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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송, 영화, 연극 예술인들의 마음 공부 및 봉사 활동 모임인 ‘길벗’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송년을 맞이하여 청년들과 청춘 캠프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10시부터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로 이동해서 청년들을 위한 청춘톡톡 생방송을 했습니다. 청년들 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자신들의 고민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들은 진로, 취업, 연애, 인간관계, 자기 계발, 외모, 건강 등 다양한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대화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어제저녁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거기다가 사회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 많은 분들이 밤잠을 설치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이런저런 고민들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고민이 있으면 편안하게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부터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덟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도 교수님과의 갈등으로 힘든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어떻게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예민해지셔서 질문자에게 그런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는 건, 질문자 본인의 정신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첫째, 이런 경우에는 병원 치료를 하며 박사 과정을 마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 상황에서 교수님을 문제 삼으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교수님을 문제의 원인으로 두면 결국 그만두는 수밖에 없어요. '상황이 나아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물론 교수님이 짜증을 내지 않고, 질문자에게 조금만 더 잘 대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잖아요. 농사를 짓는 농부가 '비만 오면 농사를 잘 지을 텐데'라고 아무리 생각해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비가 안 오는 조건이 현실이라면, 그 조건 속에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지하수를 파거나,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오거나, 벼 대신 메밀을 심는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해요. 이렇게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해요. 박사 과정을 이제 막 시작한 것도 아니고 2년이나 진행한 시점에 진로를 바꾸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군대를 가야 하고, 제대 후에도 추가적으로 2년 이상이 더 필요하잖아요.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할 일을 해 나가는 겁니다. 다만, 조건이 이전보다 나빠졌으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내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대처하면 됩니다.
둘째,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교수님 때문에 못 살겠다’ 고만 생각하지 말고, 교수님도 인생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보세요. 부부 관계가 좋지 않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어떤 이유로든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 수 있잖아요. 내가 모를 뿐, 교수님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그러시겠거니 이해를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교수님께서 지적을 하면 ‘왜 또 지적하시지?’ 하며 불만을 품기보다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개선할 점이 있으면 개선해 보는 겁니다. ‘교수가 우리를 부려 먹는다’ 거나 ‘착취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박사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상당히 엄격해서 거의 주종 관계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사장과 종업원 사이보다도 더 얽매여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중세의 도제 제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 세대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이러한 제도를 수용해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박사 과정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사를 포기하지 않겠다면, 이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해요. 교수님의 승인이 없으면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없으니까요.
물론, 교수가 성추행이나 폭행과 같이 법을 위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단호히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항의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거부하려면 박사 과정을 포기해야 하고, 박사 학위를 따려면 이 시스템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거나, 심각하게 병이 날 것 같다면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건강과 박사 학위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요? 당연히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미련 없이 그만두고 당분간 쉬는 수밖에 없어요.
그만둔다고 해도 대단한 손실이 아니에요. 교통사고로 죽을 뻔하다가 목숨을 건졌다면, 팔 하나를 잃더라도 살아남은 게 다행이잖아요. 이처럼 박사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건강을 지켰다고 생각하고 아쉬워하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 건강을 회복해 다른 직업을 찾거나, 연구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다른 교수님에게 박사 과정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재수나 삼수를 하는 경우도 있듯이, 박사 과정을 밟다가 몸이 안 좋아서 1~2년 쉬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먼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살펴보세요. 병원 치료를 병행하며 긍정적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건강을 해칠 정도로 힘들다면 미련 없이 과감히 그만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방송실을 나오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를 한 후 길벗 모임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하기 위해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 구룡마을 회관 앞은 따뜻한 나눔의 마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배우 조인성 씨, 한지민 씨, 천우희 씨, 조혜정 씨, 작가 노희경 씨, 방송인 김제동 씨를 비롯해 방송, 영화, 연극,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160여 명의 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매서운 추위를 스르르 녹여냈습니다.
작업복과 마스크를 쓴 스님을 뒤늦게 알아보고 모두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하루 지도 법사가 아닌 연탄 배달부가 되어 함께 했습니다.
추운 겨울,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이웃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매년 따뜻한 손길이 이어져 왔는데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후원도 줄고, 자원봉사도 발길이 끊겨 구룡마을 주민들은 연탄을 아껴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JTS에서는 이 소식을 접하고 연탄 지원을 5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오늘 길벗 모임과 함께 배달해야 할 연탄은 모두 3,600장입니다. JTS와 길벗 모임에서는 장애인, 중증 환자, 유공자 등 가장 어려운 15 가구를 선별한 후 여섯 가구에는 300장씩, 아홉 가구에는 200장씩 골목 깊숙한 곳까지 연탄을 배달해 주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어렵지만 특히 어렵게 사는 분들입니다.
