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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탄 트롱사 답사 3일째입니다. 오늘은 랑틸 게옥의 당둥(Dangdung) 치옥을 방문한 후, 드락텡(Dragteng) 게옥으로 이동해 윗 삼촐링(Samcholing Khatoe)과 아랫 삼촐링(Samcholing Khamay)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원고를 교정하고, 숙소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한편, 부탄 활동가 박시현 님과 농업 전문가 세 명은 납지 치옥에서 농업 교육을 마친 후 팀푸로 가는 길에 스님이 머무는 숙소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이 답사에 나선 동안, 농업 전문가들은 납지 주민 20여 명을 대상으로 유기농 퇴비 제작을 비롯한 유기농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세 사람은 오늘 팀푸로 이동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스님은 농업 전문가들에게 염주를 선물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먼 길 와서 교육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드가야에서 가져온 염주입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오전 8시 40분에 당둥 치옥으로 출발했습니다. 10여 분 후에 당둥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일찍 도착해 주민들이 다 모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주민들이 다 도착하기를 기다린 후에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법당에 참배한 후, 주민들과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 법좌 아래 자리에 앉아 주민들을 기다렸습니다.
10여 분이 지나자 법당 안은 점점 많은 사람들로 채워졌고,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가 됐습니다. 마침 겨울 방학이라 학생들도 많이 찾아왔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오늘은 법문을 해야겠어요.”
오전 9시 20분이 되어 스님은 법좌에 올라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부처님처럼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같은 큰 공덕을 지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두 가지 주제로 1시간 동안 법문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은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맑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합니다. 우리가 괴로울 때는 마음이 어둡거나 탁하거나 무겁습니다. 어리석으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게 없어져서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욕심이 많으면 마음이 탁해집니다. 의무감이 너무 크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으면 모든 것이 환하게 보이면서 마음이 밝아집니다.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집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탁 놓아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욕심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맑습니다. 아이들은 고집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가볍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어둡습니다. 즉 마음이 깨끗하기는 하지만 밝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부처의 마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의 마음이 되려면 마음이 밝아야 하고, 맑아야 하고, 가벼워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이 욕심에 물들어서 점점 탁해집니다. 고집이 자꾸 생기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아이들보다는 아는 것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마음이 어두운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본래 마음은 밝고, 맑고, 가볍습니다. 우리의 본래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이 어두워지고, 탁해지고, 무거워져서 중생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자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우리처럼 욕구불만으로 괴로울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밝아진 것은 아니므로 늘 번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출가를 하여 수행을 했습니다. 6년 간 수행을 한 끝에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마음이 밝아졌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더 이상 괴로울 일이 없어졌습니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목표는 아무런 괴로움 없이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마음이 밝아져야 하고, 맑아져야 하고, 가벼워져야 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괴로움 없이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첫째,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맑아지게 됩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은 눈이 맑습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눈이 탁합니다. 둘째,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면 자꾸 화를 내게 됩니다. 사람의 생각은 서로 다른 것인데, 자꾸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괴로운 이유가 탐(貪), 진(瞋), 치(癡)라고 하셨습니다. 탐(貪)은 욕심을 말하고, 진(瞋)은 성냄을 말하고, 치(癡)는 어리석음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원인으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고통에 빠지는 것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제거하는 방법이 바로 계(戒), 정(定), 혜(慧), 삼학을 닦는 것입니다. 첫째,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하고 싶어도 결과가 나쁘면 멈출 줄 알아야 하고, 하기 싫어도 결과가 좋으면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화를 내는 것은 마음을 고요히 하면 사라집니다. 이 두 가지만 행해도 착하고 고요해지니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깨달음을 얻어서 환하게 보는 눈을 가져야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부처가 되려면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주로 주력 수행을 하고 있는데, 주력 수행은 계정혜 삼학 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선정을 닦는 수행입니다. 