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8.28. 북미서부 순회강연(6)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
“동물 학대 소식만 들으면 화가 납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서부 순회강연 중 마지막 강연이 오렌지 카운티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어제 라스베이거스에서 강연을 마치고 밤 9시 30분에 출발해 새벽 1시 30분에 LA의 이경택 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각자 숙소에서 새벽 수행과 명상을 했습니다. 8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늘 일정에 대해 간단히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전 11시에는 이승훈·고본화 님 부부가 숙소를 방문해 스님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은 인사를 나눈 후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선물했습니다. 3일간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 준 이경택·김명례 님 부부에게도 보드가야 대탑 부처님 사진과 함께 책을 선물했습니다. 3일간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 주신 이원심 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전하였습니다. 이승훈·고본화, 이경택·김명례, 이원심 님 모두 LA정토회에서 사무국장, 총무, 대표 등 주요 역할을 맡아 정토회가 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들입니다.

곧 미국JTS 대표 박지나 님도 숙소로 찾아왔습니다. 미국에 약 일주일 전에 도착해,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했습니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연말 한국 방문 일정과 앞으로 LA·오렌지 카운티 지역의 정토회관 및 수련원 마련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갔습니다. 현재 LA 지역의 한인들이 점점 오렌지 카운티로 이주하고 있으며, 이 지역만 해도 한국 기업들이 세운 현지 사무실이나 지사가 약 400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오렌지 카운티 북쪽의 플러턴과 남쪽의 어바인, 두 곳에서 강연을 따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눴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연말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끝나는 대로 밤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호주 시드니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모든 짐을 미리 정리하고 개인 정비를 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숙소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부디스트도어 글로벌(Buddhistdoor Global)의 창간 30주년 기념 행사에 사용할 법문을 촬영했습니다. 30주년 행사일에 스님은 자카르타에 있기 때문에 직접 행사에 참석하거나 생방송으로 법문을 할 수 없어 사전 녹화를 해서 영상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부디스트도어 글로벌 측에서는 ‘급변하는 AI 디지털 시대, 어떻게 불법을 전할 것인가’를 주제로 법문을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AI 디지털 시대에도 인간의 고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참된 자유와 평화의 길임을 강조하였습니다. 또 디지털 기술은 불법을 널리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며,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하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법이 스님이나 불교인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널리 전파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부디스트도어 글로벌의 30주년을 축하하고 격려의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오후 5시가 되어 강연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부에나 파크(Buena Park)에 위치한 더블 트리 호텔(DoubleTree by Hilton Buena Park)입니다. 매년 스님이 오렌지 카운티를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여 반갑게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을 마치자마자 스님이 공항으로 출발해야 해서 강연 시작 전에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안내 봉사를 하는 분들이 늦게 와서 따로 기념사진을 한 번 더 촬영했습니다. 모두 스님의 배려에 기뻐했습니다.

책 사인회도 강연 시작 전에 미리 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직전에 부에나 파크 시장이 방문하여 스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이렇게 교민들을 위해 매년 강연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은 한국 교민들이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강연장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교민들을 정성껏 맞이했습니다.

저녁 6시에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오자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23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즉문즉설은 어떤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강의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고민을 제기하면, 그 문제를 가지고 서로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즉문즉설입니다. 의문이나 고뇌를 함께 나누고 그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해결책 중에 제일 좋은 것이 뭘까요? 문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건 문제가 아니네.’ 하고 깨달으면 해결할 필요조차 없어집니다. 두 번째 좋은 방법은 문제의 원인을 규명해서 지혜롭게 해결하는 겁니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가 여러분이 ‘별일 아니네요.’라고 하면 그것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고,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하면 그것이 차선책입니다,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는 자리

