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3.1 삼일절 106주년 기념 특별법회, 통일의병대회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 분노를 느낍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광복 80주년 맞이 3.1절 106주년 기념 특별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9시 30분에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기념사를 해주기로 한 종교인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2층 카페에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기념식 행사가 열리는 지하 대강당으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오늘 삼일절 특별법회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과거 선조들의 희생과 노고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기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마련되었습니다. 과거를 역사로 기억하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원동력으로 삼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평화를 위해 행동한다는 의미를 담아 '그날의 외침, 나의 몸짓이 되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10시 정각에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며 대한독립의 큰 뜻을 선언했던 선열들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다음은 3.1 운동을 기념하며 서울제주지부 회원들이 노래극을 만들어서 보여주었습니다. 극의 제목은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한다”입니다.

2025년 MZ세대 젊은이가 과거로 돌아가 1919년 3.1 독립운동을 경험하고 현재로 돌아와 과거의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여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탑골공원에는 수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이 모여있다.

“여러분! 지금 민족 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헌병대로 끌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자, 우리도 독립선언서를 함께 낭독합시다.”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든다. 모두에게 태극기를 나누어준다.

“여러분 이제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칩시다. 두 발을 힘차게 땅에 딛고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일체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외칩시다. 모두 일어나서 함께 외칩시다. 대한독립만세!”

배우들이 공연 속에서 만세삼창을 외치자 청중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이어서 독립선언문 낭독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중략)

공약 3장

하나.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하나.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

하나.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나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단기 4252년 3월 1일 조선민족대표
손병희 길선주 이필주 백용성 김완규 김병조 김창준 권동진 권병덕 나용환 나인협 양전백 양한묵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훈 이종일 임예환 박준승 박희도 박동완 신홍식 신석구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최성모 최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

그날의 함성이 다시 울려 퍼지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위 배우들과 무대 아래 청중들이 3.1절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 ♬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은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과거 선조들의 조국의 독립을 위한 희생 위에 이루어진 것임을 상기할 수 있는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이어서 3.1 운동 106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축사를 청해 들었습니다. 먼저 천도교 전 교령이셨고,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하신 박남수 교령님이 기념축사를 했습니다.

“올해는 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1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때 우리 선조들은 나라를 빼앗긴 그 시점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깊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삼일절 아침에 선열들이 왜 독립운동을 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줄 때가 많습니다. 어려운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선진국 대열에서 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대에 목숨을 바쳐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를 지금 우리가 무슨 권리로 이렇게까지 파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삼일절 기념식을 계기로 여러분 모두가 민족대표가 되고, 애국지사가 되어서 새로운 역사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대한성공회 주교이신 박경조 주교님의 기념축사를 들었습니다.

“오늘 이곳에 와서 삼일절 노래를 부르고 단막극을 보니 마음이 울컥해지고,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종교가 다르지만 제가 해마다 다른 일을 제치고 정토회에서 주최하는 3.1 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3.1 운동의 정신을 재연하는 작은 나의 몸짓이 그 당시의 정신을 이어가는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전쟁을 반대하고, 정토회가 지향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제 평생 세 번째로 계엄을 경험했습니다. 계엄 문제가 여러 곳에서 논의될 때 나이 든 성직자들이 모여서 ‘대통령이 탱크 부대를 끌고 나오면 우리가 탱크 밑에 드러눕자. 이제 우리는 살 만큼 살았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탱크 부대가 동원되지 않아 제가 그 밑에 드러눕지는 못했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제 마음에 살아있습니다. 평화재단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 시대에 3.1 운동의 정신을 구현하는 길은 이와 같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함께 힘을 모아 남북이 통일되는 날이 와야 모든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함께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여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정토회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어린이 합창단은 정토회 부모법회 회원들의 자녀들로 매년 정토회 행사에서 노래 공연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정토회 청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무대 배경에는 어린이들이 정성껏 그린 그림들이 펼쳐졌습니다.


