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1.22. 김장 2일째
"화내놓고 그냥 의견이었다는 사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김장 2일째 날입니다.

밤새 배추를 눌러 놓았던 물통들을 내려놓고 비닐을 벗겨 내니 배추 1000포기가 소금에 절여져서 숨이 팍 죽어 있었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 30분부터 김장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해가 떠오르자, 봄날처럼 포근한 기운이 퍼졌습니다. 행자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밝은 얼굴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작업복과 고무장화를 신고 와서 배추를 씻는 일부터 함께 했습니다.


행자 몇 명이 전신 장화를 신고 대형 튜브 속으로 들어가서 배추를 건져 3단 나무 상자로 연결되는 미끄럼틀에 올려 두었습니다.

“배추 내려갑니다!”


배추가 미끄러져서 물에 퐁당 빠지면 양쪽에서 3단계로 배추를 깨끗이 씻었습니다. 이번 김장 울력에 함께 하고 있는 배우 한효주 님도 배추 씻기 팀에 합류하여 열심히 배추를 씻었습니다. 창고 안에는 깨끗이 씻은 배추가 빠른 속도로 차곡차곡 쌓여 나갔습니다. 경사진 파렛트 위에 쌓은 배추에서는 물기가 계속 빠져나왔습니다.


동시에 창고 한 켠에서는 배추김치 사이사이에 넣을 섞박지 무를 고르는 일을 했습니다. 어제 섞박지 무 썰기 작업을 모두 마쳤는데, 무를 직접 먹어 본 몇몇 사람들이 바람 든 무가 섞여 있어서 전부 골라내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었습니다. 결국 새벽에 시장에 가서 무 100개를 새로 사 왔습니다. 먼저 바람 든 무를 전부 골라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어서 새로 사 온 무를 씻고 다시 썰었습니다.

스님은 오전 내내 섞박지 무 만들기 팀에 합류하여 바람 든 무를 골라내고, 새로 무를 써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창고 한쪽에서는 양념팀이 김칫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큰 대야에 모든 양념을 넣고 갖가지 채소와 골고루 섞어 김칫소를 부지런히 만들었습니다.


오전 내내 배추 씻기에 집중한 결과 점심을 먹기 전에 모든 배추를 씻었습니다. 배추에 물기가 빠지기를 기다리며 먼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밥 먹고 쉬었다가 합시다.”

대중이 모두 식사하러 간 사이 스님은 마을 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의 속가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올해로 20주년이 되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침부터 최말순 보살님과 화광 법사님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스님의 속가 누님도 갖가지 반찬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마을 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마을 어르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재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함께 식사하려고 준비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고맙다. 진수성찬을 차렸네.”

스님은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 무 농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처음으로 무를 사 와서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태어나서 이렇게 가을에 비가 많이 온 걸 처음 경험해 봅니다. 다들 올해 농사 수확량이 어떻습니까?”

어르신들도 모두 농사가 제대로 안 되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가을비가 여름 장마처럼 왔어요. 여기도 한 달 보름 동안 비가 계속 왔습니다. 무 농사도 망했고, 배추 농사도 망했어요. 나락에도 싹이 나서 싸라기가 되고 그랬습니다. 다행히 벼 수확량이 많이 줄지는 않았어요.”

어르신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눈 후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저는 김장을 하다가 와서 다시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충분히 드시고 가세요.”

“스님, 감사합니데이.”

스님은 마을 회관을 나와 식사를 준비해 준 화광 법사님, 봉사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다시 김장을 하기 위해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대중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후부터는 김칫소를 배추에 넣고 버무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스님이 간단히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처음에 치댈 때는 연습이 좀 필요해요. 그래서 처음에 만든 것은 바로 선물로 포장하지 말고, 어느 정도 숙달이 된 다음에 만들어진 것들을 선물용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작년에는 처음에 만들어진 것들이 너무 솜씨가 없어서 선물용으로 사용하기에 좀 곤란했어요. 특히 너무 볼품없게 생긴 배추는 한쪽으로 빼주세요. 나중에 선물로 포장할 때 빈 공간에 끼워 넣으면 되거든요. 모양이 크고 예쁜 것을 우선적으로 버무려서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본격적으로 김치 공장을 가동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절인 배추의 밑동을 부지런히 자르고 다듬었습니다.



“배추 좀 가져다 주세요.”

몇몇은 다듬은 배추를 선반으로 계속 배달했습니다.

“양념이 다 떨어졌어요.”

몇몇은 양푼이에 김칫소를 가득 담아서 부지런히 배달했습니다. 치대기를 맡은 행자들은 배추에 김칫소를 이리저리 문질러서 배추 전체에 색이 들게 한 다음 배춧잎 사이사이 다시 김칫소를 채워 넣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김칫소가 떨어져 나오지 않도록 겉잎으로 감싸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점점 요령이 생겨서 김치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스님은 잘 만들어진 김치를 박스에 담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김치 가져다 주세요!”

“네, 여기 김치 갑니다.”

스님이 알림을 하면 행자들이 달려왔습니다.

“무 가져다주세요!”