참선, 주력, 염불, 독경을 비롯하여 테라밧다 불교에서 행하는 위빠사나 수행도 모두 선정을 닦는 수행입니다. 선정을 닦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입니다.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긴장을 하기가 쉽습니다. 둘째, 마음을 한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옴마니반메훔’이라고 주력을 할 때는 그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셋째, 분명하게 깨어 있어야 합니다. 집중이 되면 마음속에 환상이 일어나서 마치 내가 신통을 얻은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꿈과 같은 것입니다. 분명하게 깨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바르게 정진하면 어느 순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고, 모든 것이 환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돈이 있든 없든, 지위가 높든 낮든, 환경이 좋든 나쁘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늘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괴로운 이유는 탐진치 삼독 때문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없애고 계정혜 삼학을 닦으면 우리도 부처님처럼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수행하면 생활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어져 버립니다. 그러나 수행을 하지 않게 되면 ‘집이 더 좋아야 한다.’, ‘얼굴이 더 잘 생겨야 한다.’ 하면서 온갖 문제로 번뇌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법문만 해주면 되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수행을 해서 깨달음을 얻으면 생활 조건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문만 들어서는 그런 경지로 단박에 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깨달음을 목표로 하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있습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하고, 집도 더 좋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지원하는 이유는 집이 더 좋아져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조금 개선을 하자는 것이지 ‘부자가 되어야 한다.’, ‘지위가 높아져야 한다.’ 는 취지는 아닙니다. 그래서 정말 가난한 사람은 제가 도움을 주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여러분이 주체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제가 재료만 지원해 주면 여러분이 힘을 합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공덕이 있는 공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 집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우리 모두가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지만 도울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그럴 때 제가 지붕과 창문 재료를 지원하고, 여러분은 며칠 동안 노동력을 제공해서 집 짓는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목수 기술이 있는 사람은 며칠 동안 목공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벽돌을 잘 쌓는 사람은 벽돌 쌓는 일을 하면 됩니다. 아무런 기술이 없으면 돌을 나르는 일을 하면 됩니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는 일을 해도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 협력해서 가난한 사람의 집을 지어주자는 겁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이 새로 생겨서 좋고,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돕기 때문에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공덕을 짓게 되어서 좋습니다. 그런 일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 오늘 여러분을 모이게 한 겁니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짐승이 와서 다 먹어버리면 우리가 살기 어려워지잖아요. 물론, 짐승을 총으로 쏴버리면 쉽게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물도 죽이지 않기로 했잖아요. 결국 동물이 밭에 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철조망을 구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여러분은 철조망을 살 돈이 없으니까 철조망은 제가 지원을 해주고, 여러분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 와서 말뚝 박는 일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같이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해주는 게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여러분과 제가 같이 하는 일이지만, 크게 보면 한국의 불자들과 부탄의 불자들이 같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단체 이름이 ‘Join Together Society(JTS)’입니다. 함께 모여서 같이 한다는 뜻입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큰 공덕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힘을 합해서 우리 동네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저는 자재를 제공하고, 여러분은 노동을 제공해서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함께 만들어 갑시다.”
이어서 마을 주민들과 생활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생활 환경 개선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돌과 흙은 있지만 지붕재가 부족하다면 지붕재를 지원하겠습니다. 집을 짓는 데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재료가 없는 경우에는 재료를 지원하겠습니다. 집이 있지만 칸막이가 없다면 칸막이를 설치하고, 선반이 없으면 선반을 만들겠습니다. 부엌에 천장이 없으면 천장을 만들고,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다면 수리하여 위생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또한, 식수가 부족하면 식수를 확보하고,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수로가 없으면 수로를 만들겠습니다. 울타리가 없어 짐승 피해가 많다면 울타리를 설치하겠습니다. 초등학교 화장실이 더럽다면 수리해야 합니다.
노인들이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수술을 받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를 착용하며, 치아가 빠진 사람들에게는 틀니를 지원해 생활이 편리하도록 돕겠습니다.