정성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미래세대의 희망과 평화에 대한 소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함께 소망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경동교회 원로 목사인 박종화 목사님이 기념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식민지와 억압의 역사는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고통받던 나라가 빠르게 성장하여 가난에서 벗어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 유일무이한 사례입니다. 물론 지금 정치인들이 나라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지만, 혼란의 시기는 곧 지나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도약을 해야 합니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하는 명언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정토’는 기독교로 표현하자면 ‘하나님 나라’, ‘천국’을 의미합니다. 정토 세상에 사는 사람은 내일 지구가 망해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결단을 내린 사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께 사과나무를 심을 게 아니라 평화의 나무를 심자는 부탁을 드립니다. 정토 에덴동산에 아름다운 평화의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앞으로 백 년 뒤에는 엄청난 평화의 동산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원불교 교무이신 김대선 교무님이 기념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원불교는 종교적 연대를 넘어 인류의 공동선인 평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 지도자들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가의 신인도가 추락하고 갈등이 고조되어 국민 모두가 고통받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망국적 행위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국민들이 태극기를 게양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태극기가 보수 세력의 상징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갈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빨리 갈등과 분열을 넘어 상생과 화합의 국민 대통합을 기원합니다. 3.1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선열들의 정신을 바탕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은 용성조사님이 직접 작사하신 온겨레의 노래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겨레의 힘찬 기운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어서 참석한 대중 모두가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삼일절 기념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갈수록 심해지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3.1 운동 정신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한 3.1 독립운동 10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3.1 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삼을 수 있겠습니까? 연합국에 의해서 일본 제국주의가 패망했고, 미국과 소련에 의해 민족이 분단되었으며, 그들의 영향 아래 양쪽에 각각의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주독립국을 선언했으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떳떳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5천 년 역사의 찬란한 문명을 이룩해 온 한민족

해방 이후 미군정을 거치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주독립국의 형태를 갖추는 것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은 결코 한 번에 이루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4.19 혁명, 5.18 광주항쟁, 6월 항쟁, 촛불항쟁 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끝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이르게 됐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도 단순히 외자를 유치하고 외국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신라시대의 불국사와 석굴암, 고려시대의 팔만대장경과 금속 활자, 조선시대의 한글과 거북선 등 찬란한 문명과 독창적인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렇듯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창의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할 수 있었고, 단순한 모방을 넘어 신기술 개발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5천 년 역사와 찬란한 문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앞서 목사님께서 우리나라가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국가 중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곧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식민지 지배를 받지 말았어야 할 나라였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제의 폭압뿐만 아니라,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왕과 사대부들이 백성을 돌보기보다 착취하는 데만 몰두하며 나라를 이끌어갈 역할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국력은 약해졌고 결국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많은 저항이 있었지만, 대규모 저항으로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지배층의 악행이 백성들의 저항 의지를 꺾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라를 빼앗긴 을사늑약 이후 15년이 흐르면서 외세의 억압이 더욱 심해지자 국민들은 더욱 큰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강제 병합이 이루어진 지 10년 만에 3.1 운동이라는 거사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워할 만큼 경제성장, 민주주의, 한류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선조들이 이루고자 했던 염원 중 여전히 이루지 못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빼앗긴 나라는 되찾았지만,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올해는 광복 80년이기도 하지만 분단 8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끝난 지 72년이 지났는데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 상태를 종식하지 못하고 정전 상태에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불안 요인입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코리아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반도는 남북이 서로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무기를 겨냥하고 있는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 불안 요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안정과 성장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적대와 분열 속에 놓여있는 대한민국

그런데 문제는 남북 관계만 적대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북 간 갈등은 남한 내부에서도 정치적 대립의 원인이 되어서 두 정파가 나뉘어 끊임없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거의 내전 상태라고 할 만큼 극단적인 적대와 분열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선결 과제이며, 나아가서는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선조들도 해결 못한 마지막 민족적 과제를 우리가 해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류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 민족이 세계사와 인류 발전에 본격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럴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힘을 모아 협력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인류의 평화와 공영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원(願)을 세워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3.1 운동 106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자존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미진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성찰하고 이를 완성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더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고, 후손들도 긍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정세는 절대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도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 직면한 남북 관계와 국내 갈등도 지혜롭게 풀어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의 시대, 3.1 운동 정신이 더욱 필요한 이유

지금 세계 정세를 살펴보면, 두 가지 큰 변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 인류가 대응해야 할 기후위기이며, 다른 하나는 미·중 패권 경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우리를 억압했던 일본과도 과거사를 뛰어넘어 현실적으로 협력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일본과도 협력을 해야 하는데 같은 민족인 북한과의 협력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속 좁은 사고방식이에요. 그런데 하물며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사상을 왜 포용하지 못하겠습니까? 이는 북한과의 협력을 배제하는 것보다 더 편협한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입니다. 개인의 사상, 이념, 믿음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예요. 그래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특정한 가치가 옳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믿음과 생각, 이해관계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율해 나가는 것입니다. 무조건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여기는 태도는 분열을 지속시킬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북한이나 일본과도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관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주장이 옳다고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조율 과정이 우리 선조들이 3.1 운동을 일으켰던 큰 뜻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100년 전 민족 독립이라는 큰 대의를 위해 협력한 종교인들