그래서 이 자리는 ‘즉문즉답’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자꾸 즉문즉답이라 부르면서 ‘스님은 어떻게 그렇게 좋은 답을 주십니까?’ 그러는데 제가 답을 주는 것은 없어요, 단지 대화를 나누는 거죠. 해결책은 바로 본인이 찾는 거예요. 대화 중에 ‘별일 아니네요.’라든지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하면서 본인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거예요. 저는 다만 질문자와 대화를 하면서 잠시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하든 저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답을 주는 게 아니니까요. 이것이 바로 즉문즉설입니다. 그러면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누구부터 질문하실래요?”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먼저 대화를 나눈 후 이어서 현장에서 질문을 받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9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동물 학대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분노와 슬픔이 치밀어 오르고, 부모님의 죽음보다 강아지의 죽음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왔던 자신의 마음에 대해 스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동물 학대 소식만 들으면 화가 납니다

“뉴스나 주위에서 동물 학대 소식을 들으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집착에는 좋은 것에 대한 집착이 있고, 나쁜 것에 대한 집착도 있습니다. 마약에 집착하는 것은 나쁜 것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동물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거기에 집착되어 있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수많은 아이가 죽어 가는 일과, 개가 학대당하는 일을 비교했을 때 어디에 더 가슴 아파해야 할까요? 물론 동물 학대를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사람의 죽음보다 동물 학대에 더 크게 마음이 흔들린다면 보편적인 사고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질문자의 사고가 약간 편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함락되고 미군이 철수할 때, 아프가니스탄에 살던 외국인들이나 부유층이 애완동물을 포기하고 자기들만 비행기 타고 피신을 했어요. 그런데 유엔 기구 직원이나 NGO 활동가, 혹은 무슬림이 아닌 기독교인 등 많은 현지인이 항공편이 없어서 다 함께 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서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때 유럽의 한 동물 보호 단체가 비행기를 한 대 전세 내 가지고 그곳에 남아 있던 애완동물만 태워서 온 적이 있었습니다. 애완동물을 태워 오는 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버리고 애완동물만 태워 오는 게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사실은 애완동물에 너무 집착되어 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에요. 사람의 생사에 대해서는 별로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동물이 버려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너무 가슴 아파한 나머지 전세기를 내서 애완용 동물만 데리고 왔던 것입니다.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한쪽에만 지나치게 치우친, 집착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도 지금 애완동물에 집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1995년부터 북한에서 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1996년부터는 북한의 어린아이들이 국경을 넘어와서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구의 연길 시장에서 구걸을 많이 하고 다녔는데, 그들을 꽃제비라고 불렀습니다. 그때 저는 두만강변 조선족 마을에 식량, 옷, 약품 같은 것을 준비해 놓고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한테 나눠 주며 북한으로 돌려보내거나 또는 안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보호해 주는 일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성 구호 활동가 중에 한 분이 매일 울었어요. 중국 정부의 눈을 피해서 도울 수 있는 아이들은 20명밖에 안 되는데, 시장통에 있는 아이들은 100명이 넘었으니 그 아이들을 보면서 매일 울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활동가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울고 있는 게 구걸하는 아이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느냐? 우는 시간에 한국에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해서 모금을 하든지, 중국 정부에 가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를 하든지, 실제로 도움되는 일을 해야지 울기만 해서는 그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감정 낭비라고 합니다. 울고만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감정 낭비는 ‘집착’에서 오는 것입니다. 좋은 뜻이지만 거기에 집착되어 있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내 심리 상태가 집착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집착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어릴 때 내가 아끼던 강아지를 부모가 팔아 버렸다든지, 강제로 빼앗겼다든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것이 지금 되살아나서 생기는 하나의 현상일 수 있습니다. 간혹 사람이 죽는 것보다 개가 죽을 때 더 슬퍼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사람마다 집착하는 대상이 다른 데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오늘부터는 그런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감정의 뿌리를 가만히 지켜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러면 조금 진정이 될 겁니다.”

부모님보다 강아지 죽음이 더 슬펐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보다 제가 아끼는 강아지가 죽었을 때 훨씬 더 슬펐습니다. 제 나름대로 동물 보호 단체에 후원금을 보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동물 학대 장면을 보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너무 속상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먼저 간 강아지와 12년을 같이 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그 강아지로부터 제가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 애틋함이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자각을 하셔야 합니다.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후원금을 내거나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지, 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강아지가 학대를 당한 소식에는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지만, 어제 미네소타에서 총기 사고로 아이들이 죽었다는 소식에는 가슴이 덜 아프다면, 내가 한쪽에 집착되어 있다고 자각해야 합니다. 현재 질문자의 심리 상태는 연민의 정이 커서 생긴 감정이라기보다는 상처 입은 마음으로 인해 편향된 심리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마음은 안 아프면서도 동물 보호에 기꺼이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화를 내지 않고 있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참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비즈니스를 할 때 아이들 치료와 정신 건강 프로그램 중 현존하는 치료 중에서 어디에 중심을 두는 것이 좋을까요?

