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5.7. 제20차 유엔 베삭의 날 기념행사 2일째
“발달 장애 아이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베트남에서 열린 제20차 유엔 베삭의 날 기념행사(The 20th United Nations Day of Vesak Celebrations 2025)에 참석한 후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오전 5시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짐을 싸서 6시에 버스에 올랐습니다. 베트남의 새벽 풍경을 지나 7시 30분에 호찌민 불교대학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8시, 하얀 승복, 노란 가사, 붉은 장삼까지 다양한 전통과 문화, 언어를 가진 스님들과 불교 지도자들이 강당에 모였습니다. 먼저,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라 ‘세계 평화를 위한 찬불’이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어서 각국에서 온 불교 지도자들이 축사를 했습니다. 인도에서 온 전 사회정의부 장관은 불평등과 차별로 고통받는 인도 사회에서 불교가 어떻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불교는 단지 종교가 아닙니다. 인간 존엄의 회복이며, 평화를 위한 혁명입니다.”

이어서 한국, 오스트리아, 인도네시아, 헝가리, 노르웨이,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 온 불교 지도자들이 단상에 올랐습니다.

각국 지도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같았습니다. 모두가 갈등과 위기의 시대 속에서 불교의 지혜가 어떤 해답이 될 수 있는지를 역설했습니다. 특히 교육과 명상의 힘, 인간 내면의 변화를 통한 사회적 전환 가능성이 여러 차례 강조되었습니다. 스님도 주최 측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단상에 오르지 않고 듣는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10시에 공식 행사가 끝나고, 스님은 베트남 불교승가회 대표 틱 티엔 논 큰스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스님은 무척 반가워하며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스님은 큰스님에게 선물을 드리고 불교대학 부총장 틱 낫 뚜 스님에게도 영어로 번역한 『혁명가 붓다』를 선물했습니다.

호찌민 정토회원들과 무대에 올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강당을 나오는데 수바르티 불교대학 고문 히로 님이 스님을 알아보고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인도에서 온 불교 유물을 전시해 놓은 불교 문화 전시관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히로 님과 인도 사회정의부 장관에게도 영어로 번역한 『혁명가 붓다』를 선물했습니다.

행사장 한편에는 참가자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호찌민 정토회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베트남에서 어떻게 수행하고 활동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주제별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세계 평화를 위한 내면의 평화 함양’, ‘마음 챙김을 통한 치유와 화해의 길’, ‘실천하는 자비: 인간 발전을 위한 불교적 책임’, ‘자비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 속의 마음 챙김’이라는 네 가지 주제 중 스님은 ‘세계 평화를 위한 내면의 평화 함양’이라는 주제를 선택해 들었습니다.

베트남 스님은 불교에서 흔히 잘못 번역되는 ‘비폭력(non-violence)’이라는 개념을 비판하며, 본래의 의미인 ‘해치지 않음(non-harming)’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내면의 평화는 생명에 대한 깊은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네팔에서 온 교수는 현대 사회의 위기인 전쟁, 기후 위기, 정신 질환 모두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하며, '마음을 깨끗이 닦지 않으면 세상도 맑아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타마 붓다의 자비 실천 사례를 소개하며, '살인자 앙굴리말라조차 사랑과 자비로 변화시킨 것이 붓다의 위대한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온 젊은 스님은 불교가 아직 뿌리내리지 않은 대륙에서 평화를 전파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폭력과 분열이 가득한 땅에서도, 정직과 자비, 정념이 있다면 그곳이 수행처가 됩니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내면의 평화 없이 외적인 평화는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다시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갔습니다.

세계 베삭 국제 기념 위원회 의장인 태국의 프라 브라마푼디트(Phra Brahmapundit) 스님이 있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번에 행사 준비하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차담을 나누고 오후 4시가 되어 문화 행사가 열리는 티스키홀로 이동했습니다.

퇴근길에 비가 오고 차가 막혀서 2시간이 걸려 6시가 넘어 티스키홀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본 행사에 앞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베트남 사람들이 무대에 등장해 북을 울렸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환영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저녁 8시가 되어, 세계 베삭 국제 기념 위원회 의장 프라 브라마푼디트 님의 인사말로 문화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어진 첫 공연에서는 호찌민 시립 교향악단의 깊이 있는 선율, 아라베스크 무용단의 유려한 몸짓, 가수 다오 마르크의 감미로운 음성이 어우러져 반야바라밀다의 지혜를 섬세하고도 웅장하게 펼쳐 보였습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공연에 빠져들었고, 스님도 조용히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곧 비행 시간이 다가와 첫 공연까지만 보고 조용히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밤 9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해 이틀간 함께 행사에 참가한 호찌민 정토회원들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7월에 봅시다.”

스님은 호찌민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친 뒤 밤 11시 45분에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81일째 날입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반야심경 4강 강의를 한 후 오후에는 경북 안동으로 이동하여 경북 지역 산불 피해 구호품 전달식을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저녁에는 불교사회대학 17강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어서 지난 2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발달 장애 아이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저는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이제 스물여섯 살이 되었고, 남자아이이다 보니 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저희가 받아주지 않으면 집안이 뒤집힐 정도로 큰 소란이 벌어지곤 합니다. 저희 부부도 이제 60대 중후반이다 보니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앞으로 이 아이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이는 결국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은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스물여섯까지도 잘 살아왔잖아요. 서른, 마흔이 되면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아들 걱정은 조금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본인 건강과 삶을 더 챙기셔야 합니다. 아이가 자기주장을 하며 집안을 부수려 할 때도 모든 걸 통제하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는 놓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걸 어떻게 그냥 놔둘 수가 있겠어요? 저희만 사는 게 아니라 위층, 아래층에 이웃들이 다 살고 있잖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실제로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적도 많아요.”