3.1 운동 당시에도 종교마다 다른 입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각 종교는 당면한 과제들을 뒤로 미루고 동학혁명 정신을 계승한 천도교를 중심으로 민족 독립이라는 큰 대의를 위해 협력했습니다. 바로 그 연대 덕분에 3·1 독립운동이 진정한 민족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보다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친미냐 반미냐, 친일이냐 반일이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하는 대립과 갈등이 심해질수록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3.1 운동의 정신을 가슴속에 새겼으면 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가슴에 새기며 사홍서원으로 삼일절 기념 특별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모시고 지하 식당으로 이동하여 함께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점점 고조되는 국론 분열을 언급하며 깊은 우려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으로 이동하여 종교인 분들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종교인 분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과 이어서 진행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시국이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현상에 대해 모두가 우려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하면 지금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올바른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지 몇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지금 사회 원로 분들이 많이 찾아와서 혼란스러운 시국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며칠 째 여러 원로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어렵긴 하지만 해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께 사과를 하고 스스로 사임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느냐 기각되느냐 하는 논란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혼란을 일부 잠재울 수가 있으리라 봅니다. 둘째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헌법 개정을 하는 겁니다. 지난 38여 년간 8명의 대통령이 불행을 겪은 이유는 개인의 자질 부족보다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비대한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대통령 권한의 일부를 내각에 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통령은 외치를 중심으로 책임을 지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총리를 선출하여 내각을 구성하도록 하고 내치는 총리와 장관들이 책임지도록 하는 거죠. 나머지 헌법 개정은 대선 이후에 해도 되니까요. 양쪽이 이런 결단을 내려주면 사회 혼란이 많이 가라앉지 않겠나 싶습니다.”

종교인 분들도 각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활발한 토론이 오갔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종교인 모임도 모두 사회 원로들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를 선택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첫째, 본인이 그런 의향이 없어 보이고, 둘째, 이미 헌법재판소의 심의가 종결되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스님이 사회 원로 분들과 모임을 더 가져본 후 다시 회의를 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기념 축사를 해준 종교인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스님은 통일의병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토회관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 제17차 통일의병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통일의병 입문 과정을 마친 예비 통일의병 150여 명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고, 선배 통일의병들이 유튜브로 접속한 가운데 수행문을 함께 낭독하며 통일의병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은 통일의병을 만든 취지가 무엇인지 이야기한 후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룬 교훈에서 오늘날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예비 통일의병들은 전법활동가 교육을 수료하고 통일의병이 되기 위해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해 다섯 번에 걸쳐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학습 과정에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개 되고 있는 상황을 보며 분노를 느끼게 된다며, 과연 분노 없이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는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 분노를 느낍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할 때의 원동력이 두려움이나 분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이 임박하면 나쁜 점수를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부하고, 인사 평가나 계약을 앞두고 두려움을 동력 삼아 전력을 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통령의 탄핵 찬반 상황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른 쪽에 대한 분노가 집회에 나가게 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두려움과 분노를 동력 삼아 행동하면 일이 끝난 후 소진되어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상황이 여유롭고 편안하면 오히려 방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노 없이 실천하고 행동하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면 과연 어떤 힘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분노나 두려움이 아닌 것을 원동력 삼아 지속적으로 행동할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어떤 힘을 원동력으로 삼아 활동하면 좋을까요?”

“수행자는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이는 연민과 사랑을 바탕으로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연기(緣起)를 보면, 무인도에 고립되어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무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원망과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쉬운 상황이지요. 그런데 관세음보살님은 이렇게 생각하셨습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처럼 도움을 청하며 부르짖고 있지만, 아무 응답도 없고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아픔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누군가가 오늘 나처럼 고통 속에서 구원을 요청할 때 나는 반드시 응답하리라. 누가, 어디서, 어떤 때에 나를 불러도 나는 그것을 다 보고, 다 듣고, 다 구제하리라.’