“네, 여기 무 갑니다.”

배추의 뿌리 쪽이 서로 엇갈리게 하고, 자른 단면이 위를 보게끔 해서, 김칫소가 빠지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여 하나씩 담았습니다. 또 남은 무 조각을 썰어 김치 사이사이에 넣었습니다.

“이건 누가 한 거예요? 겉잎으로 제대로 감싸주지 않으니까 양념이 줄줄 세잖아요. 실명제로 할까요?” (웃음)

제대로 안 된 김치는 다시 선반으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이 김치를 빈틈없이 꽉 담으면 포장을 담당한 행자들이 박스를 옮겨 비닐을 묶고 뚜껑을 덮은 후 테이프로 봉했습니다. 김치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가 쑤시고 목이 뻐근해져 왔습니다. 잠깐 기지개를 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들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서 가슴을 펴고 손만 하늘 위로 한 번 올렸다가 내린 후 다시 작업을 이어 갔습니다.

해가 저물어 가자 창고 안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묘당 법사님이 곳곳에 조명을 설치해 주었습니다.


창고 안이 밝아지자 김치 공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스님이 큰 목소리로 알렸습니다.

“주한 외국 대사관에 선물로 보낼 김치를 포장해야 하는데, 각자 솜씨를 발휘해 보세요.”

스님의 말씀에 모두 정성을 다해 김치를 치대고, 겉잎으로 곱게 감싸 정갈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선물용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가는 가운데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다음에 다시 작업을 이어 가겠습니다.”

식사를 하며 잠시 몸을 녹인 후 저녁 6시 40분부터 다시 김치 만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야간 작업에 돌입하자 각자의 손놀림이 더욱더 빨라졌습니다.

“선물용 김치는 오늘 안에 작업을 모두 끝내겠습니다.”

농사팀장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김치 공장이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두 시간 동안 부지런히 작업한 끝에 선물용 김치 포장까지 모두 끝냈습니다.

이제 남은 양념과 배추를 잘 버무려서 통에 담아두는 일만 남았습니다. 나머지 일은 내일 하기로 하고, 스님이 대중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금산사 도영 큰스님이 입적하셔서, 원래 여러분 쉬는 시간에 잠시 조문을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김치 치대는 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것 같아 내일 오전에 조문을 다녀오려 합니다. 뒷정리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제가 없어도 괜찮겠지요?”

“예! 저희들이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무장갑과 장화를 벗어 두고, 간단하게 뒷정리를 한 후 모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 오전에는 모두 함께 뒷정리와 대청소를 진행하고, 그동안 스님은 금산사 조실 대영 큰스님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저녁에는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13일에 방송·영화·연극·예술인들의 모임인 '길벗'에서 주관한 법륜스님 초청 강연회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화내놓고 그냥 의견이었다는 사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공연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연출은 팀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기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꽤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버럭 성질을 내 놓고도 자신은 그냥 의견을 말한 것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그 사람의 화난 말투를 듣고 기분이 나빠진 상태가 됩니다. 그 사람은 그런 식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려 해도, 이미 상한 감정은 어떻게 해소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결국 본인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화를 내며 말하든, 말투가 거칠든, 그것을 보고 똑같이 화를 낸다면 오히려 내가 더 미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의 성향을 알지 못해 함께 흥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번 겪고 나면 그 사람의 말투와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거기에 맞춰 차분히 대응하면 됩니다.”

“제 고민은, 그분이 모든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만 유독 그런다는 점입니다. 저는 화를 내지 않으니 더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자가 직접 실험해 보면 됩니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만만하게 대하는 건가 싶으면 한 번은 세게 대응해 보세요. 그 반응을 보고 ‘앞으로는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하고, 너무 세게 나가서 팀 분위기가 깨질 것 같으면 부작용을 고려해 한 발 양보해 보는 겁니다. 이것은 비겁한 게 아니라 지혜로운 대응입니다. 상대에게 조금 굽혀서 상황이 원만히 해결된다면, 이는 비굴함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훈장을 주었다고 해서 꼭 비굴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국제 관계를 유연하게 풀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보기엔 억울하고 화나는 상황이어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문제를 넘기는 것이 실제로는 더 큰 이익일 수 있습니다.

남이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대응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참고만 산다면 비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에 더 유리한 방향을 선택해 강경책과 유화책을 조절한다면 그것은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외교도 똑같습니다.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적절히 힘을 쓰기도 하고, 선물이나 배려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질문자도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중에는 단순히 성격이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굳이 상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피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성향에 맞춰 관계를 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기계를 사용할 때도 그 원리에 맞게 사용하듯이 사람 역시 그 사람의 특성에 맞춰 대화해야 합니다. 인간관계에도 원리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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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정

고맙습니다.

2025-11-25 07:21:10

오정숙

스님 명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2025-11-25 07:07:43

정태식

“그건 결국 본인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화를 내며 말하든, 말투가 거칠든, 그것을 보고 똑같이 화를 낸다면 오히려 내가 더 **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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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라도 화를 내는 것은 ** 상태이니 나의 손해라는 것을 명심합니다.

2025-11-25 06: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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