어제 JTS 활동가들이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는 미리 연탄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좁은 골목으로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길벗 봉사자들이 골목마다 길게 줄을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날랐습니다.
담당자를 한 명 정해서 연탄을 하나씩 나를 때마다 몇 번째 연탄인지 숫자를 헤아렸습니다.
“1, 2, 3...... 899, 900”
첫 번째 지점에 연탄 900장을 정성스레 쌓아 올렸습니다. 스님은 좁은 공간 속으로 들어가 연탄을 쌓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연탄을 단단하고 안정감 있게 쌓으려면 섬세한 손길과 약간의 기술이 필요했는데, 그 경험은 스님만이 갖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바닥을 먼저 고르게 다진 뒤, 연탄 하나하나를 정성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무너지지 않게 했습니다.
어느 정도 연탄이 쌓이자 스님은 봉사자에게 연탄 쌓는 일을 맡겼습니다.
“이제 이 위로 차곡차곡 쌓으면 돼요. 한번 해보세요.”
목표로 한 연탄을 모두 쌓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줄을 맞추고 준비가 완료되면 연탄 릴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길벗에서 160명이 봉사를 오면서, 올해는 골목 가장 깊숙한 곳까지 연탄을 배달할 수 있었습니다. 손과 발은 얼어붙고, 마스크는 연탄재로 까맣게 물들었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연탄 한 장 한 장을 전하며,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연탄이 쌓여가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집주인이 연탄이 모두 배달되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냅니다. 스님께서 해마다 지원해 주시는 것 잊지 않고 있어요.”
마지막 연탄이 출발하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마지막 연탄 들어갑니다!”
배달을 완료하면 지체 없이 다음 집으로, 다음 집으로 배달을 계속했습니다. 같은 동작을 계속하다 보니 중간에 허리가 아픈 사람은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한 번씩 방향을 반대로 서면서 부지런히 연탄을 날랐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연탄 배달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3,600장 배달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연탄입니다. 끝났습니다!”
온몸이 뻐근하지만 빈 손으로 골목을 나오는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장갑을 벗으니 연탄재가 까맣게 묻어 있었습니다. 길벗 모임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연탄을 열심히 나르고 나니까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내년 5월에는 거리 모금 같이 합시다.”
마음 나누기가 끝나고 스님이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잠깐 시간을 내어서 배달한 연탄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온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매년 시간을 내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이 추우니까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해서 대화를 나눕시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연탄재가 묻은 얼굴을 그대로 한 채 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길벗 파이팅!”
스님은 배우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차를 타고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지하 1층 식당에는 카레와 김치가 정성껏 차려져 있었습니다. 언 손과 발을 녹이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지하 대강당에 모두가 다시 모였습니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스님과 함께 인생 고민에 대해 묻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는 법회도 아니고, 일을 마치고 나서 마음 나누기처럼 가볍게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소감을 이야기해도 좋고, 질문을 해도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솔직하게 꺼내 놓으면 좋겠습니다.”
즉석에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내년에 고1, 고3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이 공부는 안 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들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질문자의 생각이 잘못된 것도 아니에요. 지금 부모가 공부를 강요하니까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아버지가 농사일을 하라고 강요하니까 저한테는 농사가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볼 때는 일을 하지만, 아버지가 안 볼 때는 일을 안 하게 되었어요. 공부가 일이 되면 아이들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볼 때는 공부하는 척하지만, 안 볼 때는 안 하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가 공부를 못하게 막거나 공부한다고 야단을 치면 몰래 숨어서라도 공부하게 될 거예요. (웃음)
저는 어릴 때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아버지가 작대기로 마룻바닥을 때리면서 농사일 하러 밭에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몰래 숨어서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겨울밤에도 호롱 불을 켜고 공부를 하면 기름 닳는다고 야단을 맞았습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은 날이 밝을 때나 보면 되지, 무슨 책을 보는 데 기름까지 쓰냐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이불로 문을 가리고 책을 봐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저한테 공부는 놀이였습니다. 못하게 하는 걸 숨어서 해야 하니까 공부하기가 싫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거예요.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건 공부를 의무로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한테 스마트폰이나 게임하는 걸 의무로 하도록 한번 해 보세요. 