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02.13. 부탄 파로 ▶ 인도 델리 이동, 재인도한인회 임원진들과 만남
“이혼 후 엄마에게 간 아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답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인도 델리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한 후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행자님은 처음 부탄에 왔으니 탁상사원을 멀리에서라도 봐야지요.”

스님은 부탄에 처음 온 행자님을 위해 공항 근처에 있는 탁상사원으로 안내했습니다. 탁상사원까지 올라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오늘은 산 아래에서 멀리 올려다보고 참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 하나라는 키추사원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키추 라캉(Kyichu Lhakhang)은 파로(Paro) 지역에 위치한 부탄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성한 불교 사원 중 하나입니다. 7세기경 티베트의 송첸 감포(Songtsen Gampo) 왕이 건립한 사원인데, 전설에 따르면 불법의 전파를 막으려고 하는 강력한 여성 요괴(demoness)가 티베트와 히말라야 지역에 걸쳐 누워 있었는데 송첸 감포 왕이 이 요괴를 제압하기 위해 티베트, 부탄, 네팔 전역에 108개의 사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키추 라캉은 그중 하나라고 합니다.

스님 일행은 키추라캉을 둘러본 후 파로 공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공항에서 일행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출국 수속을 밟고 11시 5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을 날아 오후 2시 30분에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도 델리 공항에는 보광 법사님이 마중을 나와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숙소로 이동하여 잠시 휴식을 한 후 오후 5시에 델리에 거주하는 한인회 임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한인회 임원진이 모여서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이번에 새로 소임을 맡게 된 회장을 비롯하여 한인회 임원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소개를 받고 한국에서 온 일행을 소개했습니다.

한인회 회원 중에는 교회 집사가 계셨습니다. 식사가 준비되자 스님이 집사님에게 기도를 청했습니다.

“아멘!”

스님과 임원진은 기도를 마치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스님은 식사를 하면서 한인회 임원들에게 부탄 답사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임원들도 인도에서 사는 이야기와 한인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한인회 임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식사를 대접해 주신 분들께 보드가야에서 가져온 염주를 선물했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덧 밤 9시 2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정비를 하고 원고를 교정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진달대학교(O.P. Jindal Global University)와 NIT 공과대학((National Institutes of Technology)에서 인도인 대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혼 후 엄마에게 간 아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요?

“저에게는 지금 고 3인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아들 바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이를 끔찍이 사랑했습니다. 아이가 갖고 싶다는 것, 먹고 싶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에 다 동의하고 아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예전의 귀엽고 예쁘던 모습에서 벗어나 저와 갈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비행 청소년들하고 어울리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게임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것을 못 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제가 화가 나서 잔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제가 이혼을 했습니다. 아이는 계속 이혼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현재 전 배우자인 아이 엄마와 같이 살고 있고, 저는 홀로 살고 있습니다. 아들과 같이 살던 때도 이미 우리 부자의 관계가 소원해졌는데 이제 이혼을 하고 따로 살게 되었으니 마음에서 더 멀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주 전화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하자고 하는데 아들이 지금 많이 삐뚤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서너 번 전화하면 한 번 받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빠라는 소임을 다 하기 위해 아이에게 계속 전화하고 만남을 종용해도 되는지, 아니면 한 걸음 물러나서 아이를 지켜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들은 질문자에게 엄마와 헤어지지 말고 같이 살라고 여러 번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이혼해 놓고 갑자기 전화해서 너를 사랑하네 어쩌네 하는 것은 속된 말로 헛소리예요. 질문자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이에게 치근대는 거예요. 그게 조금 더 심하면 요즘 말로 스토킹이 되는 거예요. 정말로 아이를 사랑했으면 이혼을 안 했어야지요. 내 성질 때문에 혹은 이익 때문에 이혼을 했으면 아이한테 미안한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안 들어준 거잖아요. 지금 아이는 필요 없다는데 자꾸 불러서 빵 사주고 밥 사주며 부차적인 것을 주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의 필요에 의해 부모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부모의 필요에 의해 아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 대한 관점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질문자는 부모 자격이 없는 거예요.

부모는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자기가 보고 싶다고 아이를 찾는다면 그것은 아이를 애완동물로 여기는 것이지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부모의 관점이 잘못 잡혀있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릴 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는 것 역시 부모로서 부족합니다. 아이가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면서 키우면, 그 아이가 앞으로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게 되겠어요? 어릴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다 해줬는데 학교에 가니까 다른 사람은 그렇게 안 해주면 아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지금은 아빠가 자꾸 뭐 해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지만, 나중에 자기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전화할 거예요. 왜 그럴까요? 아빠는 뭐든 다 해주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며 키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녀와 함께 산책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놀아주기도 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직장 일 한다고 내내 아이를 팽개치고 있다가 지금 와서 미안하니까 ‘맛있는 거 사줄까?’, ‘용돈 줄까?’, ‘장난감 사줄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의 기억 속에 아빠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는 사람이 됩니다. 고마운 줄도 전혀 몰라요. 질문자가 아이에게 해준 것은 강아지한테 한 것과 똑같아요. 강아지는 받아 먹을 줄만 알지 질문자의 사랑을 모릅니다. 그것은 질문자 본인의 문제입니다.

지금처럼 계속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하고 만남을 원하면, 아들은 앞으로 그 전화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아이한테 그렇게 치근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본인이 외로우면 여자 친구를 사귀어서 만나고, 아들에게는 이렇게 말하세요.

‘네가 필요할 때 전화해라. 아빠는 네가 필요하다면 뭐든지 함께 할 용의가 있어. 밥을 같이 먹자고 하면 같이 먹고, 여행을 가자고 하면 같이 갈 거야.’

