.

“오늘 이곳 루하야란 초등학교 준공식에 참석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 새 학교가 완공되어 기쁘시죠?”
“YES!”

“그동안 루하야란 초등학교는 임시 학교 형태로 운영되어 왔지만, 이제 이렇게 학교 건물이 잘 지어져서 공인된 학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준공식에서 아이들이 부족의 전통 춤을 신나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무척 기뻤습니다.
JTS는 아이들이 제때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1만 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의 유산을 배움을 통해 이어받을 때, 우리는 단순한 생물 종인 인간을 넘어 인류로서의 인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 사는 소수 아이들은 교육 기회를 얻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JTS는 단 한 명의 아이도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일흔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마땅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뜻에 공감해 군청에서도 관심을 기울여 전문 기술자를 파견해 함께 학교 건립을 해주셨습니다. 군수님, 면장님, 이장님, 그리고 마을 주민 여러분 등 학교 건축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물이 있어도 선생님이 없다면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오늘 교육청에서도 교육감님이 직접 준공식에 참여해 주시고, 좋은 선생님들을 파견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아이들의 전통 춤 공연을 잘 보셨죠?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선생님들의 세심한 지도 덕분입니다.

이제 학부모님들이 하셔야 할 일은 아이들을 꾸준히 학교에 보내는 것입니다. 집안일이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만큼은 꼭 학교에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아이들이 부족의 전통문화를 잊지 않고 춤과 노래, 의상 등 고유한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게 선생님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보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식 학교 교육의 장점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족의 정체성, 전통문화와 신앙이 소홀해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는 일에도 함께 유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루하야란 초등학교 건립에 힘써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 여러분과 학생들, 선생님들께도 학교 준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크게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이 자리로 들어가자 이어서 군수 비서실장이 앞으로 나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헌신 덕분에, 먼 거리를 걸어 학교에 다녀야 하던 아이들의 고통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부키드논 주 교육감이 답사를 했습니다. 교육감은 JTS 방문단과 함께 이번에 열리는 준공식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길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 지역은 자연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아름답습니다. 아이들, 교사들, 학부모님, 그리고 지역 공동체 모두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일은 모두의 일’이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두’ 안에는 저 먼 산과 구름을 넘어 이곳 필리핀까지 찾아와 함께해 주신 JTS 여러분도 포함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법륜스님께서는 어린 시절 교육을 받았기에 지금처럼 국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루하야란의 아이들도 이 학교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아 훗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게 되길 바랍니다.
교육부에서도 산간 지역에 더 많은 학교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먼 곳까지 와 주신 JTS 여러분의 수고를 생각하면, 우리의 어려움은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관대함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친절함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이 관대함과 연대의 정신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훗날 우리보다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이 학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이 지역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를 지어 주신 JTS와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공립학교 학군 감독관이 축사를 하고, 루하야란 마을의 부족장인 다투가 기쁜 마음을 표현하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 학교를 지어 주신 JTS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이런 교실이 생기기를 꿈꿨습니다. 지금은 노인이 되었지만, 그 꿈이 이렇게 현실이 되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이 닫는 인사를 하고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다 함께 학교 앞마당으로 이동하여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삽으로 나무를 심으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다 함께 기원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Thank you so much, JTS! 루하야란!"

이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 다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 바나나, 고구마, 카사바가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스님은 부키드논 주 교육감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일정을 함께 하느라 수고하셨어요. 내일 아침에 또 봅시다.”
오후 3시에 루하야란 학교를 출발하여 비포장 도로를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는 옛날 초창기 학교 건축 당시 경험했던 재미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습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드디어 포장도로가 나타났습니다. 모두가 버스로 갈아타자 향훈 법사님이 다음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지금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이동하면 숙소에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편히 쉬십시오.”

오후 5시에 발렌시아 숙소에 도착하여 개인 정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땀에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고, 저녁 6시에는 시내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오늘 준공식에 참여한 소감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 7시 30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수행법회가 있어 각자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저녁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한국과 소통하며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민다나오 방문 4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작년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돈카를로스 군에 세운 데겝뎁 학교 준공식을 하고, 오후에는 카딩일란 중앙 초등학교에 세운 장애 아동 특수 학교(SPED) 준공식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산과 강을 넘어온 자비, 아이들에게 열린 희망의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