그리고 하루에 다섯 시간씩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야단을 치는 겁니다. 그러면 전부 다 스마트폰을 던져버릴 겁니다. (웃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른 세대나 아이들 세대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부모에게 농사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의무가 아니었던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것이고,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한 세대가 바뀌면 그때는 또 상황이 달라질 거예요. 지금 아이들이 부모 세대가 되면 자식들한테 ‘우리는 어릴 때 스마트폰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곤 했는데, 너희들은 왜 그걸 안 하니?’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할 때 열심히 하게 됩니다. 반면,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걸 부모가 시키면 억지로 하게 되고, 그러면 지켜볼 때만 하게 됩니다. 지금 질문자가 아이들한테 ‘너희들을 학원에도 보내주고, 책이며 필요한 걸 다 사주는데 왜 공부를 안 하느냐?’ 하고 말하는 것은 저희 아버지가 제가 어릴 때 ‘땅도 있고 연장도 있는데, 왜 농사일을 안 하느냐?’ 하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아이들이 자라면 자기 자식들한테 ‘나는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핸드폰을 혼자서 보고 배우고, 그 안에 기능들을 다 익히고 그랬는데, 너는 왜 그거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니?’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뭐든지 자기가 좋아서 하면 놀이가 되고, 남이 강요해서 하면 일이 됩니다. 놀이와 일의 구분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여기 무대가 있습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게 하는데, 무대 위에는 수당을 주고 전문가들을 데려와서 춤을 추게 합니다. 무대 아래에서는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내게 하고 춤을 추게 합니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받고 일하러 온 사람들이고,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놀러 온 사람들인 거예요. 끝날 시간이 다 될 무렵에 마감 시간을 연장한다고 하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사람들은 항의를 합니다. 그들은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왜 추가 수당을 주지 않느냐며 항의를 하는 거예요. 반대로 무대 아래서 춤을 추던 사람들은 공짜라며 신나게 춤을 더 춥니다. 둘 다 같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한쪽은 일로써 춤을 추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놀이로써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입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습니다.
돈을 받고 일을 할 때는 행위가 중심이 아니라 돈이 중심입니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니까 이때의 일이나 행위는 수단에 불과하고, 목표는 돈입니다. 반대로 놀 때는 돈 때문에 노는 거예요? 놀이 때문에 오히려 돈을 쓰는 거예요?”
“놀이 때문에 돈을 씁니다.”
“놀이 때문에 돈을 쓰니까, 이때는 놀이가 수단이 아니라 목표이자 주체가 됩니다. 똑같은 행위를 하는데도 이렇게 다릅니다. 돈을 받고 일로써 하게 되면 그 행위는 돈을 위한 수단이 되고, 돈을 내고 놀이로써 하게 되면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즉, 내가 그 일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보면 항상 뭔가를 팔려고 합니다. 늘 돈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재능도 팔려고 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나 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 그것을 합니다. 이렇게 돈이 목적이기 때문에 삶이 늘 주체적이지 못합니다. 삶이 주체적이지 않으니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건 육체적으로 힘든 것과는 별개입니다. 때로는 노는 게 일하는 것보다 육체적으로 더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주중에 일하는 것보다 주말에 더 힘들게 놀 때 월요병이 생기는 거죠. 그렇지만 그렇게 놀고 나면 몸은 피곤하더라도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고 표현하잖아요.
이런 이치를 어느 순간에 탁 깨달으면 인생이 놀이가 됩니다. 돈을 받고 안 받고는 별로 안 중요해져요. 똑같은 동작을 하는데도, 체육복을 입고 하면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군복을 입고 하면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복을 입고 훈련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눈치 봐서 안 하려고 하거나 도망을 다니는데, 체육복 입고 운동을 한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거예요. 산을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등산할 때는 자발적으로 산에 올라가니까 엄청 큰 배낭을 메고도 거뜬히 올라갑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산 정상에서 휘파람을 붑니다. 그런데 군복을 입혀서 높은 곳에 올려 보내거나, 어떤 노동자에게 등짐을 주면서 그 높은 곳에 올라가라고 하면, 다들 죽는다고 난리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 작용을 조금만 살피면 지금보다 훨씬 스트레스 없이 삶을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제 말의 뜻을 알아듣겠어요?”
“네.”
“알아듣긴 뭘 알아들어요? 이게 알아듣기가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웃음) 이것만 알면 인생살이의 모든 괴로움이 끝이 납니다. 이 이치만 깨쳐도 사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집니다. 이걸 알면 혼자 있으면 혼자 있어서 좋고, 둘이 있으면 둘이 있어서 좋고, 일하면 일해서 좋고, 일이 없으면 쉴 수 있어서 좋아집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일이 있으면 힘들다고 난리고, 일이 없으면 심심하다고 난리입니다. 직장 다니기 힘들다고 하면서 또 직장이 없다고 실의에 빠져서 난리입니다. 이래도 문제이고, 저래도 문제인 겁니다. 집에 있으면 놀 수 있어서 좋고, 직장에 다니면 일이 있어서 좋고, 둘이 있으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고, 혼자 있으면 귀찮지 않아서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늘 거꾸로 살아갑니다.