  • 이혼을 한 시크교인 전 남편이 아직도 저에게 집착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사랑하는 여동생과 딸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서 잘 대해 주었지만, 결국 손절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 스님 말씀을 듣고 ‘아하!’ 하고 깨달았지만, 곧 약효가 떨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지속시킬 수가 있을까요?

  • 불교가 어렵습니다. 불교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종교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느덧 저녁 8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강연을 마칠 무렵에 손을 든 분은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과 외동아들을 위해 미국에 남아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들을 두고 한국에 갈까요, 외로워도 미국에 남을까요?

“저는 한국에 가서 마지막 노후를 보내는 것이 바람인데요. 친정 식구들은 모두 한국에 있는데, 저 혼자 미국에 와서 30년 정도 살다 보니 친정 부모님을 자주 뵙지도 못하고 형제자매들과도 떨어져 지내서 외로움이 굉장히 큽니다. 시댁 식구들이 가까이에 있기는 하지만 친정 식구들과는 다르잖아요. 그동안은 아이를 키우면서 굉장히 바쁘게 살았는데, 아이가 독립하고 나서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아주 힘듭니다. 그래서 한국에 자주 가기는 하지만, 그 외로움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 같아요. 노년에는 한국에 나가서 살기 위해 역이민을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또 외동아들을 자주 못 보게 됩니다.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딜레마가 큽니다. 과연 아들을 위해서 외롭더라도 제가 미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들은 여기에 살게 두고 남편과 저만 한국에 가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한국에 가서 살고 싶지만 자녀가 여기에 살고 있어서 한국으로 갈 수도 없고, 또 여기에 머무르자니 외로움을 감당하기 어려워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자기 좋을 대로 하세요. 질문자가 미국에 살고 있으니까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한국에 있는 부모나 형제가 그리운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서 부모 형제를 매일 보고 살면, 이번에는 미국이 또 그립고 아들이 보고 싶어질 거예요. 제가 질문자가 좋을 대로 하라고 말한 것은 농담이 아니고, 어떤 선택을 해도 완전하게 해결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것이 저의 걱정입니다.”

“그것이 왜 걱정일까요? 어떻게 해도 해결이 안 된다는 말은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뒤집으면 어떻게 해도 괜찮다는 의미가 됩니다.”

“맞습니다. 미국에서 살면 매일 엄마도 보고 싶고 형제자매도 보고 싶었는데, 막상 한국에 가면 매일 아들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네. 당연히 그렇죠. 그것은 아들의 문제도 아니고, 부모의 문제도 아니고, 질문자의 유아적 심리 즉, 집착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성인이라면 부모나 자식을 안 보고도 혼자 조용히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의 심리는 부모에 대해서는 아직도 엄마를 찾는 유아의 심리 상태에 머물러 있고, 아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들을 어린아이처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에 대해서는 아들을 내가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부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랑을 더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어린아이의 심리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헤어짐에 대한 상처 치유가 되지 않았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엄마의 문제도 아니고, 아들의 문제도 아니며, 질문자의 심리가 집착에 얽매여 있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오히려 이것을 치유하려면,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봉사 단체 같은 곳에 나가서 나의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부모가 보고 싶은 것도, 자식이 보고 싶은 것도 나에게 별로 큰 영향을 안 주게 됩니다. 그래서 우선 미국에 집을 두고, 비행기 타는 비용이 좀 들더라도 한국에 자주 가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한국에 가면 좀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유아적 심리 상태를 치유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 미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잡아 두고 말이죠.