마을길이 미끄러우면 시멘트로 포장하고, 차량이 다니는 길 중 가파른 구간이 비포장이라면 그 구간만 포장해 불편함을 해소하겠습니다. 이것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하는 것입니다. 재료는 JTS에서 제공하고, 일은 여러분이 하면 됩니다. 함께 힘을 모아 마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봅시다. 이것이 오늘 모임의 핵심입니다. 이해하셨나요?”
“네.”
한 주민이 말했습니다.
“스님이 하시는 활동을 보니, 부처님께서 살아 계셨을 때도 이렇게 하셨겠구나 싶어 감명 깊었습니다. 우리 당둥 마을은 아주 가난한 곳은 아니지만, 일부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논에 물을 대기가 어렵습니다. 당둥 마을 논은 트롱사에서 가장 좋은 상태이지만, 논물이 부족해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수로를 만들어 주었지만, 수원지의 물이 부족해 논까지 충분히 공급되지 않습니다.
둘째, 마을 내부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있는데, 비가 오면 흙이 질어 미끄럽습니다. 그 길을 정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에 스님이 답했습니다.
“여러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정부 프로젝트에 해당되고, 두 번째는 JTS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도로를 포장하거나 전기를 놓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없고, 정부가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반면, 제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을 수리하거나 울타리를 설치하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재료가 부족하다면 JTS에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은 정부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큰 수로에서 논으로 이어지는 작은 수로가 흙으로 되어 있어 물이 유실된다면, 그 구간을 시멘트로 보강하는 것은 JTS 프로젝트로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납지 마을의 경우 4km 떨어진 곳에서 큰 파이프로 물을 끌어오는 일은 정부가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논 앞까지 온 물이 유실되지 않도록 작은 수로를 시멘트로 만드는 일은 JTS에서 지원했습니다. 여러분이 제안한 내용 중 ‘수원지에서 파이프로 물을 끌어 달라’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마을길을 포장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이에 대한 지원은 가능합니다. 이처럼, JTS 사업의 원칙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해 주세요.’가 아니라, ‘우리가 하겠습니다.’라는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겁과 주지사에게 말했습니다.
“답사를 다녀보니 발링 치옥과 장비 치옥이 특히 열악한 것 같습니다. 이곳을 각별히 살펴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오전 11시, 스님과 일행은 당둥 치옥을 떠나 11시 30분에 삼촐링 치옥의 녹찻집에 도착했습니다.
녹찻집에는 삼촐링 윗마을과 아랫마을 주민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촉바에게 마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차를 재배해 보니까 농작물에 비해 단위 면적당 소득이 더 낫습니까?"
"네, 녹차는 동물들이 먹지 않기 때문에 더 낫습니다."
"만약 동물 피해가 없다고 가정하면, 녹차·벼·옥수수를 심었을 때 단위 면적당 수익은 어떻게 됩니까?"
"동물 피해가 없다고 해도 벼나 옥수수는 대부분 자급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나지는 않습니다."