여러분들은 스님이 돈을 받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한테는 이렇게 사는 게 다 놀이입니다. 제가 강사료를 받고 강연을 하면 강연이 놀이가 아니고 일이 될 겁니다. 그러나 아무런 돈을 받지 않고 강연을 하면 강연이 놀이가 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냥 놀다가 오는 거예요. 반대로 월급을 받거나 강의료를 받으면, ‘여기는 돈을 많이 준다’, ‘저기는 돈을 적게 준다’ 등의 분별이 생길 겁니다. 그러나 저는 강의료를 일절 받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는 가고, 시간이 안 나면 못 가고, 강연을 해도 괜찮고, 강연을 안 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해서 어떻게 먹고 삽니까?’ 하고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처음이 조금 어려워서 그렇지 다 먹고살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생각을 조금 바꾸면 좋겠습니다. 특히 방송, 연예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여러분들은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더 경쟁주의적인 삶을 살아가기가 쉽습니다. 평소 일하는 환경이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승리해서 이기는 관점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제가 볼 때는 다들 인물도 잘 생기고 훌륭한데, 늘 비교 대상이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니까 마치 자기 자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 모두 자기가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아야 합니다. 소득이 많고 적고, 인기가 많고 적고를 너무 따지지 말고,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여러분 모두 쾌활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계엄령 선포와 헌정 질서 붕괴에 대한 우려를 비롯하여 방송 문화계 종사자들도 시국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어떤 관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 큰 박수와 함께 대화를 마쳤습니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곧바로 9층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부터 1박 2일 동안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청년특별지부 활동가 100여 명이 ‘미래 문명을 이끌어갈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송년 청춘 캠프를 합니다. 한해 활동을 마무리하며 다음 해 활동의 동력을 얻기 위한 자리입니다.
먼저 청년 활동가들로 구성된 그룹 ‘해탈즈’의 신나는 노래로 청춘 캠프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한껏 흥이 오른 가운데 청년 특별지부 박수정 지부장이 청년 활동가들이 오늘 하루 종일 발표하고 토론한 청년 특별지부의 주요 활동과 내년 계획을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청년 지부장은 올해 진행한 ‘청춘톡톡’ 행사에서 50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대학가 등 외부로 나가 더 많은 청년들과 소통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 공연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정치·사회 인사나 청년 리더들과 함께 강연을 기획하여 약 1,000명의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평화 통일 실천 활동을 정례화하여 제주 4·3, 동북아, 경주로 이어지는 평화 역사 기행의 규모를 확대하고, ‘통일 푸르미’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장해 더 많은 사람에게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에 올라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 하루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저는 길벗 회원들하고 오후 1시부터 연탄 배달을 하고 왔습니다. 연탄 배달을 마치고 지하 대강당에서 방금 전까지 대화를 하다가 올라왔습니다.”
이어서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 청년들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여섯 명이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행 공동체에서 도반과 어느 정도 친하게 지내도 괜찮을까요?
청년지부에서 봉사를 할 때와 달리 회사에서는 내가 옳다는 생각, 이해 받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올라와요. 어떤 관점으로 회사 일을 해야 할까요?
정토회에서는 왜 한번 하면 3년을 해야 하나요? 지부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부분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발견해도 정한 대로 3년을 해야 하나요?
통일을 위해 우리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희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토회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와 활력을 느끼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세속적인 것에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속세에 끌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요?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가 깊어갈 무렵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계속 대화를 나눕시다. 연탄 배달을 하느라 무리를 했더니 지금 눈이 가물가물합니다. 저를 대신해서 나머지 시간은 김제동 씨가 이어가겠습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훌륭한 대타를 모셔 왔으니까 저는 일찍 퇴근해도 되겠죠?”
“네, 감사합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김제동 씨가 무대 위로 올라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반갑습니다. 지금부터는 법륜스님과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저는 스님처럼 살지도 못하고, 스님처럼 살 생각도 없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닐 생각도 없고, 아무 데서나 먹거나 자고 싶지도 않아요. (웃음)
스님께서 갑자기 저한테 마이크를 넘기고 사라지셨기 때문에 비상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 되면 스님께서 계엄령을 해제하실 것이기 때문에 다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밖에 문을 좀 닫아주시겠어요? 군대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웃음)
무대 위에 올라와 있으니까 계엄 사령관이 된 것 같네요. 무대 아래로 내려가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웃음)
김제동 씨가 이야기하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은 배를 잡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은 청춘 캠프 2일째 날입니다. 정토담마스쿨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을 한 후 청년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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