만약 6개월 정도 한국에 가서 살아 봤는데도 오히려 질문자의 유아적 심리 병이 더 커져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심해진다면, 그때는 한국에 정착해서 미국을 왔다 갔다가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어도 괜찮지만, 제일 좋기로는 지금 이대로 있으면서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한국에 가서 머무르는 시간도 늘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질문자와 같은 상황에서 우선 한국으로 가면, 엄마도 많이 돌볼 수 있고 사랑도 많이 받을 것 같고, 형제도 가끔 보고, 늘 좋기만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국에 가서 6개월만 지나면 형제간에 원수지간이 되기 딱 좋습니다.” (웃음)

“제가 해마다 한국에 가서 2개월씩 있다가 오는데요. 그때는 하루도 안 빼고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는 스타일입니다. 미국에서도 거의 매일 사람을 만나고 밖에 나가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제 기준에서 외국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에 한계가 있고, 또 대부분 직장을 다녀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보니까 환경적인 요인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한국으로 이사를 가지 말고 미국에 집을 두세요. 그리고 한국에 두세 달 다녀오되 1년 중 6개월 이상 머물지만 않으면 됩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시대에는 장기 체류 후에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웃음) 그 범위 안에서 한국에 가서 살아 보는 게 좋습니다. 짐을 다 싸서 한국으로 이사 갔다가 3년도 못 살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 사이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올라서 고생했던 사람들을 저는 많이 봤습니다. 그러니 미국에 집을 두고 한국에 가서 지내는 방식을 권합니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제가 언젠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도 힘들어지고 세상을 떠날 날이 올 텐데, 그때 한국에 있으면 마지막 순간에 자식이 옆에 없을까 봐 두렵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니까 과연 제가 한국으로 떠나는 것이 맞을지, 그냥 미국에 머무는 것이 나을지 계속 고민됩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미국에 집을 두고 한국에 가보는 방식으로 지내라고요.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요. (웃음) 제 말은, 미국에 집을 그대로 둔 채 한국에 가셔서 오래 지내시라는 겁니다. 살림을 이중으로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하게 돼요. 미국에서 30년을 사셨다면 한국에 가서 다시 정착하여 사는 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서로 싸워도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이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형제들은 사실상 남남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형제간의 우애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사실 각자 결혼해서 손자까지 둔 나이가 되면 그렇게 우애 있게 지내는 형제들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아주 드물게 있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형제들에게 실망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니 멀리 옛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보다는 내 남편과 내 자식이 있는 이곳이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을 마친 뒤 촬영 장비를 정리하는 동안 스님은 사인을 못 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책 사인회를 한 번 더 해주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SNS에서 강연 소식을 듣고 온 외국인도 있었는데,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효명 법사님이 간단히 통역해 주었습니다. 이분은 끝까지 강연을 듣고 스님과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여,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오렌지 카운티 강연을 총괄한 허정연 님에게 사인한 책을 선물했습니다.

1년 만에 스님을 다시 뵙는 자리여서 강연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프라인 강연이 재개된 것에 대해 반가움을 표현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찾아온 고본화 님, JTS대표 박지나 님, 그리고 샌디에이고에 거주 중인 골프선수 김인경 님도 강연장을 찾아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촬영 장비 정리가 끝나자 스님과 일행은 곧바로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저녁 퇴근 시간이라 다소 길이 막혔지만, 밤 9시 10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공항으로 들어가기 전에 3일간 운전을 하고, 숙소를 제공해 준 이경택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공항으로 들어가 출국 수속을 밟고 수하물을 부친 뒤 보안 검색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비교적 수월하게 검색대를 통과하였습니다.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하기 전에 해외 강연 전체를 총괄하면서 북미 서부 일정을 동행한 법해 법사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9월 25일에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여 26일부터 북미 동부와 워싱턴 D.C. 방문 일정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스님, 한 달 뒤 뉴욕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스님은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다가 시드니행 비행기에 탑승하여 밤 11시에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15시간을 비행하여 현지 시각으로 8월 30일 오전 7시에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여 오세아니아 일정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8

0/200

지명화

고맙습니다.

2025-09-01 09:58:10

차덕환

편향적 사고인지를 잘 살펴보겠습니다.

2025-09-01 09:45:45

보람

매일 스님 법문 만날 수 있어서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2025-09-01 09: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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