"삼촐링 윗마을과 아랫마을 모두 녹차를 재배하고 판매합니까?“
"현재는 윗마을만 재배하고 있지만, 아랫마을도 준비 중입니다. 처음에는 삼촐링 윗마을에서만 녹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아랫마을에서도 녹차 협동조합이 생기면서 녹차를 재배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판매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삼촐링은 인구가 많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소유한 땅은 거의 없습니다. 실질적인 토지 소유주는 대부분 붐땅 사람들입니다.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지만, 일반 농산물을 재배하면 원숭이와 멧돼지 피해가 심각합니다.“
"녹차는 생산된 만큼 전부 판매됩니까, 아니면 남아서 버려지는 양도 있습니까?“
"해마다 다르지만, 작년에는 약간 남았고 올해는 거의 다 판매될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량은 어떤 편입니까?“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삼촐링 아랫마을도 재배를 시작했으니 곧 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지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녹차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면 삼촐링 마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삼촐링은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어 있지만, 선거구 때문에 행정상 나뉜 것이지 사실은 하나의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식수입니다.“
"물 사용량이 늘어나서 부족한 것입니까, 아니면 수원지가 말라서 문제입니까?“
"둘 다 문제입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물탱크가 있으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물탱크 문제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수원지가 필요합니까?“
"둘 다 필요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수원지는 마을에서 3.5km 떨어져 있고, 새로운 수원지는 마을에서 약 8km 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하나의 수원지를 공유하고 있는데, 수원지를 분리해서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8km 떨어진 곳에서 공사를 하려면 주민들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여러분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저는 재료를 지원하고, 여러분이 직접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시멘트를 지원하면 마을 사람들이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확실합니까?“
"네, 재료만 지원해 주시면 저희가 할 수 있습니다.“
"레바티 치옥도 7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가져왔습니다. 그곳은 20가구가 힘을 합쳐 공사를 했습니다. 여러분은 100가구나 되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없습니까? 집이 없는 가구가 있습니까?“
"삼촐링 윗마을에 두세 가구가 있습니다.“
스님은 삼촐링 주민들에게 집을 지원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식수 문제와 주택 문제 외에 더 필요한 지원이 있습니까?“
스님은 마을 안의 길이 흙길이라 비 오는 날 미끄럽지 않은지, 농사짓는 지역에 울타리는 잘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치며 이야기했습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집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정비하고,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서 ‘우리 마을을 우리가 아름답게 가꾸고 편리하게 살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러분 집이 깨끗하지 않으면 나중에 손자들이 할머니 집에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웃음)“
한 할아버지가 웃으며 동의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웃음) 스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도시에서 손자·손녀들이 오면 밥상을 차려 줘도 지저분하다고 안 먹겠다고 합니다. 자고 가라고 해도 도저히 못 자겠다며 오자마자 다시 팀푸로 가겠다고 합니다. (웃음) 스님께서 미리 보고 오신 것 같습니다. (웃음)"
"제가 직접 마을에서 자 보면서 어떤 점이 불편한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집은 연기를 너무 많이 피워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어떤 집은 큰 방 하나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야 했습니다. 부엌에 가 보니 너무 어수선했고, 온 벽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저도 밥을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세수를 하려면 저 멀리까지 가야 했습니다.
우리가 부자는 아니더라도 이런 부분은 개선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평생 이렇게 살아서 불편한 줄 모르지만, 젊은 사람들은 힘들어합니다. 이런 집을 고치지 않으면 젊은 여성들이 시집을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 웃음)
집을 새로 짓는 것은 많은 돈이 들지만, 수리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직접 할 수도 있습니다. 호주나 팀푸로 가지 말고, 우리 마을에서 잘 살아 봅시다. 이것이 목표입니다."
트롱사 주지사는 늘 펜과 종이를 들고 스님 곁에서 답사를 동행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현장에서 파악한 문제에 대해 트롱사 주지사와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주지사님, 삼촐링 윗마을은 기존 수원지를 사용하고, 아랫마을은 새 수원지를 연결하면 되겠습니까?"
"삼촐링 마을은 새로운 수원지를 연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에서 새로운 수원지를 개발했지만, 현재 배급에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 예산이 부족해 수원을 확보했음에도 배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스님은 삼촐링의 물 문제가 촉바의 이야기처럼 실제로 수원지 문제인지, 그리고 집이 없는 사람들이 지원을 신청할 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행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등을 주지사와 추가로 논의했습니다.
이후 스님과 일행은 녹찻집에서 준비한 점심 공양을 하고, 녹차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포장실을 둘러보았습니다.
녹차 포장실 관계자는 JTS에서 후원한 녹차 포장 기계를 사용하면서, 하루 500개씩 포장하던 것을 5,000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은 녹차 상표도 다르고, 판매 방식도 다릅니까?"