이처럼 관세음보살님에게 원동력이 된 감정은 한(恨)이 아니라 연민과 사랑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상황을 보면서 많은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노를 동력으로 삼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행동을 합니다. 반면,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원인을 야당에서 찾으면서 ‘야당이 의회에서 계속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합니다. 여당은 야당에 대해 분노하며 ‘재판받고 있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각자의 분노가 서로 충돌하고 있고, 상대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물론 분노는 우리가 행동하는 데 강한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노는 순간적으로 큰 힘을 모아주지만, 지속하기가 어렵고, 때에 따라 폭력적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분노에 기대어 복수에 성공하고 한(恨)을 풀게 되더라도 그 에너지는 수명이 짧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분노가 사그라지면서 동력도 자연스럽게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복수에 실패하면 행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스스로 지쳐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쉽게 포기하게 되고, 그로 인한 깊은 패배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해서 무작정 나쁘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참 불쌍하다. 어떻게 저렇게 어리석어서 스스로를 해치고, 주변까지 해치는 행동을 할까? 저 사람을 깨우쳐서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죄를 덜 짓지 않을까? 그래야 그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덜 망가지도록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분노하기보다는 어리석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탄핵 인용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지만, 대통령 본인은 여전히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잖아요. 이 상태에서 탄핵이 인용되는 결정이 나면, 대통령과 여당이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며 탄핵 인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겁니다. 그러면 또다시 많은 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그러니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론 분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사임 후에는 누구든지 법 앞에 평등하므로 형사재판을 받으면 됩니다. 나중에 특별사면 대상이 될 때도 대통령 스스로 사임했다는 점이 참작되어 국민의 저항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입니다. 어차피 물러나게 된다면, 국가와 본인에게 피해를 덜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혹시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는 요행을 바랐다가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스스로 물러나 국가와 국민의 혼란을 줄이고, 본인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덜 혼란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반드시 분노가 일어나야 행동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접근하면, 분노 없이도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감정적으로 지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것이 훨씬 쉬워집니다.

자비심은 부처님이 강조하셨던 보살의 첫 번째 원력입니다. 대비(大悲)는 보살의 10가지 원(願) 중에서도 첫 번째에 나오는 겁니다. 단순한 사랑의 감정을 뛰어넘은 비심(悲心)을 말하는 겁니다. 상대를 불쌍히 여기고 그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마음, 이것이 보살이 가져야 할 원(願)의 출발점입니다.

오늘 삼일절을 맞아 3·1 독립선언서를 다시 살펴보면, 독립운동의 이유가 단순히 일본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이 자주국이며, 조선인이 자주 국민임을 선언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습니다. 그것처럼 우리가 행동하는 이유 역시 반드시 분노일 필요가 없습니다.”

“네,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궁금함을 모두 해소한 후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신규 통일의병을 대표해서 한 분에게 스님이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위 정토행자는 정토회 통일의병 입문 과정을 이수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통일의 주역으로서 통일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였기에 통일의병으로 임명합니다.”

이어서 신규 통일의병 전체에게 스님이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선배 통일의병들이 큰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신규 통일의병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국가적인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백성들이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들은 전쟁에 나갈 의무가 없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내걸고 옷과 식량을 마련하며 무기를 준비했습니다.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서툴렀지만, 오직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외적의 침략에 맞서 싸웠고, 무수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의병’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합니다.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겠습니다

우리는 그 의병 정신을 이어받아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지키는 ‘평화의병’이 되겠습니다. 또한 분단 80년이 된 한반도를 다시 하나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염원을 품고 통일을 이루는 ‘통일의병’이 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통일의병 158명은 큰 원(願)을 세우고 이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불보살님들께서는 이들의 거룩한 염원을 헤아려 주십시오. 이들이 건강하여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이웃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온전히 힘을 다하는 의병이 되게 하소서.

오늘은 3·1 운동 10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했던 그 염원을 이어받아, 남은 과제인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어 나라와 민족이 웅비(雄飛)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통을 덜어주고 희망을 주는 나라가 되어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인류사에서 우뚝 설 수 있게 하겠습니다.”

다음은 통일의병 모두의 의지를 모아 통일의병 서약문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하나.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둘. 우리는 미래 100년을 결정하는 통일시대를 연다.
셋. 우리는 주변국과 상생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발원문을 낭독하고, 통일에 대한 마음을 모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통일의병대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신규 통일의병들은 그룹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실내에서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14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일요 명상수련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전법행자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입재법문과 회향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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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야당 대표한테 5분만에 꼽당하셨는데 계엄에 대해 숲은.전혀 모르고 말씀하시네요

넓게 세상을 보시길 바립니다

2025-03-04 18:45:16

김숙경

_()_

2025-03-04 15:56:03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3-04 15: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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