그런데 돈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함부로 주면 안 됩니다. 반드시 이런 문제는 아이 엄마와 사전에 논의해야 합니다. 질문자와 마음이 안 맞아도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가 돈이 필요하다는데 돈을 줘도 되는지, 아이가 여행을 가자는데 같이 가도 되는지, 먼저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이혼을 했어도 아이에게 하는 행동은 아내가 승낙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됩니다. 부모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면, 아이가 나중에 엄마하고 갈등이 생기면 아빠한테 달라붙고, 아빠하고 갈등이 생기면 엄마한테 달라붙어서 부모를 쥐락펴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애를 망치게 돼요. 엄마가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면 전적으로 아이의 부양을 엄마한테 맡기고, 항상 아이에 대한 행동은 전 아내한테 먼저 물어보고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하고, 가능하면 아이에게 직접 얘기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질문자가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아이하고 오늘 만나서 밥 먹고 옷도 사 주려는데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아이에게 빵을 사 주려는데 괜찮은가요?'

'요새 단 거 먹으면 안 되니까 그건 안 돼요.'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먼저 허락을 받고 만나는 게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좋습니다. 아이가 엄마에 대해서 욕을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엄마가 너를 키운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렇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엄마가 좋으면 계속 같이 살지 왜 헤어졌어?’ 이렇게 물어보면 ‘아빠가 미안해. 엄마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아빠가 문제가 있어서 이혼하게 됐어.’ 하고 대답해 주어야 합니다.

부부가 서로를 감싸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에게 좋습니다. 아내가 아이에게 질문자를 비난하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은 아이에게 엄마는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부부가 서로 감싸주는 관점을 가져야지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변명만 하고 경쟁하면 아이를 망치게 됩니다. 이혼을 했어도 부모는 아이가 앞으로 잘 크도록 도와줘야지 아이를 망치게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질문자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아이가 먼저 전화해서 질문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아이 엄마한테 먼저 논의하셔야 합니다. 만약 아이 엄마가 거절하더라도 '나는 해주고 싶었는데 네 엄마가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됩니다. '그 문제는 아빠가 해결해 주기 어렵다. 대신 다른 걸 도와줄게.' 이런 식으로 얘기해서 부모끼리는 서로를 욕하지 않으면서 함께 양육해야 합니다. 이혼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부부가 아니지만 항상 아이 엄마와 의논해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양육을 하는 아이의 엄마가 중심이 되고 질문자는 보조 역할을 해야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혼의 귀책사유가 전 배우자에게 있었고, 아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엄마랑 산다고 해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아이에게 전 배우자를 감싸는 말을 하는 게 옳은가요?"

"아내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지 말고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은 질문자와 전 아내, 둘 사이의 문제이지 아이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만약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면 질문자가 봤을 때는 이혼의 귀책사유가 되지만 아이가 볼 때는 그게 귀책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의 역할을 하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엄마는 나에게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니까 당장 봤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어젯밤에 어느 남자하고 잤든 아이에게는 무슨 상관이에요?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귀책사유가 될 수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는 이혼하지 말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겁니다."

“아이에게 전화를 하거나,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도 더 이상 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서 아이를 기다려야 되는 건가요?”

“기다리면 아이가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그래, 이제 너 알아서 살아라.' 이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지금은 내가 아이를 기다려 주는 게 오히려 아이가 생활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기다리면 나중에 돌아올 것이다.' 하는 생각은 질문자의 목표 의식입니다. '아이가 나한테 마음을 열기 위해 어떤 수단을 써야 할까?'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아빠의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 아이가 나한테 돌아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안 만나 주는 게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안 만나는 것이고, 아이를 자주 만나는 게 좋다면 힘들어도 만나 주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부모의 목표는 아이에게 맞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질문자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아이를 기다려 준다는 말 속에는 ‘기다려 주면 나중에 연락이 올까?’ 이런 기대감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기대감을 다 끊어야 됩니다. 지금은 아이가 싫다고 하니까 잠깐 거리를 두는 게 좋습니다. 전화하는 빈도를 낮춰 보면서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가끔 전화도 해보고 밥도 먹자고 해도 됩니다. 아이와 원수가 된 것도 아닌데 완전히 연락을 끊고 살 필요는 없어요. 다만 내가 아쉬워서 더 연락하거나, 아예 안 만나거나, 이러지는 말라는 겁니다. '혹시 아이한테 이런 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점검해 보라는 거예요. 질문자가 아쉬운 게 있으면 다른 여자를 만나든 다른 아이를 입양하든지 해야지 마음이 닫힌 아이를 붙잡고 나의 부족함과 아쉬움을 채우려고 하는 건 잘못되었다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저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정법의 회초리로 세게 때려주신 것 같아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 입장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수행하면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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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2-17 16:08:40

굴뚝연기

스님 서울에서도 바로 일정이신데 한국 귀국 빠듯하게 하시려나봐요ㅜ몹시 피로가 쌓여보이십니다ㅠ
보광법사님도 오래전 한국 스님 강연장서 사인회 돕는모습 지나며 봤을땐 얼굴 피부가 고우셨는데ᆢ아무래도 고생이 많이되시겠죠ㅜ부처님 고행하신곳이라 깨우침은 남다르게 다가오셔도ᆢ저는 정토회 외곽에 있지만,늘 마음으로 보광법사님의 노고를 생각하며 살고있어요ᆢ늘감사합니다^^

2025-02-17 01:12:25

로티

스님. 아이앞에서 그간 배우자의 허물을 말한것에 대해 참회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5-02-17 0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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