"네, 브랜드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경쟁 관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판매는 공동으로 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광고도 따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생산과 상표는 다르더라도, 장기적으로 국제 시장에 대응하려면 협력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웃음)"
오후에는 극빈자 가구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이 모두 세추(Tshechu)에 가서 취소되었습니다. 스님도 주지사와 함께 삼촐링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세추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세추는 부탄 전역에서 매년 열리는 전통 불교 축제입니다. '세추'는 부탄어로 '열흘째 날'을 의미하며, 이는 부탄에서 '두 번째 부처님'으로 여겨지는 구루 린포체의 탄생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세추의 개최 시기와 기간은 다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3~4일 동안 진행됩니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은 전통 탈춤과 노래를 통해 구루 린포체를 기리는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며, 가장 아름다운 옷을 차려입고 마을 주지 스님에게 축복을 받고 기도를 올리며 축제를 즐깁니다. 세추는 부탄의 풍부한 문화와 신앙을 나타내는 중요한 행사로, 각 마을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부탄 전통 악기의 깊고 울림 있는 선율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형형색색의 화려한 장식들이 축제의 장을 더욱 빛내고 있었습니다. 전통 탈을 쓴 공연자들이 경건하면서도 역동적인 춤사위를 펼치며 축제의 흥을 돋우고, 마을 주민들은 환한 얼굴로 그 순간을 함께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행사장 내 자리에 앉으려 하자, 마을 주지 스님이 법좌에서 내려와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스님에게 권했습니다. 스님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트롱사 주지사와 옆자리에 함께 앉아 축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전통 공연을 관람한 후, 스님은 삼촐링 촉바에게 축제에 써달라며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한편, 마을 어귀에서는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물건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시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마을 주지 스님도 스님과 동행하며 함께 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시장을 돌아보다가 신발 가게 앞에서 멈춰 주지 스님에게 신발을 선물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마을 시장을 둘러본 후, 오후 3시 30분에 쿠엔가랍텐(Kuengarabten)에 있는 비구니 사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지금까지 진행했던 답사 일정을 바탕으로 트롱사 주지사와 행정관들과 함께 중간 점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열악한 마을이 어디인지 함께 점검을 한 후 이후에는 어떤 순서로 지역 개발을 해나가면 좋을지 스님이 제안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현재의 생활 수준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 집안 내부 시설을 보완하는 일, 동네에 도로를 포장해 주는 일, 식수를 마련해 주는 일, 밭에 울타리를 쳐주는 일, 농수로를 확보해 주는 일, 학교 시설을 보완하는 일, 이런 일들이 주민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수익을 높이거나 좀 더 발전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농업 전문가들과 과수 전문가들이 와서 조사를 한 후 실험 재배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벼농사를 효과적으로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둘째, 다양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셋째, 이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과수를 재배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 외에 수익이 될 수 있는 농산물은 무엇이 있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고추와 마늘이 수익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금방 썩지 않고 건조해서 판매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농산물 보관 창고를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건 의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 이가 없는 사람,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먼저 현황 파악이 되어야 하고, 의사가 와서 체크를 해야 하고, 치료를 하기 위한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가공, 판매, 관광 분야를 개발해 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농산물 가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채소, 오렌지 등 생산물을 어떻게 제값을 받고 팔 것인가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마케팅을 잘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상인들이 대부분의 돈을 벌어가고, 농민들은 돈을 벌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3단계로 나누어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제안 내용 중에서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생활 개선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이미 JTS에서 안내 매뉴얼 책자의 초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초안의 내용을 발표한 후 트롱사 주지사의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트롱사 주지사는 지역 개발 방안 중 관광 상품 개발 등 여러 가지 주제로 스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트롱사 주지사에게 지역 개발을 하기 위한 기초 조사를 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운영 위원회 운영 방안, 그동안 시범 사업을 해보면서 얻은 교훈, 시범 사업의 결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 사업을 좀 더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법, 기술자를 확보하는 방안, 인건비를 제공하지 않는 JTS의 원칙에 대해서도 스님의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기술자의 인건비 지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조금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온라인으로 계속 의논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가 끝나니 어느덧 오후 5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마침 숙소가 정전이 되어, 스님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원고를 정리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쿠엔가랍텐(Kuengarabten), 탁치(Taktse), 옐사(Yuelsa) 치옥을 방문하여 주민들과 대화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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