“그 정도로 피해가 커서 신고가 들어올 정도면 이제는 시설에 보내야죠.”

“그런데 시설에 보내기가 쉽지 않아요.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이긴 하지만 언어 능력은 발달하여 있어서 자기 의견을 또렷하게 말하거든요. 부모가 있는데 왜 내가 그런 곳에 가서 살아야 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상황이라면, 그걸 막으려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냥 두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지금은 장애인 보호 시설도 본인이 원해야 받아주는 구조이고, 국가에서도 시설을 점차 줄여가는 방향이라 억지로 보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꼭 억지로 보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심하게 난동을 부릴 때 병원에 입원시키고, 진정되면 다시 집에 데려오는 식으로 반복하며 살아가는 겁니다. 지금 아이는 환자인데도 부모가 정상적인 사람처럼 행동하길 기대하니 더 힘들어지는 거예요. 사실 이런 방식은 알코올 중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술에 취해 중독 상태가 되면 병원에 보내고, 한 달쯤 지나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러다 또 술을 마시면 다시 병원에 보내고, 그렇게 반복하면서 사는 겁니다. 그래도 병원에 있는 동안은 조용하니까, 그 틈에라도 자기 삶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를 둔 부모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져선 안 되잖아요. 이 상황을 고통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이인데 병원에 보내도 되나? 시설에 보내도 되나?’ 이런 생각은 이제 내려놓아야 해요. 아이가 처한 상태에 맞게 부모도 대응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너무 간섭하거나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 말고, 때로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층간 소음을 일으켜서 위층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면 병원에 보내면 됩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솔직하게 ‘지금 제어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하고 설명하면 됩니다.”

“경찰이 하는 말로는, 부모를 때리거나 집안을 부수는 정도가 되어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아이는 병원에 몇 번 다녀오면서 요령이 생긴 것 같아요. 이제는 예전처럼 물건을 부수거나 폭력을 쓰진 않고, 그냥 소리만 지르다가 금세 진정된 척을 해요. 겉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여전히 저희를 몰아붙이고 계속 닦달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딘가에 가야 하는데 아빠가 출근하려 하면 ‘출근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하고 고집을 부려요. 그런데 그냥 출근해 버리면 그때부터 집안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난리를 피우고 마당에서 뒹굴면 경찰에 신고하면 됩니다.”

“신고해도 경찰은 그저 왔다가 가는 게 전부예요. 저는 상황이 오면 단호하게 딱 끊을 수 있는데, 아빠는 그걸 잘 못해서 계속 아이한테 끌려 다니게 됩니다.”

“그건 아빠가 잘 못하는 대응 방식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아이가 때릴 듯한 기세를 보이면, 그냥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오게 만들고, 경찰이 개입해서 상황을 정리하게 하면 되죠. 이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지금 제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듯,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물론 그렇게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 상황을 매번 무겁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결국 나 자신이 지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고생만 하게 될 수도 있어요.”

“병원에 보내면 남편이 너무 마음 아파하고, 저도 솔직히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면 결국 지금처럼 계속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마음이 덜 아픈 방식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그 방법은 이 상황을 비극적인 문제로만 보지 말고, 그냥 내 삶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거예요. 그래야 나도 살 수 있고, 아이도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로 잘 아는 것 같지가 않네요. 제가 말하는 건, 이게 쉽다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어렵죠. 하지만 이것은 이미 내게 주어진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부모인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이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손해입니다. 그러니 힘들다는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이 상황 자체를 그냥 일상으로 받아들이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난동을 부리더라도 하루에 한 번 그러지 하루 종일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루에 한 번쯤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 정도는 일상으로 받아들이면 훨씬 편해집니다. 오히려 난동이 없으면 ‘오늘은 조용하네.’ 하고 가볍게 넘기면 돼요.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내 마음도 덜 힘들어집니다.

난동이 심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시 신고하면 됩니다. 매번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하는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맞아요.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밀려옵니다. 그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벌써 20년 넘게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마조마한 삶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사고는 내가 불안해한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에요. 어차피 일어날 거라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상황이 심하면 병원에 보내고, 보통이면 경찰을 부르고, 때릴 듯하면 바로 신고하세요. 진정되면 다시 데려오고, 또 사고가 나면 다시 보내고요. 이렇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아이도 익숙해지고, 부모도 훨씬 담담해질 수 있어요. 계속 불안에 눌려 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쪽이 훨씬 덜 힘듭니다. 그런데 아이는 한 달에 얼마나 자주 난동을 부리나요?”

“거의 이틀에 한 번꼴이에요.”

“그렇다면 ‘매일은 아니니 다행이다.’ 하고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태도입니다. 어차피 반복될 일이라면,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거든요.”

“아이가 공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현재 저희가 주택 가운데 층에 살고 있고, 위층과 아래층에 각각 세입자가 있습니다. 아이는 아파트처럼 구획이 뚜렷한 구조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지만, 우리집 구조상 가운데 층만 저희가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나머지는 세를 놓게 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노후 준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아요.”

“지금처럼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 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층간 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집 전체를 전세로 돌리고 조용한 단독 주택으로 옮겨서 아이가 난동을 부려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새로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게 어렵다면 지금 환경에 맞게 생활 방식을 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조건에 맞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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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수호자

스님 감사합니다.

2025-05-10 10:43:10

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감사합니다.()()()

2025-05-10 10:26:18

이미진

이틀에 한번씩 난동을 부리는 26세 아들을 둔 부모님도 행복할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모두 행복해지기를...오늘도 고맙습니다 🙏

2025-05-10 09: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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